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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308화 (308/359)

308화 여론전-2

위정국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새로운 육합검수를 육성하는 일들은 어찌 되었나?”

그러자 자광진인이 살짝 자신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 파산조원이 될 자들은 이미 다섯 개 조의 인원을 선발해 고를 먹였습니다. 모두 본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가족이나 연고가 거의 없는 자들이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파천조의 경우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들 중 이제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자들을 찾기가 힘들다 보니….”

그 말을 들은 위정국은 문득 이를 악물었다.

자광진인의 말은 위정국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실혼인으로 만들 만한 초절정 고수들을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파천조 세 개조를 만들었을 때도 얼마나 힘들었던가.

산속에서 수련만 하던 순진한 초절정 고수들 중 뒤탈이 없을 것 같은 자들만 선별해 속이고 회유해서 고를 먹일 수 있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던 파천조를, 그것도 세 개 조나 한꺼번에 모두 잃어버리다니.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새삼 전 외당주였던 좌가균을 너무 쉽게 죽여줬다는 생각에 살기가 치솟았다.

물론 그때 결정을 내린 건 위정국 자신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위정국의 살기에 눈치를 보던 자광진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이번 달 내로 한 개 조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장문인.”

그 말에 위정국은 약간 살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가 자광진인에게 다시 물었다.

“복건용가와 해남파는 어떻게 하고 있지? 여전히 육합검수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나?”

그 질문에 자광진인이 다시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복건용가는 대남도 정벌을 끝내고 마경의 잔당들을 모두 소탕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육합검수들에 대한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우리와 육합검수와의 관계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역시 백운방에 파견했던 육합검수들을 변복시켰던 것이 주요했던 모양입니다.”

강서성을 장악하기 위해 만들었던 형산파의 괴뢰문파 백운방은 갑자기 습격해 온 남해성녀 시서우와 복건용가에 의해 완전히 몰락했다.

생존자조차 거의 찾을 수 없는 철저한 몰락이었다.

그건 너무나도 분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위정국은 분노를 떠나 그 일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복건용가를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는 했으나 아직 실행하기 전이었는데 그들이 어떻게 알고 먼저 습격해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선가 정보가 샜다는 결론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전 외당주인 좌가겸을 처리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 아무리 조사해 봐도 어느 과정에서 정보가 샜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위정국이 다시 물었다.

“강서성은 어떤가? 여전히 복건용가에서 주시하고 있나?”

“예, 용가 쪽 무인들이 여전히 멸망한 백운방 주변을 맴돌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

용가가 여전히 백운방을 조사하고 있다는 건 형산파 입장에서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여전히 백운방에 관해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그곳에 있기에 형산파 쪽에서도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혹시라도 조사 인력을 파견했다가 그들과의 관련성을 들키게 될 위험성 때문에 몸을 사려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위정국은 다시 확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육합검수들과 백운방을 잃은 후 그에 관한 생각만 하면 도무지 분노를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그에 잠시 이를 악물었던 위정국은 일단 화제를 돌려보기로 했다.

“해남파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예, 해남유가의 가주 유해응이 해남파의 임시 장문인으로 선출되었다고 합니다.”

자광진인의 대답에 위정국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임시라고?”

“예, 아무래도 해남십이가 중 다섯 가문의 가주가 이번에 한꺼번에 퇴출되다 보니, 현재 남아있는 다섯 가문의 가주들끼리 정식 장문인을 뽑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해남파는 진태도가 죽은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진태도의 해남진가는 물론 그의 수하가 되어 많은 악행들을 함께 했던 축가, 미가, 술가, 해가의 수뇌부들도 모두 퇴출될 수밖에 없었다.

해남파의 입장에선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했으니 그런 수술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전력이 약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위정국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그들도 지금 정신이 없겠군.”

“예, 해남자가의 상단이야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듯하지만, 아무래도 해남파 본파 쪽에선 육지 쪽으로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일 겁니다.”

자광진인의 대답에 위정국이 인상을 찡그리며 아쉬워했다.

“흐음, 이럴 때 합산파가 건재했다면 광서성과 광동성 쪽으로 더 세력을 넓힐 수 있었을 텐데, 그 망할 인파랑이란 놈 때문에…. 그놈이 죽은 건 확실한가?”

“예, 그 후 전혀 종적을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마경과 진태도가 죽을 때 함께 죽은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집무실 밖에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장문인! 급보입니다!”

“음?”

위정국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침 업무보고를 받는 중 급보라니.

좀처럼 없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들어와라!”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외당 부당주 조모홍이 창백해진 얼굴로 들어왔다.

그 다급한 표정에 위정국의 기분은 더욱 나빠지고 말았다.

어쩐지 육합검수들의 사망 소식을 듣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게 장문인! 악양 쪽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악양? 문제라고?”

그 말에 위정국이 자광진인과 눈을 마주쳤다.

악양이라면 방금 자경진인이 금도무적 초하곤을 회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고받았던 곳이 아닌가.

그런데 그곳에 문제가 생길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악양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냐?”

“그, 그게….”

외당 부당주인 조모홍은 말을 더듬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 설명을 들은 위정국과 자광진인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

- 이 금도무적 초하곤이 비록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평생토록 협을 행함에 있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 구대문파의 일원으로서 모든 정파의 모범이 되어야 할 형산파가 본인의 자식들을 인질로 잡고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말로 협박하며 자신들에게 복속하기를 강요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형산파에게 묻겠다!

이 일이 내 협심이 부족하여 일어난 일인가, 아니면 형산파가 정파의 탈을 쓴 마굴이기에 일어난 일인가?!

그대들이 떳떳하다면 질문에 답하라!

그리고 떳떳하지 못하다면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에게 사과하라!

만약 대답하지 않겠다면 본인은 본인의 목숨과,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대들의 악행을 전 무림에 알릴 것이다! -

악양의 영웅이자 정파의 명숙인 금도무적 초하곤의 선언이었다.

외당 부당주 조모홍은 위정국에게 급히 달려와 이 선언을 전해 줬던 것이었다.

그러자 위정국이 자광진인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뭐? 자경이 갔으니 믿고 기다리면 된다고?”

그의 살기 어린 눈빛에 자광진인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위정국은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외당 부당주 조모홍을 향해 씹어뱉듯 말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가 시끄럽게 굴고 있다면 소문이 퍼지기 전에 인원을 더 파견해 조용히 시켜 줘야 할 것이 아니더냐?”

그러자 조모홍이 그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 그게, 이미 소문이 퍼질 대로 퍼진 상태라서….”

그 말에 위정국의 눈이 꿈틀거렸다.

“뭐?!”

조모홍은 차마 그의 눈을 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그의 선언이 이미 호남성 전체는 물론 주변 성들로까지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어, 어째서인지 호남성을 제외한 다른 성의 하오문들이 일제히 소문을 퍼뜨려서는….”

“뭐라고?!”

호남성의 하오문들은 형산파에게 복속되지는 않았어도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형산파에게 불리할 만한 정보는 절대로 취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이유에선지 다른 주변 성의 하오문들이 일제히 금도무적 초하곤의 선언과 형산파의 만행들을 퍼뜨리고 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소문이 빠른 무림에서 그 일에 관한 소문이 절정 고수의 신법보다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위정국의 얼굴색은 드디어 살짝 창백해지고 말았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그런 일이 있다면 나한테 보고를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 하오문들을 족쳐야 할 것이 아니더냐?! 당장 그따위 소문을 내는 놈들을 다 쓸어버리란 말이다!”

“예,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하오문을 족쳐 소문을 잡으려던 위정국의 대응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정보를 퍼뜨린 하오문 지부는 물론 형산파의 보복을 예상한 호남성의 하오문들이 일제히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그들이 초동진화하지 못한 소문은 이제 전 무림으로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게다가 언제나 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는 법인 모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위정국을 분노케 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번에는 복건용가였다.

- 우리 복건용가는 용가를 습격하려던 강서성의 백운방이 형산파의 괴뢰문파이며 그들이 고를 이용한 섭혼술로 실혼인을 생산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은 남해성녀이신 시서우, 시 여협과 함께 밝혀낸 사실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정파이면서도 혈교만큼이나 추악한 짓을 저지른 형산파의 행사를 우리 용가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온 복건용가의 선언이었다.

그들의 선언에 온 무림은 이제 폭탄이 터진 듯 시끄러워지고 말았다.

이건 앞서의 금도무적 초하곤의 선언과는 급이 다른 폭로였기 때문이었다.

고와 섭혼술을 이용한 실혼인이라니.

혈교가 무림공적이 된 이유의 오 할 이상이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데 정파가, 그것도 구대문파의 일원인 형산파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건 그 누구도 믿기 힘든 악랄한 만행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 사실을 폭로한 이들은 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복건용가와 남해성녀 시서우였다.

형산파가 그저 정파라면 이들은 ‘협의’라는 가치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이들의 말을 거짓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모든 천하 무림인들의 경악한 시선이 형산파에게로 향할 때였다.

형산파 또한 급히 성명을 발표했다.

- 우리 형산파는 백운방에 약간의 지원을 해줬을 뿐 결코 그들을 괴뢰문파로 둔 적이 없다. 또한 그렇기에 그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만약 그들이 그런 짐승 같은 짓을 저질렀다면 그 사실을 모르고 지원했던 우리의 무지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허나! 형산파는 결코 알고서도 협의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분명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그간 존경해 마지않았던 복건용가와 남해성녀 시 여협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우리 형산파를 핍박하는 이 현실에 우리는 그저 참담할 뿐이다.

한마디로 형산파는 백운방을 약간 지원했을 뿐 아는 바가 없다는 얘기였다.

모든 것은 오해이고 그래서 자신들 또한 억울한 피해자라는 얘기.

그들의 변명에 세인들은 이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상황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양쪽의 진실공방,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형산파를 향한 폭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음 폭로는 해남파의 임시 장문인인 용왕지궁 유해응으로부터였다.

- 우리는 형산파가 해남파의 전 장문인인 진태도와 결탁해 해남진가의 전 가주 인계운을 암습하고, 그와 함께 합산파라는 괴뢰문파를 만들어 광서성을 도모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형산파가 만든 실혼인 육합검수들 또한 직접 목격한 바가 있다.

형산파는 이제 거짓말을 중단하고 천하의 모든 무인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할 것이다!

해남파의 폭로는 형산파의 뒤통수를 강타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들의 폭로 덕분에 더 이상 양자의 싸움이 아니게 된 형산파의 신뢰도는 이제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상황은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간 호남성 내에서 형산파를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여왔던 반형회의 인사들이 초하곤이 있는 악양으로 모여들어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 형산파는 호남성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금도무적 초 대협이 당했듯 가족들을 납치, 강간, 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도 모자라 실혼인인 육합검수들로 하여금 전멸시킨 문파들 또한 수두룩하다. 바로 얼마 전 장사에 위치한 수많은 문파들이 하루아침에 전멸당했던 사건이 바로 형산파가 만든 실혼인들의 짓이었다. 이 모든 일은 우리 반형회의 일원들이 직접 겪은 일이기에 우리 모두가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산파는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만 하지 말고, 엎드려 죄의 대가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결정타였다.

이전이었다면 별다른 반향 없이 헛된 메아리가 되었을 반형회의 목소리는 이미 온 무림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확신하게 해 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반형회에 소속된 무림인들이 대부분 자신의 문파를 형산파에게 잃어버린 산 증인들이었기에 그들의 증언을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그러자 상황은 이제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소문이 퍼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형산파를 제외한 구대문파의 회합이 소림사에서 열린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형산파만 빼고 모이는 것인지는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형산파 장문인 위정국은 격분했다.

“반형회, 이 벌레 같은 놈들이 감히!”

정확히는 복건용가나 남해성녀, 해남파에 대해서도 똑같이 분노해야 하겠지만, 형산파의 힘으로 건드리기 껄끄러운 그들과 평상시 벌레처럼 무시해 왔던 반형회에 대한 분노가 같을 수는 없었다.

위정국은 사방이 적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을 결정했다.

“일단 반형회부터 정리한다. 놈들이 사라지고 시간을 질질 끌다 보면 세인들의 관심도 사라지겠지.”

그리고 명령했다.

“현재 북부에 있는 초절정, 절정 이상의 무인들을 모두 악양에 집결시켜라! 조용히, 그리고 아주 깨끗하게 놈들을 정리해야만 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장문인!”

호남성 전 지역에 퍼져 있던 형산파의 거대한 힘이 악양으로 집중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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