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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64화 (264/359)

264화 남해마경 만학숭-2

선우진은 살짝 후회했다.

어떤 수를 써서든 일이 진행되는 동안 미리 진소은이 도망칠 수 있도록 해 줬어야 했다는 후회였다.

묘아란을 업은 진소은이 협곡 안쪽에 있기에 선우진도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태했군. 좀 더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반성해야겠어. 이젠 소용없겠지만.’

과거를 반성한 선우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만학숭을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

“어르신께선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마저 없다면 해남도로 가실 수도 없을 텐데요?”

그 말에 만학숭이 잠시 멈칫하더니 사납게 말했다.

“네놈 따위가 없다고 해서 내가 해남도를 먹지 못할 것 같으냐? 네놈 아니라 진태도가 있었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제 놈마저 없어진 해남도 따위라면야 금방 정복할 수 있겠지.”

조금 귀찮아질 뿐 결과는 어차피 정해져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아무래도 잘못 생각하신 듯하군요. 어르신께선 절대 해남도를 얻으실 수 없을 겁니다.”

무척 여유 있는 태도, 그리고 단정적인 말투였다.

그의 말에 눈을 꿈틀한 만학숭이 클클거리고 웃으며 물었다.

“해남도를 얻을 수 없다? 왜 그렇다는 거냐? 설마 네놈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게냐?”

어차피 이제 놈을 죽이는 건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만학숭은 놈이 어떤 재롱을 부리는지 약간 더 봐 주기로 했다.

그러자 선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제가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무리 어르신이라도 혼자서 해남도를 정복하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음? 나 혼자라고?”

만학숭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로선 선우진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남사흉이 모두 죽기는 했지만 협곡 위에 다른 부하들이 건재하고, 심지어 대남도에도 아직 많은 부하들이 남아있는데 왜 자신이 혼자라는 말인가?

그러자 선우진이 다시 물었다.

“이곳에 오실 때 부하들은 얼마나 데려오셨습니까?”

“부하들? 그야 최정예들을 한 개 함으로…!”

그때였다.

영문을 모른 채 선우진의 질문에 대답해 주던 만학숭은 순간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곤 홱 고개를 쳐들어 협곡 위를 바라봤다.

그곳엔 육지로 올라오며 데리고 온 한 개 함의 정예 병력들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을 본 순간 만학숭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들이 자신의 부하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자신이 위에서 내려올 때 있었던 부하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던 것이었다.

“저들은?!”

만학숭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바라보다가 그들 중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경악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서, 성녀?!”

만학숭이 발견한 얼굴은 바로 남해성녀 시서우였다.

잘린 코, 흉하게 난자당한 얼굴로 영롱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는 저 여인이 시서우 외에 다른 사람일 리가 없었다.

그간 복건용가와 함께 만학숭을 대남도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인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났던 것이었다.

자신이 밑의 놈들과 투닥거리는 사이 그녀가 자신의 부하들을 소리 없이 처리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성녀 시서우가 대꾸했다.

- 오랜만입니다, 마경. 대남도에서 끌어내기 위해 용가에서 몇 년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스스로 육지로 걸어 나온 걸 보게 되다니 놀랍군요.

만학숭은 넋이 나간 듯 그녀를 바라봤다.

문득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복건용가의 가주 용우신이라는 사실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대체… 어떻게?”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선우진을 바라봤다.

선우진은 지금 뭘 하는지 자성진인의 시신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만학숭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빠르게 진소은이 있는 곳까지 물러났다.

만학숭은 그 와중에도 자신을 보는 놈의 한쪽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학숭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 네놈이냐? 처음부터 이러기 위해 나를 끌어들였던 것이냐?”

그의 질문에 선우진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빙긋이 웃음 지었다.

그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만학숭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선우진을 향해 포효했다.

“이노옴!”

하지만 그가 미처 선우진에게 달려들기 전이었다.

둘 사이의 공간으로 누군가 떨어져 내렸다.

흉측하게 난자당한 얼굴의 여인, 남해성녀 시서우였다.

탁!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은 더욱 흉측해 보였다.

코가 베어진 자리에는 콧구멍이 해골처럼 드러나 있었고, 얼굴 전체에 난 칼자국 때문에 울긋불긋해진 피부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옥의 악귀와도 같은 그 얼굴에서 오직 그녀의 두 눈동자만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잔잔한 목소리로 만학숭에게 말했다.

“나는 만학숭 그대를 만난 것이 무척 반가운데 그대는 반갑지 않은 모양이군요. 이 좋은 만남을 주선해 준 공자에게 이토록 화를 내다니 말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도 차분하고 인자했다.

흉측하게 보이는 얼굴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만학숭은 시서우가 협곡 안쪽에 내려서자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안쪽에 있다면 바깥쪽으로 도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협곡의 입구 쪽은 이미 복건용가의 가주 용우신과 용가의 장로들이 막아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복건용가의 가주 천의협도 용우신은 천하삼십육성 중에서도 수위로 손꼽히는 고수였다.

만학숭은 이제 자신이 완전히 독에 갇힌 쥐새끼 신세가 됐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진태도가 겪었던 일을 그대로 자신이 겪게 되었던 것이었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같은 시각, 선우진의 옆으론 한 명과 한 마리의 신형이 빛살처럼 내려서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었다.

“크헤헤헤헤! 이 형님의 실력이 어떠냐?! 아주 정확하게 때를 맞췄지?!”

그는 바로 선우진의 의형인 홍해아 증칠이었다.

예전에 설풍이 반형회 쪽으로 갔을 때, 선우진의 부탁으로 복건용가로 향했던 그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던 것이었다.

선우진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예! 형님! 아주 완벽한 시점이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우진이 굳이 마경에게 의탁하겠다는 선언을 했던 이유는 진태도를 해남도에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그의 치부를 알고 있는 인파랑이 해남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강적인 마경에게 붙는다는 정보를 주입해 스스로 잡으러 나오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동시에 성녀와의 대립으로 인해 대남도에 갇혀 버린 마경을 끌어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두 유인책은 모두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을 다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여전히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했지.’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양쪽을 다 끌어낸다 해도 진태도와 만학숭을 양패구상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데 있었다.

마경 만학숭은 진태도 따위가 상대하기엔 너무 거물이었으니까.

그래서 선우진은 그를 상대하기 위해 남해성녀 시서우 또한 끌어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열쇠는 고맙게도 형산파가 마련해 줬다.

그들이 복건용가를 공격하기 위해 육합검수 파천조를 파견했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증칠로 하여금 그 정보를 전달해 신뢰를 먼저 쌓은 후 이쪽으로 데리고 오도록 부탁했었던 것이었다.

또한 늦지 않도록 선우진이 있는 곳까지 정확하게 안내해 준 건 어제 명상에 들어가며 미리 보내 놨던 흑표 삭월의 공일 것임에 틀림없었다.

증칠과 굳게 손을 맞잡았던 선우진은 증칠의 옆에 있는 삭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너도 고맙다, 삭월. 정말 잘해 줬어.”

선우진은 이제야 제대로 안도할 수 있었다.

큰 그림을 짜기는 했지만 모든 것이 제때 들어맞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던 계획이었다.

많은 부분 임기응변에 기대야만 했고 덕분에 위기에 처한 상황도 많았었다.

하지만 결국 계획은 모두 이루어졌다.

그 모든 난관을 뛰어넘어 원래의 계획을 모두 성공시키고 말았던 것이었다.

선우진으로선 너무도 개운하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선우진의 뒤쪽에서 갑자기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콰콰콰쾅!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마경과 성녀의 충돌에 협곡 양쪽 절벽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두 괴수가 싸움을 시작한 것이었다.

쿠르르르르릉!

저 두 사람의 싸움을 감당하기에 이 협곡은 너무 좁은 곳이었다.

엄청난 충격에 당장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선우진이 황급히 외쳤다.

“일단 위로 올라갑시다! 빨리!”

그러고는 진소은에게서 묘아란을 받아 등에 업고는 멍하니 서 있는 육합검수들을 슬쩍 바라본 후 바로 절벽 위로 솟구쳤다.

파박! 파박!

그 순간 양쪽 협곡이 비명 같은 굉음을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콰콰콰콰콰쾅!

“피해!”

그것은 재난이었다.

양쪽의 절벽이 위에서부터 무너져 지붕을 닫듯 조여 오는 상황.

웬만한 고수들이라 해도 생매장당할 수밖에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선우진과 일행들은 웬만한 고수들이 아니었다.

선우진과 증칠은 천하를 뒤져 봐도 얼마 되지 않을 신법의 고수들이었고, 진소은은 그런 선우진에게서 신법을 배워 최근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또한 맹수이자 영물인 흑표 삭월의 몸놀림 또한 최소한 진소은에게 뒤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다다다다!

일행들은 절벽을 수직으로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절벽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양쪽 협곡을 날다람쥐처럼 휙휙 오가며 무너지는 바위를 피해 협곡의 위쪽으로 향했다.

“으랏차!”

콰콰쾅!

증칠이 완전히 다물어지려는 협곡 위쪽의 바위를 일격에 쪼개 버리고는 제일 먼저 협곡 위에 안착했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라 삭월과 진소은이 협곡 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 그들을 따라오던 선우진은 제일 나중이었다.

쿠쿠쿠쿠쿵!

그들이 위쪽으로 올라온 후 협곡은 완전히 무너져 매몰되고 말았다.

인간의 충돌이 만든 여파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광경이었다.

매몰된 협곡을 멍하니 바라보던 진소은은 문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성녀님이 아직 저 아래에 계신 거잖아요. 괜찮으실까요?”

그러자 증칠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흥! 설마 그 괴물들이 이 정도로 죽을 리가…!”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너졌던 협곡 한 부분이 갑자기 화산처럼 폭발하며 솟구쳤다.

“꺄아악!”

“뭐, 뭐냐?!”

일행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산 같은 그 폭발과 함께 나온 것은 용암이 아니었다.

성녀와 마경, 두 사람이었다.

성녀의 검과 마경의 권각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공방을 교환하며 하늘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쾅! 콰콰쾅! 콰쾅! 콰콰콰쾅!

엄청난 싸움이었다.

두 사람이 맞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폭발과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선우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 천하삼십육성급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된 선우진이었지만 그런 그가 보기에도 저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자들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에 가까웠다.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선우진이 황급히 소리쳤다.

“여기도 위험하오! 뒤로 물러섭시다!”

그 말과 동시에 일행들은 성녀와 마경의 전투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의 등 뒤로 여전히 폭발과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쾅!

선우진의 일행들은 협곡이 있던 둔덕 밑으로 완전히 내려오고 거기서도 십여 장을 더 물러서서야 발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니 성녀와 마경이 둔덕을 계속 부수며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성녀의 검이 한 번 그어질 때마다 암석들이 쩍쩍 갈라졌다.

마경이 한 번 권각을 내지를 때마다 암석들이 모래가 되어 부서져 갔다.

거대한 둔덕 하나를 평지로 바꿔 버릴 듯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일행들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멍하니 그들을 보고 있던 선우진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묵랑에게 물었다.

‘어르신, 두 사람 중 누가 이길 것 같으십니까? 저로선 도저히 승패를 가늠할 수가 없군요.’

그러자 묵랑이 잠시 침음성을 흘리더니 대답했다.

- 거의 백중세인 것만큼은 확실하네. 승부가 갈린다면 그저 운, 또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아무래도 자네가 끼어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군. 만약에라도 마경이라는 자가 이긴다면 곤란해지지 않겠나?

‘으으음.’

선우진은 고민했다.

확실히 마경이 이긴다면 곤란한 일이었다.

아니, 그저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생명이 위험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저 둘의 싸움에 끼어든다는 것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콰콰콰콰콰쾅!

실시간으로 산을 하나 때려 부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선우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보고 저 괴수들 사이에 끼어들라고?’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물론 선우진 자신도 그간 수준을 많이 높였다고 자부하고 있었긴 했다.

하지만 지금 저들을 보고 있으려니 개미가 커 봐야 벌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성녀와 마경의 싸움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폭풍처럼 손속을 교환하고 있던 마경이 갑자기 호신강기로 몸을 감싸고는 성녀를 향해 돌진했던 것이었다.

“흐아아압!”

콰아아아아앙!

자신의 몸을 포탄처럼 쏘아 낸 몸통 박치기. 아까 육합검수들을 뚫고 들어가 자성진인을 죽일 때와 비슷한 공격이었다.

그 무식한 공격에 성녀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선우진의 인상이 굳어졌다.

‘저건?’

선우진이 보기에 마경은 그저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체중의 차이를 이용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둘의 무위가 백중세이다 보니 아예 남자이며 거구인 자신의 신체 조건을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 것이었다.

문득 묵랑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승부가 갈린다면 그저 운, 또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고 하셨었지?’

어쩐지 불길했다.

고수들의 싸움이라 그런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신체 조건의 차이는 실제 비슷한 실력자들의 대결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곤 하지 않던가.

어쩌면 저들의 대결에서도 극복하지 못할 차이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선우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무래도 뭔가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진 소저, 삭월과 함께 묘 소저를 좀 지켜 주시겠습니까? 저는 증 형님과 함께 저쪽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 네. 알겠어요.”

“잉? 나, 나? 서, 설마 저기로 같이 가자고?”

진소은은 바로 상황을 받아들였고 증칠은 기겁했다.

저 괴수들의 싸움터로 간다는 것이 엄두가 안 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선우진이 증칠에게 말했다.

“그럼 형님은 여기 계시지요. 아우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증칠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의형인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의제인 선우진만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증칠을 움직이기에 그보다 좋은 설득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그는 울상을 지으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간다! 간다고! 가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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