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화 양주동가-3
강소성 양주.
장강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 오랜 시간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발달해 왔던 이곳은 근 백여 년간 양주동가에 의해 지배되어 오고 있었다.
또한 양주동가는 시조인 통천방 시대의 냉혈마군 동천우 이후로 대대로 뛰어난 무공과 지략을 지닌 인물들을 배출해 온 곳이었다.
그렇기에 통천방 시대부터 사왕련에 이르기까지 늘 이인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곤 했었다.
적어도 이십여 년 전까지는 그랬다.
소면혈극 동중서는 양주동가의 현 가주였다.
그는 지금 정원을 거닐며 사왕의 첫째 아들 괴정기에게서 온 서신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몇 번이나 읽었던 내용이지만 마치 머릿속에 완전히 집어넣겠다는 듯 읽고 또 읽었다.
그 서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설가의 후예를 자처하는 설풍이라는 자가 그곳으로 갈 것이오.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본인과 양주동가와의 미래가 결정될 것임을 명심하시오. 동 가주를 믿겠소.
차가운 눈으로 그것을 읽고 있던 동중서는 문득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건방진 놈.”
괴정기가 비록 가장 유력한 다음 대 사왕의 후보라고는 하지만 그는 아직 사왕련 내에서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배분 또한 동중서 자신보다 아래였다.
그런데 이 서신을 보라.
마치 아랫사람에게 쓴 것 같은 말투가 아닌가.
어디 말투뿐인가?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처우를 결정하겠다는 오만한 내용.
마치 수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동중서는 이를 악물었다.
이게 바로 과거 사왕련의 이인자를 놓친 적이 없었던 양주동가의 현주소였다.
현 사왕도 아닌 다음 대 사왕의 후계자 후보에게도 업신여김을 받는 처지 말이다.
동중서는 이를 갈며 다짐했다.
‘내가 동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그래서 다시는 누구도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만들어 주리라!’
젊었을 적, 그의 아버지인 전 가주 동규람이 어린 설풍을 데리고 사라지고, 그 후 양주동가가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듯 끝없는 몰락을 거듭하는 광경을 두 눈으로 지켜보며 수십 번을 되풀이했던 다짐이었다.
동중서의 이제까지의 삶은 오직 이 한 가지만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가 이 기분 나쁜 서신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 이유 또한 바로 그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비참한 기분을 쓸개로 삼아 와신상담의 고사를 되새기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래, 네놈의 발밑을 기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면 내 얼마든지 개가 되어 주겠다.’
동중서는 ‘소면’이란 별호가 무색하게도 무섭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날카로운 안광을 쏘아 냈다.
그때였다.
누군가 그를 부르며 다가왔다.
“가주! 가주, 여기 계십니까?!”
그 목소리를 들은 동중서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다시 평소와 같은 사람 좋은 웃음이 맺혔다.
그가 늘 남에게 보여 주곤 했던 푸근한 웃음이었다.
“여깁니다! 저 여기 있습니다, 고모님!”
그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곧 노파 한 명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하얀 백발에 지팡이까지 짚고 있음에도 여전히 괄괄한 인상의 노파, 동중서의 고모인 동채원이었다.
그녀가 또각또각 지팡이 소리를 내며 동중서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가주, 혹시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동중서는 살짝 눈을 움찔했지만 곧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소식이요? 어떤 소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모님?”
그러자 동채원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허어, 역시 아직 못 들으셨군요. 지금 련에 설가의 후예가 나타났답니다.”
“예? 설가의 후예라니요?”
“설가의 후예, 바로 우리 아연이의 아들 말입니다! 그 아이가 살아 있었답니다!”
“예에?!”
동중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동채원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현 사왕에게 다음 대 후계자의 자격을 얻어 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동채원은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시울까지 뜨거워진 모습이었다.
동중서는 그런 고모의 모습에 내심 혀를 차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놀란 척 그녀에게 맞춰 주었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사왕께서 그 아일 그냥 살려 두시는 것도 놀라운데 어떻게 후계자 자격까지?”
그러자 동채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제 놈도 양심은 있었던 게지요! 그게 아니라면 그 아이가 너무 뛰어난 인재라서 내칠 수 없었든가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가주. 우리 동가의 피를 이은 후계자 후보가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동중서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죄송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도 당연히 그러고 싶습니다, 고모님. 하지만… 고모님도 아시다시피 저희가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 혈풍사란 마적단 놈들도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 저희가 외부로 돌릴 힘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자 동채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러고는 호랑이 같은 표정으로 동중서에게 소리쳤다.
“또 그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가주?! 그러니까 계속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놈들을 토벌해야만 한다고요! 이게 다 가주께서 희생을 아끼시겠다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보십시오! 결국 놈들이 이렇게 커져 버리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도 가만 놔두면 혹덩이처럼 계속 커지기만 하겠지요! 근데 놈들을 토벌하지도 않으면서 그놈들 때문에 동가의 피가 섞인 후계자도 돕지 못하겠다고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동중서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분노한 동채원을 달래려 했다.
“놈들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줄이야 저도 알았겠습니까?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동가의 식솔들이니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요. 다 제 판단력이 모자란 탓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놈들을 처리할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가의 피가 섞인 후계자도 도와주도록 하지요. 그러니 부디 조카를 한 번만 더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고모님.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손아랫사람이라 해도 가주의 위치에 있는 동중서였다.
그런 그가 사정을 하듯 부탁하자 동채원도 차마 그를 더 다그칠 수는 없었다.
동채원은 이를 꽉 깨물었다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가주.”
“예,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고모님.”
동채원은 올 때와는 달리 다소 힘이 없는 걸음걸이로 지팡이를 짚으며 멀어졌다.
그러자 사람 좋게 웃고 있던 동중서의 얼굴 또한 천천히 싸늘하게 변해 갔다.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직도….”
전대 가주였던 아버지 동규람이 설가혈사 때 사라진 후 동중서에게 가장 거슬렸던 존재가 있다면 바로 저 고모 동채원이었다.
시집도 가지 않은 채 가문에 딱 달라붙어서는 동가의 긍지니 신념이니 하는 케케묵은 얘기만 지껄이며 사사건건 자신의 행사에 간섭하는 고모 말이다.
그녀는 현재 동가의 위치가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다시 동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현실 역시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정말이지 한심한 일이지. 동가의 부활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이야.’
문제는 동가 내에 그녀의 영향력이 아직도 상당하다는 사실이었다.
동채원은 전대 가주인 아버지 동규람 때부터 일찍 귀천한 동중서의 어머니 대신 가문의 안주인 역할을 해 왔던 사람이었고, 덕분에 많은 부분에서 아직도 동가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심지어 긍지니 신념이니 하는 그녀의 케케묵은 소리에 동조하는 무인들도 꽤 많았다.
그래서 고민하던 동중서는 결국 그녀의 손발을 쳐 내기로 마음먹었었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은밀하게.
그 결과, 현재 동중서는 그녀의 손발을 대부분 잘라 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가문 내에 그녀의 세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동중서는 방금 그녀의 얘기를 듣고는 자신이 그간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도 그런 소식을 들을 만큼의 정보력이 남아 있었더란 말이지? 허!’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래도 아버지의 여동생인 고모라 그녀에게까지 손을 대지는 않았었지만, 아무래도 이 일이 해결되고 나면 그녀 자체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 이 일이 해결되면. 그 설풍이라는 놈부터 먼저 처리하면 말이지.’
설풍이라니.
그놈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엄밀히 따지자면 동가가 몰락한 것도 다 그놈의 아비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놈이 힘을 빌리겠다고 동가로 오겠다니.
아주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휘이이이익!
동중서는 휘파람을 불어 전용 전서 매를 불렀다.
놈의 처리에 대한 지시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전서 매가 날아오는 모습을 보며 동중서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놈을 처리하는 것이 동가 부활의 씨앗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놈의 아비 때문에 몰락한 빚을 갚는 셈이 될 테니 그 또한 괜찮을 것 같았다.
***
화창한 낮.
한 무리의 표행단이 바삐 이동하고 있었다.
‘육합표국’이라는 깃발을 단 표행단이었다.
그들이 이번에 운송하는 화물은 육합에 위치한 유명한 도검장의 가문인 육합추가에서 만든 도검들이었다.
그리고 사왕십삼가 중 하나이자 전 무림에서도 유명한 장인들의 가문이기도 한 육합추가는 그곳에서 만들어 낸 모든 도검이 명품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따라서 추가의 도검을 운반하는 이번 표행은 육합표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육합표국은 표국 내의 고수들을 모두 이번 표행에 배치했고, 그것도 모자라 추가에서 한 명의 초절정 고수까지 지원받은 상태였다.
추가의 유명한 초절정 고수 추제구는 선두에서 말을 몰고 가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껏 계속 그랬듯 주변은 조용했다.
오히려 뒤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만 귀에 시끄럽게 들어올 뿐이었다.
“이제 곧 장강이죠?! 배를 타겠네요?!”
“우와! 재밌겠다!”
“흥! 재밌긴 뭐가 재밌냐? 장강이 얼마나 넓은데. 처음에만 조금 재밌지 그다음부턴 지루하기만 하다고!”
“쳇! 한번 건너 봤다고 잘난 척하긴!”
“뭐라고?!”
추제구는 뒤의 마차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시끄럽다는 생각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함께 말을 타고 가던 육합표국의 국주 육두생이 민망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추 어르신, 시끄러우시죠? 죄송합니다.”
마차에 탄 아이들은 국주인 육두생과 표두들의 자식들이었다.
예전에 육두생은 아이들에게 사왕련을 구경시켜 주기로 약속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번 표행이 사왕련을 거쳐 가는 표행이다 보니, 이 기회에 아이들까지 마차에 태운 채 함께 데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추제구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국주의 자식들마저 데려갈 수 있을 만큼 이번 표행의 안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야 오히려 고맙지, 뭐가 죄송하단 말인가?”
그 배려 섞인 말에 육두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표행의 안전에 최선을 다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 내 잘 알고 있네.”
육합추가와 육합표국은 추가가 만든 도검들을 육합표국이 운반하는 식으로 오랜 세월 함께 거래해 온 사이였다.
그들이 함께한 긴 세월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들을 겪지 않았고, 그렇기에 표행에 가족들이 따라가는 것조차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육두생이 문득 추제구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번엔 양주동가에 들르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이곳을 지날 때면 항상 들르시지 않았습니까?”
그 질문에 추제구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예의상 그러기는 했는데…. 이번엔 좀 먼 길을 가야 하니 그냥 지나가도록 하세. 먼 동해까지 가야 할 텐데 여기서 벌써 진을 빼고 싶지는 않군. 솔직히 말하면 속을 알 수 없는 동가주와 대면하는 게 내겐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었다네.”
그러자 육두생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겠지요. 저도 사실 동가주님의 웃는 얼굴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은 웃지 않으시고 얼굴만 웃으시니 늘 오싹하더군요.”
“역시 자네도 그랬군. 그러니 늘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해야 하는 내 기분은 어땠겠나? 차라리 마적 떼를 만나면 만났지 동가주와 만나고 싶지는 않더군.”
“네? 하하하하!”
추제구의 엄살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육두생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희야 이제껏 한 번도 안 만났었지만 양주 근방의 마적 떼가 심각한 문제라고 하긴 하더군요. 양주동가의 무인들도 많이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허어, 동가의 인원들도 당했단 말인가?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토벌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
“놈들이 련에서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더군요. 일반 백성들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직 무인들만 습격했던 거지요.”
“허어, 저런!”
사왕련에 의해 일반 백성들이 철저하게 보호받는 강소성에도 허점은 있었다.
그것은 오직 일반 백성들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왕련은 무인들끼리의 싸움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독을 사용한 경우만 아니라면 다 대 일이든 암습이든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강소성에서 활동하는 살인귀들은 일반 백성들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만만한 무인들만 목표로 삼아 학살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무인들 사이의 약육강식을 인정하다 보니 나타난 맹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추제구는 굳은 얼굴로 육두생에게 물었다.
“하면 동가에서는? 동가에서는 왜 그들을 토벌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러자 육두생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도 정확히야 알겠습니까만…. 동가의 상황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하단 소문이 많습니다. 아마 동가주님 때문이겠죠.”
“허어!”
추제구는 탄식했다.
다들 모른 척하고는 있었지만, 사왕십삼가의 하나인 동가가 끝없이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마적 떼조차 토벌하지 못할 만큼 몰락하다니, 같은 사왕십삼가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추제구가 문득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한데 그러면 우리도 그 마적 떼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동가에 들러서 지원을 좀 받았어야 했나 싶군.”
그 말에 육두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십시오. 이미 동가를 지나오기도 했지만, 마적 떼가 무서운 건 그 무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치고 빠지며 도망가는 귀찮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마치 모기처럼 말이지요. 소문을 들으니 놈들도 상대를 가린다고 하더군요. 저희 정도 규모의 표행이라면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또 건드리면 어떻습니까? 초절정 고수이신 추 어르신께서 계신데 그날이야말로 놈들의 제삿날이 되지 않겠습니까?”
“흠, 하긴 그야 그렇겠지.”
육두생의 말에 추제구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 지었다.
걱정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그도 사실 마적 따위가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차에 탄 아이들에게 자신의 무위를 선보일 수 있도록 나타나 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그의 바람이 통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초절정 고수인 그의 귀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