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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48화 (235/359)

248화 혈우삼노-2

선우진이 혈우삼노 중 일노인 착화습과의 은신술 대결에서 승리하고 삼노인 누산투마저 끌고 가 버리는 동안, 진소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지금 그녀의 육 장 밖에 선 곡무쌍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심안이 짧은 기간 무섭게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착화습이나 선우진의 은신까지 파악하긴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금 완전히 상대에게 집중한 채 그가 더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기분이라면 어쩐지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암기가 날아온다 해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몸도 정신도 너무나 가볍고 맑아. 눈을 감았는데도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하고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선우 공자는 항상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목표 의식이 솟구쳤다.

체력 고갈 따위는 신경도 안 쓰이고 오히려 지금 눈앞의 상대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더 와 봐. 다 막아 줄게. 할 수 있어!’

진소은은 칼끝처럼 집중한 상태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신의 심상 안에 담았다.

하지만 그렇게 잠시 기다렸을 때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상대가 더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뭐지? 왜 안 다가오는 거지?’

진소은은 잠시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진소은은 상대를 향해 바로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즉시 반응이 왔다.

상대가 흠칫하더니 진소은이 다가간 만큼 황급히 물러섰던 것이었다.

진소은은 그제야 상대가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 두려워하고 있구나. 내가 접근하는걸.’

그리고 그 이유 또한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정도 거리가 그의 안전선이었구나. 상대에게 암기를 날려도 반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선. 저자는 근접전에는 자신이 없는 거였어.’

그러자 그 깨달음을 통해 진소은은 다른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암기만 막아 낼 수 있다면….’

저자의 안전선이 이 정도 거리라면 이번 암기를 막아 낸다는 건 이제까지와 다른 의미일 것이었다.

이번 암기가 그가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암기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만 막아 낸다면 이 싸움이 자신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진소은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

정신이 더 집중할 수 없을 만큼 한 점으로 모아졌다.

아주 얇고 날카롭게.

그 상태로 천천히 상대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스으윽!

반면 진소은의 접근에 자기도 모르게 흠칫했던 곡무쌍은 이를 악문 상태였다.

그는 명실공히 천하제일의 살수 집단 혈우련의 최강자 중 한 명이었다.

근데 그런 자신이 저런 어린 계집을 두려워해 뒷걸음질 쳤다니….

너무나도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감히!’

뿌드득!

곡무쌍은 이를 갈았다.

저따위 어린 계집에게 우습게 보이기 위해 이제껏 암기술을 갈고 닦은 것이 아니었다.

암기 하나만큼은 천하제일의 살수인 암혈향보다도 위일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자신이 제대로 집중만 한다면 저런 계집 따위야 절대 자신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곡무쌍은 이제 진소은을 더 이상 하수라고 무시하지 않았다.

일생의 대적을 상대하듯 온 정신을 집중해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

최후의 한 방을 위해 똬리를 틀고 기다리는 독사 같은 기세였다.

‘어디 더 가까이 다가와 보거라!’

그러자 다가가던 진소은이 순간 멈칫했다.

상대의 기세가 한순간 일변한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세가 예리해졌어.’

조금 전까지의 허술한 기세가 전혀 아니었다.

마지막 틈을 노리기 위해 독침을 준비하고 있는 전갈과도 같은 기세.

그 고슴도치 같은 뾰족한 기세에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진소은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지도, 그렇다고 겁을 먹고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이제부터가 진짜로구나.’

침을 꿀꺽 삼킨 진소은은 제자리에 멈춰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지 않고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서두르거나 틈을 보이면 상대의 암기가 순식간에 몸을 꿰뚫어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온몸이 덩굴에 칭칭 감겨 움직일 수 없는 듯한 답답한 느낌.

그녀는 목봉을 앞으로 내민 상태로 돌처럼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움직일 수 없는 것은 그녀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던 곡무쌍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재 상대와의 거리는 오 장에서 육 장 사이. 암기를 던질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반드시 명중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상대에게서 틈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먼저 움직이면 틈을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상대 또한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곡무쌍은 이제 순수하게 감탄했다.

‘역시 만만치 않구나. 아직 저렇게 어린데도 대단한 감각이야.’

상대를 완전히 인정한 곡무쌍은 이제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저 여아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강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기다림은 살수인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제 인내심의 대결로 수렴해 가고 있었다.

***

“까아악! 까아악! 까아악!”

까마귀 한 마리가 시끄럽게 울며 두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나쳐 갔다.

토끼 한 마리도 무심코 두 사람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섰다가 깜짝 놀라 수풀을 향해 도망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향해 칼날처럼 집중한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의 얼굴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두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지쳐 있는 상태였다.

온 정신을 집중해 상대와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이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상태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진소은은 문득 생각했다.

‘이러다 갑자기 기절해 버릴 수도 있겠는걸?’

힘든 것이야 둘 다 마찬가지였지만 먼저 지치는 쪽은 자신이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잠시 각성 상태라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 자신의 체력이 그와 대치하기 전 이미 고갈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살수였다.

그것도 노련한 살수.

그러니 이런 인내심을 요하는 상황에선 자신보다 훨씬 더 익숙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결국 결론은 명확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패배였다.

꿀꺽.

‘어쩌지?’

진소은은 고민했다.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었다.

더 시간이 지나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버린다면 뭘 시도해 볼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

그러니 답은 뻔했다.

이젠 모험을 걸어야만 할 때였다.

‘하지만… 어떻게?’

모험을 걸어야 한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무작정 상대에게 접근할 수도 없었다.

대책 없이 접근했다간 그대로 끝장날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접근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 전에 어떻게든 상대를 흔들어 틈을 만들어야만 했다.

‘틈을 만든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수단이 떠오르지 않았다.

상대야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겠지만, 곤봉을 사용하는 자신이 뭔가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상대에게 접근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난감한 일이었다.

진소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봉을 던질 수도 없는 거고….’

스멀스멀 떠오르는 절망감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진소은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그런 생각이었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잠시 고민하던 진소은은 마침내 판단을 내렸다.

지금은 그걸 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죽고 싶지 않다면, 단 하나 남은 그 방법을 최대한 집중해서 해야만 했다.

“후우우우우.”

진소은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기세가 점점 사나워지고 있었다.

그러자 곡무쌍은 진소은의 기세가 거세지고 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상대가 더 견디지 못하고 움직일 생각인 모양이었다.

‘역시.’

그는 속으로 득의한 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자가 필패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 해도 경험의 차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진소은이 드디어 움직였다.

슈하악!

“?!”

곡무쌍은 순간 경악했다.

진소은의 공격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진소은의 곤봉이 빛줄기가 되어 날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곤봉을 자신에게 쏘아 보냈던 것이었다.

‘그런 바보 같은?!’

곡무쌍은 황급히 상체를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향해 쏘아져 오는 곤봉을 간신히 피해 냈다.

쉬이익!

엄청난 속도의 곤봉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산산이 부서진 머리카락이 공중에 흩날리고 있었다.

암기의 고수인 그가 봐도 상당히 위협적인 속도였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곡무쌍은 이제 싸움이 끝났음을 확신했다.

강적과의 싸움 중에 자신의 가장 강한 무기를 손에서 놓아 버린 건 너무도 바보 같은 짓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끝이다!’

곡무쌍의 눈이 진소은을 바라봤다.

곤봉을 쏘아 보낸 그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삼 장.

‘훕!’

곡무쌍은 암기를 쏘아 내려 했다.

이런 거리라면 곤봉도 없는 진소은이 자신의 암기를 절대 막아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진소은의 움직임이 또 변했다.

스스슥!

“!”

곡무쌍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의 신형이 한순간 세 개로 분열했기 때문이었다.

삼환보였다.

경지에 이른 삼환보가 진소은의 신형을 순식간에 세 개로 분열시켰던 것이었다.

일순 그녀의 위치를 확신하지 못한 곡무쌍은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이 장.

하지만 더 이상의 교란은 통하지 않았다.

암기의 고수인 곡무쌍은 안법 또한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둘 사이의 거리가 일 장이 되었을 때, 그의 눈은 진소은의 진신을 확인해 낼 수 있었다.

‘잡았다!’

더 망설이지 않고 암기를 던졌다.

샤악!

진소은은 상대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암기를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일 장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였다.

소리보다 빠른 빛살이 한순간 그녀의 이마 앞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다음 순간, 소리가 들렸다.

퍼석!

뭔가가 터지는 소리였다.

그러자 다리가 풀린 진소은은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하아!”

이제 때려죽여도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누가 암기를 던지면 그냥 맞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하아!”

호흡을 가눌 수도 없었다.

온몸이 액체 상태로 녹아 땅에 눌어붙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시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던 진소은은 문득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그러자 머리가 터진 곡무쌍의 몸이 뒤늦게 천천히 무너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털썩!

진소은은 가쁜 숨을 내쉬며 멍한 정신으로 잠시 그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참을 지나도 움직이지 않는 그의 시신을 보고는 그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진짜… 이겼네.”

헛웃음이 나왔다.

“하, 하하, 하하하하.”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아까 전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상대의 암기가 머리를 꿰뚫을 뻔했던 순간.

그 생사의 순간, 진소은은 준비하고 있던 검지손가락으로 암기를 아주 살짝 건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약간의 접촉이 그녀의 목숨을 살리고 말았었다.

진로가 약간 틀어진 암기가 이마의 중앙이 아닌 측면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옆 이마가 칼에 베인 듯 예리하게 갈라져 지금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괜찮았다.

적어도 그 직후 삼환각에 머리가 터져 버린 상대방에 비한다면 말이다.

진소은이 사내처럼 큭큭거리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크크크, 이게 정말 되잖아?”

그 위급한 순간에 곤봉을 버리고 손가락을 사용할 생각을 했던 건 얼마 전 선우진에게 배웠던 박투술 때문이었다.

그에게 박투술을 배울 당시, 진소은은 곤봉을 사용하며 삼환각을 사용하는 것까지는 쉽게 배울 수 있었지만, 곤봉을 손에서 놓고 맨손 박투를 하는 것만큼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손에서 봉을 놓는 것이 너무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선우진은 문득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수준이 높은 검수들의 검결지는 때로 진검만큼이나 위협적이지요. 소저는 어떻소? 소저의 손은 곤봉의 대용이 될 수 없는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진소은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기분이 되고야 말았다.

한 번도 손이 곤봉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것이 자신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봉의 길이가 길든 짧은 상관없이 자연곤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그것이 손가락이든 팔뚝이든 다를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그녀는 곧 박투술이 아닌 봉술의 연장으로써 손과 손가락을 사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이틀 전이었는데….

‘근데 그 깨달음이 결국 승부를 결정짓고 만 거잖아? 세상에나.’

그런 생각을 떠올린 진소은은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지었다.

바로 이틀 전이었으면 절대 그를 이기지 못했을 뻔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 이틀의 시간차로 승부가 갈렸다는 게 너무도 신기했다.

‘이게 바로 운명이라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자 어쩐지 조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운명의 선택을 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운명? 선우 공자?’

어쩐지 운명이란 단어에 그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심안도, 삼환보도, 삼환각도, 따지고 보면 다 선우 공자 덕분이잖아?’

그랬다.

자연곤을 제외한다면 이번 싸움에서 쓴 모든 것들이 선우진에게서 배운 것들이었다.

어째 조부인 진사몽에게 배운 것보다 선우진에게 배운 것이 더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지금 자신이 처한 이 상황도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 공자는 왜 위험할 때 도와줄 거면서 굳이 자신의 옆에서 사라졌던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리 오래지 않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번 싸움으로 자신이 얻게 된 것들이 그 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안을 익혔고, 삼환보를 완성했으며, 곤봉과 박투술을 조화시킬 수 있었네? 게다가… 내가 초절정 고수를 이겼잖아? 뭐야, 이거?’

다시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절정 고수도 이기지 못해 허덕이고 있었는데 말이다.

진소은은 문득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어쩐지 자신이 뭔가 이룬 것처럼 편하게 누워 있는 것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멀리 달아났던 살수들이 다시 조심스럽게 자신을 향해 접근해 오고 있었다.

“후우우우!”

깊게 한숨을 내쉰 진소은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따위 자들에게 죽어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야 자신을 이렇게까지 성장시켜 준 선우진을 볼 낯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진소은은 문득 자신의 손이 비어 있음을 깨닫고는 저 멀리 날아가 나무에 깊숙이 박혀 있는 그녀의 목봉을 바라보았다.

싸우기 위해선 저걸 다시 뽑아 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 목봉을 바라보던 진소은은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맨몸으로 살수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쩐지 이젠 그것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찌뿌둥한 온몸을 휘휘 돌리며 중얼거렸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

이제 다시 싸울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처럼 힘들지도 않으리라.

그녀의 마음속에서 여유와 자신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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