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사왕의 후계자들-3
설풍의 일행들은 이제 모두 혼자 남은 사왕의 넷째 아들 괴서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형제들 중 가장 평범한 체격과 선이 얇은 외향을 지닌 잘생긴 문사 같은 외모의 괴서기가 설풍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설풍 형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형님이라는 호칭, 그리고 유순한 말투와 순수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러자 설풍은 이제껏 상대했던 다른 형제들과 전혀 다른 그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아, 그래. 나도 반갑구나.”
그러자 괴서기가 친근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적안광혈공 없이도 그런 무력이라니, 정말 멋졌습니다, 형님. 나중에 저와도 대련해 주세요.”
“그래. 그러자꾸나.”
괴서기는 설풍에게 공손히 인사한 후 본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형제들 중 유일하게 수하들을 데려오지 않았기에 그의 퇴장은 한편으론 자유롭고 한편으론 외로워 보였다.
설풍은 정말 동생이 형에게 인사하듯 편한 모습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선우진에게 말했다.
“후계 경쟁에 관심이 없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속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저 정도면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군.”
“예, 소문 중엔 그가 아버지보단 외가 쪽의 피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적안광혈공을 쓰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왜소한 체격을 보니 그 소문 역시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였다.
선우진의 마음속에서 묵랑이 문득 입을 열었다.
- 저 아이의 외가가 풍현천가이고, 저 아이가 외가의 피를 강하게 물려받았다면 만약 적안광혈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 해도 우습게 봐선 안 되네.
‘예?’
- 과거 통천방 시절, 겉으로 알려진 최강자는 당연히 사왕 괴자운 형님의 아버지인 광마 괴무량, 이인자는 통천방의 총관이자 실질적인 지도자라고 할 수 있었던 냉혈마군 동천우였지.
통천방은 사왕련의 전신이자 초대 사왕 괴자운의 아버지 광마 괴무량이 이끌던 방파였다.
묵랑이 갑자기 꺼낸 과거의 이야기에 선우진은 묵묵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 물론 그건 정확한 사실이었네. 광마와 냉혈마군은 통천방 내에서는 물론 전 무림에서도 감히 대적할 자를 찾기 힘든 압도적인 고수였으니까. 지금으로 비교하자면 천하사마의 한 명과 천하사마에 필적한다고 알려진 고수가 한 방파에 있는 격이었지.
천하사마의 한 명과 천하사마에 필적하는 고수가 한 방파에 있다.
선우진은 문득 ‘혈교에 혈마와 더불어 그와 비슷한 고수가 한 명이 더 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했다가 그만 소름이 돋고야 말았다.
‘그것참…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로군요.’
- 그래. 직접 싸웠던 형님도 무척 힘들어하셨었지. 그런데 말일세.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고 몇 년이 지난 후 형님께서 갑자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만약 통천방과 싸울 때 광마의 막내 형제가 조금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우리는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었을 거라고 말일세.
‘…광마의 막내 형제라면?’
- 그래. 바로 풍현천가를 만든 귀묘랑 천우영이지. 그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서열을 결정하곤 했던 광마의 의형제들 중 항상 가장 막내 역할을 맡곤 했던 자라네. 때문에 세인들로부터 가장 약자라는 평가를 받곤 했었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네. 그가 막내였던 건 다른 형제들의 위에 서기 싫어했기 때문이었거든.
다른 형제들의 위에 서기 싫어하는 성격.
어쩐지 방금 만났던 괴서기가 연상되는 말이었다.
- 나보다 훨씬 사람 보는 눈이 좋으셨던 형님은 그를 이렇게 평하셨었네. 당금 세상엔 세 명의 천재들이 있는데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귀묘랑 천우영일 거라고 말일세.
검신과 함께 고금제일인일지도 모른다고 평가받는 뇌신이 천재에 가장 가깝다고 말한 자.
문득 선우진은 그 세 명의 천재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뇌신께서 인정하신 세 명의 천재는 누군가요?’
그러자 묵랑이 대답했다.
- 그들은 당시의 천마신교 교주였던 마신 천유운, 형님의 딸이자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천재였던 조카 신월이, 그리고 민망하지만 바로 나라네.
그렇게 말한 묵랑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 마지막 사람 때문에 세 명 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지는 말게나.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정말로 엄청난 천재였다네.
하지만 그런 말은 사실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고금제일인으로 거론되는 검신, 그와 동시대의 경쟁자이자 역시 신화경에 들었던 괴물 마신. 그리고 검신이 가장 천재라고 인정했던 조카의 세 명이라니.
그들 세 명과 비견될 만한 자라면 그 천우영이란 자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천재였음에 틀림이 없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조상 중 천재가 있었다고 해서 후손도 천재일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만약 그런 법칙이 있다면 제갈무후의 후손인 제갈지강이 그딴 놈일 리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선우진은 묵랑에게서 들은 천우영이라는 자의 느낌이 어쩐지 방금 밖으로 나간 괴서기와 겹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리고 선우진의 느낌은 때로 철저한 계산보다도 훨씬 정확하곤 했다.
***
설풍 일행은 사왕련의 본전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맑게 갠 화창한 푸른 하늘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연태진이 문득 하늘을 향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내 삶에 사왕을 눈앞에서 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심지어 눈앞에서 그를 만났는데 다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여러모로 정말 꿈같은 날이네.”
그렇게 말하는 연태진의 표정은 그리 좋은 꿈을 꾼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시 꾸고 싶지 않은 나쁜 꿈을 꾼 듯 지쳐 보이는 표정이었다.
무림인들에게 있어 검제나 사왕이란 존재는 전설 속에서 나오는 신선, 요괴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직접 볼 수도 없고 범접할 수도 없는 힘을 가진 자라는 점에서 그랬다.
그런데 초절정의 경지라고는 하나 일개 지역 방파의 방주인 연태진이 그런 이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두 사람 중에서도 하필 피도 눈물도 없는 무서운 자라고 알려진 사왕 괴갈현을 말이다.
연태진으로선 그를 만났다는 사실도, 그러고 나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녀의 말을 들은 설풍이 살짝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하오, 연 소저. 괜히 나 같은 자를 따라오게 되어 이런 일에 처하게 만들어서 말이오. 혹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그러자 연태진이 팍 인상을 찡그리며 설풍을 노려봤다.
“그 이상 말하지 말아요, 풍. 아무리 풍이라도 그다음 말을 하면 화를 내게 될 것 같으니까.”
그녀의 말에 설풍은 하려던 말을 멈춰야 했다.
연태진은 단호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난 연태진이고, 하원방의 방주가 된 걸 제외한다면 단 한 번도 내 의지가 아닌 일로 움직여 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풍 당신을 따라온 것도 내 의지고, 이러다 죽게 된다면 그 또한 나의 선택이에요. 그러니 절대 내 선택을 모욕하지 말아요.”
그녀의 말에 다른 누구도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설풍은 물론, 늘 일행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우진도, 언제나 모든 일에 투덜거리던 증칠도 마찬가지였다.
소주에서 선우진이 묵랑에게 말한 것처럼, 그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일행 중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장부이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선우진과 설풍이 다시 합류해 절강성으로 출발할 때의 일이었다.
설풍은 그동안 호남성에서 함께하며 반형회를 도와줬던 연태진에 대해 무척 고민하고 있었다.
설풍에 대한 연태진의 애정 표현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연태진은 물론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또 거칠어 보이는 행동과 달리 무척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설풍의 마음속엔 나서유가 있었다.
아무리 천하제일의 미녀라 할지라도 절대 비교할 수 없는 설풍의 유일한 한 명인 그녀가 말이다.
그렇기에 설풍은 연태진이 자신에게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될수록 더욱더 그녀에게 그 사실을 말해 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겐 정인이 있소. 그러니 그만 나를 포기하셔야 하오, 소저.’라고 말이다.
하지만 설풍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전혀 상관없는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연태진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설풍에게 있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바로 설풍을 답답하게 만드는 고민이었다.
그러자 설풍의 고민을 들은 선우진은 그 역할을 자신이 맡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연태진을 합류시킨 사람도, 그녀를 설풍과 함께 가도록 조장한 사람도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 해결도 역시 자신이 해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형 설풍보다야 선우진 자신이 여자에게 좀 더 강하지 않았던가.
남들이 보기엔 오십보백보라고 할지 모르지만 선우진은 세 의형제들 중 자신이 가장 여인에게 익숙하고 강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도 오십보백보이긴 했다.
아무튼 그래서 선우진은 아무도 없을 때 연태진에게 접근해 조심스럽게 말했었다.
‘연 소저, 사실 설풍 형님껜 정인이 있습니다. 서로 무척 깊이 연모하고 있지요. 그러니….’
선우진은 혹 연태진이 큰 상처를 받게 될까 무척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연태진의 반응은 선우진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응,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왜?’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선우진이었다.
‘…예?’
‘알고 있었다고. 다른 사람이 있는 줄. 근데 그 얘기를 왜 하는 건데?’
‘…예?’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그녀의 말과 표정에 선우진은 잠시 입을 뻐끔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연태진이 오히려 선우진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있지 않고서야 나 같은 미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데 안 넘어올 리가 없잖아? 그래서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 얘길 지금 왜 하는데?’
그러자 정작 이해가 가지 않는 쪽은 선우진이었다.
설풍에게 정인이 있는 걸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한단 말인가?
아니, 왜 그렇게 행동한단 말인가?
이젠 뭘 얘기해 줘야 하는지,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버벅거리다 간신히 물었다.
‘그런데도… 괜찮으십니까? 아, 아니. 그런데도 여전히 설풍 형님을 연모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연태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연모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나보다 예뻐? 아니면 나보다 강한가? 그녀가 나보다 풍에게 더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리가 없겠지. 풍의 성격이라면 뻔해. 먼저 그녀와 만났기에 그녀를 사랑하게 됐겠지. 그리고 그의 성격상 절대 의리를 배반하지 않을 테고.’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아까와 다른 의미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서유가 절대 자신보다 예쁘거나 강하지 않을 거라는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란 말인가.
그녀의 강력한 자기애에 선우진은 완전히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설풍이 절대 의리를 배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여전히 설풍의 옆에 있단 말인가.
그래서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씀하신 대로 형님은 절대 나 소저를 배반하시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연태진은 코웃음을 치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안 괜찮으면? 풍이 그녀를 배반할 리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물러서기라도 할까? 왜 이래? 난 연태진이야. 가능성이 일 할, 아니 일 푼, 일 리라도 있다면 난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아. 만약 내 선택이 잘못되어 풍과 함께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 또한 내 선택이겠지. 난 전장을 선택했고 뒤로 물러서지 않았어. 패해서 죽게 된다면 그 또한 내 몫일 뿐이야.’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감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한마디를 전했을 뿐이었다.
‘전 나 소저와도 잘 아는 사이이고, 그래서 그녀와 형님이 행복해지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연 소저 또한 응원하고 싶어지는군요. 행운을 빕니다, 연 소저.’
그러자 씨익 웃은 지은 연태진은 그렇게 말했었다.
‘행운이 아니라 건투를 빈다고 말해 줘야지.’
그랬다.
그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장부였다.
선우진은 설풍에게 그런 그녀의 대답을 전해 줬고, 그러자 설풍은 감탄한 듯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리고 그 후 전보다 조금 더 부담 없이 그녀에게 잘 대해 주곤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선우진의 일행들 중 그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를 대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 아닌 모두가 그녀를 존중했기 때문이었다.
문득 연태진이 설풍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어디로 가죠?”
그러자 선우진과 눈을 마주친 설풍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다른 후계자들과 겨루려면 먼저 기반을 닦아야 할 겁니다. 그러니… 양주동가로 갑시다.”
양주동가는 과거 사왕련의 전신인 통천방의 이인자이자 실질적으로 통천방을 운영했던 냉혈마군의 후손들이 사는 곳이었다.
또한 그 후 사왕련에서도 늘 이인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다가 최근 진강만가에게 밀려난 곳이기도 했다.
연태진이 눈에 이채를 띤 채 물었다.
“양주동가?”
그러자 설풍이 어쩐지 아련한 눈빛으로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절 키우셨던 외조부님의 가문입니다.”
양주동가가 진강만가에 의해 이인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시기는 괴갈현이 사왕의 자리를 차지한 시기와 동일했다.
당시 양주동가의 가주이자 설풍의 외조부였던 동규람이 설풍을 살리기 위해 그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
“양주동가라고?”
사왕 괴갈현의 첫째 아들 괴정기는 무표정한 얼굴로 부하에게 들은 보고를 되뇌었다.
“예, 그렇습니다. 놈은 분명 양주동가로 가서 세력을 얻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지금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괴정기의 세력은 사왕련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러니 설풍 일행이 사왕련에서 했던 얘기들을 입수하는 건 그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양주동가라…. 그렇군.”
그 말을 다시 한번 되뇌는 괴정기의 얼굴에는 드물게도 옅은 웃음이 맺혀 있었다.
그러자 그의 가장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백골괴장 홍추 역시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양주동가로 가 준다면 우리가 굳이 처리할 필요도 없겠구려.”
그 말에 괴정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보고를 한 부하에게 말했다.
“동가의 가주 동중서에게 전하라. 설풍이란 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동가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 알겠습니다!”
괴정기의 세력은 사왕련 이곳저곳에 깊숙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왕십삼가의 하나인 동가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괴정기는 좀처럼 남들 앞에서 보여 주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네 무력이 설사 적안광혈공 없이 나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라 해도 소용없다.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사왕이란 존재는 더 이상 독불장군처럼 무공만 강하다고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적어도 괴정기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니 설풍은 물론 동생인 괴창기도 절대 다음 대 사왕이 될 수 없으리라.
사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자는 오로지 괴정기 자신뿐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