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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35화 (222/359)

235화 귀멸육합검진과 하원달기-3

선우진이 파산 사 조를 유인해 가 버린 후, 하원달기 연태진은 최선을 다해 파산 칠 조와 부딪쳤다.

기대했던 인파랑이란 놈은 어이없게도 도망쳐 버렸지만, 적어도 여령색마의 후계자를 꿈꾸는 자신이 적들을 앞에 두고 도망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센 의지만으로 극복하기에 귀멸육합검진의 위력은 너무나도 강했다.

“하아압!”

다홍색 강기를 뿜어내 거대해진 연태진의 정권이 검진의 가운데를 강하게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녀의 혼신의 힘을 다한 정권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아 낸 두 명의 검수는 뒤로 가볍게 튕겨 날 뿐이었다.

그리고 자리를 바꾸듯 두 명의 검수가 앞으로 나오며 그녀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여태껏 계속 반복된 상황이었다.

연태진은 이를 악물었다.

‘대체 어떻게?!’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저들은 초절정의 벽을 넘은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내공 팔십 년 정도나 될까 싶어 보이는 자들이었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의 혼신의 힘을 다한 권격을 가볍게 막아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젠장!”

연태진은 거친 말을 내뱉으며 자신을 습격해 온 검들을 몸을 휘돌리며 막아 냈다.

타탕!

그러자 바로 다음 공격이 들어왔다.

이번엔 두 검수의 사이, 발밑 쪽에서 솟구쳐 오는 검격이었다.

으드득!

이를 악문 연태진은 발로 검 면을 걷어찼다.

빛살처럼 찔러 오는 검격을 발로 걷어차 막아 낸 놀라운 수법이었다.

터엉!

하지만 상대의 공격을 막아 냈어도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져들 뿐이었다.

처음에 뒤로 물러났던 두 명의 검수들이 어느새 그녀의 뒤를 둘러싼 채 검을 휘둘러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앞쪽에 있는 두 명의 검수들과 함께 네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이었다.

“이익!”

연태진은 도저히 그것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하아아압!”

기합과 함께 그녀의 온몸에서 다홍색 호신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투투투퉁!

네 자루의 검이 호신강기 위를 두드리고는 튕겨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도 검진은 깨지지 않았다.

검을 회수한 네 명의 검수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다시 진법의 머리인 운경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아주 약간의 틈도 보이지 않는 검진이었다.

‘저게… 형산파의 무학인가?’

연태진은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했다.

방금까지 사용한 호신강기가 벌써 세 번, 이제 한 번만 더 사용하게 된다면 자신의 모든 공력은 다 소진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땐 모든 것이 다 끝나버릴 테고 말이다.

문득 연태진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도망갈까?’

어차피 인파랑이라는 놈도 도망치지 않았던가.

놈의 일행들도 이미 약속되어 있었는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도망친다고 해서 아무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도망치는 게 가능한 것도 아마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다시 저 끔찍한 검진과 맞붙게 된다면 호신강기를 쓰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다가오는 검진을 보며 잠시 고뇌하던 연태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나는 하원달기 연태진이다!”

몇 년 전 혈해마도 윤삭의 종적이 사라졌을 때 연태진은 무척 큰 상실감을 느꼈었다.

그의 무위와 악행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언젠가 자신이 반드시 그를 토벌하고 말 거라며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그랬었다.

수없이 많은 악행을 듣고도 망설였었다.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강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을 하다 결국 영영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었다.

‘그런데 지금 또 도망간다고? 절대! 그렇게 살진 않겠어!’

마음을 굳힌 연태진은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제 기회는 단 한 번.

이번에도 이제까지와 같다면 자신의 생명은 여기서 끝날 것이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가오는 검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휘자로 보이는 검수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검수들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다가오고 있었다.

약점은 너무도 분명해 보였다.

중심의 지휘자.

그자만 처리하면 검진을 깰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연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생각으로 돌진하다 계속 똑같은 상황에 처했었지.’

어쩌면 중앙의 검수는 덫인지도 몰랐다.

그를 향해 돌진하다 보면 어느새 저들에게 사방에서 둘러싸이게 되곤 했으니까.

그러니 이번엔 뭔가 다른 걸 찾아야만 했다.

‘어쩌면 답은 중심이 아니라 바깥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방에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차근차근 바깥부터 한 명씩 무너뜨렸어야 했던 건지도.

진작 아까 시도해 봤다면 좋았을걸.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쩔 수 없지.’

연태진은 제자리에서 가볍게 통통 뛰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체격이 작고 힘이 약한 그녀가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울 때마다 쓰곤 했던 방식이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싸울 일이 없었는데, 연태진은 드디어 상대가 자신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던 것이었다.

통! 통! 통!

가볍게 제자리에서 뛰던 연태진은 검진이 다가오는 순간 확 달려들었다.

파박!

속도는 아까와 비슷하지만 아까보다 훨씬 더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그러자 다시 두 명의 검수가 앞으로 나서며 그녀를 막아서려 했다.

‘역시!’

연태진은 달려든 힘으로 그들을 향해 쌍장을 날렸다.

파방!

하지만 그들을 쓰러뜨리려 하기보단 밀어내려는 의도를 지닌 쌍장이었다.

두 명이 뒤로 빠지며 순환하듯 두 명의 검수가 검격을 날려 오는 순간, 연태진 또한 쌍장의 반탄력을 이용해 가볍게 뒤로 물러섰던 것이었다.

샤아악!

검격이 그녀의 한 치 앞을 스쳐 지나가고,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돌아왔다.

쉬이익!

두 검수의 머리 위로 한 명의 검수가 급습을 가해 오고 있었다.

앞서 전력으로 부딪쳤다면 대응할 수 없었을 급습.

하지만 이번에 앞에서 가볍게 부딪쳤던 연태진에겐 여력이 있었다.

그녀는 빛살처럼 찔러 오는 검에 집중해 몸을 휘돌리며 그것을 후려 찼다.

파앙!

검 면을 정확히 발로 차 비켜 내는 한 수, 너무도 난이도가 높고 실패하면 엄청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한 수였지만, 칼끝처럼 집중했던 연태진은 결국 그것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됐어!’

주먹을 불끈 쥔 연태진은 바로 한 바퀴를 더 휘돌았다.

휘리릭!

그리고 검수를 향해 선풍각을 작렬시켰다.

빠아아악!

“크헉!”

상대의 몸통에 제대로 들어간 발의 감촉이 짜릿했다.

자신의 각법에 피를 뿌리며 뒤로 튕겨 나는 검수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검진의 한 축을 부수는 데 성공했던 것이었다.

‘됐…!’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환호하려던 연태진은 경악하고 말았다.

어느새 연태진의 주변을 네 명의 검수가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쉬이이익!

그들이 동시에 검을 찔러 넣었다.

연태진으로선 도저히 방어할 수 없는 시점의 공격이었다.

심지어 호신강기를 방출하기에도 늦은 것 같았다.

“으윽!”

마지막을 예감한 연태진의 두 눈이 아득해졌다.

그때였다.

슈하아악!

어디선가 네 개의 붉은 강환이 육합검수들에게 날아들었다.

검수들이 그대로 검을 찌른다면 도저히 방어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속도였다.

콰콰콰쾅!

강환의 폭격에 땅이 뒤집혔다.

하지만 검수들은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연태진 한 명을 잡으려고 조원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으니 파산 칠 조의 조장인 운경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검수들이 다시 검진을 형성한 채 운경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 때였다.

운경이 전방을 향해 소리쳤다.

“누구냐?! 누가 감히 형산파의 행사에 끼어드는 것이냐?!”

그가 누구인지는 흙먼지가 가라앉자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붉은 무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과 사내다운 생김새의 청년이 연태진의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근처에서 은신한 채 그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끼어든 설풍이었다.

아까 선우진은 파산 사 조를 끌고 가기 전 손대수에게는 자신이 물러서면 일행들을 이끌고 자신 쪽으로 오라고 전음을 날리고는, 설풍에겐 일행들이 없을 테니 좀 지켜보다 혹시 그녀가 위험해지거든 도와주라고 전음을 보냈었다.

그녀에 대한 평판이 나쁘지 않으니 자신 때문에 여기서 죽게 만들기는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설풍은 형산파 운경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연태진에게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함부로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소저. 저는 선… 인파랑의 의형 되는 사람입니다. 의제의 부탁으로 저들을 정리하고자 하는데, 혹시 제가 저들을 좀 상대해도 되겠습니까?”

이미 나서유의 마음을 확인하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기로 결심한 설풍은 더 이상 여인 앞에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정중하지만 당당한 태도에 방금 전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연태진은 살짝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 네.”

그녀가 허락하자 설풍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감사합니다, 소저. 그럼.”

설풍은 이제 목을 뚜둑 소리 나도록 꺾으며 육합검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들에게로 가까워지는 그의 웃음이 점점 맹수처럼 사납게 변해 가고 있었다.

아까부터 그들을 지켜보며, 설풍은 귀멸육합검진의 위력에 무척 감탄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들과 붙어 보고 싶다는 충동에 몸이 근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 기회가 온 것이었다.

맹수와 같은 눈빛을 한 설풍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자, 어디 한번….”

다음 순간, 설풍의 신형이 맹호처럼 그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파앙!

콰아아앙!

설풍의 강격이 육합검수 한 명을 두드렸다.

그러자 마치 물컹한 표면을 때린 듯한 느낌과 함께 그자가 뒤로 튕겨 나갔다.

“호오!”

설풍이 그 느낌에 신선해하며 탄성을 내뱉을 때, 튕겨 난 검수와 자리를 바꾸듯 양쪽에서 두 명의 검수가 급습해 왔다.

쉬이이익!

그야말로 벼락같은 검격들이었다.

설풍은 급히 양쪽으로 쌍장을 뻗어 두 사람을 튕겨 내야 했다.

퍼펑!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연태진이 안타깝게 소리쳤다.

“안 돼! 그들을 튕겨 내면…!”

그 순간, 각각 튕겨 나는 검수들의 발밑과 머리 위에서 두 명의 검수가 급습해 들어왔다.

이전의 공격보다 더 빨라진 급습, 연태진이 계속해서 당해 왔던 과정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슈하아악!

하지만 설풍의 얼굴엔 다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몸을 한 바퀴 휘돌리며 연환각으로 두 검수의 검을 정확히 후려 차는 묘기를 보여 주었다.

파팡!

“!”

연태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 연태진이 해냈던 기예를 한 차원 더 높여서 성공해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멸육합검진의 끈끈한 늪은 이제 완전히 설풍을 감싸 버린 것만 같았다.

어느새 설풍의 후방을 점한 세 명의 검수가 삼면에서 검을 찔러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쉬이이이익!

완전히 설풍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의 공격이었다.

“으윽!”

연태진은 마치 자신이 당한 듯 이를 악물었다.

아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호신강기로 방어해 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설풍은 그러지 않았다.

빙긋이 웃음 지은 설풍이 중얼거렸다.

“이런 느낌이었군.”

그러곤 한순간 팽이처럼 몸을 팽! 회전시켰다.

슈하아악!

타타타탕!

“!”

그 순간, 설풍을 찌른 세 자루의 검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그러자 그 놀라운 무위에 연태진은 물론 형산파의 운경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호신강기를 쓰지도 않은 채로 저 급습을 모두 튕겨 냈던 것이었다.

뒤이어 설풍을 향한 두 명의 공격 또한 마찬가지였다. 팽이처럼 맹렬히 회전하는 설풍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가고 말았다.

터텅!

육합검수들은 이제 차마 회전하고 있는 설풍을 공격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다시 빙글빙글 돌며 방어를 굳혔다.

그러자 설풍 또한 천천히 회전을 멈췄다.

지난 날, 선우진이 남십자검을 익히는 동안 설풍과 증칠 역시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선우진이 꿈속에서 신선께 받았다며 두 사람에게 각각 다른 무공을 전수해 준 덕분이었다.

그중 설풍에게 전해 준 무공은 비사영에게도 전해 줬던 무황의 황룡무상강기와 더불어 전륜박이라는 무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설풍에게 말해 주지는 않았지만 과거 검신과 더불어 천하제일인을 다퉜던 뇌신의 성명절기 풍뢰박의 밑거름이 되었던 무공이기도 했다.

설풍이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자, 구경은 다 했으니 이제 끝을 내 볼까?”

“흥!…….”

운경은 마치 이제까지는 구경에 불과했다는 듯한 그의 말에 코웃음을 치려 했다.

하지만 어쩐지 더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있는 설풍의 기세가 마치 도약을 준비하는 거대한 맹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기세와 어쩐지 거대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정말 아까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운경은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모두 대비하라!”

그 순간 설풍이 도약했다.

파아앙!

폭진보까지 사용한 벼락같은 급습이었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공간을 축약한 듯한 그의 돌진에 두 명의 검수가 포탄처럼 튕겨 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인성이 말살된 육합검수들에게서 처음으로 인간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던 것이었다.

“어억?!”

그 상황에 운경 또한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귀멸육합검진을 사용하며 서로 공유하고 있던 공력의 고리가 끊어졌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너무 거대한 충격이 육합검진을 부숴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가 육합검진을 완성한 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설풍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돌진하면서도 회오리처럼 몸을 휘돌린 그의 난격이 양쪽에서 검을 찔러 오던 두 명의 검수를 난타했다.

빠바바바바박!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운경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설풍을 지켜보았다.

뻐어억!

“커어억!”

두 명의 검수를 분쇄해 버린 그가 다시 맹호처럼 후려친 강격에, 자신의 앞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명의 육합검수마저 허수아비처럼 날아가 버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가 멍하니 중얼거릴 때였다.

푸욱!

설풍의 수도가 그의 가슴을 두부처럼 꿰뚫었다.

“커헉!”

운경은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마지막으로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진법이지만 운용하는 자의 능력이 너무 떨어지는군. 아쉬워.”

그게 그가 자신의 귀로 들을 수 있었던 마지막 소리였다.

설풍은 운경의 가슴에서 수도를 빼내고는 무심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검진을 깨기 위해 최대한 강력한 타격을 가한 덕분에 검진의 구성원들은 모두 즉사한 상태였다.

그가 중얼거렸다.

“힘이 과했나? 전륜박에는 좀 더 익숙해져야겠군.”

그런 그를 하원달기 연태진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껏 그녀가 본 중 가장 호쾌하고 압도적인 싸움이었다.

***

잠시 후, 육합검수들을 대동한 선우진은 다른 일행들을 만난 후 바로 설풍이 싸우고 있을 현장으로 돌아갔다.

“형님! 육합검수들은….”

선우진은 검진의 머리인 조장 한 명만 처리하면 된다는 말을 하려다, 문득 사방에 널려져 있는 육합검수들의 시신을 보고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어쩐지 허탈한 표정으로 설풍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근에 여인 공포증이 없어졌던 설풍이 어쩐지 그때만큼이나 당황한 표정으로 쩔쩔매고 있었다.

바로 그에게 바싹 붙어 있는 하원달기 연태진 때문이었다.

“은공, 저는 연태진이라고 합니다. 세인들은 하원달기라고 불러 주고 있죠. 아마 제가 달기만큼이나 예쁜가 봐요, 호호호!”

“아아, 예, 예. 그, 그러시군요.”

“어머! 은공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요? 제 이름은 이미 말했으니 은공의 성함은 혹시…?”

“예, 예? 아, 제 이름은 말하기가 좀….”

그러했다.

선우진은 아까까지 사내보다도 더 상남자 같던 그녀가 너무나도 여성스러운, 게다가 애교까지 가득 섞인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나서유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죄송합니다, 나 소저. 차라리 증 형님께 부탁을 할 걸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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