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295화 (295/359)

295화 철심냉혈파파 동채원

- 양주동가의 가주 소면혈극 동중서가 사왕의 후계자 중 한 명인 광풍비룡 설풍을 마중하기 위해 천 명도 넘는 마적들과 싸우다 사망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강소성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사왕련을 비롯해 강소성에 존재하는 각 무림 세력들은 저마다 조의를 표하며 조문객을 파견했고, 사람들은 양주의 골칫거리였던 마적 떼를 물리치다 희생한 동중서를 칭송했다.

또한 동중서를 죽인 마적단 혈풍사의 두목 혈풍대도에게 복수를 해 준 이가 광풍비룡 설풍이며, 그의 어머니가 원래 양주동가 출신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앞으로 양주동가의 세력을 등에 업게 될 그의 행보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유력한 다음 대 사왕 후보인 괴정기, 괴창기와 자웅을 겨룰 만한 후보의 등장이라며 설레발을 치는 호사가들도 많았다.

바야흐로 설풍이란 이름을 사왕련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

설풍은 지금 양주동가의 심처에서 일행들과 함께 철심냉혈파파 동채원과 대면하고 있는 중이었다.

동중서의 장례를 주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동채원이 사흘이 지난 후에야 설풍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채원은 설풍의 손을 꼭 잡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정말 아연이를 꼭 닮았구나. 이목구비가 어쩜 이리도 똑같을꼬. 얼굴은 아연이를 닮았는데 몸은 이렇게 훤칠한 장정이 되었다니, 오라버니께서 너를 정말 훌륭하게 키우셨구나.”

설풍 또한 따뜻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외조부님께서도 고모할머님을 무척 그리워하셨습니다. 혹시라도 만나게 되거든 꼭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 하시더군요.”

그러자 결국 이제 영영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된 오라버니의 소식에 동채원은 더욱 눈물을 쏟았다.

“미안하다니, 가문을 위해 혼자 희생하고도 너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 낸 오라버니가 뭐가 미안하단 말이냐? 이 편한 곳에서도 조카 하나 바르게 이끌지 못한 내가 미안해해야지….”

동채원은 오랫동안 쌓여 온 감정이 폭발한 듯 그 후로도 한참을 더 울었다.

철심냉혈파파라는 별호에 어울리지 않는 여린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 모습이 홀로 양주동가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랜 시간 숨겨 왔던 그녀의 본 모습일지도 몰랐다.

설풍은 따뜻한 눈빛으로 외고모할머니를 바라보며 계속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외조부께서 돌아가신 후 혈육 하나 없이 홀로 지내 왔던 설풍에게 있어서 외조부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너무도 값진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설풍의 일행들 또한 흐뭇한 웃음으로 그런 설풍을 말없이 지켜봐 주었다.

설풍을 진심으로 아끼는 동료들이기에 지금 설풍이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동채원은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 듯 눈물을 닦으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 늙은이가 귀한 손님들을 제대로 대접하지도 못한 채 추태만 부리고 있었구려. 정말 미안하오. 그리고… 고맙소. 정말 고맙소. 우리 풍이의 옆에 있어 주어서, 풍이와 함께 싸워 줘서 정말 고맙소.”

그러고는 선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또한 선우 소협 덕분에 오랜 시간 우리 동가를 갉아먹고 있던 종양 덩어리를 떼어 낼 수 있었소. 동가는 이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그의 감사 인사에 선우진은 굳이 겸양을 떨지 않고 그저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양주동가의 권력 구조는 빠르게 재편된 상태였다.

동채원은 동중서를 대신해 바로 가주 대리를 맡으며 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동중서가 워낙 의심이 많은 성격이기에 이인자를 키우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와 그의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빙혈일, 이, 삼 대가 전멸한 지금 동채원에 대항할 수 있는 자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동중서의 어린 아들과 부인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직 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였고, 부인은 동중서가 살아 있을 때부터 권력 구조에서 완전히 소외된 상태였다.

동중서는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아주 정중하게 대했던 동채원과는 달리, 그의 부인을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대놓고 박대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동중서의 행동에 오히려 동채원이 더 동중서의 부인을 보살폈을 정도였다.

동채원이 선우진과 설풍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전에 서신으로 주신 선우 소협의 제안대로 우리 동가는 앞으로 풍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오. 비록 현재 우리의 세력이 진강만가나 흑림지가에 밀리기는 하오만 그만큼 더 전력으로 풍아를 돕도록 하겠소. 당장 풍아의 호위로 빙혈대부터 붙여 드리리다.”

모두 일곱 개 대로 구성된 빙혈대는 현재 일, 이, 삼 대가 전멸하고 네 개 대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력이 급감한 동가에서 빙혈대의 역할은 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상태였다.

동채원은 그런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빙혈대를 설풍에게 지원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선우진과 시선을 교환한 설풍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고모할머님의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저희는….”

완곡한 거절이었다.

그러자 살짝 인상을 굳힌 동채원이 설풍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니. 이번에 동중서를 움직인 자가 괴정기라는 건 선우 소협이 직접 내게 말해 준 일이 아니더냐?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현재 동가의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빙혈대를 지원해 주겠다는 건 결코 위세를 세우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양하지 말거라. 아니, 사양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녀의 말에 설풍은 난감한 듯한 얼굴로 선우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선우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대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동채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선우진은 바로 말을 시작했다.

“말씀하신 대로 괴정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는 이번 일의 반복 정도가 아닌 더 강력한 수를 쓰려고 하겠죠.”

“으음, 자존심 강한 그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그럴 거요. 그러니 빙혈대를….”

“하지만, 제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양주동가로 올 거라는 사실을 알렸던 것도 그의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었으니까요.”

“?!”

선우진의 말에 동채원은 놀란 표정으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설풍의 일행이 양주동가로 갈 거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퍼진 건, 그들이 사왕련 안에서 했던 대화를 들은 이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선우진은 지금 일부러 그 말을 퍼뜨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부러 소식을 흘렸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반응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럼 우리 동가의 전 가주가 그에게 붙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아니오. 거기까진 몰랐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동가에도 손을 뻗쳤을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으으음.”

선우진의 말에 동채원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이 잘생긴 소협의 말을 그대로 다 믿기가 힘들었다.

얘기만 듣고 있자면 앉은 자리에서 천 리를 내다보는 현자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의 무공과 지략이 범상치 않다는 건 동채원도 이제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 말이 젊은 치기와 오만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만 할 수도 없었다.

선우진은 실제 그동안 동채원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도 대지 못하고 있던 동가의 문제를 단 한 방에 해결해 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동채원은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일단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의 반응을 보고 알게 되신 게 있소?”

그러자 선우진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 많은 걸 알게 됐지요. 일단 그가 겉으로만 똑똑한 척하는 겁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말에 동채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괴정기를 무척이나 무시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겁쟁이라고 하셨소?”

동채원은 선우진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사왕련 내의 사람들에게 괴정기는 거의 완벽한 후계자감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괴정기가 그의 외가인 진강만가에게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고, 외가의 인맥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장점에 불과했다.

괴정기 본인 자체가 뛰어난 능력을 지니지 않았다면 사왕련 사람들에게 절대 인정받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무공이 뛰어나고 지혜로우며 성품도 폭급하기보단 냉정한 편이어서 다음 대 사왕으로서 거의 완벽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이미 오랫동안 많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지도력에도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괴정기를 선우진은 그저 똑똑한 척하는 겁쟁이라고 정의했던 것이었다.

동채원은 어쩐지 선우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이 노파는 소협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구려. 왜 그렇게 판단했단 말이오?”

그러자 선우진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설풍 형님은 사왕련에서 그의 자존심을 계속해서 긁어 댔습니다. 그의 경고를 묵살해 시비를 걸었고, 그가 가장 자랑하는 부하를 압도했으며, 심지어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그와 동수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 줬지요. 저는 그가 그 후 어떻게 움직일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왕련에서 그와 대립했던 것 자체가 의도가 있는 행위였다는 얘기였다.

설풍에게는 그 후 따로 설명했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처음 듣는 얘기였기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우진의 말에 집중했다.

“그의 반응 중 제가 상정했던 가장 까다로운 경우는 그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경우였습니다.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그릇을 지녔다는 뜻이었으니까요. 그가 진짜 그 정도의 남자라면 설풍 형님도 그와 정당하게 경쟁해야만 했을 테니, 이미 튼튼한 기반을 가진 그를 상대로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으으음.”

동채원은 침음성을 흘렸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아무리 양주동가가 힘을 더해 준다 해도 설풍이 정공법으로 그를 넘어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왕련 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이미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가 설풍에게 아무 보복도 하지 않고 그저 정당하게 경쟁하려 했다면 그게 오히려 설풍에게 가장 위협적이었을 거란 얘기에 동채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괴정기가 결국 그러지 않고 설풍에게 손을 썼다는 사실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우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다음으로 까다로운 경우는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설풍 형님을 죽이려 할 경우였습니다. 만약 그가 그렇게 나왔다면 그의 본진에서 전력으로 맞붙어야만 했을 테니 저희로서도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겠죠. 사실 그가 설풍 형님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저희가 장강을 건널 때였습니다. 만약 그때를 노렸다면 저희도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서둘러 장강을 넘었던 거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는 그러지 않았죠.”

그 말에 동채원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반론했다.

“하지만 소협도 알다시피 사왕의 후계자들은 강소성 안에서 서로를 노릴 수가 없지 않소. 그러니 직접 나설 수 없었던 게 아니겠소?”

그러자 선우진이 어쩐지 차가운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만약 제가 사왕의 후계자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저는 다른 후계자들을 모두 죽여 버렸을 겁니다. 그것도 한날한시에 말이지요.”

그 말에 동채원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뭐, 뭐라고 하셨소?!”

선우진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다른 후계자들이 하나도 없다면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 하지만 그건….”

“현 사왕 괴갈현도 그런 식으로 사왕이 된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는 역시 그 방법으로 혼자만 남은 후계자를 절대 벌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 말에 동채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눈앞의 청년이 보기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말이 맞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침음성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소협은… 무척 무서운 사람이구려.”

그러자 선우진이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뭐, 어디까지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을 때 얘깁니다. 손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그렇게 해야 했다는 얘기죠. 그런데… 문제는 괴정기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참지 못하고 손을 쓰면서도 자신과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으려 다른 이에게 일임해 버렸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고 있던 대로 말이죠.”

거기까지 말한 선우진은 설풍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설풍 형님은 이번 일로 형님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던 것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사왕련 내의 기반과 명성이었죠. 아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으으음!”

동채원은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대로라면 전 가주 동중서는 절대 설풍을 지원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괴정기가 그를 움직여 준 덕분에 결과적으로 설풍은 양주동가의 지원을 얻게 되었고, 심지어 그 사실을 모든 사왕련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소문까지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양주동가의 가주였던 동중서조차 당해 내지 못했던 혈풍대도를 죽였다는 명성은 덤이고 말이다.

이쯤 되면 괴정기가 일부러 설풍의 입지를 키워 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선우진의 말처럼 어설프게 손을 쓰려 한 대가였다.

동채원이 잠시 멍하니 그 사실을 생각하다 살짝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하, 하지만 앞으로 있을 그의 습격도 빙혈대 없이 막을 수 있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아니오?”

그러자 선우진이 빙긋이 웃었다.

“아니오.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가 어떤 자인지를 알았기에 그가 앞으로 할 선택도 알게 됐거든요. 그는 앞으로도 자기와의 관련이 드러나지 않도록 다른 이를 이용해 우리를 노리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장담컨대 그 정도로는 절대 저희를 어쩌지 못합니다.”

동채원은 담담하게 말하는, 그래서 더욱 자신 있어 보이는 선우진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소협이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이제 알겠소. 하지만 ‘절대’를 입에 담는 건 너무 자만이 아니겠소?”

그녀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노마님께선 두 명의 천하삼십육성과 세 명의 초절정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뭐? 두 명의 천하삼십육성?

동채원의 눈이 다시 한번 크게 확대됐다.

그게 누구를 말하는지는 굳이 지칭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채원은 놀란 눈으로 설풍과 선우진을 번갈아 바라보다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이 두 사람의 젊음에 눈이 가려져 본질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가 탄식하듯 말했다.

“두 명의 천하삼십육성에 세 명의 초절정 고수라…. 최소한 동가의 전력으론 불가능하겠군. 그리고… 괴정기의 세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쉽지 않겠구려.”

그랬다.

결국 괴정기가 설풍을 정말 처리하고 싶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전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한다 해도 절반의 가능성뿐, 그게 가능할지는 알 수 없었다.

동채원은 괴정기가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서 어설프게 설풍을 노려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선우진의 말을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럼… 빙혈대로는 어차피 큰 도움이 되지 못했겠구려. 오히려 행동이 무거워지기만 했겠어.”

그러자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형님을 위해 노마님께 일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내게 부탁을?”

동채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설풍 일행의 전력을 알게 된 지금, 동가의 전력으로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선우진은 마치 장난을 꾸미는 악동 같은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은….”

그의 말을 들으며 동채원은 여러 번 표정을 바꿨다.

처음엔 분노했고, 그다음엔 눈을 빛냈으며, 마지막엔 선우진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나쁜 짓을 꾸미는 악동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가 선우진에게 말했다.

“그거 무척 끌리는 일이로구려. 그런 일이라면 우리 사왕련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내게 맡겨 두시오. 내 절대 선우 소협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

그렇게 말하는 동채원에게 선우진은 정중히 포권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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