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304화 (304/359)

304화 금도무적 초하곤-1

백골괴장 홍추가 두려운 표정으로 선우진에게 물었다.

“형산파는 호남성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세력입니다. 절정 고수는커녕 초절정 고수의 수만도 수십 명은 되겠지요. 그런 자들과 싸워 저희가 과연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선우진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못 이기겠지요.”

그의 단호한 대답에 오히려 질문했던 홍추가 더 당황했다.

그가 말을 더듬으며 다시 물었다.

“모, 못 이긴다니, 그럼 대체 왜…?”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다시 대답했다.

“그들과 정면으로 싸워서야 당연히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설사 이긴다 해도 수많은 희생이 뒤따라야만 하겠지요. 그러니 저는 괴창기 공자가 남궁세가에 하고 있듯이 그들에게 정면으로 싸움을 걸 생각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얼굴에 드디어 두려움이 아닌 다른 감정의 빛이 떠올랐다.

아직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정면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를 호기심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미 선우진의 지혜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는 이들이기에 그가 또 어떤 지혜를 발휘할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이 좌중을 둘러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그들이 가진 세 가지 약점을 이용해 싸울 생각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되뇌었다.

“세 가지 약점?”

모두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형산파의 약점이 세 가지나 된다는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선우진이 검지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약점, 형산파의 세력은 분명 거대하지만 그 세력이 호남성 전체에 퍼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 말에 병법을 약간이라도 아는 몇몇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아아!”

“하긴, 그렇군!”

선우진은 저들의 힘이 사방에 분산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적들을 분산시키고 자신들의 힘을 집중시키는 건 병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사람들의 머릿속엔 이제 ‘각개격파’라는 단어가 떠오른 상태였다.

그러자 곧이어, 선우진이 검지에 이어 중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두 번째 약점, 형산파는 분명 명분을 중시하는 정파이지만, 정파답지 않은, 협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계속해서 자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선우진의 말투는 무척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약점을 말했을 때와는 달리 좌중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첫 번째 약점을 말했을 때 감탄성을 터트렸던 사람들도 이번 말에는 그저 눈만 껌뻑거릴 뿐이었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거기에 대해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는 듯 바로 세 번째 약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세 번째 약점, 방금 말한 두 번째의 이유 때문에 호남성에 그들의 적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형산파가 호남성 전체를 점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호남성의 무인 전체가 그들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힘에 눌려있을 뿐 아직 수많은 무인들이 그들에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약점을 이용해 형산파를 상대할 생각입니다.”

그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계획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그의 말대로 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

호남성 동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악양은 동정호에 인접해 있어 수상 교통의 요지로 발달한 큰 성이었다.

때문에 과거, 수적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파 무리들이 이권을 노리고 악양으로 모여들었었다.

당시의 악양은 매일매일이 시끄러웠다.

기존 세력과 신규 세력들 간의 싸움, 이권을 노린 사파들 간의 싸움, 사파를 응징하려는 정파와 사파의 싸움으로 늘 피가 멈출 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일반 백성들은 마음 놓고 길거리를 나다닐 수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호남성에 떠도는 말 중엔 ‘동정호에 떠다니는 시체의 오 할은 악양에서 비롯된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악양에 금도무적 초하곤이라는 초절정 고수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오랜 시간 외지를 떠돌며 무공을 수련하던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돌아와 아수라장이 된 그의 고향, 악양을 보고는 선언했었다.

‘내가 대단한 협객은 아니지만 내 고향, 내 집을 어지럽히는 자들까지 그냥 둘 수는 없다. 이 악양에서 이유 없이 남을 해하는 자들은 모두가 내 집을 어지럽히는 무리들로 간주할 것이니, 그들은 집주인인 나와 사생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그 후, 그는 금빛 찬란한 도를 휘두르며 앞장서 사파의 무뢰배들과 싸웠고, 자기의 몸도 아끼지 않고 싸운 오 년이란 세월 끝에 악양에서 모든 사파 세력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 악양 전체를 정화해 냈던 것이었다.

그 후로 이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는 그동안 악양에 금도장이라는 장원을 세우고 그곳에 정착했다.

그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만든 작은 장원이었다.

금도장의 규모는 전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초절정 고수인 금도무적 초하곤이 머물기엔 매우 초라한 규모의 장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 규모의 장원에 십 할 만족했다.

그에게 딱히 악양을 지배하거나 군림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저 말 그대로 고향에 돌아와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초야에 묻혀 살고 싶어한다 해도, 그는 이미 악양의 정파 무인들과 일반 백성들에게 둘도 없는 영웅이자 은인이 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날 이후 악양의 무림은 초하곤과 금도장을 추종하는 무인들로 늘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악양을 보며 세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온통 하늘색으로 뒤덮인 호남성에서 악양만이 오직 금빛으로 빛난다.’

그 말은 온통 형산파에게 복속된 호남성에서 오직 악양만이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러한 악양의 정신적 지주인 금도무적 초하곤에게 형산파의 장로인 자종진인이 찾아오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일 년 전쯤부터였다.

그는 처음엔 친분을 나누고 싶다며 초하곤을 찾아와서는 어느 날부턴가 은근슬쩍 호남성의 지배자인 형산파에게 종속되는 것이 어떻겠냐며 의향을 물었었다.

‘금도장은 악양을 대표하는 세력이기는 하나 그 규모가 작아 더 성장하기엔 한계가 명확하오. 그러니 우리 형산파와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겠소? 만약 금도장이 형산파의 산하로 들어오게 된다면 초 대협께선 악양을 넘어 동정호의 주인도 되실 수도 있을 것이오.’

형산파로 들어온다면 악양을 넘어 바다와도 같은 거대한 호수 동정호의 주인으로 인정해주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악양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을 뿐 별다른 야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초하곤이 평판도 별로 좋지 않은 형산파의 제안에 흔들릴 리가 없었다.

초하곤은 허허 웃으며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말씀은 고맙소. 하지만 본인은 지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오. 애초에 악양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건만 그 큰 동정호의 주인이 되어서 무엇에 쓰겠소?’

그 대답을 들은 자종진인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금도장을 떠났었다.

초하곤은 자종진인의 표정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구대문파의 하나인 형산파가 설마 불의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부터 초하곤의 귀에는 갑자기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초 어르신, 이번에 형산파에서 저희 지종문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응? 형산파가?’

처음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초하곤은 ‘형산파가 드디어 금도장을 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문파에 접근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들려온 얘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런 얘기를 하지 뭡니까? 형산파에 복속하면 금도장을 치우고 악양제일세가 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놈들이 금도장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흐음, 금도장이 악양제일세인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그들이 착각한 것이 아니겠나? 설마 아무리 그래도 정파이자 구대문파인 형산파가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에게 해코지를 하겠는가?’

그러자 지종문의 문주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초 어르신. 다른 지역의 문파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형산파에 복속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지역의 이인자를 부추겨 일인자와 싸우게 한 후 약해진 두 문파를 모두 접수해 버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허어, 설마 구대문파인 형산파가 그렇게까지?’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초하곤은 설마 정파인 형산파가 그렇게까지 할까라며 긴가민가했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런 얘기는 끊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초하곤이 그간 악양에 쌓아온 인덕 덕분에 다른 문파들이 형산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제안을 있는 그대로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그 후, 초하곤은 형산파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초하곤의 눈치를 살폈던 것인지, 악양의 문파들을 회유하는 데 실패한 형산파는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악양을 포기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초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갑작스럽게 금도장으로 달려온 무인이 크게 소리쳤다.

큰일이 생긴 듯 매우 창백해진 얼굴이었다.

초하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늘 평화롭게 살아온 그였기에 딱히 큰일이 생길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달려온 무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 공자가, 초 공자가 동정호의 수적들에게….”

그 말에 초하곤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동정호에 간 초 공자라면 그의 맏이인 초상현에 대한 얘기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스물셋의 초상현은 벌써 절정의 경지에 올라 금도수룡이라는 별호를 얻게 된 악양 제일의 기재였다.

도법과 수공이 뛰어나 동정호에서 활동하는 수적들의 천적으로 벌써부터 소문이 자자한 것이 그였는데….

초하곤이 급히 물었다.

“무슨 소린가? 제대로 말해 보게. 상현이가 수적들에게 뭐 어떻게 되기라도 했다는 얘긴가?”

그러자 무사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그것이… 초 공자께서 수적들에게 잡혀가고 말았습니다.”

“뭐라고?!”

“뭐라고요?!”

그 말에 초하곤은 물론, 초하곤의 옆에서 듣고 있던 그의 딸 금도선자 초서린 역시 사색이 되고 말았다.

무사는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배 한 척이었습니다. 작은 배 한 척의 수적들이 호변 근처까지 와서 상선 하나를 약탈하려고 하기에 초 공자가 평소처럼 배를 타고 나갔는데….”

무사의 얘기에 따르면 금도수룡 초상현이 배를 타고 수적들에게로 다가가자 수적들의 배는 바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기에 초상현은 그들을 추격했고, 거의 다 따라잡은 순간 어디선가 숨어 있던 두 척의 배가 나타나 초상현의 배를 포위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초서린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세 척이라 해도 고작 수적들이 아닙니까? 겨우 수적들 따위에게 오라버니가 잡혀갔다고요?”

그러자 무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놈들은 뭔가 일반 수적들과 달라 보였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놈들의 실력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검을 이용한 합공도 무척 위협적으로 보이….”

그때 초하곤이 그의 말을 끊으며 급히 물었다.

“잠깐, 그들이 검을 썼단 말인가? 그들 모두 다?”

“예, 그랬습니다, 어르신.”

그건 매우 이상한 얘기였다.

검은 제대로 오랜 시간 익히지 않으면 도나 다른 장병기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파인들은 대부분 검보단 도를 선호했고, 수적들 또한 도나 작살처럼 생긴 단창을 애용하곤 했었는데….

그런데 초상현을 잡아간 놈들은 한 명도 아니고 전원이 다 검을 사용했다는 얘기였다.

초하곤이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설마….”

그는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딸 초서린에게 빠르게 말했다.

“이 아비가 놈들을 따라 가보겠다. 어쩐지, 그들이 수적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짐작한 초서린 또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하셔야 해요, 아버지.”

“그래, 내 걱정은 하지 말 거라. 네 오라비를 무사히 구해 오마.”

초서린은 말을 마치고 질풍처럼 날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초서린은 오라비인 초상현을 걱정할망정 아버지 초하곤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그녀의 아버지는 악양 최고의 고수였고, 여태껏 한 번도 자식들 앞에서 패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그녀의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번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조용한 성격 탓에 세인들에게 그 존재와 무위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녀의 아버지가 세력을 탐했다면 거대 문파 하나쯤은 금방 만들어졌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오빠의 안위만을 빌었다.

‘부디 오라버니를 무사히 구해 오세요, 아버지.’

그녀가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고 있을 때였다.

문득 금도장의 담장 위에서 처음 듣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금도선자라더니만, 정말 예쁜데? 내가 가져도 되나?”

초서린은 깜짝 놀라 오른쪽 담장 위를 쳐다봤다.

그러자 처음 보는 삼십 대 정도의 무인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초서린은 급히 도를 뽑으며 외쳤다.

“누구냐?!”

챙! 채챙!

초서린과 근처에 있던 무사들이 모두 도를 뽑아 그를 향해 겨누고 있을 때였다.

이번엔 반대쪽 담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 회유 대상이라잖아? 네가 저 여자를 가지면 회유가 안 될걸?”

깜짝 놀란 초서린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왼쪽 담장 위에도 삼십 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한 명 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움직임, 그녀보다 경지가 높은 고수임이 틀림없었다.

초서린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정체도, 무위도 알 수 없는 두 명의 고수.

그들이 하필 아버지와 오라버니도 없는 지금 금도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도저히 우연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초서린은 입술을 한번 세게 깨물고는 소리쳤다.

“이곳은 금도무적 초하곤 대협께서 계신 금도장이다! 너희가 지금 누구의 장원에 침입한 것인지 알고 있느냐?!”

그러자 그들이 피식 웃음 지었다.

“금도무적? 크크크. 거 별호 한번 부럽군. 별것도 아닌 실력으로 ‘무적’이라는 별호를 가질 수 있다니. 나도 앞으론 악양에서 살아야겠는걸?”

“우물 안 개구리들이 다 그렇지. 우물 밖으로 한번 꺼내줘야 현실을 알게 된다니까. 어째, 우리가 한번 꺼내줘 볼까?”

“좋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남자가 초서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화악!

그러자 대비하고 있던 초서린 또한 주변의 무사들을 향해 외쳤다.

“쳐라!”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고 자신 또한 도를 휘두르려던 초서린은 두 남자의 검에서 화악 피어오른 하늘빛 검강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슈하악!

촤아악!

“으아아아악!”

“저, 절정, 아아악!”

“끄아악!”

“아가씨, 어서 피, 아아악!”

초서린 주변에 있던 이십여 명의 무사들이 다 쓰러지기까지는 차 한잔 마실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선명하게 맺힌 그들의 검강에 무사들의 검이 두부처럼 잘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무사들은 초서린의 눈앞에서 검 한번 제대로 막아 보지도 못한 채 학살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초서린은 절망 섞인 눈빛으로 그들의 선명한 검강과 거짓말처럼 전멸한 호위무사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그녀의 오빠인 초상현은 절정의 경지에 올랐지만 갓 스무 살이 된 그녀는 아직 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저들의 검강은 절정 초입인 오빠 초상현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선명한 검강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내공 칠십 년 이상은 될 법한 절정 중급 이상의 고수들이란 얘기였다.

초서린은 가늘게 몸을 떨며 말했다.

“아버지께서, 금도무적 초하곤 대협께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신 고수라는 건 알고 있겠죠? 당신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아요.”

그러자 다시 피식 웃은 남자가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근데 우리 쪽에도 초절정 고수는 있거든. 그것도 우물 속인 악양에는 한 명뿐이겠지만, 우리 쪽에는 좀 더 많이 있지.”

그 말을 들은 초서린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초절정 고수들이 몇 명이나 있다니,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당신들은 설마….”

초서린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그녀는 자신의 뒷목을 누르는 손길을 느끼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점혈 당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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