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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33화 (220/359)

233화 귀멸육합검진과 하원달기-1

묵랑이 물었다.

- 세 방향에서 한꺼번에 적들과 조우하다니, 묘하군. 이제 어쩔 셈인가?

그 말대로였다.

표정을 보면 서로 짠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문들 고개를 돌려 다른 일행들을 둘러보니 다들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마치 세 방향에서 포위당한 듯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일행들과 달리 선우진의 표정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그는 두 방향의 적들, 하원달기와 형산파의 육합검수들을 스윽 둘러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묵랑에게 말했다.

‘묘한 시점이긴 하지만… 저들 또한 한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 음?

선우진은 먼저 하원달기 연태진에게 말했다.

“하원달기 연 선배님이라고 하셨지요? 익히 소문은 들었습니다. 화끈한 승부를 좋아하신다고요. 저도 전부터 연 선배님과 한번 화끈하게 어울려 보고 싶었습니다. 한데 보시다시피 상황이 이렇게 되었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렇게 형산파가 왔으니 그만 포기하시겠습니까?”

내용만 놓고 보면 무척 정중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선우진은 마치 너 정도의 실력으로 형산파에게 되겠냐는 듯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성질 급하기로 유명한 하원달기 연태진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무슨 소리냐?! 내가 먼저 도착했으니 당연히 내 차례가 먼저지?! 늦게 온 자들이 기다리라고 해!”

딱 기대하던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진은 속으로 그녀에게 박수를 쳐 주며 첫인상부터 무척 거만해 보였던 육합검수 운당에게 말했다.

“연 선배님께서 양보하실 생각이 없다는군요. 그럼 형산파는 좀 기다리시지요.”

말과 함께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비릿한 웃음을 지어 준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자 눈을 꿈틀한 운당이 단호하게 말했다.

“누구도 우리 형산파를 기다리게 할 수 없다.”

선우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황이 아주 생각한 그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슬쩍 연태진을 바라봤다.

운당의 말을 들은 연태진은 도끼눈을 뜨고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당장 그 말에 반박하진 못했다.

성질 같아선 다 뒤집어 버리고 싶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앞뒤 안 가리는 연태진이라도 형산파의 이름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 대신 선우진이 대신 분노해 주기로 했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형산파를 향해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말 오만하기 그지없구나! 형산파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감히 연 선배를 무시한단 말인가?! 연 선배께서 후일 여령색마 손은상 선배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라는 소리도 못 들어 봤단 말인가?!”

“뭐라고?!”

그 말에 형산파의 운당이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여령색마 손은상의 이름은 그로서도 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그런 소리는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해도 마찬가지! 누구도 형산파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그가 그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선우진도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한 번의 삶을 살았던 그는 다른 소식은 들은 적이 있었다.

지난 삶에 손은상을 추종하던 연태진이 결국 하원방주 자리를 때려치우고 그녀를 따라다니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진은 슬쩍 연태진의 표정을 살펴봤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환희와 감격에 차 있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황홀한 듯 중얼거렸다.

“내가… 손 선배님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라고?”

선우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줬다.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들은 것입니까?”

그러자 연태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너는 분명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 내가 바로 여령색마 손 선배님의 뒤를 이을 하원달기 연태진이다!”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군요. 그러니 제가 보기엔 형산파가 선배님을 기다리는 것이 사리에 맞습니다. 형산파 따위가 선배님을 기다리시게 하기엔 아무래도….”

그렇게 말하며 ‘쯧.’ 혀를 차자, 육합검수들의 두 수장 운당과 운경은 드디어 분노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감히!”

“네가 우리 형산파를 깔보는 것이냐?!”

선우진은 속으로 빙긋이 웃음 지었다.

그러곤 쐐기를 박아 주었다.

“왜? 형산파 따.위.를 깔보면 안 되나?”

그 말이 결국 그들을 폭발시켰다.

“이놈!”

“용서할 수 없다!”

분노한 고함을 지르며 형산파의 비밀 병기인 파산조 두 개 조가 선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듯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슈하악!

그러자 선우진은 바람처럼 뒤로 물러섰다.

그가 물러선 곳은 바로 하원달기 연태진의 옆이었다.

“선배님! 각각 한 무리씩을 상대해 겨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먼저 저들을 처리하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연태진은 뭔가 일이 좀 이상하게 꼬였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여령색마 손은상의 후계자인 자신이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더더군다나 겨루고 싶었던 인파랑과의 승부라니 절대로 피할 수 없었다.

연태진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좋다!”

그러곤 바로 파산 칠 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아압!”

다홍빛 권강이 맺힌 그녀의 양 주먹이 육합검수들을 향해 유성우처럼 쏘아지고 있었다.

선우진의 검은 더 빨랐다.

연태진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선우진은 자신에게 돌진하고 있는 파산 사 조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스슥!

그러자 다음 순간 마치 이형환위를 한 듯 선우진의 신형이 파산 사 조의 조장 운당의 앞에 나타났다.

“!”

그 순간 운당은 공간을 찢는 열십자 검광을 볼 수 있었다.

슈하아악!

선우진은 이 기습으로 쉽게 상대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무서운 검진이라 해도 검진이 발동되기 전에 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귀멸육합검진은 과연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진을 지휘하는 운당은 분명 반응하지 못한 것 같았건만, 그의 양쪽에 있던 두 사람의 육합검수가 안쪽으로 좁히며 각각 검을 휘둘러 남십자검을 받아 냈던 것이었다.

챠캉!

선우진은 그들의 반응 속도에 한 번 감탄하고,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반발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아무래도 검진의 발동은 명령이 아닌 본능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검에 느껴지는 반발력 또한 심상치 않았다.

절정임에 분명한 이들의 검력이 마치 초절정 고수들만큼이나 무거웠던 것이었다.

아마 검진을 구성하는 동안 서로의 공력 또한 공유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선우진은 자신의 검격을 받아 낸 두 명이 뒤로 튕겨 나는 사이, 또 다른 두 명이 순환하듯 앞으로 나와 검을 찌르는 것을 보고는 잠시 망설이다 뒤로 바람처럼 빠졌다.

휘이익!

그러자 바로 다음 순간, 한 명의 머리를 훌쩍 넘은 검수의 검격이 선우진이 있던 자리를 급습했다.

쉬이익!

만약 선우진이 그 자리에서 검을 받아 냈다면 머리 위로 받게 됐을 공격이었다.

선우진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대단하군요.’

그러자 묵랑 또한 감탄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 그렇군. 여섯 명의 검수가 진짜 한 사람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있어. 마치 검을 든 문어를 상대하는 것 같군.

그의 말대로였다.

상황을 판단하고 검수들을 조종하는 운당이 마치 머리처럼 가운데 위치한 채 나머지 검수들을 수족처럼 조종하고 있었다.

선우진은 이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그들의 주위를 바람처럼 휘돌며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 또한 선우진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듯 운당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검수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

한편, 하원달기 연태진의 상황은 별로 좋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선우진의 급습도 통하지 않았는데 연태진의 공격이 통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홍색 권강을 뿜어내며 유성우처럼 몰아친 그녀의 난격은 조장인 운경의 좌우에서 좁혀 든 두 검수의 검에 너무도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터텅!

나름대로 자신 있던 공세가 지나치게 쉽게 막히자 연태진은 살짝 당황했다.

“음?!”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오히려 위기였다.

그녀의 권격을 받아 낸 검수들이 뒤로 튕겨 나자 역시 다른 두 명의 검수들이 순환하듯 그녀를 공격해 왔던 것이었다.

쉬이이익!

이쯤에서 연태진도 선우진처럼 뒤로 빠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쌍장으로 두 검수의 검격을 그 자리에서 받아 냈다.

“하아압!”

챠챵!

그러자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머리 위에서 또 한 자루의 검이 빛살처럼 찔러 오고 있었다.

쉬이이익!

“!”

놀라운 기습이었다.

이미 무리해서 검격을 막은 연태진으로선 도저히 그것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이를 악문 연태진은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기합을 내지르며 온몸으로 공력을 방출했다.

“하아압!”

화아아악!

투웅!

그녀의 몸에서 확 방출된 다홍색 막에 머리 위를 노리던 검격이 튕겨 났다.

호신강기를 쓴 것이었다.

간신히 검격을 막아 낸 연태진은 결국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호신강기로 공력의 사분지 일 정도는 한꺼번에 소모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으득!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싸움에 그녀가 이를 갈며 전방을 바라봤다.

그녀의 앞에서 다섯 명의 검수들이 지휘자인 운경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팽이처럼 돌며 다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선우진은 바람처럼 검진의 주변을 휘돌며 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몇 바퀴를 돌아도 좀처럼 파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까다롭군.’

물론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가면 어떻게든 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남십자검이 아닌 다른 무공들도 사용해야만 했다.

‘‘개천’으로 검진을 한번 흔들어 주고 ‘천풍화엽’으로 안쪽으로 파고든 후, ‘환검경’과 ‘공즉시색’으로 틈을 벌리는 그림이 그려지기는 하는데….’

하지만 선우진은 그 방법은 쓰지 않기로 했다.

아직 인파랑으로 화하고 있는 이상, 자신의 진정한 무위를 보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잠시 인파랑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떠올려봤다.

그러던 한순간이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린 그는 문득 씨익 웃음 지었다.

예의 악동 같은 웃음이었다.

선우진은 근처에 은신하고 있는 설풍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손대수에게 차례로 어떤 전음을 보내고는 갑자기 검진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아아압!”

촤아아아악!

허공에 십여 개의 열십자가 그려졌다.

바위도 쉽게 갈라 버릴 듯한 강력한 검격들이었다.

하지만 육합검진을 조종하는 운당은 코웃음을 쳤다.

“흥! 그 정도론 어림도 없다!”

그의 말대로였다.

파산 사 조는 손쉽게 선우진의 검격을 받아 내더니만 오히려 역공으로 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슈하아악!

“크윽!”

선우진은 황급히 물러서며 사방에서 톱니바퀴처럼 쏟아지는 검격을 간신히 피해 냈다.

하지만 완전히 무사할 수는 없었다.

한 명의 검격이 선우진의 다리를 강하게 스쳤기 때문이었다.

샤아악!

“으윽!”

순간 운당의 눈이 번뜩였다.

옷에 가려 정확히 어느 정도로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착지할 때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건대 아무래도 꽤 타격을 입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신법이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의 발을 묶는 데 성공했던 것이었다.

운당은 사납게 웃으며 소리쳤다.

“지금이다! 가라!”

그러자 육합검수들이 선우진을 향해 좌우, 위아래에서 동시에 덮쳐들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끝을 내려는 모양이었다.

슈하아악!

그 순간이었다.

낭패한 표정이 된 선우진이 문득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에잇!”

파박!

그 모습을 본 운당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불리하다고 적 앞에서 등을 돌려 달아나다니, 형산파의 제자인 운당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비루한 놈! 잡아라! 절대 놓치지 마라!”

운당을 비롯한 파산 사 조원들은 도주하는 선우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주하는 선우진이 그들과의 거리를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다리가 불편한 듯, 아까처럼 압도적인 신법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운당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반드시 지금 잡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 그를 놓쳐 다시 다리를 회복한다면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지금 그를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다리를 다쳤어도 선우진의 신법은 여전히 뛰어났다.

파산 사 조는 좀처럼 그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전방에 웬 마을 하나가 운당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마을이?’

***

혈우련의 살수들은 선우진 일행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 마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애써 준비한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됐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기다림과 반복은 살수인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도 익숙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살수들은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정리해야 하는 것들은 함정이었다.

혈우련의 살수들은 나중에 다시 쓸 수 있도록 마을 전체에 깔아 놓은 암기와 독들을 조심스럽게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모두 수거하고 나면 그다음으론 마을의 흔적을 지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그들이 막 함정들을 거의 다 제거했을 때, 멀리서 선우진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뒤에 웬 무인들을 이끌고서였다.

- 놈이 돌아옵니다! 뒤에 웬 무인 여섯 명을 데리고 오고 있습니다!

- 놈이 돌아옵니다!

- 놈이 돌아옵니다!

마을 안에는 또다시 급박한 전음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 일의 책임자인 혈우련 사 호는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 모든 살수들은 정리를 멈추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라! 빨리!

그렇게 명령한 사 호는 드물게 자신의 위치인 객잔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 놈의 행동을 살폈다.

한번 지나간 자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야 아주 없는 일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저렇게 뒤에 무인들을 끌고 온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혹시 진짜로 우리의 정체를 파악한 건가? 그래서 지원군을 데려오는 거고?’

사 호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고민했다.

‘오히려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야 했던 걸까?’

하지만 그의 고민은 너무 늦은 것이었다.

그 순간 뒤로 육합검수들을 달고 마을로 진입한 선우진이 아무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샤아아악!

푸하악!

“!”

그가 스쳐 간 뒤로 피분수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 대항도 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냐?!”

선우진의 뒤를 쫓던 운당은 상상도 못 했던 놈의 만행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신이 살기 위해 무고한 일반인들을 죽이다니!”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혈우련 사 호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공격! 모두 공격해라!”

그 순간 방금 전까지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마을 사람들이 한순간 돌변해 그들을 덮쳐 오기 시작했다.

슈하아아악!

휘리리리릭!

“!”

운당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방에서 마을 사람들이 몸을 날려 그들을 덮쳐 오고, 팔방에서 암기가 쏘아져 오고 있었다.

혈우련의 살수들이 선우진과 한패라고 생각한 그들을 총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정작 빠르게 스쳐 간 선우진보다도 그들이 훨씬 더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뭐냐?! 대체 뭐냐?!”

운당은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놈이 무고한 백성들을 죽이는 듯싶더니. 갑자기 그 무고한 백성들이 악귀로 변해 자신들을 습격하는 이상한 상황.

아무래도 인과 관계가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상황을 따지는 것보단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였다.

운당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모두 죽여라!”

그러자 육합검수들이 각자 스스로를 방어하며 살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티티팅! 슈학! 푸하악!

사방에서 암기가 튕겨 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운당은 진의 중심에 선 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엄청난 난전과 살육이 진행되고 있건만 아무런 비명도 기합도 들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공격할 때도, 심지어 죽어 갈 때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운당은 그제야 이들이 누구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살수였구나!’

그리고 그 순간 또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정작 자신들을 이 사이로 데리고 온 놈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

없었다.

선우진도, 그와 싸우는 살수들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놈이 자신들을 이곳에 밀어 넣고 자신만 빠져나가 버렸던 것이었다.

운당이 분노한 소리를 토해 냈다.

“이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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