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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43화 (230/359)

243화 신묘검봉

선우진의 머릿속에서 묵랑이 폭소를 터트렸다.

- 하하하하하! 점입가경이로군!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상황이야!

선우진은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해남인가와 사가의 생존자들이 자신을 후계자로서 따르는 건 이미 계산 안에 있었던 일이었다.

또한 진태도를 타도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 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그 이후의 뒤처리가 매우 곤란해지긴 하겠지만, 해남파의 신물인 백호검과 해남인가의 남십자검을 넘겨준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일은 아니었다.

갑자기 인파랑의 정혼자라니, 사전 정보는커녕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 닥쳐와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저 말이 진짜일까? 진짜 인파랑의 정혼자가 그녀일까? 아니면 혹시 내 정체를 의심하고 떠보려고 하는 건 아닐까? 인파랑이 진짜 저 여인의 정혼자라면 묘청주는 사돈이 될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수많은 의문들이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지만, 여유 있게 그것들을 고민해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녀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다른 해남파의 사람들도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선우진은 여전히 웃음을 그치지 못하고 있는 묵랑에게 짜증을 내며 물었다.

- 제 곤란함은 그만 좀 즐기시고 저 말이 맞는지 확인 좀 해 주십시오! 저 여인의 말이 맞는 겁니까?

그 질문에 묵랑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 크크큭! 아, 이렇게 웃어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군. 정말 자넨 최고의 후계자라니까.

‘어르신!’

- 알았네, 알았네. 그래, 뭘 물었었지? 아, 저 여인의 말이 진실이냐고? 맞네. 그녀가 자네의, 아니 인파랑의 정혼자라는 말은 분명 진실인 것 같네.

묵랑의 말에 선우진은 약간 안심했다.

적어도 자신을 떠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묵랑의 다음 말이 바로 이어지자 그 잠깐의 안심도 곧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저 여인이 자네를 의심하고 있는 것 또한 맞는 것 같네.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하군.

선우진은 속으로 욕을 뱉었다.

‘젠장.’

그러곤 겉으로는 완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저 지난 일, 다 잊어버린 일일 뿐이오. 애초에 원수의 딸과 정혼이라니,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오? 설마 그런 이유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구려.”

이 말은 그녀가 정혼자임을 몰랐던 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변명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말해 놓고도 변명이 너무 구질구질하고 길었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게다가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이 전혀 납득한 것처럼 보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어쩐지 확신에 차 보이는 눈초리가 자신이 인파랑이 아님을 확신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난감하군. 차라리 원수의 딸이라며 무시해 버릴까?’

선우진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묘아란이 갑자기 풀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절절하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부디 한 번만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제 얘기가 만약 가당치 않은 것이거든 우리 부녀 모두를 참하셔도 좋습니다. 부디 단 한 번만 제게….”

그림처럼 단아한 여인이 절절한 표정과 목소리로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광경은 모두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해남파 무인들의 표정이 조금씩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선우진의 귀에 전음이 들려왔다.

- 잠깐만 저와 얘기를 나누시지요. 공자께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바로 묘아란의 목소리, 분명 눈앞에 있는 그녀와 같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밖에서 듣는 목소리와 전음으로 듣는 목소리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밖에서는 절절하게 사정하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전음에서는 아주 냉정하게 거래를 제안하는 듯한 느낌으로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선우진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여인, 내가 인파랑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구나.’

그러자 묵랑 또한 그 생각에 동의했다.

- 아마도 그런 것 같네. 마음속이 이제 확신으로 가득 차 있군.

선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녀가 다른 곳에 발설하기 전에 그녀의 입을 막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그녀를 죽이기엔 너무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선우진이 그렇게 결심하자 머릿속에서 묵랑이 웃으며 말했다.

- 오오! 아름다운 정혼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되는 건가? 그것참 설레는군!

선우진은 묵랑의 존재가 이렇게 거슬리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며 묘아란에게 말했다.

“좋소. 잠깐이라면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소. 잠시 자리를 옮깁시다.”

그러곤 해남인가와 사가의 무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무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는?”

그러자 사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무사가 절도 있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과거 백호사대의 대원이었던 현청군이라고 합니다! 아마 공자께선 잘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십여 년 전, 일개 무력대의 대원이었던 자가 성장해 이제 해남인가와 해남사가의 무사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가 되었다는 얘기였다.

선우진은 그의 앞으로 가 자신 또한 한쪽 무릎을 꿇고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잊지 않아 줘서, 지금껏 버텨 줘서 고맙소, 현 무사.”

그러자 현청군이 놀란 눈으로 선우진을 바라봤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감격한 현청군의 눈동자가 덜덜 떨려 오고 있었다.

“소, 소주.”

선우진은 진중한 눈빛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대들에게 다른 것을 약속할 수는 없소. 하지만, 이 한 가지만큼은 목숨을 걸고 약속하겠소. 내 반드시 그대의 세월을, 그리고 저들의 세월을 놈에게 되갚아 주겠소. 그래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인가와 사가의 분들을 위무하겠소.”

그 말에 현청군은 더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계속 그를 보고 있다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질끈 감은 그가 절절하게 소리쳤다.

“저희가! 끝까지 소주의 옆을 지키겠습니다!”

선우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단 항복한 흑룡함 무사들의 처리를 부탁하오. 그동안 묘 소저와 잠시 얘기를 나눠 보겠소.”

그러고는 묘아란을 향해 가려고 할 때였다.

현청군이 문득 그의 등 뒤로 말했다.

“소주! 묘아란 아가씨를 너무 원망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묘청주 가주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또한 자가주님, 유가주님과 함께 저희가 진태도의 눈을 피해 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선우진은 잠시 멈칫했다.

묘아란이 아버지의 눈을 피해 인가와 사가의 무사들을 도와줬을 거라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여기서 제거하는 선택지는 아예 삭제해야만 할 것 같았다.

“…고려하겠소.”

그렇게 말한 선우진은 묘아란과 함께 조금 외딴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묵랑이 다시 말을 걸었다.

- 자넨 정말 나쁜 남자가 맞군. 여인들의 주적이 틀림없어.

그 말에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러자 묵랑이 대답했다.

- 진 소저를 좀 보게.

묵랑의 말에 선우진은 의아한 눈빛으로 진소은 쪽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처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진소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 왔다.

***

“파랑 오라버니는 어떻게 되신 거죠?”

사람들과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을 때 묘아란이 처음으로 선우진에게 물어 온 질문이었다.

역시 그녀는 선우진이 인파랑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선우진으로선 바로 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일단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고작 할 말이 그런 것이라면 난 이만….”

그러자 묘아란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말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파랑 오라버니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던 나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오라버니의 오른쪽 눈 밑에 난 작은 점도, 왼쪽 볼에만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도요.”

눈 밑의 작은 점과 왼쪽 볼의 보조개라….

둘 다 컸다고 사라지기 힘든 특징들이었다.

‘젠장.’

반박할 말이 없었다.

둘 다 선우진에겐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십 년 전에 본 사람의 특징을 기억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묵랑이 사실이란 것을 확인해 준 데다, 선우진 자신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묘아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 내가 인파랑의 정혼자였다는 사실을 아예 알지도 못했었죠? 내가 그 말을 한 순간 눈빛이 흔들리는 걸 분명히 봤어요.”

선우진은 결국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번 싸움의 승패가 결정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완패로군.’

허탈한 한숨을 내쉰 그가 문득 묘아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소? 당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인파랑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오.”

그러자 묘아란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신이 비록 파랑 오라버니는 아니지만 적어도 오라버니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 확실했으니까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백호검, 그리고 당신이 사용한 남십자검, 파랑 오라버니와 관계가 있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죠. 게다가 당신, 진태도와 진짜로 싸울 생각인 거죠? 여기서 속도를 늦추고 있었던 것도 일부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고요.”

선우진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해청연 이후로 이 정도의 지혜를 가진 여인은 이 묘아란 소저가 처음이었다.

‘신묘검봉이라더니….’

게다가 그녀의 말에서 선우진은 또 다른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진정한 인파랑의 편이라는 것을, 아버지인 묘청주와 전혀 뜻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해남인가와 사가의 무사들을 지원해 줬다는 현청군의 말은 확실히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겠지.’

선우진은 마침내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해 주기로 했다.

적대할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십 년 동안 하루도 인파랑을 잊지 않았다는 그녀라면 진실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무거운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소저의 말이 맞소. 나는 사실 인파랑이 아니오. 그저 진짜 인 공자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인파랑 공자인 척하고 있었을 뿐이오.”

그러자 묘아란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녀가 충격받은 얼굴로 되물었다.

“유언… 이라고요? 그럼 정말 파랑 오라버니가…?”

선우진은 그녀에게 처음 인파랑을 만났을 때부터의 일들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그러자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모두가 죽었다고 말해도 저는 어쩐지 오라버니가 살아 계실 거란 믿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속 기다렸죠. 그랬는데, 정말 살아 계셨던 게 맞았는데…. 그랬던 오라버니가 그렇게 허무하게….”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진심으로 인파랑을 사랑했던 모양이었다. 십 년간 보지 못하고도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선우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해 줬다.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진심으로 유감이오. 미안하오, 소저.”

묘아란은 잠시 동안 소리도 없이 눈물을 쏟았다.

억지로 흐느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안타까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강한 여자였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그치고는 또렷한 눈빛으로 선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못난 꼴을 보였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선우진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제 정혼자의 복수를 결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형산파와 해남파, 두 거대 문파와의 싸움을 결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녀의 인사에 선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내 은인 같은 분의 부탁이셨소. 내게 감사할 일은 아니오.”

“그러셨군요. 하지만 사정이야 어쨌든 행동을 해 주신 분은 공자시니까요.”

그렇게 말한 묘아란은 이제 냉정한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녀의 눈 속에서 차가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복수심이라는 이름의 불꽃일 것이었다.

“제 짧은 생각으로 유추하건대, 공자께선 아마도 해남인가와 사가의 무사들을 해남파로 돌려보내시겠지요. 그렇지 않나요?”

선우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녀가 자신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문득 예전에 해청연과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척척 읽어 나가던 순간이 떠오르고 있었다.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라도 있소?”

그러자 묘아란이 확신하듯 대답했다.

“공자께선 진태도를 해남도에서 끌어내실 생각이시니까요. 마경에게 가겠다는 선언도, 굳이 우리를 기다렸다 진태도의 부하들을 격파한 것도 그것을 노리신 거겠죠. 진태도가 참지 못하고 직접 공자를 찾으러 나온 사이, 반대파가 해남도를 장악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이젠 헛웃음마저 새어 나왔다.

해청연 이후 오랜만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만한 상대를 만난 것이었다.

“소저의 말이 정확하오. 아마 소저는 나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일 것 같구려. 혹시 소저께선 그 계획에 대해 내게 조언해 줄 말이 있소?”

그러자 묘아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도 해남파를 위해선 공자의 계획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이 감탄했었구요. 하지만… 정작 진태도를 끌어들일 공자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혹시 따로 진태도를 물리칠 계획, 또는 물리칠 수 있다는 확신이라도 갖고 있으신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선우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직접 보지도 못한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을 상대하는 일에 어찌 확신이 있을 수 있겠소. 다만 계획이라면….”

선우진은 손대수를 통해 알게 된 형산파와 마경의 상황, 그리고 그들을 이용한 자신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 줬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소. 다만 소저께서도 이미 느끼셨겠지만, 이 계획엔 변수가 매우 많기에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소. 그때그때 임기응변에 기대야 할 확률이 높겠지요.”

묘아란은 선우진의 말에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곤 무거운 얼굴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너무… 위험하군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시나요? 공자와는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일 텐데요.”

그러자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말했듯 나보단 내 은인 같은 분께서 원하신 일이요. 그리고… 가끔은 그저 옳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나설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야 무림도 살 만한 곳이 될 테니 말이오.”

묘아란은 맑게 웃음 짓는 선우진의 눈부신 얼굴을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감탄, 감사, 동경…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눈빛이었다.

그녀는 이내 깊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인 오라버니를 위해, 저희 해남파를 위해 나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무탈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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