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형산대전-2
설풍이 반형회원들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원한을 위해 이곳에 모인 삼천명의 목숨이 모두 다 사라져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반형회원들은 그제야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차마 대답을 하지는 못한 채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눈은 불만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자 그들을 대표해 반형회주인 정소상이 설풍에게 반문했다.
"그건 너무 비약이 아니겠소, 공자? 저들과 정면으로 붙는다는 게 꼭 모두가 죽을 거란 얘기는 아니지 않소?"
그러자 설풍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오 모두가 죽게 될 겁니다. 칠할 이상의 확률로 우리가 패할 테니까요. 저들의 평균적인 무위는 우리보다 훨씬 높고 무림인의 싸움에서 숫자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란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거지까지 말한 설풍은 날카로운 기세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모두가 죽지만 않는다면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반형회 여러분들이 형산파의 악행을 막고 협의를 세우기 위해 모인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그저 원한만 풀 수 있다면 다 상관없다는 말처럼 들리는 군요, 제가 여러분들을 잘못 봤던 겁니까?"
그말에 반형회원들의 기세가 주춤했다.
그들도 방금 설풍의 말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 한명이 눈을 부릅뜨고는 소리쳤다.
"공자는 저들에게 가족을 잃은 적이 없으시지 않소?! 우리 원환의 깊이도 잘 모르면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아니! 잘 모르니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나 보구려!"
그러자 설풍이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
"저는 당연히 여러분의 원한, 그 깊이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 것 같군요. 여러분이 그저 저들과 동귀어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셨다면 지금껏 살아계시지도 않았을 거라는 걸 말입니다. 혹시 지금이라도 그런 걸 원하십니까? 그럼 말리지 않겠습니다. 저들에게로 가시지요"
그렇게 말하며 설풍은 형산파를 향해 손을 펼쳤다.
얼마든지 가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반형회원들의 눈이 사나워졌다.
그런 그들을 향해 설풀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안 됩니다. 제 수하들도, 저뒤로 모인 어떤 불들도 그렇게 헛되이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희생을 줄여 싸움을 이기기 위해 온 것이지, 동귀어진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설풍은 입을 닫았다.
그러자 반형회원들의 분위기도 싸늘해졌다.
더 이상 입을 열어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불만이 가득한 눈빛들이었다.
그때였다.
반형회주 정소상이 한숨을 내쉬고는 설풍에게 말했다.
"후우우, 알겠소, 설공자. 우리가 원수를 만나 흥분했던 모양이오. 정면으로 싸우지 않겠다면 공자의 뜻은 어떤 것이오?"
그러자 일부 과격한 반형회원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회주! 그게 무슨 소리요?!"
"원수를 앞에 두고도 싸우지 않겠나는 거요?!"
정소상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냉정을 찾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다 누구의 덕분인가? 모두가 설 공자의 덕분이 아니던가? 설마 원한은 잊지 않으면서 은혜는 잊을 생각인가?"
그말에 분노하고 있던 반형회원들이 흠칫했다.
그의 말대로 이자리에 올 수 있었던게 모두 설풍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기세는 이제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정소상이 다시 그들을 달래듯 말했다.
"조금만 참게. 일단 이겨야 원한도 제대로 갚을 것이 아니던가? 만약 우리가 분란을 일으켜 이 싸움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후회를 대체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
그 물음에 한 명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진다고..."
그러자 정소상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어허! 그래도! 자네가 설 공자보다 고수이고 보는 눈이 높다는 겐가?! 그래서 반드시 패한다고 말한 설공자의 단언도 무시하겠다는 게야?!
천하삼심육성급 고수인 설 공자가 패한다고 단언한 사실을 자네가 무슨 근거로 이긴다고 말하는 겐가?! 정녕 복수의 기회를 놓치기라도 하고 싶다는겐가?!"
분노한 정소상의 목소리에 이제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다들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정소상이 설풍에게 정중히 포권하며 반형회를 대표해 사과했다.
"용서하시오, 공자. 우리가 원한에 눈이 멀어 무모한 고집을 부렸소. 하지만 그건 그간 쌓인 원한이 너무 깊기 때문이라오. 부디 한번만 이해해 주시오.
이번 한번만 이해해 주신다면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하겠소. 우리가 지금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게 모두 공자의 덕분임을 알고 있소.
그런 우리가 여기서 더 무슨 요구를 하겠소. 앞으론 공자의 명령만 철저하게 다를 테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 주시구려"
그 말에 설풍 또한 살짝 표정을 풀었다.
그러고는 정소상에 포권하며 대답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대협. 저도 여러분의 원한을 모르는 받는 아닙니다. 허나 쓸데없는 피가 흐르게 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저로선 가장 희생을 줄이는 방향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소. 공자의 뜻대로 하시오."
반형회주인 정소상이 설풍에게 고개를 숙이고 승복하자 상황은 일단락됐다.
반형회원들의 일부는 여전히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그들도 반형회주의 말에까지 반박하지는 않았다.
벌풍은 그들의 동향을 슬쩍 살피고는 정소상에게 전음을 보냈다.
- 고생하셨습니다, 정대협.
그러자 정소상 또한 전음으로 대답했다.
- 아닙니다. 저희를 위해 나서주신 분께 이런 수고까지 끼치게 되어 송구할 뿐입니다.
그때 각각 그들의 귀로 누군가의 전음이 들어왔다.
선우진이 자기가 없는 동안 참모로 추천했던 사람의 전음이었다.
- 두 분 다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연기였어요.
그들 세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웃음을 교환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웃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사실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며칠 전 선우진은 형산파로 한발 앞서 떠나기 전 먼저 설풍과 정소상 두 사람을 모아 이렇게 말했었다.
'만약 형산파와 정면 대결을 벌인다면 칠 할의 확룰로 패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할의 확률로 여기 있는 대다수의 무인들이 죽게 되겠지요'
그러고는 이유를 묻는 두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했었다.
'형산파의 많은 전력을 깎아 냈음에도 여전히 우리보다 저쪽의 평균 무위가 높습니다. 초절정 이상은 그렇다 쳐도 절정의 무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지요. 그러니 최종 승부와는 상관없이 여기 있는 대부분의 무사들은 죽게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설풍과 정소상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선우진의 분석이라면 거의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은 계속에서 말을 이었다.
'또한 최종 승부 역시 낙관적이진 않습니다. 위성죽의 도덕성과 상관없이 형산파의 지휘체계가 그를 중심으로 일원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는 많은 인원들이 자박적으로 모여들었기에 지휘체계라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그러니 혼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차이는 아마도 절대적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말에 정소상은 바로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우리 또한 설풍 공자의 명에 따르고 있지 않소? 그러니 우리도...'
그러자 선우진이 단호하게 물었다.
'만약 형산파를 용서하라고 말해도 그들이 들을 거라 보십니까? 아니, 정 대협부터 그 명령에 복종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질문에 정소상은 당홍했다.
그건 절대 들어줄 수 없는 명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가 왜 그들을...!'
그러자 선우진이 그 말을 끊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주고 있지요. 이상태로는 형산파와 대치한 상황에서 지휘체계가 바로 설리 없습니다. 그러니 필패할 수 밖에요.'
정소상은 그제야 선우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형회원들 중 그나마 이성적이고 통찰력이 있다는 자신조차 이런데,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다른 반형회원들이 설풀의 명령에 따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잠시 침묵했던 정소상은 무거운 표정으로 선우진에게 물었다.
'선우 공자께서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하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소?'
선우진은 그제야 빙긋이 웃으며 정소상에게 말했다.
'정 대협께서 형님을 좀 도와주셔야만 합니다. 반형회 분들이 가장 흥분해 있을때...'
그것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의 내막이었다.
설풍은 이제 마음을 좀 가라앉힌 듯 보이는 반형회원들의 모습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모인 삼천여 명의 무인들은 대부분 형산파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감정적으로 반형회원들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만약 반형회원들이 피로 원한을 갚겠다고 들고 일어난다면 그 순간 제어가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반형회원들의 돌발행동을 사전에 막아놨기에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도 될 것 같았다.
설풍은 홀로 앞으로 걸어나가서는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 형산파의 무인들은 들어라! 그대들의 장문인 위정국은 그동안 수많은 무인들과 그 가족들을 납치, 강간, 살해해 왔다. 그뿐이 아니다! 그대들과 동문인 형산파의 무인들마저도 실혼인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러왔다. 이런 자가 과연 정파의 장문인인가, 아니면 혈교의 마두인가?!
설풍이 말을 건 대상은 위정국이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형산파의 일반 무인들, 그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었다.
- 그대들은 저런자가 장문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직 늦지 않았다! 더는 헛된 피를 흘리지 말고 물러서라! 그가 지은 죄는 형산파가 아닌 위정국 개인의 죄이니 더이상 그대들이 그를 위해 헛되이 희새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목표는 위정국뿐이니 그만 넘겨준다면 우리는 서로 피를 흘리고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설풍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위정국과 형산파 문도드의 잘못을 분리해 서로를 갈라놓기 위한 이간책이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귀에 다시 전음이 들려왔다.
어떤 여인의 구슬처럼 맑은 목소리였다.
- 잘하셨습니다. 자신 없다고 하시더니 실전에서 더욱 잘하시는데요?
그겨는 바로 선우진이 자신이 없는 동안 참모 역할을 맡아 달라며 불러온 사람, 해남묘가의 묘아란이었다.
해남파의 두뇌라는 해남묘가에서도 최고의 지낭으로 유명한 그녀가 설풍의 옆에서 참모로 조언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말에 설풍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역시 전음으로 물었다.
- 이 정도로 효과가 있겠소? 저들의 기세는 그다지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구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해했다.
- 당장 큰 효과를 볼 수야 없겠지만, 저들의 마음을 흔들어 망설임을 줄 수만 있어도 충분히 괜찮은 성과입니다. 그리고 저희의 진정한 목표는 일반 무인들이 아닙니다.
- 진정한 목표?
설풍이 그렇게 물었을 떄였다.
설풍의 말을 들은 위정국이 내공을 실은 우렁찬 목소리로 바로 대꾸했다.
- 애송아! 여기까지와서 이간질이라니! 정면으로 싸워서는 이기지 못할 거란 알았나 보구나! 왜? 막상 우리를 보니 겁이 나느냐?! 그럼 무릎이라도 꿇어 보지 그러느냐?! 혹시 아느냐?! 대 형산파의 무인들인 우리가 넓은 아량으로 살려줄지?! 으하하하하!
그러자 그녀 또한 바로 전음을 보냈다.
- 제가 방금 말씀드린 진정한 목표가 나왔군요. 설 공자가 말한 악행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겁을 먹어서 시전한 이간질이라고 못 막아버리다 제법 머리가 있는 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죠. 저희는 끈질기게 그쪽을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그의 악행을 계속해서 추궁해주세요. 특히 실혼인 쪽은 반드시 언급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설풍은 다시 내공을 실어 위정국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 위정국! 너야말로 네가 했던 악행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구나! 네놈 스스로도 그 모든 악행들을 다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네놈도 사람이라면 네놈에 의해 가족들을 비참하게 잃으신 이분들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네놈 손으로 실혼인으로 만들었던 형산파 문도들 앞에서도 사죄하라!
설풍의 말을 들으며 위정국은 짜증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싸우러 왔다는 놈이 멀찍이 선 채로 다가오지도 않고 목소리만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더 짜증 나는 건 그 방법이 실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위정국은 놈의 말을 들은 형산파 무사들의 기세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았던 그들의 사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놈니 말한 내용들이 신제 형산파 제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위정국은 입술을 짓씹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놈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들이쳤다면 필승이었을 것을!'
평원에서 싸우기 위해 놈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실수였던 것 같았다.
문득 지금이라도 무인들을 돌진시킬까 고민이 됐다.
그렇게 해도 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위정국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그렇게 할 경우 자신이 놈의 말을 반박하지 못해 입을 막았다고 해석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위정국은 어떻게든 말싸움에서 먼저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사실 그것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놈이 아무리 자신의 악행이라고 주장해도 부정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위정국은 코웃음을 치며 설풍의 말에 대꾸했다.
- 흥! 아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본 장문인을 모함하는구나! 네놈은 대체 무슨 증거로 내게 그런 누명을 씌운단 말이냐?!
그러자 누명이라는 말에 반형회의 인사들이 분노해 소리쳤다.
"이 뻔뻔한 놈! 내 딸과 아내를 간살한 게 누명이란 말이냐?!"
"내 가족들을 처참히 불에 태워 죽인 네놈이 그따위 소리를 하다니!"
"내 자식들의 원한이 거짓이란 말이더냐?!"
설풍은 잠시 그들의 아우성을 지켜봤다.
그러다 다시 소리쳤다.
- 보았느냐?! 이분들이 모두 다 증인이다! 네놈에게 가족들을 잃은 당사자들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도 시치미를 뗄 생각이더냐?!
하지만 위정국은 그 정도로 흔들리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 그건 그저 저들의 주장이 아니더냐?! 저들이 내게 가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해서 그게 사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럼 내가 너를 부모님의 원수라고 주장하면 너는 내 원수가 되는 것이겠구나!
그의 너무나도 뻔뻔한 말에 반형회원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말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위정국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소리쳤다.
- 이것 보아라! 아무런 증거도 못 내놓지 않느냐?! 내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고?! 본파의 문도들을 실혼인으로 만들어?! 그런 말도 안되는 거짓으로 나를 모함하고 형산파의 명예를 훼손시키다니! 우리 형산파는 너희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위정국은 말을 하는 동안에도 형산파 무인들의 분위기를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무인들의 사기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증거도 없이 형산파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말에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위정국은 눈을 번뜩였다.
이제 드디어 때가 된 것이었다.
공격을 명령해도 되는 그때가.
그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 형산파의 제자들이여! 본파의 명예를 실추시킨 저들을 용서하지...!
그 때였다.
누군가 끼어들어 더욱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 중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위정국!
그 못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