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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75화 (275/359)

275화 강소성-1

선우진 일행들은 곧 강소성의 최남단에 위치한 향락의 도시 소주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이곳이 신지 절강성이 아닌 사왕련의 영역인 강소성이라는 사실을 바로 실감해야만 했다.

일행들은 소주의 성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행인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태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인파였다.

일행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 너무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몇몇 남자들이 바로 그들에게 접근해 왔다.

모두 무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어이! 너희 무인들인가?”

일행들이 절강성에서 만났던 무인들은 모두 호의적인 미소를 띠고 인사를 하며 지나쳐 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아니었다.

그들은 비릿한 웃음으로 연태진과 진소은을 힐끗 바라보고는 주먹을 뚜둑 소리 나도록 꺾으며 말했다.

“한판 붙자! 네놈들을 밟아 버리고 저 미인들에게 진정한 남자의 매력을 보여 주겠다!”

일행들은 그 단도직입적인 시비에 일순 황당한 얼굴로 대꾸하지 못했다.

지금 선우진의 일행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저들이 여자 때문에 시비를 건다는 얘기를 너무도 당당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당한 태도와 말투만 보면 차라리 정의의 사도가 악인을 처단한다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리는 대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저토록 호기롭게 시비를 건 남자들의 무위는 고작 이류 정도에 불과해 보였다.

모두가 초절정이거나 그에 근접한 일행들에게 있어 저들은 하룻강아지 중에서도 지나치게 어린 하룻강아지들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러모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잠시 벙쩌 하던 증칠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살다 살다 이런 하룻….”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연태진이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흐음, 진정한 남자의 매력이란 말이죠?”

그 순간 시비를 건 남자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마치 섭혼술이라도 걸린 듯 황홀한 표정이었다.

선우진의 일행들이야 늘 함께 있다 보니 연태진의 미모에 대한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게다가 오히려 그녀의 지나친 자존감에 좀 피곤해하고 있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사파오대미녀로 손꼽히던 하원달기 연태진이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일반 남자들이 견뎌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잠시 넋을 잃은 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무인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그, 그렇소! 저치들이 제법 얼굴이 반반해 보이긴 하지만,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신다면 소저도 무림인에게 있어 최고의 매력은 오직 무공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실 것이오!”

“맞소! 무림인은 역시 무공으로 말해야지!”

“우리 소주의 무인들이 진정한 남자의 매력을 보여 드리겠소!”

그러자 연태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맞아요. 무인에겐 무공이 곧 매력이죠. 그 매력 꼭 보고 싶네요.”

그녀의 미소에 남자들은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자신들에 대한 호감으로 해석한 무사들이 씩씩하게 소리쳤다.

“바로 보여 드리겠소!”

“지금 당장 보여 드리리다!”

“아마 깜짝 놀라실 거요!”

그러자 연태진이 다시 아름다운, 하지만 일행들에게는 요사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맞장구쳐 줬다.

“네, 정말 깜짝 놀랄 것 같네요.”

그러곤 일행들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일행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연태진의 모습이 어째 거미줄로 먹잇감을 유혹하는 거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거미줄에 감겨 개처럼 두들겨 맞을 무사들의 미래가 벌써부터 선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설풍은 슬쩍 고개를 돌려 선우진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선우진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빙그레 웃음 짓고는 남자에게 말했다.

“좋다. 한판 붙지. 바로 여기서 할 건가?”

그의 말에 남자는 사납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 좋아! 계집애처럼 생긴 주제에 꽤나 시원시원하군! 마음에 들었다! 혹시 많이 다치게 된다면 술이라도 사 주지! 하지만 여기서 붙는 건 안 된다.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줬다간 련의 무인들이 출동하게 되거든. 자, 저쪽으로 가자! 멀지 않은 곳에 비무대가 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와 그의 일행들이 앞장선 가운데 선우진들은 그들을 쫓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일반 백성들이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대결이다! 광견 패거리들이 외지 무인들과 대결을 벌인대!”

“오! 그 미친개들이?! 오랜만의 구경거리로군!”

“크크크! 그놈들과 싸우다니, 멋모르는 외부인들이 제대로 물리겠군, 크크크큭!”

그러더니 순식간에 구름처럼 몰려들어서는 일행들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일행들은 그런 일반 백성들의 반응에 무척 당황했다.

보통 다른 지역의 백성들은 무림인들의 일에 전혀 상관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하려고 하는 쪽이 일반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광견 패거리라는 무인들은 그런 백성들의 반응을 보고 씨익 웃더니만 오히려 손을 흔들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우리의 멋진 모습들을 잘 보라고! 우리가 소주 무인의 뛰어남을 외지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테니까!”

그러자 백성들은 장난스럽게 야유했다.

“우우우! 너희가 무슨 소주 무인들의 대표라는 거냐?!”

“하하하! 맞아! 소주 무인의 대표라 불리려면 적어도 백가나 련의 무인들 정도는 돼야지!”

“에잇! 외지 무인들과 싸우면 소주 무인의 대표지! 대표가 뭐 별건가?!”

“와하하하하!”

선우진과 일행들은 광견 패거리라는 무인들이 일반 백성들과 소통하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절강성에서 받았던 충격과는 또 다른 느낌의 충격이었다.

증칠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 재밌는데? 난 사왕련의 영역이라고 해서 무척 삭막하고 살벌한 곳일 줄 알았더니만.”

그의 말에 선우진 또한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원래 초대 사왕의 아버지였던 광마가 사왕련의 전신인 통천방을 만들었던 이유가 나쁜 놈들을 모아 자기가 관리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일반 백성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 사왕련 무인들의 철칙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설마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 줄은 저도 상상하지 못했군요.”

그랬다.

일반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왕련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철칙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파인들 사이에서는 ‘명성을 떨치려면 사왕련으로 가고,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사왕련에서 도망가라.’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또한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웬만한 정파들의 영역보단 사왕련의 영역이 훨씬 살기 좋다는 말들이 상식처럼 퍼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이런 얘기를 처음 듣는 진소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사파인데 일반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철칙이라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진소은의 의문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사파가 사파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기 자신의 이익과 자유이고, 그것을 위해 다른 이들을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파가 일반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 사파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의문에 선우진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해 줬다.

“그래서 사실 내키는 대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고 싶은 사파인들에게 있어 사왕련은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일반 백성들에게 왕처럼 군림하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 철칙만 제외한다면 사왕련의 규칙은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그게 뭔데요?”

“바로 힘. 그것 하나뿐이라더군요.”

사왕련은 무조건적으로 강자를 우대했다.

절대적인 실력 우선주의로 강자를 등용했고, 그들을 높은 자리로 올려 주며 충분한 대가를 제공했다.

그러니 그들은 굳이 일반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아도 충분히 잘 먹고 잘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또한 그런 이유로 사왕련은 무인들끼리의 충돌을 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했다.

충돌의 종류 또한 가리지 않았다.

다 대 일의 싸움이든 암기를 이용한 암습이든 모두 인정해 줬다.

독만 이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승부든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던 것이었다.

그 말에 진소은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다 대 일의 싸움이나 암습도 상관없다고요?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기본적으로 사파인들이다 보니 그런 것에 당한다면 그것 또한 실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대 일이나 암습을 정당한 실력으로 인정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듯 사왕련은 실력 우선주의거든요.”

사왕련의 무인들은 강자를 숭상했기에 암습이나 다 대 일의 싸움으로 상대를 꺾는 자들은 약자로 치부했다.

그러니 설사 그런 방식으로 승부에 이겼다고 해도 사왕련에게 인정받거나 련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왕련의 영역에서 무인들의 일대일 대결이란 마치 생활과도 같은 것이었다.

곳곳에 비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매일 어렵지 않게 무인들의 대결을 구경할 수 있었다.

지금 광견 패거리들이 선우진 일행들을 데려가고 있는 곳 또한 그런 곳이었다.

깊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연태진이 문득 진소은을 보며 말했다.

“소은 동생이 지난번에 광주를 절강성처럼 만들고 싶다고 했었지? 나는 하원을 이곳처럼 만들고 싶어. 무인들이 사는 곳이라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녀가 방주로 있는 하원방 또한 비록 사파였지만 항상 일반 백성들과의 공존을 추구해 왔었기에, 하원달기 연태진으로선 이곳이 바로 꿈에 그리던 이상향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런 연태진의 말에 진소은은 생각에 잠긴 듯 대답 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비무대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중앙 대로에서 벗어나자 바로 잘 관리된 비무대가 존재했고, 심지어 먼저 온 무인들이 그곳에서 이미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자 광견 패거리의 우두머리, 아마도 광견일 남자가 선우진들을 향해 말했다.

“잠시 기다려라. 곧 끝날 것 같으니 다음 차례에 우리가 쓰면 된다.”

그의 말에 선우진은 잠시 비무대 위에서 툭탁거리고 있는 무인들을 바라봤다.

둘 다 삼류에 불과한, 일반 백성들과도 그리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 하수들이었다.

문득 빙긋이 웃으며 광견에게 말했다.

“광견이라고 불릴 정도라면 성질이 상당한 모양인데 하수들의 싸움을 기다려 주기도 하고, 좀 의외로군.”

그러자 광견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약자들이라고 내쫓을 줄 알았다는 건가? 강소성의 무인들은 그런 품위 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 말에 일행들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약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품위 없는 짓이라고 치부하는 강소성의 분위기에 대한 감탄이었다.

묵랑이 문득 선우진에게 말했다.

- 나도 저 연 소저의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겠군. 절강성보단 이 강소성이 훨씬 더 바람직한 무림의 모습인 것 같네. 괴 형님의 후손들이 아주 훌륭한 분위기를 만들어 놨어.

‘그러게요. 생각해 볼 것들이 많군요. 그나저나 저 광견이라는 자는 생각보다 괜찮은 자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살살 때려 줘야겠어요.’

- 하하하! 그래, 적당히 귀여워해 주게나.

잠시 후, 앞 무인들의 대결이 끝나자 광견은 훌쩍 뛰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곤 선우진 일행들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자! 이제부터 강소성 소주 무인들의 위대함을 보여 주마! 덤벼라! 누구라고 좋다!”

그러자 주변을 둘러싼 채 기다리고 있던 일반 백성들도 왁자지껄 소리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 드디어 시작이다!”

“광견 믿는다!”

“소주 미친개의 위용을 보여 달라고!”

선우진 일행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설풍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어쩐지 우리가 악역이 된 것 같은 기분인데?”

그러자 증칠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뭐 틀린 얘기도 아니지 않은가? 이제부터 악역이 되어 줄 텐데. 으흐흐흐!”

그렇게 말하며 증칠이 비무대 위로 막 올라가려 할 때였다.

증칠은 그가 말하는 사이 이미 비무대 위로 올라간 사람을 보고는 눈을 껌뻑거릴 수밖에 없었다.

“잉?! 헐벗은 계집, 네가?”

먼저 비무대 위에 올라간 연태진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함성이 가득했던 주변은 그녀가 비무대 위로 올라간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진 상태였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등장에 광견 패거리는 물론 일반 백성들까지도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남자들이 올라올 줄 알았지 그녀같이 아름답고 가녀려 보이는 여인이 올라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광견이 더듬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소, 소저, 서, 설마 저와 대결을 하시려고….”

그러자 연태진이 생긋 웃으며 물었다.

“왜요? 나는 하면 안 되나요?”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광견은 난감한 표정으로 선우진과 일행들을 슬쩍 바라봤다.

대결의 목적이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목적이었던 그녀가 대결에 나오다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태진은 그가 난감해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뚜둑 꺾었다.

“그럼 한판 붙죠. 무인은 역시 무공으로 말하는 법이잖아요? 부디 매력적인 모습을 기대할게요.”

그러자 그녀의 환한 웃음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래! 무인은 무공으로 말하는 법이지! 남녀가 무슨 상관이냐?!”

“맞다! 맞아! 미인에게 소주 무인의 멋진 모습을 보여 줘라, 광견!”

“우리가 응원해 줄게! 힘내라, 광견!”

사람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자 광견은 살짝 으쓱한 표정을 지으며 연태진을 바라봤다.

자기가 이 정도의 인물이라는 듯한 자부심 넘치는 표정이었다.

그는 결국 연태진과 대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심하게 하지만 않으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태진을 향해 포권하며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소생의 이름은 전석구라 하오. 평상시에는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싸움에 임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기에 사람들에게 광견이라고 불리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소저께서는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제가 최대한 부드럽게 해 드릴 테니 말이오.”

그러자 주변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우! 네가 언제 부드러웠다는 거냐?! 평상시나 싸울 때나 똑같이 미친개면서!”

“미인 앞이라고 안 하던 짓 하지 말고 평소대로 해라, 광견!”

그를 잘 아는 일반 백성들의 함성에 그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을 때였다.

연태진이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연태진이라고 해요. 그리고 미리 사과드릴게요.”

사과?

그녀의 말에 광견 전석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뭘 사과하신다는…?”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어쩐지 연태진이란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환하게 웃음 짓던 연태진이 순간 전석구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배에 정권을 꽂아 넣었다.

뻐어어억!

“꺼어어억!”

광견의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졌다.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다.

‘연태진…. 하원달기?!’

하지만 그것이 그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생각이었다.

뻐어억!

“끄어어억!”

다시 날아온 발차기가 얼굴에 작렬하며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의 의식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쿠당탕탕탕!

화려한 공중회전을 선보인 광견이 비무대 위로 꼴사납게 널브러지는 모습에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말았다.

그러자 연태진이 광견의 일행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 실수! 힘 조절을 잘못했네. 다음번엔 조금 더 잘해 봐야지? 자, 다음 사람!”

광견의 동료들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전까지 선녀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던 그녀의 미소가 갑자기 저승사자처럼 서늘해 보이고 있었다.

문득 묵랑이 선우진에게 말했다.

- …살살 대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하하, 뭐, 죽이지는 않았지 않습니까? 뼈도 안 부러뜨렸고. 저 정도면 연 소저 입장에선 충분히 살살….’

- …….

‘…죄송합니다. 연 소저를 제어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연태진을 만난 이후, 선우진은 왜 과거 공자께서 여자를 다루기가 힘들다고 하셨는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게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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