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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16화 (203/359)

216화 진소은-4

진소은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습격자들을 모두 처리했을 때였다.

이제 그녀가 강적임을 인식한 습격자들이 사방에서 그녀를 덮치며 소리쳤다.

“고수다!”

“한꺼번에 덮쳐!”

“죽어랏!”

슈하악!

진소은의 사방에서 한꺼번에 십여 개의 도격이 날아들었다.

빠져나갈 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합격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제 몸을 회전시키며 단봉을 자신의 몸 주변에서 휘돌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용이 그녀의 몸 주변을 맴돌며 그녀 자체가 작은 회오리바람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십여 개의 도격이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하아아압!”

“죽엇!”

파아악!

하지만 그들의 도는 결국 그녀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단봉의 회오리바람이 내리쳐 오던 십여 개의 도 면을 모두 튕겨 냈기 때문이었다.

따다다다다당!

“어억!”

“이, 이럴!”

“말도 안 돼!”

그것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냥 막아 낸 것도 아니고 모든 도의 도 면을 정확하게 쳐 내서 튕겨 낸 정밀한 타격이라니, 차라리 호신강기를 뿜어내 막아 냈다면 덜 놀라웠을 것만 같을 정도였다.

진계군이 드디어 입을 벌리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정말… 자연곤이라고?”

그 순간 방어에 성공한 진소은은 이제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을 휘돌던 회오리바람이 이제 적들을 향해 뛰쳐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빠바바바바박!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진소은은 습격자들 사이를 거침없이 휘저었다.

조금 전까지 양 떼를 습격한 늑대 떼처럼 보였던 습격자들이, 이젠 그들이 양 떼가 된 듯 속절없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러자 드디어 습격자들의 우두머리가 나섰다.

그가 대도를 천천히 휘휘 휘돌리면서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다 물러서라!”

그의 호통에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부하들이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진소은 또한 그들을 쫓기보단 다가오는 수뇌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집, 제법 재밌는 곤법을 쓰는구나. 그게 혹시 진가장의 자연곤인가?”

하지만 진소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오직 노란 도강을 선명하게 뿜어내기 시작한 상대의 도에 못 박혀 있을 뿐이었다.

도에서 한 치가 넘게 뿜어져 나오는 선명한 도강, 최소한 내공 칠십 년의 경지를 넘은 자임에 분명했다.

‘강기….’

진소은은 긴장감에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지 못했다. 이류인지, 일류인지, 혹은 절정인지.

봉으로 유형화된 기운을 뿜어낼 수는 있으니 일류의 벽은 넘어섰을 것 같았지만, 아직 강기를 쓰지 못하는 걸 보면 절정의 경지를 넘지 못한 것도 분명해 보였다.

조부 진사몽은 늘 그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자연곤 진지인 조부께선 일류니 절정이니 하는 경지는 자연곤에 있어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하셨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곤과 소통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라고 하셨지.’

평소 항상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엄히 다그치곤 했던 조부는, 그 얘기를 할 때면 늘 기억 속의 어딘가로 돌아간 듯 꿈꾸는 표정을 짓곤 하셨다.

어쩌면 자연곤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그 기억이 조부의 평생을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조부의 말 때문에 그녀도 내공을 쌓거나 하는 부분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곤으로 외기를 내뿜는 정도야 할 수 있었지만 ‘어차피 그렇게 사용할 것도 아닌데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적으로 만난 절정 고수의 압박감은 심상치 않았다.

저 날카로운 강기, 세상에 베지 못할 것이 없다는 저 가공할 것에 닿는 순간, 나무로 된 그녀의 단봉 따위는 머리카락처럼 힘없이 동강 나 버리고 말 테니까 말이다.

꿀꺽!

긴장감에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도를 휘휘 돌리던 절정 고수, 남해의 유명한 해적이었다가 지금은 백교방의 사천왕으로 불리고 있는 교치도 포시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거라, 계집. 죽이진 않을 생각이니. 우리도 살아 있는 진가장의 자식이… 필요하거든!”

포시함은 말을 마치는 동시에 맹수처럼 짓쳐 들었다.

그의 노란 도강이 벼락같이 진소은의 단봉을 베어 가고 있었다.

슈하악!

그는 자신의 도가 그녀의 봉을 자르지 못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절정이 아닌 듯한 그녀의 반응 속도로는 자신의 도격을 반응해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진소은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의 도격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몰라도 그녀의 단봉은 그렇지 않았다.

휘리릭!

단봉이 자연스럽게 휘돌더니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포시함의 도 면을 정확하게 쳐 냈다.

퉁!

아까도 그랬듯 진소은이 휘두른 게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단봉이 스스로 움직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자 눈을 꿈틀한 포시함이 다시 부드럽게 도를 휘돌려 단봉을 쳐 갔다.

“제법!”

슈하악!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투웅!

그녀의 단봉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포시함의 도 면을 쳐 냈던 것이었다.

포시함은 어이가 없었다.

강기는커녕 봉기도 방출하지 않은 그냥 나무 단봉이 자신의 도강을 쳐 낸 것이었다.

아무리 날카로운 도강이라도 날이 아닌 도 면에 닿아서야 단봉을 베어 낼 수 없을 테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자 드디어 포시함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저 멍해 보이는 얼굴에 잠시 방심했었지만 이젠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으면 망신을 당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아압!”

아까보다 더 길게 뿜어져 나온 그의 노란 도강이 폭풍처럼 진소은을 휘몰아쳐 가기 시작했다.

츄하아아악!

그 순간 진소은은 문득 예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수련하다 갑자기 떠오른 의문을 조부에게 물었을 때의 기억을….

그녀가 조부 진사몽에게 물었다.

‘그럼 자연곤께선 강기도 없이 어떻게 강기를 뿜어내는 자들을 쓰러뜨리셨어요?’

그러자 옛 기억을 떠올릴 때면 항상 꿈을 꾸는 듯한 눈빛이 되는 조부가 아련한 눈빛으로 껄껄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강기가 아무리 날카로우면 뭐 하겠느냐? 결국 날이 닿지 못하면 벨 수 없는 건 부엌칼과 똑같거늘, 허허허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진소은은 문득 묘한 감동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조부의 말이 맞았었다.

강기도 결국 칼이었던 것이다.

날을 대지 못하면 벨 수 없는….

노란 강기를 바라보는 진소은의 얼굴에 이제 환한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섭게 밀려오는 도격의 진로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따다다다당!

폭풍처럼 휘몰아친 포시함의 도격이 모조리 빗나갔다.

하나같이 도 면에 단봉을 맞고 튕겨 났기 때문이었다.

포시함의 얼굴에 이제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이년이, 감히!”

노란 강기의 폭풍이 살기를 담아 점점 더 거세졌다.

이제 포시함이 그녀를 살려서 잡을 생각을 버린 것이었다.

단칼에 쪼개 버리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도격들이 진소은을 향해 휘몰아쳐 갔다.

슈하아아아악!

따다다다다당!

폭풍 같은 도격과 회오리 같은 단봉이 서로 몸을 비비듯 한참을 맞부딪쳤다.

그러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습격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두, 두목이 밀린다고?!”

“저런 어린 계집에게?!”

그랬다.

놀랍게도 천천히 뒤로 물러서는 쪽은 포시함이었다.

공격 일변도로 도를 휘두르는 그가 오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믿을 수 없기는 후기지수들 쪽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럴 수가!”

“진 소저, 대단해….”

진계군 또한 놀라움과 질투심이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자연곤이라니, 말도 안 되는….”

그 순간 도격을 쳐 내고 드러난 틈으로 진소은이 단봉을 후려쳤다.

퍼어억!

“크으으윽!”

몸통을 강타당한 포시함은 선실의 벽을 뚫고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쿠당탕탕!

그 호쾌한 광경에 후기지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해냈다!”

“진 소저, 대단하오!”

반면 부하 수적들은 경악한 표정이었다.

“두목!”

“저럴 수가!”

하지만 그런 주변의 분위기에도 진소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타격감이 별로 무겁지 않았다는 걸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맞은 충격으로 밖으로 튕겨 나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스스로 뛰쳐나갔다는 게 정확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뱃전에 선 그가 히죽 웃으며 그녀에게 손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칫!”

진소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쉬웠다.

자신도 강기 같은 것을 사용할 수 있다면 방금의 일격으로 끝낼 수 있었을 것을.

하지만 안 되는 걸 아쉬워해 봐야 소용없었다.

기세를 탔을 때 어떻게든 끝장을 내야만 했다.

“하압!”

진소은도 몸을 날려 뱃전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포시함이 언제 맞았냐는 듯 여유 있는 표정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아가씨.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그의 여유가 신경 쓰였지만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 코웃음을 치며 되받아쳤다.

“흥! 여기서 하면 아까와 달라질 것 같…?!”

하지만 소리치던 그녀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는 걸.

그녀의 뒤와 양쪽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막내야, 저런 어린 계집애한테 얻어맞고 도망쳐 나오다니 꼴좋구나.”

“크흐흐흐흐! 설마 도망쳐 나온 거겠습니까? 막내가 우리 즐기라고 데려와 준 것 아니겠습니까, 형님?”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사내처럼 머리를 깎았는데도 꽤나 귀여워 보이는 계집이지 않습니까? 안으면 특이한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크흐흐흐!”

그러자 포시함이 그의 의형제들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만만하게 보시면 안 됩니다, 형님들. 가시가 있는 꽃이니 말입니다. 멀쩡히 잡아서 즐기려면 저희가 힘을 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호오, 그래?”

진소은은 이제 망연한 표정이 되어 네 방향에서 자신을 노리는 습격자들을 바라봤다.

대도를 든 네 명의 습격자들, 그들의 도 모두가 선명한 노란색 도강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 명 모두가 절정 고수였던 것이다.

암담했다.

그때 포시함이 살기 어린 웃음을 띤 채 외쳤다.

“형님들, 가 봅시다!”

그와 동시에 네 명의 절정 고수들이 그녀를 향해 기합을 지르며 덮쳐 왔다.

“끼야하!”

“놀아 보자꾸나!”

“어디 파닥거려 보아라!”

네 방향에서 노란색 도강이 폭풍처럼 몰아쳐 오고 있었다.

진소은은 이를 악물고 단봉을 휘둘렀다.

“이익!”

따다다다당!

그것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회오리처럼 그녀의 몸을 휘도는 단봉이 네 명의 도격을 모두 쳐 냈던 것이었다.

그러자 적들의 배에 끌려가 꽁꽁 묶여 있던 진가인이 입을 떡 벌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배다른 언니가 저런 고수였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상황에도 백교방의 사천왕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 난 듯 웃음을 머금은 채 도를 휘두르며 떠들어 댔다.

“크하하하하! 대단하구나, 대단해! 막내 말대로 가시가 아주 날카로운 계집이로구나!”

“크헤헤헤! 팔딱팔딱 거리는 게 아주 활어 같습니다, 형님!”

“활어는 회를 쳐야 제맛이지. 자, 회를 쳐 볼까?!”

“계집, 좀 더 팔딱거려 보아라!”

불행히도 그들의 말은 그저 허세가 아니었다.

실제 그들의 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소은의 단봉이 점점 더 그들의 도를 쫓아가기 버거워지고 있었다.

샤악!

샤악!

결국 막지 못한 도가 진소은의 옷깃을 베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팔뚝, 허벅지, 그녀의 옷에 칼자국이 늘어 가며 점점 더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이이익!”

진소은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옷을 베이지 않으려면 단봉으로 막아야 하는데 지금 단봉을 잃게 되면 모든 게 끝장나기 때문이었다.

포시함이 그녀를 향해 외쳤다.

“옷을 버리고 무기를 지키다니, 훌륭한 무인이로구나, 계집!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그와 동시에 네 명의 도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그녀를 덮쳐 왔다.

하나면 모를까 네 개는 절대 동시에 막을 수 없는 도격이었다.

그녀의 표정에 절망의 빛이 어렸다.

‘안 돼!’

그때였다.

콰지지지지직!

꽈르르르르릉!

갑자기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가장의 배를 포위했던 수적들의 배에서 난 소리였다.

그 엄청난 소리에 깜짝 놀란 백교방의 사천왕은 진소은을 마저 덮치지 못하고 일단 뒤로 물러나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엄청난 광경이 들어왔다.

사면에서 진가장의 배를 둘러쌌던 수적들의 배 중 한 척이 갑자기 두 동강 난 채 침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쿠르르르르르!

사천왕들은 멍해진 표정으로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 뭐야, 저건?”

“배가 갑자기 왜…?”

그들은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멀쩡하던 배가 두 동강 난단 말인가?

그것도 마치 칼에 베이기라도 한 듯 저렇게 깨끗이 절단된 채로 말이다.

심지어 그 배 위에 타고 있던 수적들 또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저 당황한 채 균형을 잡지 못하고 강물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배가 침몰한다!”

그 갑작스러운 사태에 간신히 험한 꼴을 피한 진소은도 숨을 몰아쉬며 두 동강 난 채 침몰하는 배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기울어져 침몰하고 있는 배의 돛대 끝에 사람 한 명이 꼿꼿이 서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배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가만히 서 있는 모습, 어둑해져 가는 저녁 하늘에도 하얗게 빛이 나는 듯한 백의를 입고 있는 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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