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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55화 (242/359)

255화 포위

진소은은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에 잠겨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까부터 그녀의 정신은 어딘가로 외출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아까 선우진이 그런 소리를 했을 때부터의 일이었다.

‘여은과 저는 혼인을 약속한 사이입니다.’

혼인을 약속한 사이.

다르게 말해 약혼자.

선우진에게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니, 잘 생각해 보면 왜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무공은 고강하고, 지혜롭고, 의기 넘치고, 그것도 견문이 넓은 손대수 노사의 말에 따르면 그냥 좀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무림 역사상을 통틀어도 몇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성격도 너무 좋은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었다.

이쯤 되면 전생에 한 백만 명의 사람을 구해서 하늘이 그들 몫의 복을 한 명에게 넣어 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저런 사람이 어딘가에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근데 그런 사람이 아직까지 어떤 여인과도 혼인을 약속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니, 진소은은 자기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문득 멍하니 중얼거렸다.

“참 바보 같다. 정말….”

하긴.

이제 와 놀라울 것도 없었다.

자신은 원래 바보였으니까.

게다가 잘 생각해 보면 그가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은 그저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멋대로 그를 연모하게 되고 그래서 그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던 것이지, 그에게 어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

그게 맞았다.

그러니까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에게 약혼자가 있건, 정혼자가 있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진소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본인도 인지하지 못했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눈물이었다.

툭!

놀란 진소은이 문득 중얼거렸다.

“응? 내가 왜?”

그때였다.

한 방울이었던 눈물이 이내 줄기가 되어 그녀의 눈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눈물과 함께 갑자기 튀어나오는 흐느낌에 진소은은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흡!”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괜찮은데,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도무지 흐느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으으윽!”

그때였다.

누군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문득 바라보니 창백한 얼굴의 묘아란이었다.

그녀가 힘없이 누운 채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과 측은한 눈빛으로 진소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따뜻한 눈빛에 진소은은 더 버티지 못하고 흐느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으흐흑!”

묘아란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진소은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가슴속에 난 커다란 상처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솟구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사당을 발견한 진태도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함께 데려온 부하들인 스무 명의 고수들을 넓게 펼쳐 사당 주변을 포위하게 했다.

내공 팔십 년 이상의 고수들 스무 명이 사당을 완전히 포위했으니 인파랑 놈이 아무리 대단한 신법을 지녔다 해도 이곳에서 빠져나가지는 못할 것이었다.

포위망을 꼼꼼히 확인한 그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포위망이 완성되었을 때, 진태도는 검을 뽑아 들고는 드디어 사당의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스르릉!

아까부터 사당 안에서 여인의 흐느낌 소리 같은 것이 진태도의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그걸 보면 적어도 그들이 안에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왜 흐느낌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사실은 드디어 그들을 막다른 곳에 몰아넣었다는 것이었으니까.

진태도가 사나운 웃음을 지은 채 막 사당의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문득 그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태도?!”

순간 진태도는 분노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절대 아무도 소리를 내지 말라고 명령했건만 대체 어떤 놈이 소리를 낸단 말인가.

게다가 진태도라니.

‘감히 어떤 놈이 내 이름을 함부로…!’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진태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초절정인 그의 눈이 짙은 어둠에도 불구하고 나무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진태도가 거기서 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이의 얼굴이었다.

당황한 진태도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너, 너는?!”

그제야 그는 방금 들려온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가 경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인파랑?! 네놈이 왜 거기에?!”

그는 바로 선우진이었다.

사당 안에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던 그가 포위망 밖의 나무 위에서 진태도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 당황한 진태도가 잠시 멍해져 있던 순간이었다.

문득 한 번 혀를 찬 선우진이 갑자기 몸을 날려 숲속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쳇!”

파박!

진태도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놈이, 이제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놈이 또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아주 잠깐 당황해 굳어졌던 진태도는 바로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잡아라! 절대 놓치지 마!”

그러고는 바로 자신부터 몸을 날렸다.

파박!

그러자 진태도의 부하들도 황급히 포위를 풀고 우르르 선우진을 쫓기 시작했다.

사당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던 포위망이 순식간에 허물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것은 사당 안에 있을 누군가를 놓쳐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마음이 급했던 진태도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는 놈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만이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놈은 등 뒤에 누군가를 업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처음엔 묘아란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여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놈이 등에 부상자까지 업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놈을 잡을 절호의 기회일 테니까.

이번에야말로 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서라!”

하지만 잠시 후, 진태도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점점 멀어지는 선우진의 종적을 결국 어둠 속에서 놓쳐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업고 있음에도 그의 신법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었다.

진태도는 마침내 분노의 포효를 터트리고 말았다.

“인파랑, 이노오오옴!”

진태도는 그러고도 여전히 다 풀지 못한 분노를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 퍼부었다.

- 이 멍청한 놈들! 당장 이리 오지 못하겠느냐?! 빨리 백아를 데려오란 말이다!

운묘 백아가 당장 필요했다.

백아만 있다면 다시 놈을 추격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잠시 후 하얀 털북숭이 고양이를 안고 나타난 부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진태도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 장문인, 백아가 저쪽으로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꾸 아까의 그 사당으로 돌아가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 말을 듣고 다시 분노를 터트리려던 진태도는 순간 어떤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면 백아가 안내한 곳은 아까의 그 사당이었지. 그리고 백아가 추적하는 건 놈이 아닌 묘아란….’

거기까지 생각한 진태도가 황급히 소리쳤다.

“아까 그 사당! 그 사당에 묘아란이 있다!”

그러고는 자신이 먼저 그 사당을 향해 번개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궁극적으로 잡고 싶은 건 묘아란이 아닌 인파랑이었다.

하지만 인파랑을 놓쳐 버린 상황이라면 그녀라도 확보해야만 했다.

산두항에서 그랬듯 인질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여인이 아니던가.

절대 놔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당에 돌아간 진태도는 또다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자신이 늦어 버렸음을.

사당 안은 이미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부하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홀로 먼저 사당으로 돌아간 진태도는, 모닥불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텅 빈 사당을 보며 피가 나도록 주먹을 꽉 쥐어야만 했다.

***

“진태도?!”

밖에서부터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 진소은은 숨이 멎을 것처럼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저히 참지 못했던 흐느낌마저 바로 뚝 멈춰졌다.

그리고 그간 무섭게 발전한 심안의 감각을 펼친 진소은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사당이 이미 완전히 포위당해 버렸음을….

그녀는 경악하고 말았다.

‘이, 이게 어떻게, 대체 언제?’

하지만 스스로 한 그 질문의 대답을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이었다.

자신이 멍청하게도 정신을 놓고 흐느끼고 있다가 주변의 경계를 놓쳐 버렸던 것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만약 자신들이 저들에게 잡혀 버린다면….

진짜 정혼자도 아닌 묘아란조차 버리지 못했던 선우진이었다.

만약 자신이 붙잡힌다면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보지 않아도 너무도 명확했다.

‘어쩌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라도 자신이 잡혀서 선우진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멍청한 자신 때문에 그를 죽게 만드느니 차라리 자신이 죽는 것이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진소은은 문득 묘아란을 바라보았다.

자신이야 죽는다 쳐도 묘아란은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자신이 죽는 건 자신의 선택이지만, 그녀의 생사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진소은이 수없이 떠오른 그런 생각들에 혼란에 빠져 있을 때였다.

문득 밖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아라! 절대 놓치지 마!”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사당을 포위하고 있던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아마도 선우진을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진소은은 바로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우 공자가 저들을 유인했구나!’

역시 선우진다운 행동이었다.

그가 혹시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그보단 자신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기서 잡혀 그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진소은이 묘아란에게 빠르게 말했다.

“묘 소저! 지금 바로 빠져나가야만 해요! 제가 업을 테니 힘들어도 좀 참아 주세요!”

그녀의 말에 대강의 상황을 짐작한 듯한 묘아란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그녀를 업고 움직이는 건 그녀의 몸에 절대 좋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진소은은 묘아란을 등에 업고는 황급히 사당을 빠져나왔다.

역시 심안에서 느꼈던 것처럼 주변을 포위했던 자들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후우!”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진소은은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바로 발걸음을 떼려다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가야 하지? 게다가 내가 어디로 가든 여기서 다른 곳으로 가면 이제 선우 공자와 만날 수 없게 될 텐데? 그럼….’

이제껏 선우진의 인도에 따라 움직여 왔던 진소은에게 있어서, 스스로 생각해 목적지를 정하는 일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잠시 어쩌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쉬이이익!

갑자기 몇 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눈앞에 날아 내렸다. 모두 검을 든 무인들이었다.

깜짝 놀란 진소은이 그들을 바라봤다.

“!”

***

진태도는 텅 빈 사당 앞에서 분노를 억누르며 부하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렸다.

묘아란을 추적하기 위해선 운묘 백아가 필요하고, 백아를 움직이기 위해선 그의 모자란 부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직접 백아를 다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영물인 백아는 그 부하가 아니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진태도가 부하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사당 앞에 제일 먼저 당도한 사람은 그의 부하들이 아니었다.

휘이익! 타닥!

진태도는 한 몸과도 같은 동작으로 사당 앞에 내려선 여섯 명의 검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펴봤다.

여섯 명의 노도사들, 안면은 없었지만 하얀 무복과 푸른 머리띠만 봐도 그들이 형산파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게다가 인파랑이 이쪽으로 왔다는 정보를 형산파에 알려 준 사람이 바로 진태도 자신이기도 했다.

진태도는 바로 사람들 앞에서 보이곤 하는 호인 같은 웃음으로 날카로운 눈빛을 감추고는 그들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형산파에서 오신 분들이시구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소!”

그러자 여섯 도사 중 가장 선두에 선 노도사가 정중하게 포권하며 그에게 인사했다.

“해남의 진 장문인이시군요. 형산의 자성이 인사드립니다.”

‘자성진인이라….’

솔직히 얼굴은 물론 이름도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도사였다.

하지만 진태도는 그의 무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물론 그의 뒤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무표정하게 서 있는 다른 도사들의 무위 또한 초절정임에 틀림이 없었다.

‘초절정 검수 여섯 명이라…. 게다가 분위기를 보건대 단지 초절정 여섯 명 이상의 뭔가가 있을 수도 있겠군. 위정국 그자가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야.’

어찌 됐든 강한 전력을 보내왔다면 자신에게 손해일 리는 없었다.

진태도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환대했다.

“자성진인이셨군요. 이런 고수들을 만나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그러자 자성진인은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사실 그는 빠르게 인파랑을 해치우고 돌아갈 생각으로 파산조들보다 먼저 속도를 높여 달려왔던 참이었다.

실혼인이라는 육합검수들의 특성상 다른 이들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놈을 해치우기는커녕 이렇게 진태도까지 만나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뒤에 선 육합검수들을 예리하게 살피고 있는 진태도의 눈빛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왕 만나게 된 이상 이젠 어쩔 수 없었다.

형산파의 장문인 위정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진태도를 살인멸구할 수는 없는 일일 테니까.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된 이상 저자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목적을 이룰 수밖에.’

자성진인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결론을 냈다.

그리고 진태도를 향해 말했다.

“부끄럽게도 인파랑이라는 놈과 조우했음에도 놈을 잡기는커녕 결국 종적을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부상자를 뒤에 업고 움직이는데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실로 대단한 신법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진태도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말았다.

그의 말이 남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놈의 신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방금 전 자신도 겪어 보지 않았던가.

진태도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진인께선 놈을 추적할 어떤 방법이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그러자 자성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부끄럽게도 없습니다. 솔직히 난감해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의 대답에 진태도는 빙긋이 웃음 지었다.

저들에게 추격할 방법이 없다면 오히려 자신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했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자성진인의 표정이 확 밝아지며 진태도를 향해 황급히 물었다.

“그럼 진 장문인께는 놈을 추적할 방법이 있으시다는 겁니까?”

진태도는 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는 자신의 뒤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오는군요. 저희에게 영물인 운묘가 있는 한 놈은 결코 저희를 완전히 떨치지 못할 것입니다.”

자성진인의 눈에 털북숭이의 하얀 고양이를 품에 안고 헐떡거리며 달려오는 진태도 부하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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