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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81화 (281/359)

281화 사왕련-1

소주를 떠난 지 이틀 후.

선우진 일행은 드디어 강소성의 중앙에 위치한 태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사왕련의 본부가 위치한 곳이었다.

본래 그렇게 크지 않은 성이었던 태주는 사왕련의 전신 통천방의 본방이 이곳으로 옮겨 오며 도시 자체가 그대로 사왕련의 본부가 되어 버린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곳 태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사왕련에 소속된 사람들이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물론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도, 길거리 가판대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말이다.

그래서 지금 태주의 성문 앞에 도착한 일행들은 병사들이 아닌 절정으로 보이는 사왕련의 무사들이 성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중 조장으로 보이는, 아마도 최소 내공 팔십 년 이상일 무사가 다가와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용무로 사왕련에 방문하셨습니까?”

그 질문에 선우진은 힐끗 설풍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껏 인도자가 되어 일행을 이끌어 온 사람은 분명 선우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부터 일행을 이끄는 사람은 설풍이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선우진의 시선을 받은 설풍은 어제부터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생각에만 잠겨 있는 중이었다.

일행들 또한 그의 복잡한 속내를 약간은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동안은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설풍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자 일행들은 이제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설풍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그러고는 드디어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루만의 일이었다.

“나는 설가의 자손이자, 설천후… 의 아들인 설풍이라고 하오.”

그것은 무거운 말이었다.

설가의 정당한 후예인 설풍이 드디어 그의 뿌리인 사왕련에 자신이 살아 있음을 밝힌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처음엔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조장 무사의 눈이 점점 크게 확대되어 갔다.

그의 머릿속에 드디어 설가와 설천후의 이름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설풍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괴설이가의 정당한 후예로서 다음 대 사왕의 후보에 도전하기 위해 왔소.”

괴설이가.

그 말은 초대 사왕 괴자운의 후예인 괴가와 설가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자 설풍의 얘기를 들은 조장 무사는 이제 완전히 당황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자,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상부에 보고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뛰어간 곳은 성문 안쪽이 아닌 위쪽이었다.

그리고 곧 성문 위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소주의 백가가 그랬듯 사왕련도 성 내에서 전서구를 이용한 보고 체계를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태주 성 전체라는 넓은 공간이 모두 사왕련의 영역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전서구가 날아가고 사왕련 본부로부터 답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설풍은 일행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 사왕이 저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려 적들의 소굴 안에서 사왕련의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지요. 그러니 빠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지금뿐일 겁니다.”

빠질 사람이 있다면 늦기 전에 빠지라는 얘기였다.

그러자 연태진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그 서운한 말은? 설마 내가 풍을 버리고 도망이라도 갈 거라고 생각한 거야? 꿈도 꾸지 마! 난 평생 풍의 옆에서 절대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을 거라고!”

평생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에 설풍이 감격스러워해야 할지 난감해해야 할지 모를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증칠 또한 호기롭게 말했다.

“설마 이 형님에게 한 말은 아니겠지, 풍 아우? 이 증칠! 평생 아우들의 일이 위험하다 하여 외면한 적이 없었던 사람일세!”

물론 증칠의 평생 중 아우가 있었던 적 자체가 몇 개월도 안 되긴 했다.

하지만 누구도 굳이 그 점에 대해 지적해 그의 호연지기를 깨지는 않았다.

그 말에 빙긋이 웃음 지은 설풍은 이번엔 진소은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 소저, 소저는 정파인 진가장의 금지옥엽이오. 그런 소저가 사왕련의 일에 얽히게 되는 건 곤란하지 않겠소?”

그러자 진소은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금지옥엽이라니. 저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진가장의 무인은 친구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설 공자께선 설마 저를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

그 단호한 대답에 그녀와 마주 보며 빙긋이 웃음 지은 설풍은 이번엔 선우진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왜 절 보십니까? 제게도 떠날 거냐고 물으시려고요?”

설풍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하네, 진 아우.”

그의 말에 씨익 웃은 선우진은 설풍과 굳게 손을 맞잡았다.

그 손이 마치 둘 사이의 굳건한 신뢰를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선우진이 말했다.

“맡겨 주세요, 형님. 제가 반드시 형님을 차기 사왕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의 말에 설풍은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혹시 사왕에 의해 죽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을 때 선우진은 벌써 자신을 다음 대 사왕으로 만들 것만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그저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했을 그 말이, 이 지혜로운 아우의 입에서 나오자 어쩐지 진짜 그럴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설풍은 결국 빙긋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아우만 믿겠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연태진이 투덜거렸다.

“아, 자존심 상해. 이 하원달기 연태진이 남자에게 질투심을 느껴야 하다니. 그래, 남자니까 봐준다.”

그때 증칠은 은근슬쩍 다가와 두 사람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나도 막내, 너만 믿는다.”

진소은은 그런 일행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성문이 열리며 한 젊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금빛이 번쩍이는 비단옷을 입고 있는 후덕한 인상의 젊은 남자였다.

그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정중한 태도로 설풍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내당에서 일하고 있는 만지성이라고 합니다. 련주께서 공자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함께 들어가시겠습니까?”

그는 수문 조장에게도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일행들을 자신이 타고 온 마차로 안내했다.

마차를 본 연태진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마차까지 타고 가야 하는 거야?”

그러자 만지성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태주 전체가 사왕련이다 보니 련주님이 계신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차를 타고 이동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걸어가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경공을 전개하면 불필요하게 시선을 끌지 않겠습니까? 편안히 모실 테니 안심하시지요.”

마차는 그의 말대로 충분히 편안했다.

흑단목으로 만들어져 겉에서 보기에도 큰 부호들이나 탈 법해 보이는 고급스러운 마차는 내부 공간도 엄청나게 넓어 만지성이라는 남자까지 포함해 그들 여섯 명이 탔음에도 몇 명은 더 탈 수 있을 정도였다.

그곳에 탄 일행들은 옆에 난 창문을 통해 주변을 구경하며 편안히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본 태주의 거리는 얼마 전 지나왔던 소주만큼이나 번화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지나다니고 있는 곳이었다.

진소은이 그런 태주의 거리를 보며 감탄했다.

“와아, 소주만큼이나 번화한 곳이네요. 거리도 깨끗하고 사람도 엄청 많아요!”

하지만 같은 광경을 보고 있던 선우진은 곧 심각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가 순간 신음을 내뱉듯 말했다.

“저들 모두가 무인들이로군요.”

그의 말에 진소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예?”

그녀의 반문에 선우진이 예리한 눈빛으로 거리를 살피며 다시 말했다.

“거리에 가득한 저 사람들 모두가 무인들입니다. 심지어 대부분이 일류 이상이로군요. 이류 이하의 무인들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예요.”

“예에?!”

그의 말을 들은 일행들이 놀란 표정으로 길거리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들 또한 선우진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리를 가득 채운 이들 모두가 무인들이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진은 맞은편에서 그저 빙긋이 웃고 있는 만지성이라는 남자를 힐끗 보며 생각했다.

‘도시 전체가 이런 식이라면 마인들로 가득했던 전선보다도 오히려 더 용담호혈일 수 있겠군. 역시 사왕련이야.’

그리고 만만치 않기로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저 만지성이라는 남자 또한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그는 무인이라기보다는 노련한 상인처럼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일행들이 묻는 말에만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있었다.

또한 대충 봤을 때 그 실력은 대충 절정 초입 정도로 보였다.

‘삼십 대 정도의 나이에 절정 초입이라는 무위가 결코 약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곳 사왕련에선 수문 무사를 볼 만큼이나 흔한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우진이 주목한 부분은 그의 성이 ‘만’씨라는 데 있었다.

현 사왕련의 총관을 맡고 있는 상왕 만성국과 같은 성씨였기 때문이었다.

사왕십삼가의 하나인 진강만가의 가주 만성국은 천하제일의 상인이라고 불리는 자, 무인보다는 상인으로서 세상에 훨씬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자였다.

또한 그는 원래 대대로 사왕련의 총관 역할을 했던 양주동가를 밀어내고 진강만가가 사왕련의 이인자 자리를 차지하게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만약 저 만지성이라는 자가 그 진강만가의 인물이라면 절정 초입의 무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리고….’

진강만가가 양주동가를 밀어내고 사왕련의 이인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 시기는 바로 이십여 년 전, 현 사왕 괴갈현이 설풍의 아버지 설천후를 죽이고 사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와 거의 일치했다.

그러니 진강만가 또한 그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맞다면 설풍 형님을 보는 저들의 시선이 그리 호의적일 리가 없지. 서로의 인연이 아무래도 원한 쪽에 무게가 실려 있을 테니까.’

또한 그런 관계인 곳은 진강만가뿐만이 아닐 터였다.

현 사왕 괴갈현의 측근인 자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그때 설천후를 죽이고 괴갈현을 현 사왕으로 추대했던 자들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설풍은 이제부터 그런 자들 속에서 다음 대 사왕의 후보자로서 입지를 세워야만 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삶에 후보가 되는 것까지는 성공했던 설풍의 행적이 왜 그 이후 끊길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잠시 후, 마차는 사왕련의 본장 앞에 정지했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린 선우진 일행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건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

“세상에, 여긴 황궁인가?”

선우진이 이제껏 봤던 가장 거대한 규모의 장원은 사천당가였다.

그때도 선우진은 그곳의 거대한 규모를 선우세가와 비교해 보며 무척이나 감탄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천당가조차도 이 사왕련 앞에 있었다면 그저 그런 삼류문파 정도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증칠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건물 하나하나가 죄다 왕성 같구먼. 게다가 담장은 왜 안 만든 거야?”

그랬다.

다른 거대 문파의 본전 정도의 규모를 지닌 붉은 기와의 건물들이 규칙적으로 주욱 깔려 있었다.

그 건물들 사이사이의 공간에는 역시 거대한 연무장이나 숲에 가까운 정원들이 번갈아 조성되어 있었고, 중앙으로는 커다란 수로가 일자로 뚫려 있었다.

또한 사람들은 이 모든 광경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다.

건물들의 주변을 둘러싼 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계 근무 중인 무사들이 서 있기에 어디서부터가 사왕련 본장의 영역인지 알 수 있을 뿐, 그곳은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을 안내하던 만지성이 부드럽게 웃으며 설명했다.

“사왕련의 담장은 태주의 성벽입니다. 또한 태주에 거하는 모든 무인들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이곳에 따로 방벽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초대 사왕님의 말씀이셨습니다.”

태주의 성벽과 태주에 거하는 모든 이들이 사왕련의 담장이라….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일행들의 머릿속에 아까 길거리에서 보았던 수많은 무인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과연 천하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거대 세력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은 만지성의 얘기를 들으며 중앙 수로를 한참 따라 올라갔다.

그러자 마침내 사왕련 본전의 웅장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붉은 기와로 된 거대한 지붕 아래에 ‘사왕전’이라는 현판이 웅혼한 필체로 쓰인 건물이었다.

그 거대한 규모를 잠시 넋 나간 듯 바라보던 증칠이 만지성에게 물었다.

“저곳이 황궁보다 큰가? 내 황궁에 가 본 적이 없어 비교를 할 수가 없군.”

그러자 만지성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황궁은 가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건물의 크기보단 그 안에 거하는 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담담한 대답에 일행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혹시라도 유명무실한 황제를 사왕보다 높게 평가해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제보다 더 존귀한 자.

만지성은 사왕을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바로 사왕전 내부로 안내됐다.

그리고 그 안에 위치한 대전의 거대한 문 앞에 섰을 때 선우진은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존재감이….’

자기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문 뒤에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문 뒤에서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존재감이 선우진의 감각을 찌릿찌릿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만지성이 문을 향해 외쳤다.

“내당의 삼 당주 만지성이 설풍 공자와 일행들을 모셔왔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거대한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쿠구구구궁!

선우진 일행은 열린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통과하며 문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방금 문이 열린 건 사람이 직접 밀었기 때문이 아닌 모양이었다.

연태진이 놀란 눈으로 속삭이듯 물었다.

“저 문은 그럼…?”

선우진이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허공섭물인 것 같군요.”

“…뭐라고?!”

연태진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으로 선우진을 바라봤다.

그게 말이 되느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남해성녀 시서우의 허공섭물을 직접 목격했던 선우진과 증칠, 진소은은 그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대전의 가장 안쪽, 높이 솟은 용좌에 턱을 괸 채 앉아 있는 무료한 표정의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지옥의 마왕을 만난 듯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자.

그가 바로 사왕 괴갈현이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설가의 후예라고?”

그의 눈이 무료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눈빛을 발하며 설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설풍이 대답했다.

“네, 설천후와… 동아연의 아들 설풍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사왕의 눈에서 강렬한 빛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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