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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324화 (324/359)

324화 선무우희 우난설

그랬다.

위정국이 생각한 대로 그들은 육합검수 파천조, 그중에서도 선우진이 섭혼했던 파천 삼조의 무인들이었다.

예전에 위정국이 해남의 인파랑을 처리하기 위해 보냈었던….

그때 성녀에게 죽었다고 알려졌던 그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이곳에 나타났던 것이었다.

위정국은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었다던 그들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도 그랬지만 그들이 검진을 펼치는 형태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위정국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다섯 명이서? 어떻게?”

원래 귀멸육합검진은 검진의 핵이 되는 한 명이 중앙에서 나머지 다섯 명의 실혼인을 수족처럼 움직여야만 하는 검진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중앙의 핵이 되는 사람이 빠져 있는데도 나머지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푸푹!

“커헉!”

하지만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또 한 명의 형산파 고수가 육합검진에 의해 희생되고 말았다.

위정국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은 저들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걸 깨달은 순간, 이미 균형은 무너진 상태였다.

육합검진에 의해 두 명이 죽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으하하하하!”

퍼억!

“커헉!”

한순간 감작형의 삼지창에 형산파 무인 한 명의 가슴이 뻥 뚫리고 말았다.

협공하던 한 명이 사라지자 혼자서는 감작형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쉬이익!

푸화악!

동시에 다른 쪽에선 백기량의 쾌도에 한 명의 목이 날아가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에선 다른 한 명의 장로가 육합검수들에 의해 꼬치가 된 모습도 보였다.

위정국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번 균형이 무너지자 자신 쪽의 고수들이 너무 빠르게 무너져 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진형만 다를 뿐 아까 그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위정국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이럴 수가….”

그 순간 그의 눈에 설풍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제 그의 얼굴에는 여유 있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위정국은 문득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광혈단을 먹인 장로들은 벌써 모두가 무력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으득!

그때였다.

설풍이 문득 그에게 말을 걸었다.

“기분이 어떤가? 네 악행으로 인해 몰락하게 되는 기분이?”

그러자 위정국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웃기지 마라! 내게 실혼인을 만들었다며 비난하다니 정작 실혼인들을 이용한 건 네놈들이 아니더냐?! 형산의 제자들은 보아라! 저들이 바로 실혼인인 육합…!”

위정국은 파천삼조의 육합검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악을 썼다.

그들을 물고 늘어져 다시 형산파 무인들을 움직여 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믿을 수 없게도 실혼인이라고 생각했던 육합검수 한 명이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누가 실혼인이라는 거냐, 위정국?!”

그러자 위정국은 너무 놀라 그대로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분명 실혼인으로 만들었던 육합검수들이 저런 표정으로 말을 하다니,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육합검수는 분노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소리쳤다.

“형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놈에게 협조했건만, 그런 우리를 실혼인으로 만들다니! 이들에게 구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내가 설득한 친우들마저 영원히 실혼인이 되었을 것이 아니더냐?! 너 같은 놈을 장문인이라고 믿었던 내가…!”

그때였다.

그의 옆에 있던 다른 육합검수 한 명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푸근하게 말했다.

“자네의 잘못이 아니네, 자성. 이제 그런 자책은 그만두게나.”

그러자 소리를 지르려던 검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런 그를 다른 육합검수들이 다가와 따듯하게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있었다.

사실 이들은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

그들의 몸속에는 여전히 고가 들어있었고, 그 고로 인해 선우진은 이들을 육합검진으로써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원래와 전혀 다른 기억을 덧씌워 줘야 했던 이전의 파산조와는 달리, 선우진은 이들에게 실제 있었던 기억들을 되살려 주는 쪽을 택했다.

위정국의 악행이 백일하에 드러났기에 그래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위정국이 알 리 없었다.

그가 보기에 어떻게 된 일인지 그들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고, 그건 곧 자신의 악행을 증언할 증인들이 더 늘어났다는 말과도 같았다.

이제 역전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이럴…수가….’

위정국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정말 모든 게 끝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났을망정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눈이 다시 독기로 가득 차더니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바로 선무우희 우난설을 향해서였다.

그가 으흐흐 웃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우희와 함께 죽은 초패왕이 되고야 말겠구나. 어쩌면 그녀가 내 여자가 됐을 때부터 결정된 일이었던가?”

몰락한 항우의 품에 안겨 죽었던 우희처럼 자신과 우난설도 그렇게 될 운명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위정국은 갑자기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우희!”

그의 검이 우난설을 향해 찔러 갔다.

거리가 있는 데다 반대 방향이었기에 설풍으로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절정 초입에 불과한 그녀가 위정국의 검을 피할 수도 없었고 말이다.

깜짝 놀란 주변인들이 경호성을 질렀다.

“어억?!”

“저런!”

모두가 속절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정국의 검은 우난설의 가슴을 향해 번개처럼 꽂혀 가고 있었다.

***

우난설은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위정국의 검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괜찮아. 이럴 줄 알았으니까.’

사실 그녀는 처음 위정국의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 정보를 얻어서 전달하는 임무였기에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도저히 시도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런 마음이었기에 증오하는 남자와 몸을 섞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을 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매일매일이 지옥 같기는 했다.

아무리 자신을 포기했다며 스스로를 설득해도 증오하는 남자의 노리개가 되는 상황을 맨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건 여인인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죽는다면 이제 그 지옥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였다.

어쩐지 조금 개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저자가 몰락하는 광경을 보면서 죽을 수 있어서.’

그러고는 그녀의 의자매를 떠올렸다.

‘곧 다시 만나자, 령매.’

그 순간이었다.

검이 자신의 몸을 꿰뚫을 감촉을 기다리던 그녀의 귀에 들린 소리는 예상과 좀 많이 다른 소리였다.

채앵!

‘응?’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리에 놀란 그녀가 눈을 떴다.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보인 모습은 흑의를 입은 남자의 등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누군가가 위정국의 검을 쳐냈던 것이었다.

그 등 너머로 위정국이 경악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눈앞의 흑의인이 무려 천하삼십육성인 위정국의 검을 튕겨낸 모양이었다.

우난설은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어쩌면 살아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렇게 더러운 기억만 안은 채로 죽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앞을 가려주고 있는 그 넓은 등에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선우진은 사실 처음부터 우난설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녀 역할을 했던 정미희에게서 그녀에 대한 위정국의 집착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행적과 현 상황에 대해 전했던 정미희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선우진에게 부탁했었다.

‘우 소저를, 언니를 꼭 구해 주세요. 절대 놈에게 희생당하게 하시면 안 돼요.’

그래서 선우진은 초절정 고수들의 싸움이 시작됐을 때부터 위정국의 상태를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움직였던 육합검수들에 의해 그의 평정심이 깨진 순간, 은신한 채 그녀의 옆까지 접근해 올 수 있었다.

위정국이 분노한 눈으로 소리쳤다.

“이놈! 내 여자의 앞에서 비켜서라!”

위정국은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들어 놈을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한순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수법도, 자신의 검을 가볍게 튕겨낸 말도 안 되는 쾌검도 전혀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상대가 결코 자신보다 하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선우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마지막까지 멍청한 놈이로구나. 누가 네놈의 여자라는 거냐? 우 소저는 단 한 순간도 네놈의 여자인 적이 없었다.”

그 말에 위정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그녀가 자신의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다니,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우난설은 다른 어떤 무엇보다도 완벽한 자신만의 것이었으니까.

흥분한 위정국이 벌컥 소리쳤다.

“무슨 개소리냐?! 그녀는 내 여자다! 오직 나만의 것이란 말이다!”

그의 발악에 선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비릿하게 그를 비웃었다.

그러고는 우난설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저께서 직접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놈이 소저에게 무엇인지.”

그러자 우난설은 자신을 바라보는 선우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또한 예상보다 너무 젊고 잘생긴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젠 괜찮다고.

자신을 믿고 진실을 말해도 된다고.

무엇을 말하든 자신이 감당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를 느낀 기분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참을 수 없이 일그러졌다.

그간 억눌러왔던 설움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던 것이었다.

우난설은 악을 쓰듯 소리쳤다.

“내가 당신의 여자라고?! 웃기지 마! 당신을! 아니, 네놈을 증오해! 단 한 순간도 너를 증오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할 수만 있다면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어! 매일매일! 단 하루도! 단 한 순간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너 때문에, 네놈 때문에…!”

우난설의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간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복받친 진한 눈물이었다.

그러자 애잔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선우진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잡아주며 위로했다.

“괜찮소, 우 소저. 이젠 다 끝났소. 그간 너무 고생하셨소이다. 놈을 몰락시킬 수 있었던 건 전부 다 소저의 덕분이오.”

그 말에 우난설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괜찮다는 위로가, 다 끝났다는 말이, 자신의 덕분이라는 인정이 그렇게 가슴을 울릴 수가 없었다.

“으흐흐흑!”

그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하염없이 울었다.

선우진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한편, 위정국은 멍한 표정으로 우난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랬다.

절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었다.

자신의 것이어야만 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그따위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위정국의 눈이 문득 선우진에게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의 눈이 광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저놈 때문에…!’

위정국은 이 모든 게 선우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놈 때문에 우난설이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저놈만 죽인다면 그녀도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이 틀림없었다.

위정국의 눈은 이제 선우진의 등을 꿰뚫을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침 놈의 시선도 우난설에게로 향해 있는 중이었다.

‘이놈!’

위정국은 더 참지 못하고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파박!

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선우진의 등을 향해서였다.

쉬이익!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경호성을 질렀다.

“저런!”

“안 돼!”

그 순간이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선우진의 묵랑검이 자연스럽게 위정국의 검을 후려쳤다.

다시 한번 펼쳐진 진룡검법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쾌검이었다.

채앵!

“크윽!”

위정국은 자신의 검을 튕겨낸 후 평온한 눈빛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선우진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등을 돌리고 있었건만,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자였다.

오늘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자 선우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서둘지 마라. 아쉽게도 네 상대는 내가 아니다.”

“…뭐?”

위정국은 그렇게 말한 선우진의 시선이 자신의 등 뒤를 향하고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붉은 무복의 건장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설풍이었다.

그가 맹호와 같은 기세를 뿜어내며 위정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놈들이….”

위정국은 이를 악물었다.

앞쪽의 선우진도, 뒤쪽의 설풍도 모두 강적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런 자들을 이제 자신 혼자서 상대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위정국은 절망했다.

이제 정말 모든 게 다 끝장났다는 걸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하, 하하하.”

그는 검을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대항할 의지를 완전히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설풍도 문득 걸음을 멈췄다.

선우진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설풍에게 눈짓을 했지만 그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놔두라는 뜻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으흐흐흐흐….”

위정국이었다.

그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 괴이한 모습에 설풍이 인상을 찌푸렸을 때였다.

위정국은 갑자기 검은 알약 하나 꺼내 자신의 입안에 넣어 버렸다.

광혈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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