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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56화 (243/359)

256화 추격-1

“공자!”

묘아란을 업고 이동하던 진소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선우진을 발견하고는 반색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선우진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겨 줬다.

“무사하셨구려, 진 소저. 정말 다행이오!”

“그야 공자께서 그들을 유인해 주신 덕분에….”

진소은은 어쩐지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에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선우진의 무사한 모습을 보니 속에서 또 울컥했기 때문이었다.

아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슬프게 흐느꼈던 것이 우습게도,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기분이었다.

선우진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진소은의 촉촉한 눈빛에 더 이상 그녀의 눈을 보지 못하고는 그녀 주변에 서 있던 검수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사제들, 모두 수고했네. 잘해 줬어.”

그러자 선우진의 명령을 받아 진소은을 데리고 왔던 다섯 명의 검수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사형.”

“별일 아니었습니다, 대사형.”

선우진을 대사형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형산파에 의해 실혼인이 됐던 육합검수 파산 사 조의 무인들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시키는 일만을 수행할 수 있었던 파산 사 조의 검수들이 어느새 선우진의 말에 대꾸할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모두 그간 선우진이 그들에게 기울인 노력 덕분이었다.

선우진은 섭혼술을 이용해 그간 그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덧씌웠었다.

같은 스승 밑에서 무공을 배운 사형제들 중 자신을 나이 어린 대사형으로 섬기는 사제들이라는 설정이었다.

어떤 기억을 씌워 주든 선우진 자신은 그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위치가 되어야 했고, 또 그들에게 너무 복잡한 과거를 만들어 줄 수는 없었기에 산에서 같은 스승님을 모시고 커 온 사형제들이라는 기억을 씌워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진행 중이라 대강의 틀만 마련해 놓은 상태이긴 하지만 앞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세세한 부분을 설정해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진소은은 문득 선우진의 옆에 부상을 입고 누워 있는 봉두난발의 괴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유겸이었다.

그녀가 선우진에게 물었다.

“그런데 공자, 저분은 왜…?”

그러자 선우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형산파의 육합검수 파천조가 왔더구려. 그들과 싸우다가 부상을 입었소.”

“아, 파천조가….”

파천조라는 말에 진소은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파산조의 위력을 견식 해 봤던 그녀이기에 파천조가 얼마나 무서운 자들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진태도에 파천조까지 온 거로군요. 대체 어떻게 저희를 추적할 수 있었을까요?”

그 질문에 선우진의 표정이 잠시 무거워졌다.

그 또한 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수단도 없이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우리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이동해 왔으니까. 파천조는 마유겸을 만났고, 진태도는 진 소저와 묘 소저가 있는 사당을 향하고 있었지.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를 추적했던 것일까?’

선우진은 잠시 고민하다 문득 마유겸을 바라보았다.

그는 참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는 중이었다.

선우진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어 봤다.

“마 조장, 혹시 파천조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얘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잠시 묵묵히 있던 마유겸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도사들은 내게 인파랑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었다.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기보다는 이 근처에 자네가 있다는 걸 그냥 알고 있었던 것 같더군.”

그 대답에 선우진은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들은 그저 이 근방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정보를 들었다는 뜻이겠지. 그럼 실제 우리를 추격해 올 수 있었던 건….’

문득 선우진의 눈이 진소은의 등에 업혀 있는 묘아란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상태가 아까보다 더 안 좋아져 창백해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진소은의 등에 업혀 이동했기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선우진의 눈이 크게 확대되더니 숲을 향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벌써?!”

그 말에 진소은도 놀란 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그녀의 심안에는 아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선우진이 무엇을 느꼈을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이 급히 마유겸을 업으며 말했다.

“마 조장, 다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편해도 참으시지요.”

그러자 마유겸이 공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헛힘 쓰지 말고 나를 그냥 놓고 가라. 어차피 나는 살아 있을 이유가….”

하지만 선우진은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아까부터 그는 계속해서 자신을 버리고 가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유겸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그를 업은 선우진은 육합검수들에게 빠르게 지시했다.

“사제들은 다른 쪽으로 흩어져서 우리를 따라오도록.”

“네, 대사형.”

“알겠습니다, 대사형.”

그들은 어차피 고에 의해 선우진과 심혼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어디에 있든 선우진이 있는 곳으로 찾아올 수 있었다.

선우진은 진소은을 향해 급하게 말했다.

“진 소저, 체력은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어서 가죠.”

그 말을 끝으로 마유겸을 업은 선우진과 묘아란을 업은 진소은은 다시 몸을 날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그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진태도를 비롯한 추격자들이 도착했다.

휘이이익! 타닥!

그들 중 하얀 고양이 백아를 안고 있던 부하가 소리쳤다.

“놈들이 여기에 잠시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장문인! 이곳에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진태도가 이를 갈며 말했다.

“부상자를 둘이나 데리고 있으니 놈들도 곧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몰아친다!”

“네! 장문인!”

“네! 장문인!”

그들은 선우진이 이동한 방향을 향해 정확히 다시 추격해 가기 시작했다.

그런 진태도의 일행 뒤로 육합검수 파천조들 또한 묵묵히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

추격은 날이 밝도록 계속해서 이어졌다.

선우진은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꿔서 추격을 떨쳐 보려 해 봤지만, 진태도의 무리들은 조금도 헤매지 않은 채 끈질기게 따라오고 있었다.

안 좋은 상황이었다.

절대적인 속도야 부하들을 이끌고 오고 있는 진태도보단 선우진과 진소은 쪽이 빠르긴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만 가지고 오는 진태도 쪽과 달리 선우진과 진소은은 한 명씩을 등에 업고 있는 상태였다.

당장은 티가 나지 않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된다면 먼저 지치는 쪽이 누가 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앞으로의 일을 예상한 선우진의 표정이 어두워졌을 때, 문득 선우진에게 업혀 있던 마유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두고 가라, 선우진.”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달리는 와중에도 헛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또 그 소리요? 마 조장, 당신은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 같구려. 난 절대 당신을 버리고 가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마 조장 당신이 포기하시오.”

그러자 마유겸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너는 몰라도 저 진 소저는 묘 소저를 업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녀를 데려가고 싶다면 네가 그녀를 업어야만 한다.”

그 말에 선우진은 문득 진소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유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소은이 벌써 살짝 지쳐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추격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하루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녀가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였다.

진소은의 등에서 거의 실신해 있다시피 했던 묘아란이 문득 창백한 얼굴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저를 버리셔야 해요.”

그 말에 진소은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묘 소저?! 저희가 소저를 버리긴 왜 버려요!”

그러자 묘아란이 힘겹게 고개를 젓고는 선우진을 향해 말했다.

“공자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죠? 저들이 쫓아올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저들이 방향을 잃지 않고 쫓아올 수 있는 건 바로 저 때문이에요. 아마 배에 잡혀 있을 때 먹은 음식에 추종향 같은 것이 들어 있었겠죠.”

“예?! 그게 무슨?!”

진소은은 놀란 눈으로 선우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전혀 놀라지 않은 선우진의 무거운 표정에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묘아란이 다시 말했다.

“이건 모두 다 제 탓이예요. 저들에게 잡힌 것도, 멍청하게도 주는 음식들을 그냥 먹은 것도. 그러니 제가 책임지는 것이 맞아요. 저를 버리세요, 공자. 저를 이용하면 저들을 교란시킬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선우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 보였다.

그러자 진소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선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아니죠? 진짜 묘 소저를 버릴 생각은 아니겠죠, 공자? 선우 공자라면 뭔가 다른 방법도 충분히….”

하지만 그렇게 말하던 진소은은 결국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지금 지근거리에서 쫓기고 있는 이런 상황이라면, 게다가 적들이 이쪽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쫓아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선우진이라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소은의 불안한 시선을 받으며 선우진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말없이 달리고만 있었다.

***

한편, 점점 지쳐 가는 것은 선우진들을 쫓아가는 진태도의 부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휴식도 없이 추격을 이어 가다 보니 그들의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하지만 진태도는 부하들에게 휴식을 주기보다는 계속해서 독려했다.

“속도를 늦추지 마라! 계속 따라가다 보면 놈들이 먼저 지칠 수밖에 없다!”

진태도는 육합검수 자성진인을 통해서 인파랑이 업고 있는 자가 괴이한 빙검공을 쓰던 봉두난발의 사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가 바로 백랑검개일 거라는 사실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놈은 책임지고 있는 부상자만 두 명이란 얘기였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버텨라! 부상자를 데려가고 있는 놈이 분명 먼저 지칠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독려에 진태도의 부하들은 이를 악물고 추격을 계속 이어 갔다.

그때였다.

운묘 백아를 데리고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던 부하가 소리쳤다.

“장문인! 놈들이 산 위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산 위라고?”

그 말에 진태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동안 놈들은 산 중턱 아래쪽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도주하고 있었다.

산 위쪽은 바위 암벽이 드러나 있으니 종적을 감추기 위해선 당연히 숲이 우거진 산 아래쪽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놈들이 방향을 바꿔 갑자기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또 뭔가 괴상한 수를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문득 산 위쪽을 올려다봤을 때, 진태도의 눈은 순간 크게 확대됐다.

“저건?!”

진태도의 부하들이 외쳤다.

“놈들입니다! 각각 한 명씩을 업고 있는 연놈들이 산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말이었다.

숲이 듬성듬성한 산 위로 올라가다 보니 아래쪽에서 놈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백의를 입은 채 봉두난발의 괴인 한 명을 업고 달려가는 놈의 모습이 진태도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자성진인이 진태도를 향해 소리쳤다.

“진 장문인!”

그의 목소리에 진태도가 힐끗 그쪽을 바라봤다.

자성진인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진태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태도 역시 모를 수가 없었다.

진태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갑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진태도와 자성진인을 비롯한 육합검수들, 추격자들 중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 무서운 속도로 튀어 나갔다.

파앙!

이제까지 그들의 속도는 백아를 책임진 부하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있어야만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선우진의 위치가 눈에 선명히 들어온 이 순간, 더 이상 그에게 속도를 맞춰 줄 필요가 없어졌다.

최고 속도로 놈을 따라잡기만 하면 됐던 것이다.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를 악문 진태도가 엄청난 속도로 선우진을 향해 날아갔다.

지난번엔 최고 속도로 달려갔어도 놈의 종적을 결국 놓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 같았다.

확실히 부상자를 업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옆에서 함께 도주하는 진소은 때문인지 그토록 빨랐던 놈과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쫓고 쫓기는 무리들이 순식간에 바위 암벽으로 된 봉황산 상부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언가를 목격한 자성진인이 진태도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

“장문인, 저 위를 보시오!”

그의 목소리에 진태도는 거대한 암석으로 된 봉황산의 정상을 바라봤다.

봉황산의 정상은 봉암과 황암이라는 두 개의 봉우리가 쌍둥이 같은 모양으로 솟아나 있었다.

마치 대지의 혹처럼 불쑥 솟아난 두 개의 거대한 봉우리, 그리고 그 두 봉우리 사이에는 정상에서 정상까지 수십 장 길이의 다리가 이어져 있었다.

나무판자와 줄로 엮여져 위태롭게 출렁거리는 다리였다.

진태도는 그 출렁다리를 보는 순간 놈이 왜 정상을 향해 달리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위로 올라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도.

진태도가 황급히 소리쳤다.

“속도를 더 높입시다! 놈이 저 다리를 건너가 우리를 따돌리려고 하는 모양이오!”

지금 그들이 올라가고 있는 곳은 봉암 쪽이었다.

만약 저 두 연놈들이 자신들보다 먼저 봉암의 정상에 올라가 출렁다리를 건너고 그것을 끊어 버린다면?

아무리 자신이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이라 해도 봉암에서부터 수십 장 거리의 골짜기를 건너뛰어 황암으로 건너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간신히 따라잡았던 놈과의 거리가 다시 엄청나게 벌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노옴!”

진태도는 필사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칼날처럼 매서워지고 있었다.

그때 문득 놈의 옆에서 달리는 진소은이 비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많이 지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인파랑이 바로 그녀를 부축해 계속 달리게 했지만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떨어진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진태도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됐다!’

이 상태라면 놈들이 다리 앞에 도착할 때쯤 자신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젠 정말 끝을 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진태도가 환희로 가득 찬 마음을 담아 크게 외쳤다.

- 인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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