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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57화 (244/359)

257화 추격-2

“하아! 하아! 악!”

선우진의 옆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던 진소은이 순간 비틀거렸다.

다리가 풀려 버린 것이었다.

“소저!”

아까부터 불안불안해 보였기에 그녀의 옆에서 달리고 있던 선우진은 황급히 그녀를 붙잡아 줄 수 있었다.

덕분에 넘어지지 않은 진소은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미, 미안해요, 공자.”

선우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묘아란을 업고 밤새 도주했던 건 물론 엄청나게 고된 일이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진소은의 체력이 지나치게 빨리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선우진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것 같았다.

‘지난 혈우련과 싸웠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구나.’

내공은 회복됐어도 체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그때 진소은은 이틀 밤낮을 내리 정신력에 기대 싸웠었다.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던 것이다.

그러니 벌써 회복됐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런 그녀의 체력을 계산하지 못한 건 명백한 자신의 실책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때의 일을 후회하거나 그녀를 배려해 이곳에서 쉬게 해 줄 수는 없었다.

뒤에서 진태도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는 육합검수 파천조의 검수들이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으득!

선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 상태로 여기서 따라잡힌다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남는다 해도 마유겸, 묘아란은 물론 진소은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선우진은 한 손으로 마유겸을 업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진소은을 잡아끌었다.

“가야 하오, 소저! 조금만 더 힘내시오!”

“네, 네!”

하지만 진소은을 잡아끌어 달리게 했어도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진태도의 속도와 그와의 거리를 대충 계산해 봐도, 이 상태론 다리에 도착하는 순간 놈에게 따라잡힐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놈들의 눈에 띄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육합검수들과 함께 움직였어야 했나?’

아무래도 그게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진소은의 체력이 회복되지 못했을 거라는 걸 고려하지 못했기에 저지른 실책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후회할 부분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뒤에서 진태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인파랑!

놈의 목소리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자신들을 잡았다고 확신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진소은이 헉헉거리고 달리면서도 진태도와의 거리를 확인하고는 선우진을 향해 외쳤다.

“선우, 공자! 하아, 하아, 저희를, 하아, 두고, 가세요!”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순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유겸과 묘아란에 이어 그녀마저 자신을 두고 가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을 때였다.

그녀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자도, 바로, 저를, 하아, 어떻게, 하지는….”

그녀는 그것이 나름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선우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묵랑이 굳이 마음을 읽어 주지 않아도 그녀의 결연한 눈빛이 무엇을 결심했는지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소은의 결심을 읽은 선우진의 마음이 순간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진소은에게 물었다.

“잡히기 전에 절벽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할 셈이오?”

그러자 진소은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네, 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 당황하고 있는 표정이었으니까.

그녀는 선우진에게 짐이 되느니 묘아란과 함께 자결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선우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 소저, 절대 소저의 목숨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그건 내가 절대 허락할 수 없소.”

“하, 하지만….”

“허락할 수 없다고 했소. 내 허락 없이 소저는 절대 어디로도 갈 수 없소.”

진소은은 자신을 향해 처음 보여 주는 선우진의 차가운 눈빛에, 그리고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묘한 열기에 더 이상 대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임에도 문득 가슴이 설레어 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다는 그의 말이 어쩐지 짜릿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급박한 상황에서 그 짜릿함이 오래 갈 수는 없었다.

선우진은 갑자기 진소은에게 마유겸을 넘겼다.

“받으시오!”

“네, 네?! 윽!”

다리가 풀린 진소은이 묘아란의 무게에 더해 마유겸까지 안으며 비틀거릴 때 선우진이 뒤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죽을힘을 다해 달려 다리를 건너시오. 내가 여기서 시간을 끌어 보겠소.”

그 말에 진소은이 경악해 소리쳤다.

“고, 공자! 그건?!”

하지만 그 순간 선우진은 그녀에게 눈을 맞춘 채로 몸을 멈춰 세우며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스르릉!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나를 믿으시오, 소저. 반드시 쫓아갈 테니.”

그렇게 말하는 선우진의 눈빛은 무척이나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소은은 선우진의 그 눈빛에 어쩐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의 눈빛이 적어도 죽음을 각오한 사람의 눈빛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소은도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것은 신뢰였다.

선우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진소은은 고개를 돌리고는 묘아란, 마유겸 두 사람을 업은 채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부담을 줄여 주려면 최대한 자신부터 빨리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

진태도의 눈에 선우진이 검을 뽑아 들고 멈춰서는 모습이 들어왔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맺히고 있었다.

‘멍청한 놈.’

진태도에게 있어 묘아란이나 백랑검개, 진소은은 그저 곁가지에 불과했다.

죽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굳이 상관은 없는 곁가지.

그의 진정한 목적은 오직 인파랑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진정한 목적인 인파랑이 다른 곁가지들을 희생시키고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위해 희생하려 하고 있었다.

진태도의 사고방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그야말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겠지.’

놈이 멍청한 행동을 해 준다는데 사양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차오르는 환희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하하!”

광소와 함께 진태도는 마침내 선우진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놈을 향해 덮쳐 갔다.

그의 성명절기인 진룡검법, 소리보다 먼저 목표에 도달하는 극쾌의 찌르기였다.

“죽어라!”

쉬이이익!

그 순간이었다.

진태도의 눈에 선우진 역시 자신을 향해 검을 찌르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동귀어진을 하려는 듯 놈이 방어가 아닌 공격을 택했던 것이었다.

진태도는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크큭, 바보 같은 놈!’

우스웠다.

남십자검을 익힌 놈이 감히 자신과 동시에 검을 찔러 넣다니.

심지어 남십자검은 쾌검도 아닌 강검이지 않은가.

놈의 검이 절반도 오기 전에 자신의 검이 놈을 꿰뚫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진태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쉬이익!

놈의 검이 자신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오고 있었다.

약간 느리긴 하지만 거의 동시, 이대로라면 자신 또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어떻게?!’

경악한 진태도가 황급히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드디어 여기까지 몰아붙인 상태에서 놈과 함께 동귀어진이라니, 그런 미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시이이이이익!

놈의 쾌검이 진태도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놈이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놈의 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기울였으니 진태도의 검 또한 빗나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의 위치가 바뀌고 진태도가 경악한 표정으로 선우진을 향해 외쳤다.

“그 검은 설마, 사일검법?!”

그랬다.

방금 선우진이 쓴 수법은 천하에서 제일 빠르다고 알려져 있는 점창파 사일검법의 일시사일이었다.

그것이 천하에서 가장 빠른 검격이라는 것이야 진태도로선 전혀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적어도 만만치 않은 쾌검인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일시사일을 방금 인파랑 놈이 펼친 것이었다. 진태도로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때였다.

선우진의 등 뒤로 자성진인을 비롯한 여섯 명의 육합검수들이 덮쳐 왔다.

그들도 진태도를 따라 도착한 것이었다.

“이놈! 하아아압!”

슈하아아악!

진태도는 선우진의 등을 향해 뛰어드는 여섯 명의 초절정 고수들을 보며 다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일 검이 무위로 돌아간 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놈이 독 안에 든 쥐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 놈의 위치는 자신과 형산파 검수들에게 포위당한 상태, 자신을 통과하지 않고선 다리 쪽으로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자신은 물론 절대 비켜 줄 생각이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육합검수들의 기합이 들리지도 않는지, 놈은 뒤쪽으론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다시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파박!

놈의 눈이 똑바로 자신만을 향해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만은 죽이겠다는 듯한 집념의 눈빛.

아마 또다시 동귀어진을 시도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진태도는 이번엔 검을 찌르지 않고 자신의 몸 앞에 세웠다.

공격보단 방어를 할 생각이었다.

‘같은 수법이 또 통할 것 같으냐?’

자신은 굳이 놈을 상대해 줄 필요가 없었다.

그저 놈을 멈춰 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그 뒤로 형산파 고수들의 검이 찔러 올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이번엔 놈이 쾌검을 쓰든 강검을 쓰든 절대 이 자리에서 비켜 줄 생각이 없었다.

진태도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인파랑의 쾌검에 대비하고 있을 때였다.

“합!”

선우진의 검이 휘둘러진 순간, 진태도의 눈이 또다시 놀라움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짧은 기합과 함께 놈의 검이 수십, 수백 개로 분열해 태양처럼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화아아아악!

이번엔 환검이었다.

놀란 진태도가 소리쳤다.

“환검까지?!”

진태도는 생각지도 못한 놈의 검법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검에 쾌검, 환검까지.

그것도 하나같이 천하의 절기라고 할 만한 대단한 검법들뿐이었다.

놈이 어떻게 저런 것들을 익히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진태도는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검법이라 해도 그에겐 그저 조금 놀라운 것일 뿐이었다.

그가 곧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선우진의 검초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래, 와 보거라.’

진태도는 어떤 낯선 검법을 만나든 놈을 뒤로 보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곧 냉정한 눈빛으로 환검 뒤에 숨은 놈의 진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로군.’

그가 침착하게 선우진의 진신을 노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선우진의 검이 또다시 변화를 일으켰다.

쏴아아아아아악!

“!”

그 순간 진태도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말았다.

분명 환검이었던 수백 개의 검영이 한순간 실체가 되어 자신을 향해 덮쳐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알 수 없었지만 선우십삼검의 절기 공즉시색이었다.

‘무슨 이런 검법이!’

진태도는 온 힘을 다해 검을 뿌렸다.

“하아아아압!”

슈하아아아악!

그러자 그의 검영이 한순간 넓게 펼쳐지며 그의 전신을 가린 철벽이 되어 선우진의 공격을 받아 내기 시작했다.

수백 개 검영의 폭격을 막아 내는 검강의 벽, 검막이었다.

파바바바바바바박!

선우진의 검영은 진태도의 검막에 부딪쳐 헛되이 소멸되어 갔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태양 빛 같은 검격도 결국 진태도의 검막을 뚫지 못한 채 사그라져 갔던 것이었다.

온 힘을 다한 진태도의 검막은 결국 방어에 성공했다.

상대의 검초가 끝났음을 깨달은 진태도가 한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끝났군.’

잠깐 등골이 서늘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진태도는 만족했다.

눈앞의 공격을 막아 내는 동시에 검영 뒤에 보이는 선우진의 신형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놈은 마지막 공격에 실패했고, 자신을 통과할 수도 없었다.

꽤 놀라운 검법이었지만 결국 이게 끝이었던 것이다.

진태도의 눈에 맹공을 퍼부었던 놈의 등으로 육합검수들의 검이 찔러 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무량수불!”

쉬이이익!

훤하게 열린 놈의 등으로 검이 꽂히고 있었다.

저건 절대 막을 수 없었다.

마지막 공격에 온 힘을 다한 놈의 등이 완전히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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