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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76화 (276/359)

276화 강소성-2

연태진은 광견 전석구와 그의 패거리들을 그야말로 개처럼 두들겨 팼다.

이젠 힘 조절도 잘할 수 있게 되었는지 기절도 시키지 않은 채였다.

뻑! 빡! 퍽! 콰직!

“아아악!”

“살려 주세요!”

“소, 소저! 저는 집에 병든 노모와… 끄아악!”

“선녀님! 제발! 아아악!”

구타가 길어지자 선우진을 비롯한 주변의 모두는 이제 짠한 눈으로 광견의 패거리들을 바라봐야만 했다.

불쌍하다 못해 가슴이 아파 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만 그녀를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연태진은 그제야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멈추고는 기지개를 켰다.

“아아, 개운하다! 요즘 자꾸 고수들만 만나서 좀 답답했었는데,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그 말을 들은 일행들은 왜 그녀가 광견 패거리의 시비를 받아들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그녀가 이길 수 없는 고수들만 자꾸 만나서 속으로 좀 쌓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을 처음 보는 다른 사람들한테 풀어 버리다니….

선우진은 그녀의 제물이 되어 버린 광견 패거리들에게 마음속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며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제 연태진이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 또한 목적을 달성할 차례였다.

선우진은 비릿한 웃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강소성 소주 무인들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인가? 그래도 사왕련의 영역이라고 해서 좀 기대했더니만 이건 너무 실망이로군.”

그러자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폭발했다.

“우우우우!”

“무슨 개소리냐?!”

“광견 패거리 따위를 이겼다고 저딴 소리를 하다니!”

“감히 우리 소주 무인들을 무시하는 거냐?!”

확실히 이곳의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일반 백성들이 무림인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이런 광경은 다른 곳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선우진은 그런 분위기에 속으로 감탄할지언정 겉으론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오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무시하면 안 되나? 이따위 실력을 지닌 자들이 소주의 대표라는데?”

그러자 사람들이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저놈들이 어떻게 소주 무인의 대표라는 거냐?!”

“그래! 고작 광견 패거리 따위를 이기고 소주 무인들을 무시하다니!”

“어이! 누가 가서 호투회 무인들을 좀 불러와!”

“내가 가지! 네놈들을 박살 내 줄 고수들을 금방 불러올 테니 거기서 딱 기다리라고!”

그 말과 함께 몇 명이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자 선우진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딱 바라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선우진이 그들의 시비를 받아들였던 이유는 연태진처럼 기분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어떤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하오문에서 들었던 정보들을 토대로 세운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첫 단추가 아주 잘 끼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보고 있던 연태진이 그에게 물었다.

“뭐야? 또 무슨 속셈이 있는 거야?”

그녀의 질문에 선우진은 그저 그녀를 향해 빙긋이 웃어 주었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이미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우진이 하는 일이라면 뭔가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문득 묵랑이 말했다.

- 경험을 통해 얻어진 신뢰만큼 값어치 있는 건 없는 법이지. 그런 점에서 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군, 자네.

그 말에 선우진은 문득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설풍, 증칠, 진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단단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는 일일이 전음을 이용해 그들에게 설명을 해 주려고 했던 선우진은 그저 씨익 웃으며 일행들에게 한마디만을 던져 줬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소주를 한번 정복해 보도록 하지요.”

선우진 또한 일행들을 굳게 믿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짧은 설명이었다.

***

선우진 일행이 비무대에서 일각쯤 기다렸을 때였다.

곧 곰 같은 체격의 험상궂은 무림인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나는 호투회의 회주인 대웅도 구항이다! 어떤 놈이냐?!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소주 무인들을 깔본 것이냐?!”

확실히 그는 앞서의 광견 전석구라는 자보단 훨씬 수준이 높아 보이는 자였다.

기세를 보건대 일류 중급 이상은 되어 보이는 무인.

그를 본 연태진이 눈을 반짝이며 반갑게 중얼거렸다.

“어머나, 이번 물고기는 제법 씨알이 굵네. 손맛이 좀 있겠어.”

그녀에겐 달려오는 무인들이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물고기를 잡아서 하고 싶은 일은 아마도 회를 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선우진은 문득 저자가 곧 당하게 될 일에 대한 죄책감과, 또 연태진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던 과거의 결정에 대한 회의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

그녀와 함께하기로 한 것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문득 회의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증칠이 갑자기 비무대 위로 훌쩍 뛰어 올라오며 소리쳤다.

“헹! 헐벗은 계집아! 너만 재미 볼 생각이냐?! 넌 아까 손을 풀었으니 이번엔 내 차례다!”

…게다가 연태진만도 아닌 모양이었다.

선우진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대웅도 구항이라는 자가 마침내 비무대 위까지 뛰어 올라왔다.

그러고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왜소한 노인인 증칠이 자신을 상대하려는 모습에 화가 난 것이었다.

그가 건장한 체격의 선우진을 보며 소리쳤다.

“저런 비쩍 마른 당나귀 같은 늙은이를 앞세우다니! 네놈이 정녕 사내…!”

그가 거기까지 소리쳤을 때였다.

분노한 증칠이 빛살처럼 튀어 나갔다.

“뭐 인마!”

퍼어어억!

배를 꿰뚫을 듯한 강력한 정권이었다.

그의 몸이 새우처럼 구부러졌다.

“끄어어어억!”

“비쩍 마른 당나귀가 뭐 어쩌고 저째?!”

구항에겐 불행하게도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분노한 증칠의 연타가 폭풍처럼 구항을 휩쓸기 시작했다.

뻐버버버버벅!

“끄어어어어어어!”

그것은 너무나도 잔혹한 구타였다.

아까 광견 전석구의 패거리를 개 패듯 팼던 연태진마저도 질린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대웅도 구항은 얼마 견디지 못하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애처롭게 빌 수밖에 없었다.

“우워어어어, 시, 신선님, 제, 제발, 사, 살려….”

하지만 증칠은 결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구항의 몸이 거의 곤죽이 되어 버렸을 때가 돼서야 씩씩거리며 간신히 멈춰 섰다.

그는 아직도 화가 덜 풀린 듯 사람들을 향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소주 무인들은 다 이렇게 비루한 당나귀 같은 놈들뿐이냐?! 이게 무인인지 허수아비인지 헷갈리는구나!”

그러자 그의 도발에 사람들이 다시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저, 저럴 수가! 호투회주마저 당하다니!”

“에잇! 이대로 있을 수 없지! 어서 백우방에 가서 알려!”

“그러지! 내가 갔다 올게!”

“소주 무인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 주고 말겠다!”

그 말과 함께 다시 또 몇 명이 뛰어가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증칠이 선우진을 향해 씨익 웃음 지었다.

마치 ‘나 잘했지?’라고 묻고 있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 모습에 선우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증칠은 선우진이 일부러 사람들을 도발해 더 강한 무인들을 불러오게 했다는 걸 파악한 모양이었다.

증칠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다니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줬다.

그러자 잠시 후 또다시 일단의 무인들이 달려왔다.

“나는 소주 백우방의 방주 조두석이다! 어떤 놈이…!”

뻐버버버벅!

“크어어어억!”

백우방의 방주 조두석이라는 자는 절정 초입에 달한 무인이었다.

그리고 절정 초입이라면 작은 도시에서는 그곳의 지배자까지도 될 수도 있는 실력자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상대는 다시 증칠과 교대한 연태진이었다.

초절정인 그녀의 앞에서 절정 초입의 실력은 이류였던 광견 전석구와 별로 다를 것도 없었던 것이었다.

백우방의 방주 조두석은 잠시 후 넝마가 된 채 대웅도 구항이라는 자의 옆에 뻗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진정한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절정의 무인 조두석까지 속절없이 얻어터진 모습을 본 소주의 사람들은 이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저, 저럴 수가! 조 방주까지 당하다니!”

“그것도 저렇게 쉽게! 저들은 대체 누구지?”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이대로라면 우리 소주의 위상이 저 외부인들에 의해 완전히 박살 나는데?!”

“그럼 어쩌자는 건가? 조 방주까지 당한 이상 이제 저들의 상대는…. 설마?!”

“그래! 백가가 있지 않은가?! 그곳에다 얘기하세!”

“하지만 백가의 가주님은….”

“백 가주님이야 와병 중이시지만 백가의 공자들이 있지 않은가?! 이 공자라면 분명 와 줄 걸세!”

“그래! 이 공자라면 충분하지!”

선우진은 심각한 목소리로 떠들어 대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빙긋이 웃음 지었다.

드디어 원하던 곳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선우진이 노렸던 곳의 이름, 바로 소주백가였다.

과거 사왕련의 초대 사왕 괴자운은 그의 아버지 광마와 고락을 함께했던 광마의 의제들에게 각각 원하는 지역 한 곳씩을 떼어 주었었다.

그러곤 그곳을 사왕련이 아닌 그들의 영역으로 인정해 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에게 간섭하지 말도록 후인들에게 유지를 남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곳들이 바로 사왕련 내부의 독립 세력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사왕십삼가였다.

그리고 이곳 소주는 그 사왕십삼가 중에서도 소주백가의 영역이었다.

소면원후 백동성의 후예들로 전 무림에서도 유명한 곤의 명가인 소주백가 말이다.

지난 삶에서 설풍은 다음 대 사왕의 후계자 후보가 되는 것까지는 성공했었다.

하지만 그의 소식이 궁금해 선우진이 알아봤던 정보에 따르면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딱 거기까지였다.

‘당대의 사왕 괴갈현은 후계자들끼리의 무한 경쟁으로 다음 대 사왕을 결정하겠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 경쟁에는 개인의 실력뿐 아니라 세력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말이야. 사왕련 내에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풍 형님은 그래서 사왕련에 들어간 후에도 다른 후계자들과 달리 어떤 업적도 이루지 못했었어.’

그리고 그 상황은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때와 달리 선우진, 증칠 등이 따라가고 있다곤 하지만 사왕련 내에서 이미 튼튼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후보들에 비한다면 설풍의 세력은 여전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선우진은 사왕련 내부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설풍의 힘이 되어 줄 가능성이 있는 세력들에 대해 고민해 봤었다.

그리고 그때 가장 눈에 띄었던 곳들이 바로 사왕련 내부에서도 독립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는 사왕십삼가의 가문들이었다.

‘물론 사왕십삼가도 이미 많은 곳들이 다른 후보들과 이래저래 연관이 되어 있기는 했었지. 하지만 하오문의 정보에 따르면 이곳 소주를 지배하는 소주백가는 아직 그렇지 않았었어.’

처음부터 선우진이 사왕련으로 가는 경로에 이곳 소주를 넣었던 건 바로 소주백가와의 접점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였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설풍이 후계자 후보가 되었을 때 그들의 지지와 세력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대결이었다.

이곳에선 무인들 간의 대결이 일반 백성들의 삶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을 만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그 결과가 고향인 소주에 대한 자부심과도 직결되는 것 같지 않던가.

그러니 소주 무인 대 외부인이라는 구도로 상황을 만들어 이들의 애향심을 자극할 수만 있다면 굳이 소주백가로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그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게 선우진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건대 지금까지는 그 생각이 아주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선우진은 사람들이 소주백가의 무인들을 불러오는 동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 현지인들이라 그런지 하오문에서도 얻지 못했던 몇 가지 정보들이 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소주백가의 가주가 와병 중이란 말이지? 그런 정보는 못 들었는데 최근의 일인가? 게다가 왜 이 공자의 얘기만 들리는 거지? 아들이 셋이라고 들었었는데 대공자나 삼 공자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군.’

선우진은 하오문에서 얻었던 소주백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려 봤다.

소주백가의 가주에게는 세 명의 아들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뛰어난 이는 첫째로 품행과 무공 모든 면에 있어서 다음 대의 가주가 되기에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에 비해 둘째나 셋째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한 듯했다.

둘째는 무공은 뛰어나지만 성격에 약간 문제가 있는 사고뭉치로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닌다고 했고, 셋째는 무공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고 성격 또한 소심하다는 평이었다.

물론 이런 소문들이 완전히 정확하다고는 자신할 수 없었다.

저 멀리 귀주성과 광서성에 전해진 정보이기에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첫째인 대공자의 후계 서열을 확고히 하기 위해 소주백가에서 일부러 만들어 낸 소문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사람들이 이 공자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는 건 좀 이상했다.

‘둘의 무공이 설사 비슷하다고 해도 이 공자보단 대공자의 이름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소주백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날아오듯 달려오고 있었다.

- 으하하하하! 소주의 무인들을 무시했다는 간 큰 자들이 대체 누구인가?!

강력한 내공이 실린 우렁찬 목소리.

그럼에도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듯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소주의 일반백성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아아아! 백무호 공자다!”

“소주백가의 이 공자 백무호 공자가 오셨다!”

“백 공자! 기다리고 있었소!”

이제껏 다른 무인들의 등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척 뜨거운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비교를 하자면 가장 백성들과 친해 보였던 맨 처음의 광견 전석구 정도가 그나마 비교가 될 법한 반응.

아마도 백무호라는 자는 이곳 소주의 백성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은 인물인 듯했다.

그리고 그런 선우진의 생각을 증명해 주듯 그는 비조처럼 날아 비무대 위에 가볍게 착지한 후 선우진 일행이 아닌 일반 백성들과 먼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소, 여러분! 이제 이 백무호가 왔으니 여러분은 아무 걱정도 하실 필요가 없소! 이 내가! 소주 무인의 진정한 힘을 외부인들에게 보여 주리다!”

“우와아아아아!”

“역시 백무호 공자다!”

“백무호! 백무호! 백무호!”

비무대 주변에 있던 소주의 백성들은 모두 함께 백무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 주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흥분을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백무호는 확실히 평범한 인물은 아닌 듯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더니, 갑자기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백무호! 백무호! 백무호!”

“우와아아아! 백무호! 백무호! 백무호!”

명가의 자제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푼수 같은 행동이었다.

그의 범상치 않은 행동에 선우진 일행들은 벙찐 표정으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증칠이 문득 중얼거렸다.

“뭐야, 저놈? 사실 무인이 아니라 약장사였던 거 아니야?”

그 말에 모두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에 당황한 사람들은 선우진 일행만이 아닌 듯했다.

일행들은 뒤늦게 백무호의 뒤를 쫓아온 일단의 무인들이 그의 행동을 보며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풍이 그들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저들은?”

그의 말에 선우진이 대답했다.

“아마도 소주백가의 무인들 같습니다.”

“아아.”

백무호를 따라온 소주백가의 무인들이 그의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공자 백무호가 소주백가의 사고뭉치라는 소문만큼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한참을 백성들과 어울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던 백무호가 다시 비무대 위로 훌쩍 뛰어 올라왔다.

그러곤 등에 메고 있던 흑색의 봉을 휘리릭 돌리며 팔 사이에 끼고는 정중히 포권했다.

“기다리시게 한 걸 사죄드리겠소. 소주백가의 이 남인 백무호라고 하오. 무림의 친구들에겐 맹호곤이란 과분한 별호로 불리고 있소.”

그는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탄탄해 보이는 몸과 범상치 않은 기세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알 수 있게 했고, 남자답게 생긴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이 가득 맺혀 있었다.

전체적으로 나이 많은 개구쟁이 같은 인상의 남자였다.

그때였다.

묵랑이 문득 선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 음? 저자, 중독된 상태로군.

‘예?’

그야말로 뜬금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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