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291화 (291/359)

291화 혈풍사-3

증칠의 말에 진소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쩔 수 없다니요?”

그러자 증칠이 으흐흐 웃으며 대답했다.

“저놈들을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겠느냐? 가능하면 막내의 말대로 해 주려고 했지만 이젠 어쩔 수 없지. 놈들을 공격하는 수밖에.”

“하, 하지만!”

진소은은 증칠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태진마저도 고개를 끄덕이며 증칠에게 동조했다.

“소은아, 나도 이번엔 증 오라버니 말이 맞다고 생각해. 저들을 이대로 포구 쪽으로 보낼 수는 없어. 아무리 그 두 사람이라고 해도 저렇게 많은 자들을 상대로 모두를 지키지는 못할 테니까.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싸우는 게 최선이야.”

연태진의 동조에 증칠이 만족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헤헤헤헤! 잘 아는구나, 헐벗은 계집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자 진소은으로서는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또한 진소은이 듣기에도 그들의 얘기가 충분히 일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세 사람은 자신들을 지나쳐 달리고 있는 마적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간 증칠이 내공을 실어 우렁차게 소리쳤다.

- 이 말 발바닥 때 같은 놈들아! 여기 홍해아 증 어르신께서 계신데 어디를 가는 것이냐?! 네놈들 눈은 가죽이 모자라 뚫어 놓은 구멍인 모양이로구나?!

그러자 반응이 왔다.

마적들이 방향을 틀어 증칠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애초에 증칠들을 추격할 생각이 없었을 뿐 그들이 먼저 다가와 준다면야 절대 그냥 보낼 이유가 없었다.

두두두두두두두!

증칠은 천 명도 넘는 마적 떼의 돌진을 향해 역시 정면으로 부딪쳐 갔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거대한 기마의 돌진도 그에겐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적들이 오 장 안으로 근접했을 때 증칠은 달리며 양팔을 힘껏 뿌렸다.

“이야아압!”

쉬이이이이익!

암기였다.

증칠의 암기가 거의 빛살 같은 속도로 적들을 향해 쏘아졌다.

푸푸푹!

“크아아악!”

“이히히히힝!”

“암기다!”

증칠의 암기는 선두에서 달려오던 세 명의 마적과 두 마리의 말에게 명중했다.

암기에 맞은 마적들이 말에서 떨어지고, 두 마리의 말이 땅을 구르며 그 위에 타고 있던 마적들이 땅으로 튕겨 나갔다.

“맛이 어떠냐?!”

증칠은 호기롭게 외치며 한 번 더 팔을 휘둘러 암기를 뿌렸다.

쉬이이이익!

그러자 또 세 명의 마적들이 암기에 적중됐다.

푸푸푹!

“아아악!”

“으아아악!”

“끄어억!”

첫 격돌에서 증칠의 암기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마적들은 증칠에게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한 채 벌써 열 명 가까이나 죽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죽어랏!”

“하아압!”

쉬이이이익!

증칠에게 십여 개의 투창이 날아들었다.

같은 투척 무기로 맞받아친 것이었다.

말이 달리는 속력까지 더해져 무서운 기세로 날아온 투창에 증칠은 화들짝 놀라 몸을 띄워야 했다.

“이크!”

쉬이이이익!

그의 발밑으로 투창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증칠은 몸을 공중에 띄운 채로 빙글 회전하며 사방에 암기를 뿌렸다.

“이거나 먹어라!”

쉬이이이익!

푸푸푸푹!

그의 암기가 순식간에 십여 명의 몸에 명중했다.

위에서 던졌기에 더욱 많은 적을 맞춘 것이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아악!”

하지만 그 말은 증칠 역시도 더 많은 적들에게 노출됐다는 뜻이기도 했다.

공중에 떠 있는 그를 향해 사방에서 투창들이 날아들었다.

암기를 사용하는 증칠에게 마적들 또한 이를 간 모습이었다.

쉬이이이익!

“어이쿠!”

공중에 떠 있기에 투창들을 피할 수 없었던 증칠은 어쩔 수 없이 호신강기를 방출했다.

화아아악!

투투투퉁!

투명한 막에 부딪친 투창들이 힘없이 튕겨 나갔다.

그 후 증칠이 땅에 떨어지자 긴 철곤 하나가 그를 후려쳐 왔다.

드디어 마적과의 직접적인 접촉이었다.

부우우웅!

“어딜!”

증칠은 머리를 바짝 숙여 그것을 피하고는 공격한 놈에게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놈의 바로 뒤에서 장창이 찔러 오고 있었다.

쉬이익!

“이크!”

몸을 휙 돌려 창을 피하니 철곤을 휘둘렀던 놈은 이미 지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장창을 찌른 놈의 뒤로 돌진해 온 다른 놈의 곡도가 증칠을 향해 날카롭게 휘둘러지고 있었다.

슈하악!

증칠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마들이 지나쳐 가며 한 명씩 공격을 날리는데 그 속도와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위협적인 점은 그 연환 속도였다.

연달아 오는 놈들의 공격에 초절정의 고수인 증칠마저 정신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놈들이!”

증칠은 분노한 고함을 지르며 휘둘러 오는 곡도를 피해 몸을 띄우고는 그대로 놈을 후려 찼다.

퍼어억!

“크아아악!”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휙 돌리며 몸을 띄운 자신을 향해 철퇴를 휘두르려던 마적에게 암기를 던졌다.

쉬이이익! 푸욱!

“허어억!”

분노한 증칠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마적들의 공격을 피하고 놈들을 후려 차며 암기를 던지는 등 혼자서도 돌진해 오는 마적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연태진과 진소은까지 합류했다.

연태진이 몸을 띄워 증칠을 지나쳐 가는 마적 한 명의 머리를 부수며 외쳤다.

퍼석!

“멋져요, 증 오라버니!”

빈말은 아니었다.

증칠이 지금 보여 주고 있는 활약은 충분히 놀라웠으니까.

연태진은 자신의 말에 증칠이 또 경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잘난 척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 좀 달랐다.

증칠이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조심해라! 이것들 만만치 않다!”

“네?”

의아한 표정으로 증칠을 본 연태진은 그의 옷이 벌써 땀으로 흠뻑 젖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증칠에게 합류하기까지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증칠은 벌써 저렇게 많은 땀을 흘린 것이었다.

그걸 본 연태진의 표정 또한 심각해졌다.

그사이 증칠은 드디어 마적들의 돌격을 버티고 그들을 한 번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

그를 지나친 마적들이 양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다시 십여 장 밖에서 합류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증칠은 그사이 자신에 의해 땅에 쓰러진 마적들을 바라봤다.

대충 삼사십 명 정도의 마적들이 죽은 것 같았다.

한 번의 충돌로 삼사십 명.

놀라운 결과이긴 했지만 적들의 수는 여전히 천여 명 정도였다.

거의 적들의 수를 줄이지 못한 것이었다.

증칠은 긴장한 표정으로 연태진과 진소은에게 외쳤다.

“말의 속도 때문에 놈들의 공격이 원래보다 빠르고 위력적이다! 사정거리도 우리보다 길고, 무엇보다 연속해 오는 공격들이 빨라! 공격들 사이의 틈이 거의 없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그때 합류한 마적들이 다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땅을 울리는 진동과 순식간에 확대되어 오는 놈들의 모습에 증칠은 이제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낮췄다.

먼저 놈들을 공격하기 위해 암기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주머니 안의 암기는 이제 다섯 개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증칠은 이를 악물고는 다시 손을 뺐다.

아무래도 위급해지기 전엔 쓰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이이하!”

“죽어라, 늙은이!”

“크하하하하!”

쉬이이익!

거리가 좁혀지자 놈들의 투창이 먼저 날아왔다.

증칠의 암기는 떨어졌지만 놈들의 투창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증칠이 아까와 달라진 상황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진소은이 앞으로 뛰쳐나오며 목봉을 휘돌렸다.

휘리리리리릭!

투투투투퉁!

엄청난 속도의 회전으로 원형의 방패처럼 보이는 목봉이 투창들을 모두 튕겨 냈다.

자연곤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투창들을 모두 튕겨 낸 순간, 돌진해 온 마적들이 세 사람을 덮쳤다.

“하아압!”

부아아아앙!

마적이 휘두른 철퇴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진소은의 목봉이 철퇴의 옆을 툭 치자 방향이 바뀐 철퇴가 그녀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휘이익!

“억?!”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마적이 당황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을 띄운 증칠의 퇴법이 놈을 강타했다.

뻐어억!

“커허억!”

철퇴의 바로 뒤에선 장창 하나가 찔러 오고 있었다.

하지만 진소은의 목봉은 그 또한 창대를 툭 건드려 비켜 내는 데 성공했다.

“?!”

놀란 표정을 지었던 마적은 진소은의 뒤에서 뛰어든 연태진의 정권을 머리로 받아 내야만 했다.

퍼석!

진소은은 그 후로도 몇 개의 공격을 툭툭 건드려 비켜 냈다.

확실히 진소은의 자연곤은 공격보다 방어의 역할을 맡았을 때 놀라운 위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진소은이 앞에서 공격을 비켜 내면 증칠과 연태진이 뒤에서 놈들을 처리했다.

그러자 아까 증칠 혼자서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쉽게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드디어 여유를 되찾은 증칠이 경박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헤헤헤헤! 제법이로구나, 짧은 머리 계집아!”

하지만 그때였다.

마적들의 공격 방식이 갑자기 바뀌었다.

나란히 돌진해 오던 마적들이 갑자기 양쪽으로 확 갈라지자 놈들의 손에 잡힌 철망이 넓게 펼쳐졌던 것이었다.

화악!

일전에 추제구를 곤란에 빠트렸던 그물 공격이었다.

“윽?!”

진소은은 살짝 당황했다.

이렇게 광범위로 밀고 들어오는 공격은 자연곤으로 상대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연태진이 앞으로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저건 내가 처리할게!”

연태진은 강기를 씌운 손날을 앞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철 그물이 칼에 베인 천처럼 양쪽으로 찢겨 나갔다.

촤아아악!

그물을 든 마적들 또한 헛되이 양쪽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물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 바로 뒤에서도 역시 그물을 든 두 사람이 돌진해 왔다.

게다가 이번엔 투창도 함께였다.

쉬이이익!

“이런!”

연태진은 철 그물 뒤로 날아드는 십여 개의 투창을 보며 본능적으로 투창과 그물을 동시에 처리하지는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었다.

연태진이 뒤로 힘껏 소리쳤다.

“피해!”

그러고는 자신 역시 몸을 날려 그물과 함께 투창을 뛰어넘었다.

뒤를 보자 진소은과 증칠 역시 몸을 날려 그물을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약간 안도한 연태진이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러자 앞에서 다시 철 그물 하나가 덮쳐 오고 있었다.

“하아압!”

다시 강기를 씌운 손날로 철 그물을 자르고는 그 뒤로 휘둘러진 철퇴를 몸을 날려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증칠, 진소은과 떨어지게 됐음을.

이번 공격을 피하느라 세 명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을 걱정할 여유 따윈 없었다.

지금도 자신을 향해 장창 하나가 찔러 오고 있었다.

눈앞의 놈들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었다.

연태진은 이를 악물고는 장창을 찌르던 마적을 향해 강환을 던졌다.

쉬이익! 퍼억!

“크허어억!”

연태진은 말을 탄 마적들을 상대로 자신의 상성이 별로 좋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다.

권각을 사용하는 자신은 암기를 사용하던 증칠처럼 놈들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사거리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었다.

연태진은 다시 덮쳐 오는 쇠 그물을 손날로 갈라내고는 급히 놈들의 공격을 피했다.

혼자서는 놈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다일 뿐, 좀처럼 반격할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일행들과 합류해야 하는데….’

연태진은 계속해서 연속된 파도처럼 밀려드는 적들의 공격에 초조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

한편,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사람은 연태진이 아닌 진소은 쪽이었다.

연태진이 쇠 그물을 찢어 주지 못하자 진소은의 목봉으로 그것을 처리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진소은은 목봉에 강기를 씌워 그물을 후려쳐 봤다.

“하아압!”

퍼억! 출렁!

하지만 날붙이가 아닌 둔기인 목봉에 씌운 강기는 단단하기는 해도 날카롭지는 못했다.

결국 그물을 찢지 못하자 진소은은 그대로 자신을 덮쳐 오는 그물을 피하기 위해 다시 몸을 띄워야만 했다.

“하압!”

그러자 몸을 띄운 진소은을 향해 철퇴 하나가 맹렬하게 날아들었다.

부아아앙!

“윽!”

급작스러운 상황이라 진소은도 이번에는 그것을 비켜 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철퇴를 정면으로 막아야만 했다.

퍼억!

“큭!”

부러지지 않도록 강기를 씌웠기에 목봉 자체는 멀쩡했다.

하지만 말의 돌진까지 더해진 철퇴의 파괴력을 몸을 띄운 진소은이 버틸 수는 없었다.

그 충격에 진소은은 가볍게 뒤로 튕겨 나가야만 했다.

“이런!”

뒤통수부터 땅으로 떨어지던 진소은은 간신히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발로 땅을 디딜 수 있었다.

타닥!

충격이 컸기에 몇 발자국을 더 물러서야만 했지만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땅에 착지한 바로 그 순간 다시 그물을 든 두 기마가 돌진해 왔다.

두두두두두!

“!”

깜짝 놀란 진소은은 다시 급히 몸을 띄워 그물을 뛰어넘었다.

“하압!”

화악!

그러자 그녀의 몸이 공중에 뜬 순간이었다.

그물의 뒤로 대도 하나가 빛살처럼 휘둘러졌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 치는, 붉은 강기가 일렁이는 대도였다.

쉬이이익!

“!”

진소은은 황급히 강기를 씌운 목봉을 갖다 대 그것을 막아 냈다.

퍼어어억! 우지직!

“꺄아악!”

그녀의 몸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위로 솟구쳤다.

강기를 씌웠음에도 버티지 못한 그녀의 목봉은 살짝 부러진 상태였다.

그러자 공중에 뜬 그녀를 향해 십여 개의 투창들이 날아들었다.

쉬이이이익!

***

“하아압!”

퍼석!

연태진은 강환을 던져 철퇴를 휘두르려던 마적의 머리를 부쉈다.

그 뒤로 철 그물을 들고 돌진해 오던 두 명의 머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죽엇!”

퍼퍽!

연태진은 쑥쑥 빠져나가는 내공을 느끼며 다시 이를 갈았다.

천 명의 적을 모두 이런 식으로 죽일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강환을 이런 식으로 난사하는 건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내공이 금세 고갈될 위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내공을 아끼고 적들에게 계속 몰리느니 잠시 무리를 해서라도 다시 일행들과 합류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연태진은 마지막으로 곡도를 들고 돌진해 오는 마적에게 강환을 날리고는 진소은 쪽으로 합류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쉬이익!

파스슥!

“!”

아까완 전혀 다른 소리에 연태진은 급히 다시 마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강환을 베어 소멸시킨 마적의 곡도가 그녀를 향해 휘둘러져 오고 있었다.

붉은 강기가 일렁이는 곡도였다.

‘절정!’

연태진은 급히 몸을 날려 곡도를 피했다.

일대일로 싸웠다면야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의 절정 무인은 초절정 고수만큼이나 위협적인 상대였다.

쉬이익!

붉은 도강이 그녀의 옷깃을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강기는 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날린 곳은 다른 기마 한 기가 돌진해 오고 있던 곳이었다.

그녀는 땅을 구르고는 급히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말을 후려쳤다.

퍼억!

“이히히히히힝!”

말이 피를 토하며 그녀의 옆으로 땅을 구르듯 지나갔다.

말을 타고 있던 기수 또한 튕겨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연태진은 그걸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뒤의 마적들이 그물을 들고 그녀를 덮쳤기 때문이었다.

쇠 그물이 그녀의 바로 지척까지 와 있었다.

“하아압!”

연태진은 급히 호신강기를 방출했다.

화아악!

퍼억!

순간 연태진의 몸이 붕 떠서 뒤로 끌려갔다.

호신강기로 몸이 찢기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쇠 그물에 잡히는 것까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으윽!”

급히 호신강기를 회수하며 손날에 강기를 실어 쇠 그물을 찢었다.

촤아악!

하지만 땅에 착지한 연태진은 그 짧은 사이 자신이 꽤 멀리까지 밀려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다른 동료들이 어디 있는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시야에 보이는 거라곤 계속해서 달려드는 마적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또 한 기의 기마가 그녀에게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

“으윽!”

퍼어억!

다시 호신강기를 방출해 충격을 막았지만 뒤로 튕겨 나가는 것까진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그물이 덮쳐 왔다.

발이 땅에 아직 닿기 전이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호신강기를 방출하는 것뿐이었다.

화아악!

내공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호신강기째로 그물에 걸린 몸이 뒤로 확 끌려갔다.

연태진은 바로 호신강기를 풀고 손날에 강기를 실어 그물을 찢었다.

촤아악!

그러자 그물의 바로 뒤에서 또 기마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이하!”

“끼이앗!”

연태진은 그들을 막기 위해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공격은 그녀가 보지 못한 곳에서 먼저 날아왔다.

그녀의 등 뒤, 쇠 그물을 들었던 마적이 그녀의 뒤통수를 향해 철곤을 후려쳤던 것이었다.

기마의 돌격과 반대 방향의 공격이라 위력은 반감된 상태였지만, 앞쪽에 정신이 팔려 미처 뒤를 대비하지 못했던 연태진에겐 치명적이었다.

퍼억!

“아아악!”

뒤통수가 번쩍 하는 충격과 함께 연태진이 앞으로 쓰러졌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마적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

증칠은 세 명 중 가장 잘 싸우고 있었다.

마적들은 뛰어난 신법과 풍룡퇴법을 이용해 마적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그들을 후려 차는 증칠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증칠의 표정은 전혀 밝지 못했다.

아까 흩어진 연태진과 진소은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적 한 명의 머리를 발로 차 터트리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헐벗은 계집아! 짧은 머리 계집아! 어디냐?! 어디 있느냐?!”

조급해진 마음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을 마적들과 싸우게 만든 건 자신이었다.

연태진이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말을 따라 준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만약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증칠은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가 내공을 실어 목이 터져라 외쳤다.

- 태진아! 소은아! 어디 있느냐?! 대답해라!

그 순간이었다.

“꺄아악!”

증칠의 눈에 저 멀리서 비명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튕겨 나가는 진소은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은아!”

증칠은 그녀를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때 귀에 다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악!”

시끄러운 소음 속에 묻힌 소리였지만 증칠은 선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연태진의 목소리였다.

그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 멀리 마적들 사이로 힘없이 쓰러지고 있는 연태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진소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허공에 떠 있는 그녀를 향해 십여 개의 투창이 쏘아지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증칠이 절박하게 소리쳤다.

“안 돼!”

증칠은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지금 가도 어느 쪽도 구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망연한 눈빛으로 진소은을 향해 꽂혀 가는 투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삐이이이이!

선명한 울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봉황이 한순간 진소은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몸통이 사람보다도 커 보이는, 온몸에서 은은한 연보랏빛을 뿜어내고 있는 신비한 봉황이었다.

“저건?!”

증칠을 비롯한 모두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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