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325화 (325/359)

325화 광혈단의 위력

“으흐흐흐흐흐!”

위정국은 자신의 몸속에서 용암처럼 뜨겁게 솟구치는 공력을 느끼며 낮게 웃음 지었다.

엄청난 힘이었다.

십오 인의 절대자들이 느끼는 감각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전능의 감각.

우우우우우우!

주변의 대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증폭된 그의 공력이 이제 자연 현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홧김에 사형을 죽이고 도망치다 우연히 발견했던 비동과, 그 안에서 발견한 영약과 실전됐던 비급들.

그 안에 있었던,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고 혼자만 익혔던 형산파 최강의 검법 오로검법과, 끝내 지금까지도 익히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겐 존재조차 말하지 않았던 비조검법.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비급들을 공급해 성장시켰던 형산파의 무인들과, 마치 물안개와 같은 신비함으로 자신을 사로잡았던 선무우희 우난설의 무표정한 얼굴까지도.

아마도 잠시 후에는 그 모든 것들을 다 잃어버려야만 할 것이었다.

일각의 시간이 지나고 광혈단의 약효가 떨어지게 되면 모든 게 다 사라져 버릴 테니까.

정말이지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위정국은 문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군.”

그랬다.

나쁘지 않았다.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힘과 고양된 감각.

그 모든 걸 다 잃고 얻게 된 것이 이 절대자와 같은 힘이라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힘이라면 우난설과 형산파의 문도들을 포함한 자신의 것 모두, 그리고 자신의 것들을 빼앗아간 모든 적들도 다 함께 지옥으로 데려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앞으로 고작 일각 정도의 시간밖에 없을 테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이 상태라면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던 비조검법도 이제 펼칠 수 있게 됐는지도 몰랐다.

“흐흐흐흐흐!”

낮은 웃음을 흘린 위정국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설풍을 바라봤다.

피처럼 붉은 흉광을 뿜어내는 눈과 핏줄이 툭툭 튀어나온 얼굴.

마치 지옥의 악귀가 된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으흐흐흐, 시작은 너부터다. 사왕의 후계자.”

그러고는 나지막하던 목소리를 점점 높이더니 마침내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부로 사왕은… 후계자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파아악!

그 순간 강렬한 기파가 그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마치 돌풍처럼 강렬하게 퍼져나간 기파였다.

그 기파에 사람들은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비틀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으윽!”

“이, 이 정도까지?”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제 두려운 눈빛으로 위정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제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이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위정국과 대치하고 있는 설풍을 바라봤다.

저런 엄청난 무위라면 아무리 설풍이라도 도저히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설풍의 머리카락과 옷은 폭풍에 휘말린 듯 사정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위정국과 가장 가까이 있었기에 방금 그의 기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이었다.

그런 설풍을 향해 위정국이 광소를 터트리며 유성처럼 덮쳐갔다.

“크하하하하하! 죽어라!”

그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기둥처럼 두꺼워 보이는 하늘색 검강이 설풍을 후려쳤다.

퍼어어엉!

“큭!”

설풍은 양팔에 붉은 강기를 집중시켜 방어해 봤지만, 압도적인 공력 차이에 뒤로 가볍게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위정국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따라가며 다시 검강을 휘둘렀다.

퍼어엉!

“크윽!”

그건 검법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마치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 같은 무질서한 공격.

거대한 힘에 너무 취했기 때문인지 위정국은 그저 힘으로 분쇄해 버릴 듯 설풍을 향해 마구 검강을 휘두르고 있었다.

부아아앙!

하지만 그런 어설픈 공격에도 설풍은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 일격, 일격에 실린 거대한 힘에 뭘 해 볼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방망이에 강타당한 조약돌처럼 계속해서 뒤로 날아가기만 할 뿐이었다.

퍼어어엉!

“크윽!”

“크하하하하! 뭐 하는 거냐, 사왕의 후계자! 반격도 못 해 보고 그대로 부서질 참이냐?! 크하하하하!”

그러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삼지신창 감작형이 문득 귀도 백기량에게 눈짓을 했다.

끼어들어 설풍을 지원하자는 뜻이었다.

그는 원래부터 같은 천하삼십육성인 위정국과 싸워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상황상 이 싸움의 주역인 설풍에게 양보하느라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건데, 저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끼어들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의 제안에 백기량은 잠깐 위정국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득의한 웃음을 지은 감작형이 막 설풍을 덮쳐가던 위정국의 등을 향해 뛰어들었다.

파박!

“위정국! 약빨 좀 잘 받는다고 날뛰는 모습이 꼴사납구나!”

그의 거대한 삼지창이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도끼처럼 감작형을 내리찍었다.

부아아아앙!

그의 옆으로는 발도 자세를 취한 백기량이 땅에 붙은 듯 낮은 자세로 위정국을 습격해가고 있었다.

그러자 위정국의 눈이 힐끗 등 뒤의 그들을 훑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리며 그대로 검을 휘둘러 삼지창을 후려쳤다.

퍼어어엉!

“크윽?!”

감작형은 경악했다.

대충 휘두른 것 같은 놈의 일격에 자신의 거대한 삼지창이 너무도 가볍게 튕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광혈단으로 공력을 증폭시켰다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친 공력이었다.

그 순간, 백기량은 검을 휘두른 위정국의 사각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위정국이 몽둥이처럼 검을 휘둘렀기에 백기량의 위치는 이미 놈의 간격 안쪽, 이제 검으론 절대 방어할 수 없을 공간이었다.

눈을 번뜩인 백기량이 한순간 번개처럼 발도했다.

샤아악!

‘잡았…!’

그 순간이었다.

위정국이 기합을 내질렀다.

“하압!”

그러자 그에게서 다시 기파가 방출됐다.

그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돌풍과도 같은 기파였다.

화아아악!

‘으윽?!’

백기량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위정국에게서 뻗어 나온 거센 기파가 자신의 발도를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압축된 공기가 팔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에 그의 발도가 미처 위정국에게 닿지 못한 채 중간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공력이었다.

천하삼십육성급 고수인 백기량의 공격을 기파만으로 봉쇄해 버렸던 것이었다.

게다가 기파의 위력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발도가 막힌 바로 다음 순간, 폭풍처럼 밀려온 압력에 백기량은 몸 자체가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큭!”

그 순간이었다.

위정국이 광소를 터트리며 그를 향해 덮쳐왔다.

“크하하하하! 귀도, 너부터 죽여 주마!”

그러고는 거대한 하늘색 검강을 도끼처럼 내리찍었다.

부아아아앙!

경악한 백기량의 눈은 크게 확대됐다.

아직 땅에 착지하지 못했기에 놈의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얇은 직도를 들어 머리 위를 방어하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그의 직도 위로 거대한 기둥 같은 하늘색 검강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백기량은 아주 짧은 순간, 거대한 하늘빛 기둥을 막은 자신의 직도가 부러질 듯 휘어지는 광경을 두 눈으로 느리게 지켜봤다.

그리고 다음 순간, 더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는 광경까지도….

파삭!

백기량의 직도를 파쇄한 하늘빛 기둥이 그대로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을 예감해야만 했다.

‘이렇게 끝인가?!’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늘빛 기둥이 백기량의 눈앞에서 멈춰버렸다.

“?!”

당황한 백기량은 잠시 어떻게 된 일인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문득 시선을 내리자 그의 눈앞에 넓은 등이 나타났다.

붉은 무복을 입은 넓은 등.

설풍이었다.

백기량은 그제야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이동한 설풍이 위정국의 일격을 막아 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멍하니 설풍의 이름을 불렀다.

“설 공자….”

설풍은 붉은 강기로 둘러싸인 두 손으로 하늘빛 기둥을 받치고 있었다.

하지만 무척 힘에 겨운 듯 두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가 빠르게 소리쳤다.

“물러서시오, 백 노사!”

그 말에 백기량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존재가 그에게 도움이 아닌 방해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위정국은 자신이나 감작형의 수준으론 도울 수 없는 적이었으니까.

“미안하오!”

그렇게 소리친 백기량이 빠르게 뒤로 빠졌다.

그러자 위정국이 으흐흐 웃으며 설풍에게 말했다.

“부하를 살리기 위해 사지로 뛰어들다니, 아주 감동적이구나. 하지만… 아주 멍청하기도 하구나!”

그렇게 말한 위정국이 공력을 더해 검을 내리눌렀다.

그러자 설풍을 누르는 하늘빛 기둥이 압력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으윽!”

설풍은 인상을 찡그리며 이를 악물었다.

위정국이 한손으로 검을 누르고 있음에도, 압력을 견디지 못한 설풍의 발이 땅속으로 점점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엄청난 힘이었다.

위정국이 광소를 터트리며 소리쳤다.

“으하하하하! 뭐 하느냐?! 어서 부하들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러자 설풍이 힘겨운 얼굴로 피식 웃음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멋지구나. 광혈단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 준 보람이 있어.”

“…뭐라고?”

그 생각지도 못한 말에 웃고 있던 위정국의 얼굴은 순간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광혈단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 줬다니, 일부러 자신이 공력을 증폭시키도록 해 줬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얘기였다.

위정국이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헛소리! 허세 부리지 마라!”

하지만 그 순간 위정국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설풍과 더불어 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흑의청년, 선우진이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여전히 자신들을 지켜보고만 있다는 사실을.

심지어 그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자 위정국이 두 손으로 검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놈! 무슨 속셈이냐?!”

“크윽!”

설풍은 힘겨운 듯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다시 씨익 웃음 지었다.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설풍은 사실 아까 위정국이 광혈단을 섭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챘던 선우진 또한 설풍에게 눈짓을 했던 것이었고 말이다.

그 눈짓의 뜻은 위정국이 광혈단을 삼키기 전에 먼저 죽여 버리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때 설풍은 선우진을 만류했었다.

광혈단을 먹은 위정국의 무위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지. 정확히는….’

지옥의 마왕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내리누르고 있는 위정국을 향해 설풍이 힘겹게 입을 열어 물었다.

“위정국, 사왕의 가문에 내려오는 독문 무공이 뭔지 알고 있나?”

그러자 위정국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고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대꾸했다.

“내가 그걸 왜….”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무공이 떠올랐다.

사왕의 가문에 대대로 내려온다는, 오직 그들의 일족만이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무공의 이름이….

그가 자기도 모르게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적안… 광혈공?”

그랬다.

사왕의 독문무공은 적안광혈공이었다.

광혈단을 먹지 않았음에도 마치 광혈단을 먹은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그러자 힘겹게 검을 받치고 있던 설풍이 한순간 기합을 내질렀다.

“합!”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기파가 뿜어져 나갔다.

화아악!

그의 기파는 아까 위정국이 뿜어냈던 기파에 비해선 많이 모자란 것이었다.

하지만 위정국은 결코 그를 비웃을 수 없었다.

기합을 내지른 설풍의 눈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금방이라도 자신의 검강에 짓눌려 분쇄될 것만 같았던 놈이 천천히 검강을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까는 한 손으로 누르는 것도 버거워하더니만 이젠 두 손으로 누르고 있음에도 오히려 그것을 밀어냈던 것이었다.

그때였다.

눈에서 붉은 흉광을 뿜어내는 설풍이 여유 있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위정국.”

그 말에 위정국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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