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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34화 (221/359)

234화 귀멸육합검진과 하원달기-2

육합검수 파산 사 조의 조장인 운당이 선우진이 사라진 것을 눈치챘을 때, 혈우련의 살수 사 호 또한 선우진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살수들의 공격이 저 육 인의 검수에게 집중된 사이 먼저 구석으로 빠지며 살수들을 학살하던 그가 어느 순간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던 것이었다.

그로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상대의 신법이 뛰어나다 해도 이형환위라도 쓰지 않는 이상 저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사 호는 이 상황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목표물을 놓친 채 전혀 상관없는 자들과 싸우느라 쓸데없는 희생만 만들고 있다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시작한 싸움이기에 중간에 후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살수들을 물려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원래 멀리서 지켜보던 그는 은신한 채 전투가 벌어진 지역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조금씩 조금씩 살수들에게 전음을 보내 중요한 전력부터 뒤로 빼 볼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 찾았다!

‘음?’

은신하고 있던 자신에게 정확히 전달된 전음에 그가 당황했던 순간, 문득 그가 은신하고 있던 그림자 속에서 검이 하나 솟구쳐 올라왔다.

푸욱!

“!”

사 호는 그림자 속에서 갑자기 솟아나 자신의 가슴을 꿰뚫어 버린 검날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쑤우욱!

하지만 검날이 가슴에서 천천히 빠져나가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바닥에 쓰러졌을 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놈이 어떻게 은신술을….’

***

‘다른 놈은 더 없을까요?’

- 글쎄, 일단 내게 느껴지는 놈은 없군.

마음을 느끼는 묵랑의 조언에 따라 책임자로 보이는 살수를 죽인 선우진은 이제 다시 구석으로 가 은신한 채 눈앞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러자 후퇴하란 명령을 받지 못한 살수들이 마치 몸을 갈아 넣을 듯 형산파의 육합검진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쉬이익!

사방에서 검을 찌르고.

휘리리리릭!

팔방에서 암기를 날렸다.

심지어 독을 뿌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형산파의 실전됐던, 어쩌면 그 부작용 때문에 실전시켰을지도 모를 검진, 귀멸육합검진의 위력은 과연 놀라웠다.

운당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 육합검수들의 방어가 가히 철통과도 같았던 것이었다.

톱니바퀴 같은 그들의 움직임에 어떤 것도 그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분쇄되고 있었다.

그것이 암기든, 사람이든 말이다.

티팅! 티티팅!

촤악! 푸하악!

아주 잠깐 사이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던 수많은 살수들이 갈려진 살점이 되어 주변에 흩뿌려져 버렸다.

그러자 두려움 따위는 전혀 모를 것 같던 혈우련의 살수들도 이제 슬슬 망설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

“…….”

아무리 휘젓고 들이받아도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막아 내는 형산파의 검사들도, 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죽었는데도 아직 아무런 명령도 보내지 않고 있는 사 호에 대한 의문도, 모두 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이제 그들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그리고 파산 사 조의 조장 운당은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챘다.

이 마을에 있는 살수들 중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실력자가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운당은 바로 조원들에게 명령했다.

“흩어져 척살하라! 아무도 놓치지 마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육합검수들이 화살처럼 다섯 방향으로 쏘아졌다.

파앗!

“!”

살수들은 갑작스러운 그들의 기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특히 천천히 뒤로 빠지려 하고 있던 높은 순번의 살수들은 더욱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파박!

어차피 도주할 생각이었던 높은 순번의 살수들은 이제 망설이지 않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혈우련의 살수들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가뜩이나 실력도 부족하던 낮은 순번의 살수들은 고 순번의 살수들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는 모두 전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항상 명령에 따르기만 했던 그들은 계속 대항해야 할지 저들을 따라 도주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끔찍한 학살의 시간뿐이었다.

푸하악!

촤아악!

푸학!

사방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비명 한 점 없는 고요한 죽음의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흥! 별것도 아닌 것들이.”

파산 사 조의 조장 운당은 제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선 채 자신의 조원들이 살수들을 척살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압도적으로 적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인파랑이라는 놈에게 농락당했다는 분노도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타닥!

섬뜩한 느낌과 함께 등에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그의 몸.

“?!”

운당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순간 온몸에서 식은땀이 솟아 나오고 있었다.

‘점혈이라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방금 전까지 조원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던 자신의 뒤에 어떻게 다른 누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절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 봐도 그의 몸은 여전히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당황한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잘 알겠지만 네 조원들은 계속 싸우도록 놔둬야 할 거야. 누구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순간 네 목숨은 그대로 끝날 테니까.

운당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전음으로 들린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파랑이라고?! 놈이 어떻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놈이 어떻게 살수들처럼 은신술을 쓴단 말인가.

그것도 다른 살수들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인 듯한 은신술을 말이다.

‘설마 놈의 출신이…?’

하지만 운당은 그런 것을 궁금해할 때가 아니었다.

그가 정작 궁금해해야 할 건 그 자신의 미래였으니까.

선우진은 순식간에 운당을 데리고 은신술을 전개해 아무도 없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운당의 아혈을 풀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아마 빨리 대답해야 좀 편해질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서늘하게 웃는 그의 미소는 운당에겐 마치 사신을 보는 듯 섬뜩해 보였다.

***

촤아악!

푸하악!

파산 사 조의 육합검수들은 도망치는 살수들을 끝까지 쫓아가 모두 살해했다.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이 그것이었기에 그들의 행동엔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해치울 살수들을 찾지 못했을 때, 육합검수들은 원래 운당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엔 이미 운당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서 있는 자는 바로 선우진이었다.

선우진이 묵랑에게 물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 글쎄.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선우진이 원래 운당을 고문해 캐내려고 했던 것은 귀멸육합검진의 약점이었다.

그에게 검진의 원리와 수련 방법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으면 약점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들으며 막상 선우진이 떠올린 것은 원래의 목적과는 좀 다른 약간 엉뚱한 생각이었다.

선우진이 운당을 고문했을 때, 그는 놈이 한 말이 너무 어이가 없어 이렇게 되물었었다.

‘고를 이용한 거였다고?’

그러자 짧은 시간 동안 맛본 칠 단계 분근착골술의 고통에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운당이 황급히 대답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문파가 아닌 사람에게 충성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인성을 잃은 조원을 추행하기까지 했던 그에게 강한 정신력 따위가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렇소! 내가 어미 고를, 그들은 새끼 고를 복용했소! 그래서 그들이 본능적으로 내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요! 간단한 명령이라면 심상으로도 전달할 수 있소!’

고의 종류는 원래 그 키우는 방법과 사용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예전의 사천살문처럼 고를 복용시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지만, 달리 위치를 추적하게 만들거나, 사람을 유혹하거나, 이성을 흐리게 만드는 수단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형산파는 그 고를 자기 문파의 검사들을 검진의 부품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었다.

묵랑이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정파라는 놈들이… 정말 대단하군. 혈교 놈들과도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짓 아닌가? 아니, 실제 혈교의 비법을 가져다 쓴 것일지도 모르겠군.

선우진은 묵랑으로부터 혈교 섭혼술의 최고봉이 고를 주입해 상대를 조종하는 혈고술이라는 얘기를 이미 들은 바 있었다.

그런데 구대문파의 하나인 형산파가 그들과 똑같은 짓을 자행했던 것이었다.

아무리 힘을 추구한다고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임에 분명했다.

선우진은 참담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는 묵랑에게 물었다.

‘고를 빼내면 그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묵랑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후우우. 아마 힘들걸세. 이자의 얘기를 듣자 하니 형산파는 먼저 그들의 인성을 말살한 뒤 고를 이용해 손쉽게 그들을 조종한 것 같더군. 그러니 갑자기 고를 빼 준다고 해도 말살된 그들의 인성이 돌아올 수는 없네.

‘…그렇군요.’

안타까운 얘기였다.

묵랑의 말대로라면 아무래도 그들을 죽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묵랑이 다시 말했다.

- 하지만 이런 방법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그들에게 다른 기억을 덮어씌워 준 후 회복시키는 방법 말일세.

기억을 덮어씌워 준다고?

그 말에 선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묵랑에게 물었다.

‘…다른 기억을 덮어씌워 준다고요?’

- 그래. 그러니까….

묵랑의 설명은 그랬다.

원래의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인격을 되살리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기억을 덧씌워 다른 사람으로서 살게 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 다만 그러기 위해선 그들을 섭혼한 상태여야 하네. 섭혼자가 좋은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천천히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거지. 아주 조금씩 그들에게 기억을 덧씌운 후 그들의 기억과 인격이 완성됐을 때 섭혼에서 벗어나게 해야만 하는 걸세.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사천살문을 치고 입수했던 고를 빼내는 약으로 운당에게서 빼낸 고를 자신이 삼키는 결심을 말이다.

자신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고의 존재를 느끼며, 선우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육합검수들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후우우.”

긴장감이 차올랐다.

계획은 아직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묵랑도 고를 삼킨 것만으로 그들이 선우진을 조장으로 인식할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선우진을 향해 다가오다가 문득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멈춘 채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우진이 작게 탄식하며 묵랑에게 말했다.

‘어르신의 말씀대로 인성은 말살됐지만 그럼에도 판단력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닌 모양이로군요.’

- 그래, 저들을 위해 좋은 일이긴 한데 이 순간이 좀 어렵게 됐군.

그들은 선우진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어미 고로 인한 본능의 이끌림과 그들의 기억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문득 몇몇 검수의 눈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약간의 인성이 남아 있는 자들이 선우진을 적으로 규정하는 쪽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선우진이 그들을 보며 묵랑에게 말했다.

‘이제 어쩔 수 없겠군요.’

그러자 묵랑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그렇군. 어쩔 수 없겠어. 그것만큼은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는데 말일세.

묵랑은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선우진에게 구결을 전해 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묵랑이 천마신공을 묵랑심법으로 개조하며 막아 놨던 천마만의 섭혼술, 바로 지존신안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구결이었다.

그 구결을 들은 선우진은 바로 지존신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묵랑심법이 천마신공을 뿌리로 한 심법인 데다, 예전에 흑혈환마 두당을 상대할 때 묵랑이 선우진의 몸으로 그것을 쓴 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우진은 문득 눈을 감고 구결을 운기해 봤다.

천마신공과 묵랑심법과의 차이와 그 둘을 서로 소통시키는 방법이 손에 잡힐 듯 훤히 보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육합검수 중 두 명이 마침내 검을 뽑아 들고는 선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챙! 챙!

파박!

일격에 죽여 버리겠다는 듯 맹렬한 기세였다.

슈하악!

그 순간이었다.

선우진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

그러자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안광이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화아악!

“!”

“!”

달려들던 육합검수들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선우진의 황금빛 안광이 그들의 심혼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은 지존신안으로 육합검수들의 눈을 바라본 채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내가 너희의 조장이다. 또한 너희의 유일한 명령권자이기도 하다.”

잠시 후, 육합검수 다섯 명은 모든 적의가 사라진 표정으로 선우진의 뒤에 도열했다.

선우진이 의도치 않게 형산파의 비밀 전력인 육합검수 파산조 한 개 조를 얻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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