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화 형산대전-1
형산파의 장문인인 호남제일검 위정국은 형산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넓은 평원에 형산파의 전 무인들을 집결시켰다.
이곳이 바로 그가 생각한 결전의 장소였다.
그는 이곳에서 진을 치고 설풍이란 놈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위정국은 둔턱 위에 서서 자신이 끌고 온 형산파 본산의 무인들을 주욱 둘러봤다.
모두 다 해 거의 천 명은 되지 않을까 싶은 대인원들이 평원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들을 본 위정국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장문인이 되기 이전의 형산파였다면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전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건 다 위정국 자신, 형산파 역대 최고의 장문인인 자신이 키워낸 전력이었다.
그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외당주인 자광진인에게 물었다.
“우리 쪽 전력이 정확하게 모두 어떻게 되나?”
그러자 자광진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장문인을 제외한 초절정은 아홉 명, 절정은 백사십삼 명, 일류 무인이 팔백여 명쯤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위정국은 다시 한번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비록 초절정 고수들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지금 이 정도의 전력만으로도 구대문파의 말석을 차지한 아미파는 물론이고 하위권인 청성파나 공동파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위정국은 내공을 실은 우렁찬 목소리로 형산파 무인들을 향해 명령했다.
- 모두 발검하라!
그러자 무인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검을 뽑았다.
“네! 장문인!”
챵!
그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한 명이 검을 뽑는 것처럼 보이는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움직임.
검진을 연마한 적이 없음에도 저런 동작을 보일 수 있다는 건 다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들이란 뜻이었다.
위정국은 다시 소리쳤다.
- 절정 이상의 무인들은 검강을 방출하라!
그러자 백 명도 넘는 무인들이 다시 한목소리로 대답하며 검강을 뿜어냈다.
“네! 장문인!”
화르륵!
그 순간 위정국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지며 지켜보던 자광진인을 비롯한 수뇌부 무인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오오!”
“멋지군요!”
그 광경은 실제로 너무도 멋있었다.
백오십에 가까운 무인들의 검에서 휘황한 하늘색 검강이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천하삼대세력 정도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위정국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 나머지 무인들도 모두 검기를 방출하라!
그러자 팔백여 명의 일류 무인들이 대답과 함께 검기를 방출했다.
“네! 장문인!”
화아악!
다음 순간, 위정국의 옆에 서 있던 형산파의 수뇌부 무인들이 할 말을 잊은 채 감동한 표정으로 검강과 검기를 뿜어내고 있는 무인들을 주욱 둘러봤다.
안개같이 뿌연 검기를 뿜어내는 팔백여 무인들의 중심에 휘황한 하늘색 검강을 뿜어내는 무인들 백사십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전설 속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황홀했다.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위정국이 돌연 웃음기를 지우고는 입을 열었다.
- 모두 보이느냐?! 너희가 바로! 아니, 우리가 바로 형산파 역대 최강의 전력이다!
형산파 역대 최강의 전력.
그 말에 형산파 무인들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위정국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우리 이전에 형산파가 구대문파에 든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 호남성의 주인이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느냔 말이다!
그의 말은 분명 맞는 말이었다.
형산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이었지만, 그 오랜 역사 중 단 한 번도 천하는커녕 호남성의 주역으로도 우뚝 선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저 괜찮은 정파의 명문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현 장문인 위정국이 실전됐던 비급들을 되찾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급한 후, 형산파는 구대문파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천하에서 제일 강력한 문파 중의 하나가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위정국이 떠올려준 그 사실에 형산파 무인 한 명, 한 명의 눈에는 뜨거운 자부심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그러자 위정국이 다시 소리쳤다.
- 오직 우리뿐이다! 구대문파도! 호남성의 주인도! 본파의 긴 역사에서 오직 우리만이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당당히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바로 형산파의 역사이며 전설이라고! 형산의 아들들이여! 그렇지 않은가?!
그 말에 모든 형산의 무인들이 뜨겁게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장문인!”
위정국은 그들을 향해 다시 뜨겁게 외쳤다.
- 다 함께 외쳐라! 우리가 바로 형산파의 전설이라고!
그러고는 검을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며 선창했다.
챵!
- 우리가 바로!
그러자 모든 문도들이 형산이 떠나갈 듯 소리쳤다.
“형산의 전설이다! 우와아아아아아!”
위정국은 이 잠깐의 연설로 형산파의 무인들을 사기충천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간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침체되어 있던 그들의 기분도 한순간에 말끔히 날아가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뇌부의 장로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지난 십 년간 형산파 역대 최강의 장문인이라는 평을 받으며 형산파를 구대문파의 반열에 올려놨던 효웅다운 강력한 지도력이었다.
한편 위정국 또한 무인들의 반응에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젠 모든 것이 완벽해진 것 같았다.
위정국은 냉정하게 자신들이 절대 패할 리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
‘사왕의 후계자인 설풍이 천하삼십육성급 고수 둘을 데리고 있다고?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봐야 그 몇 명뿐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무인들의 전력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호남성의 무인일 텐데, 호남성 전체를 다 뒤진다 해도 형산파 소속이 아닌 절정 고수들의 수는 백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초절정 고수는?
위정국은 코웃음을 쳤다.
‘흥! 원래 있던 부하라면 모를까 호남성에서 새로 합류한 자들 중 그런 자들이 있을 리가 없지!’
금도무적 초하곤 같은 자는 매우 특이한 경우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초절정 고수들은 거대 방파를 세워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곤 했다.
그리고 그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초절정씩이나 돼서 다른 사람들의 밑에 있고 싶어 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형산파의 영역인 호남성에는 원래 있었던 초절정 고수들도 이미 다 떠나버린 상태였다.
모든 곳이 형산파의 영역인 이곳에서 버틸 힘도, 버틸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설풍이 끌고 오는 자들이 천 명이든 이천 명이든, 그중 절정은 고작 해봐야 백에서 이백 정도, 초절정은 열 명도 안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런 전력이라면 설풍이 얼마나 고수이든 자신들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말 우리를 이기고 싶었다면 놈이 아닌 사왕이 직접 사왕련의 무인들을 이끌고 왔었어야 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비릿한 웃음을 지은 위정국은 자신의 주변에 있던 수뇌부의 장로들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그들을 불렀다.
“잠시 모여 보도록.”
그러자 사기충천한 제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던 수뇌부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위정국에게로 다가갔다.
“왜 그러십니까, 장문인?”
위정국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스윽 훑어봤다.
모두 아홉 명의 초절정 고수들.
이들은 이곳에 모인 형산파의 전력 중 가장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위정국은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며 그들에게 말했다.
“이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도록 해라.”
그러자 처음엔 의아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바라보던 그들은 그 안에서 검은 환약이 나오자 모두 경악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자, 장문인! 그, 그건!”
“서, 설마 광혈단?!”
위정국이 지금 초절정 고수들에게 나눠주려는 약은 바로 광혈단, 순간적으로 잠력을 끌어올려 일각 정도 무위를 높여주는 단약이었다.
또한 일각이 지난 후 폐인이 되거나 심하면 사망할 위험까지 있는 위험한 약이기도 했다.
위정국은 지금 그런 알약을 손바닥에 담아 그들에게 내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 하나씩 가져가거라.”
그러자 장로들 중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모두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 중 광혈단을 복용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남쪽 광동진가의 무인들이야 가문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그걸 복용하고 싸우기도 한다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형산파의 명예 따위보단 본인의 만수무강과 출세가 훨씬 더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 복용한 이후 폐인이 되거나 사망할지도 모르는 광혈단을 먹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그들을 바라보던 위정국의 눈이 살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당장 가져가지 못하겠느냐?”
그때였다.
초절정 고수인 장로들이 모두 동시에 신음을 흘리며 배를 움켜잡기 시작했다.
“윽!”
“으윽! 자, 장문인….”
위정국은 자기 이외의 사람을 절대 믿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측근이 되는 모두에게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금제를 가해 놓은 상태였다.
바로 ‘고’를 먹임으로써였다.
위정국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을 정도로 반응하게 하지는 않았다. 제자들의 사기 떨어지게 엄살떨지 말고 신색을 유지하도록 해라.”
그 말에 수뇌부들은 애써 고통을 참으며 서둘러 광혈단을 하나씩 가져가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던 고통도 곧 사그라들었다.
위정국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나는 내 말을 따르지 않는 개 따위를 키울 생각은 없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라.”
그 말에 수뇌부의 초절정 고수들은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저 얘기는 만약 그가 광혈단을 먹으라고 명령했을 때도 망설인다면 바로 죽이겠다는 협박임에 틀림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그들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광혈단을 먹으면 그 후 죽거나 폐인이 될 확률이 높겠지만, 만약 그걸 안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될 테니까.
그들로서는 부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광혈단을 하나씩 가져가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그때 고를 먹는 게 아니었는데….’
그들이 처음 ‘고’를 먹었던 건 최초로 수뇌부에 편입됐을 때였다.
그때 그들은 위정국의 눈앞에서 충성 맹세와 함께 스스로 ‘고’를 먹어야만 했다.
물론 그런 행동은 정파인 형산파의 무인들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중 누구도 그때는 그걸 먹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었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위정국의 비위만 잘 맞춰주면 그것 때문에 위협을 받는 상황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말이다.
그땐 누구도 설마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위정국이 멀리 지평선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떨거지들이 도착했구나.”
그 말에 수뇌부의 장로들도 모두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평원과 맞닿아 있는 숲속에서부터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선두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붉은 무복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위정국이 중얼거렸다.
“저놈이 설풍이로군.”
숲을 나온 설풍은 천천히, 하지만 거침없이 형산파 무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평원을 향해 걸어왔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라 무인들이 계속해서 숲속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보기에 천 명을 훨씬 넘은 것 같음에도 무인들의 행렬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그걸 본 외당주 자광진인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기는 많군요.”
저 많은 인원들이 전부 다 자발적으로 모여든 형산파에 원한을 가진 무인들이란 얘기였다.
위협적인 동시에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위정국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개미떼가 얼마나 많든 무슨 상관이더냐? 그냥 밟으면 되는 것을.”
그 말에 수뇌부의 무인들은 불편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저들이 진짜 개미 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이 광혈단을 복용해야 하는 사태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뿐이었다.
잠시 후, 숲을 나온 무인들의 수가 삼천 명쯤 되었을 때 드디어 그 행렬도 끝이 났다.
그들은 설풍의 뒤를 따라 형산파 무인들의 오십여 장 앞까지 와서는 발걸음을 멈췄다.
***
설풍은 평원에 도열해 있는 형산파 무인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가 최하 일류 중급 이상의 무인들인 것 같군요. 과연 정면으로 부딪치기엔 부담스러운 전력입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서 있던 반형회주 정소상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대꾸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자. 우리의 의기가 더 높고, 우리의 수가 더 많은데 뭐가 걱정이란 말입니까? 심지어 우리 쪽엔 공자와 삼지신창 감 대협, 귀도 백 노사 같은 고수들까지 있지 않습니까? 부디 공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오늘 반드시 형산파의 씨를 말려버리겠습니다!”
설풍은 원한으로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평상시 그리 화급한 성격이 아니었던 그마저도 원수 형산파를 눈앞에서 바라보자 냉정을 유지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의 뒤에 서 있는 반형회원들의 눈빛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모두가 당장이라도 놈들을 향해 달려갈 듯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는 없었다.
설풍은 그들을 제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정면으로 부딪쳐 수많은 희생을 만드는 건 그가 바라는 바도, 선우진이 계획한 바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설풍은 스윽 반형회원들을 둘러보고는 달래듯 말했다.
“정 대협, 그리고 반형회 여러분들의 깊은 원한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원한을 갚을 사람은 저 형산파의 문도들이 아닌 위정국과 그의 측근들이지 않습니까? 저들은 그저 위정국에게 이용당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강도가 칼로 부모를 찔렀다 하여 그 칼에다 원한을 갚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성미가 급한 반형회원 한 명이 소리쳤다.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과 행동으로 위정국을 따른 저들이 어찌 도구에 불과하단 말입니까?! 저들 모두는 자기 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그 뒤로 다른 반형회원도 소리쳤다.
“맞습니다! 형산파에 적을 둔 누구도 그들의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원한으로 불타오르는 반형회원들의 목소리에 설풍은 난감함을 느꼈다.
물론 그들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기는 했다.
비록 모든 일을 주관한 자는 위정국이었지만 그의 지시를 따른 자들 역시 공범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정면으로 충돌해줄 수는 없었다.
원래 계획과 다르기도 했고, 비록 전체 수는 이쪽이 많았지만 그 수준에서 형산파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설풍의 감각에 여실히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이 먼저 형산으로 떠나기 전에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설풍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만약 저들과 정면으로 붙는다면 여기 계신 모두가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수는 많지만 평균 무위는 저들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정면으로 붙겠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질문에 반형회원들이 뜨겁게 소리쳤다.
“물론이오! 우리는 결코 죽음이 두렵지 않소! 저들과 함께 죽을 수만 있다면 아무런 여한도 없을 것이외다!”
“공격 명령을 내려 주시오, 공자! 우리는 이곳에서 죽겠소!”
그들의 열기는 폭발할 듯 뜨거웠다.
하지만 그의 열기와는 달리 설풍의 표정은 점점 더 냉랭해져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