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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44화 (231/359)

244화 겪어 본 적 없는 위협

‘해남파의 무사들이 전멸당했다!’

또 한 번 들려온 엄청난 소식은 남부 무림의 호사가들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인파랑, 그에 관한 소식이었다.

사실 해남파를 상대로 복수를 천명하고, 심지어 남해마경 만학숭에게로 가겠다고 선언한 인파랑을 해남파에서 찾아갈 거라는 건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예상했던 이들도 설마 흑룡함의 무사들까지 동원되리라는 예측은 하지 못했었다.

해남파의 최정예인 흑룡함의 무사들을 무려 이백 명이나 데리고 가다니, 이건 노골적으로 인파랑을 제거해 버리겠다는 의도를 보여 줬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들이 모두 전멸당하고 말았다.

심지어 인파랑을 만나러 갔던 세 가문의 가주, 묘청주, 자개추, 술모생과 함께 말이다.

호사가들은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인파랑의 복수극이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인파랑을 도와 그들을 죽인 자들이 그간 어딘가에 숨어 있다 나타난 해남인가의 잔존 무인들이라고 알려지며, 상황은 이제 어디로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과거 해남파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던 해남인가와 그 인가의 후계자가 함께 해남파에 적대하게 된 혼돈스러운 상황.

해남파의 입장에선 너무도 비극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자들에겐 아니었다.

그들에겐 이보다 더 흥미로운 상황이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떤 재미있는 글쟁이가 쓴 이야기도 이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는 않을 정도였다.

그들은 점점 더 이 흥미로운 복수극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해남검룡’

호사가들이 이번에 인파랑에게 새롭게 붙여 준 별호였다.

해남파에 복수하겠다며 남해마경에게 힘을 빌릴 것을 천명한 그에게, 사람들은 여전히 ‘해남’의 호칭을 붙여 줬던 것이었다.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의 행보가 단지 해남파에 싸움을 건 것이 아니라, 해남파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는 길이 될 거라는 것을.

해남마검과 해남검룡 두 사람 중 해남파의 진정한 주인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남부의 모든 무림인들은 이제 이 복수극의 결말을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광동성 해남도 해남파의 회의실.

해남파의 장문인인 해남마검 진태도는 광폭하게 포효하고 있었다.

“놈이 한 짓을 보시오! 이게 과연 해남인가의 후계자가 할 수 있는 짓이라고 보시오?! 아직도 놈이 진짜 인파랑이라고 생각하시느냔 말이오?!”

그의 분노한 목소리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늘 그의 주장에 인상을 찌푸렸을 해남오가의 가주 일도살경 오익덕도, 얼음 같은 표정으로 반론을 제기하곤 했던 용왕지궁 유해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저 무거운 표정으로 침음성을 흘릴 뿐이었다.

“으음.”

“흐음.”

자신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하자 진태도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씹어뱉듯 말했다.

“내가 갔어야 했소. 내가 가서 그놈의 만행을 막았어야만 했소! 그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검증한다고 우리가 치른 대가를 보시오! 자가주! 묘가주! 술가주! 마경과 싸울 때도 세 가문의 가주를 한꺼번에 잃어 본 적은 없었소! 해남파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사태란 말이오!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오?!”

물론 진태도는 그가 직접 가지는 않았지만 비밀리에 흑룡함의 무사들을 딸려 보내기는 했었다.

그런 점들은 충분히 의도가 의심스러운 일이었고, 그 부분에 대한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해응도, 오익덕도 거기에 대해 아무런 지적도 하지 못했다.

진태도의 말대로 세 명의 가주를 한꺼번에 잃은 일이 해남파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진태도는 그가 장문인이 된 후 처음으로, 아무런 가주들의 반대도 받지 않고 마음껏 소리칠 수 있었다.

“죽은 묘가주의 딸 묘아란 소저가 내게 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더구려! 부디 놈을 죽여 달라고!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해 달라고 말이오!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가겠소. 내가 가서 놈을 가루로 만들고야 말겠소! 그래서 해남파가 어떠한 곳인지를 만인에게 각인시켜 주겠소!”

그러곤 유해응과 오익덕을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아직도 반대하는 이가 있으리라 생각지는 않소. 하나 반대해도 상관없소이다. 이번만큼은 누구의 반대도 받지 않을 테니까! 유가주, 오가주, 신가주께서 반대하셔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내 뜻대로 하고 말겠소! 세 분 가주께서는 그렇게 아시오!”

그의 선언에 늘 그의 반대쪽에 서 있었던 유해응, 오익덕, 신두월은 그저 침중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애초에 인파랑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들은 이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 그들에게 더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자 진태도는 겉으로 누구보다 분노한 듯 포효하면서도, 속으로는 그간 맺힌 것들이 쑤욱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흑룡함 세 척의 무사들을 잃은 것은 충분히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덕분에 진짜 해남파의 지존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문득 진태도는 제일 먼저 자신에게 찾아와 준 묘아란에게 감사했다.

그녀는 해남도에 돌아온 후 제일 먼저 자신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었다.

‘제 아버지의 복수를 해 주세요. 그리고 묘가의 존속을 보장해 주세요. 장문인께서 그렇게 해 주신다면 십 년 전, 장문인께서 인계운 가주를 죽인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진태도는 섬뜩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역시 그놈은 진짜 인파랑이 맞았던 모양이었다.

묘아란이 십 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만약 이 사실을 유해응이나 오익덕 같은 자가 알게 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안도했다.

인파랑이라는 놈이 복수에 미쳐 자신의 편이 될 수도 있는 자가주를 죽인 것에,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진실을 알게 된 묘아란이 제일 먼저 자신에게 왔다는 사실에 말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제일 먼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십여 년 전의 그 사건을 다른 자들에게 들킬 뻔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진태도는 새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운이 따랐군.’

그녀가 자신을 찾아와 준 덕분에 인파랑을 죽일 수 있는 명분을 얻은 동시에 십 년 전의 그 일도 묻어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하늘이 보우하셨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태도는 그 후 그녀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막아 버렸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위험한 사실들을 알고 있는 그녀를 풀어놓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생각 같아선 그냥 그녀를 제거해 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 그러기엔 현재 그녀에게 쏠린 시선들이 좀 부담스러웠다.

아무래도 그녀에 대한 관심이 좀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미색이 좀 아깝기도 하지. 흐흐흐.’

아무튼 그녀에 대한 결정은 좀 나중으로 미뤄도 될 것 같았다.

지금 최우선 과제는 인파랑, 그 새끼 호랑이를 사냥하는 것이었으니까.

진태도는 속으로 웃음 지었다.

‘해남검룡? 크흐흐흐. 웃기는군. 해남의 진정한 주인이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죽기 전에 확인시켜 주마.’

남해거망, 또는 해남마검이라 불리는 진태도의 시선이 바다 건너 선우진을 향하기 시작했다.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이자 해남파의 진정한 최고수가 드디어 그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던 것이었다.

선우진에게 있어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위험이 아닐 수 없었다.

***

비슷한 시각, 호남성 형산 형산파.

그곳의 장문인인 위정국은 지금 무섭게 분노한 상태였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평소에 부르던 외당주라는 직책도 생략한 채 그냥 좌가균의 이름을 불렀을 정도였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씹어뱉듯 물었다.

“다시 말해 봐라, 좌가균. 파산 삼 조와 사 조가 어떻게 됐다고?”

그러자 형산파의 외당주 좌가균은 덜덜 떨며 다시 한번 보고했다.

“이, 인파랑이라는 놈에게 갔던 두 개 조는 아무래도 전멸한 것 같습니다. 놈과 접촉한 후 연락이 끊어졌고, 뒤이어 도착했던 정찰조들의 보고에 의하면 엄청난 수의 시신들과 함께 사 조장 운당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그러자 위정국의 눈에서 만년한설 같은 차가운 한기가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수의 시신이라고?”

그 차가운 기세에 좌가균은 진저리를 치며 급히 대답했다.

“예! 평범한 화전민 촌에서 일반 백성들의 옷을 입고 있는 시신들이었는데,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 모두가 다 무인들, 그것도 살수들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살수?”

“예! 그래서 조사대는 그들이 혈우련의 살수들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그의 보고를 들은 위정국은 씹어뱉듯 다시 물었다.

“혈우련이, 대체, 왜, 우리 파산조를 습격한단 말이냐?”

“거, 거기까지는 저도 잘….”

좌가균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이 상황에서 위정국에게 그게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위정국이 분노를 풀 곳을 찾으려는 듯 살기를 뿜어내며 좌가균에게 말했다.

“좌가균, 네놈이 그때 인파랑 그놈에겐 파산조 한 개 조면 차고 넘친다고 했었지. 근데 두 개 조를 보냈는데도 이 꼴이 났구나. 네놈 때문에 그 귀한 파산조 두 개 조를 잃게 되었으니. 널 이제 어떻게 해 줘야만 할까?”

그의 말을 들은 좌가균은 억울함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파산조 두 개 조를 보내기로 한 것은 자신이 아닌 위정국의 결정이 아니었던가.

자신이 보낸 것도 아닌데 그 책임을 왜 자기에게 묻는단 말인가?

하지만 좌가균은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저 더욱 납작 엎드리며 사죄를 청했을 뿐이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매우 높은 확률로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장문인!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놈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오직 장문인만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그러자 잠시 짙은 침묵이 흘렀다.

좌가균은 고개를 푹 숙였기에 위정국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자신의 생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침묵이 계속됐다.

좌가균에게 있어선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의 얼굴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 위정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것이 네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자, 말해 보아라. 인파랑이라는 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위정국의 물음에 좌가균은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 냈다.

간신히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게 된 것이었다.

그는 위정국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바로 대답했다.

“파천조! 파천조 두 개 조를 보내야만 합니다!”

그러자 위정국이 차갑게 되물었다.

“파천조를 보내자?”

“예! 그렇습니다! 파천조 두 개 조를 보낸다면 어떠한 변수가 있든 놈을 끝장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파천조는 무려 초절정 고수들로 이루어진 육합검수들로, 그들 한 개 조의 위력은 형산파의 최고수이자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인 위정국마저도 당해 내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좌가균은 지금 그 파천조를 두 개 조나 보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어떻게든 확실히 인파랑을 처리하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자 위정국이 말했다.

“너무 과하구나. 파천조가 두 개 조나 놈에게로 간다면 복건용가의 일은 또 어떻게 처리한단 말이냐? 놈에게는 파천조 한 개 조와 파산조 두 개 조를 보내라.”

그의 말에 좌가균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어차피 자기 말대로 할 거면서 왜 자신에게 묻는단 말인가?

하지만 마음속으로만 불만을 토해 낸 좌가균은 다시 납작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역시 장문인!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하지만 그의 아부에도 위정국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렇게 아부해도 소용없다. 이번 일마저 실패하면 너의 목숨은 끝이니까.”

자신이 결정한 일도 아닌데 그 책임을 자신에게 묻겠다는 뜻이었다.

좌가균으로선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쳐야만 했다.

“장문인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위정국이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해남의 진태도에게도 연통을 넣어라. 그자와 협조해서 인파랑이라는 놈을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이로써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인 진태도뿐만이 아니라, 대천하삼십육성급 전력인 형산파의 최강 무력 육합검수 파천조도 선우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앞서의 살수들처럼 서로 충돌시킬 수 없는 공조가 가능한 자들이었다.

여태껏 겪어 본 적이 없는 위험이 선우진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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