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공격대
선우진은 밖에 나와 망부석이 된 듯 서쪽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너무나도 간절한 표정으로였다.
그가 이렇게 하고 있었던 건 어제부터였다.
어제 진소은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스스로 묵랑심법을 운기하기 시작한 후부터, 그는 밖으로 나와 그 자리에서 서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소식을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주변인들 누구도 만류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이 지금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은 지금 마치 한순간 한순간의 시간이 억겁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심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 지옥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는 묵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그만 조금 쉬지 그러나? 그러다간 연락이 오기도 전에 심력을 다 소모해 쓰러져 버리고 말걸세.
하지만 그렇게 말한 묵랑도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연락이 오기 전까진 절대로 쉬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저 분위기라도 환기시켜 줄 겸 말을 건 것뿐이었다.
그러자 선우진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이 고통이 그녀를 구하러 가지 않은 저에 대한 벌이라면, 앞으로 몇 년, 몇십 년이라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묵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선 차마 괜찮을 거란 얘기를 해 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당여은을 구하기 힘들 거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다시 그녀에게 전해야 하는 전서응과 전서구도.
바람과 같은 속도로 달려간 증칠도.
그 누구도 그렇게 가볍게 능공허도를 전개한 역천혈마보다 빠를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묵랑은 지금보다도 앞으로 곧 비보를 듣게 될 선우진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그때였다.
푸드드득!
저 멀리서 매 한 마리가 날아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운취객 손대수의 전서응이었다.
“!”
선우진은 떨리는 눈빛으로 매가 날아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의 꽉 쥔 주먹에선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말만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전서응으로부터 전서를 떼어내 읽었다.
전서를 펼치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불안한 눈빛으로 선우진의 모습을 바라봤다.
모두가 너무도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전서를 읽던 선우진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여은….”
그의 눈에선 이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에 놀란 설풍이 물었다.
“왜 그러나, 아우?! 설마 당 소저가…?”
선우진은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그의 얼굴은 이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닙니다. 무사하답니다, 형님. 여은이… 여은이 무사하답니다!”
그 말에 잠시 멍해졌던 설풍이 뒤늦게 환호성을 터트렸다.
“됐어!”
그러자 주변 사람들도 이제야 한숨을 돌린 얼굴로 축하의 말을 전했다.
“다행이오! 정말 축하하오, 선우 공자!”
“그래요. 정말 다행이에요.”
선우진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맹세코 살면서 이보다 기쁜 소식은 없었다고….
***
잠시 후, 마음을 추스른 선우진은 바로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소집했다.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제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을 차례였다.
회의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은 무척 화려했다.
설풍과 다른 일행들은 물론 새롭게 형산파의 장문인으로 복귀한 청공진인과 이인자가 된 번강검객 모동주도 참석해 있었다.
또한 방금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선우진의 요청으로 형산파 남쪽의 초절정 고수들을 묶어놓고 있었던 남해성녀 시서우와 복건용가의 가주 용우신이었다.
선우진은 그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셨을 텐데 바로 또 이렇게 피곤하게 해 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러자 처참하게 난자당한 시서우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이제 알 수 있었다.
그게 시서우의 웃는 표정이라는 걸….
그녀의 진심을 알기에 더 이상 흉측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있었다.
그녀가 선우진과 설풍을 보며 말했다.
“두 분 공자께선 위정국의 악행을 밝히고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셨습니다. 덕분에 그간 선행을 행했다고 자부하던 제가 부끄러워지고 말았지요. 그런 공자의 행함에 동참할 수 있음은 제게 기쁨이자 영광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제 손을 마음껏 써 주세요.”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용우신도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더했다.
“나도 마찬가질세. 그때 자네를 보고 장래가 촉망되는 협객이라고 생각했던 내 스스로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더군. 호랑이 새끼가 작다고 귀여워하던 고양이 꼴이 아닌가 말일세. 그러니 앞으로 뭘 할 땐 잊지 말고 나도 좀 꼭 데려가 주게나. 자네 덕분에 나도 제대로 된 협행을 좀 할 수 있게 말일세. 하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 용우신의 모습에 선우진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언제 봐도 겸손하고 소탈한,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진은 어쩐지 예전보다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눈여겨보고는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해남파의 유해응 장문인을 대신해서는 여기 묘아란 소저께서 해남파를 대표해 주실 겁니다.”
선우진의 소개에 묘아란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단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이들 또한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자 선우진은 말을 시작했다.
“먼저 현재 상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역천귀혼대법으로 귀환한 역천혈마에 대해 설명해 줬다.
그러자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선우진의 말이 끝났을 때 청공진인이 탄식하며 말했다.
“허어, 백 년 전에 죽은 역천혈마가 다시 나타났다니. 그것도 사왕급의 고수라니. 선우 공자가 말해 준 얘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걸세.”
그의 말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믿기 힘든 얘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러자 남해성녀 시서우가 말했다.
“제가 예전에 보타암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백 년 전, 뇌신과 검신께서 역천혈마를 토벌했을 때 실제 한번 죽었던 그녀가 다른 이의 몸을 빌려 살아났었다고 하더군요. 선우 공자의 말대로 역천귀혼대법으로 말이죠. 그때 그녀의 격을 감당하지 못한 육신이 붕괴해 다시 죽어 버렸었다는 얘기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로군요.”
이 시대의 절대자 중 한 명이자, 검성과 더불어 천하제일의 협객으로 이름을 떨치는 성녀의 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이제 누구도 그 말의 진위를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러자 용가주 용우신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혈마 전무광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큰 환란을 가져왔었는데 이제 거기에 더해 사왕 이상의 무공을 지닌 역천혈마라니. 그자들을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그 말에 모두가 꿀꺽 침을 삼켰다.
그의 말대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였다.
선우진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저희가 그렇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니까요.”
그의 말에 모두는 이제 선우진을 향해 집중했다.
그러자 그가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들에게 혈마와 역천혈마가 있다곤 하지만, 우리 쪽에도 여기 성녀께서 계십니다. 또한 이번 형산파 사건으로 설 형님이 완전한 사왕의 후계자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볼 때 사왕 또한 우리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오오오!”
“사왕이 말인가?!”
사람들의 표정은 그 말만으로도 완전히 환하게 밝아진 상태였다.
역천혈마가 설사 사왕급 고수라고 해도 진짜 사왕과 비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왕련이라는 거대 세력의 수장이었다.
무려 무림 삼대 세력 중 하나인 사왕련 말이다.
그러니 설사 그 급의 고수가 하나 더 있다고 해도 사왕련의 힘을 가진 사왕을 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선우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사왕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한데 뭐가 또 있다는 얘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선우진이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전서를 통해 듣게 된 사실입니다만, 검성 어르신께서 무사히 살아 계시다고 합니다.”
“음?”
“검성?”
그 말에 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의 눈은 다음 순간 모두 튀어나올 듯 크게 확대되고 말았다.
“거, 검성 어르신께서?!”
“해, 해 대협이! 그게 정말인가?!”
사람들은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남해성녀 시서우와 더불어 천하삼성의 한 명이자 천하제일의 협객인 검성 해운백이 죽지 않았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정파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감격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선우진 또한 기쁨을 참지 못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 사실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독안괴검 서일의 제안으로 가사상태에 빠져 계셨다더군요. 그래서 그간 생사괴의 마종환 어르신께서 여령색마 손은상 선배와 함께 그분을 치료하고 계셨답니다. 지금은 두 분과 함께 계시는 모양입니다.”
“오오오오!”
“그런 일이!”
사람들은 모두 감격에 겨워했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도, 혈교의 세력에 대항할 전력이 늘어났다는 사실도 모두 기쁠 수밖에 없었다.
청공진인이 문득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독안괴검 그자가 그런 기특한 짓을 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로군.”
그 말에 선우진 또한 빙긋이 웃으며 그때 본 서일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때 묵랑이 문득 마음속으로 말했다.
- 아마 자네의 말 덕분이 아닌가 싶군. 그도 협객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겠나?
그 말에 선우진은 피식 웃으며 부정했다.
‘설마 그게 제 말 때문이겠습니까?’
하지만 문득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벽랑검의 봉인을 풀기 위해 협객이 되고 싶었는지도.
어쨌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모동주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젠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없군요. 성녀께서 함께하시고 사왕도 같은 편인데, 거기에 검성과 여령색마라니…. 이젠 지려야 질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웃음 지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다들 그의 말에 동감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선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아직은 아닙니다. 놈들이 만약 무림맹과 힘을 합치게 된다면 엄청난 세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렇게 말한 선우진은 설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께서 최대한 빨리 움직여 주셔야 합니다.”
그의 말에 설풍이 웃음을 거두고 물었다.
“그래, 내가 뭘 하면 되겠나?”
“사왕께 최대한 빨리 연락을 넣어 주십시오.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협왕 모용검이 혈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경고해 달라고요. 그리고 그들을 견제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자에 약한 모용검의 특성상 사왕 어르신께서 견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견제하고도 만약 남는 정예 공격대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우진이 파악한 무림맹주 협왕 모용검은 욕심이 많고 겁이 많은 자였다.
그는 이제껏 자신의 탐욕을 위해 남을 희생시켜 왔고, 혈교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자신에게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차마 그들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었다.
그들을 쳐내려다 혹시라도 자신이 당할 것을, 그리고 자신의 과거 악행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사왕 괴갈현은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딱 적당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무림맹보다 세력이 강한 사왕련의 지도자인 동시에 무공 자체도 모용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었다.
모용검은 싸워 봐야 패할 것이 뻔한 사왕련과 결코 충돌하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사왕이 모용검을 견제한다면, 그들이 설사 혈교와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자 그 말뜻을 알아들은 설풍이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회의가 끝나는 대로 바로 사왕련에 전서구를 보내도록 하지.”
설풍의 듬직한 대답에 선우진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그러고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분들도 혈교로 공격할 전력을 선발해 주십시오. 제가 절강성에 다녀오는 대로 바로 쳐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맡겨 주게나.”
선우진은 문득 그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혈교로의 공격.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너무도 감격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었다.
두 번의 삶에 걸쳐 꿈에도 그리던 그 일을 드디어 실현시킬 때가 온 것이었다.
게다가 공격대의 질도 훌륭했다.
십오 인의 절대자 중 한 명인 남해성녀 시서우와 복건용가의 정예들이 함께 할 것을 약속했고, 형산파 또한 남부지역에 있었던 초절정 고수들 십여 명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게다가 그들이 선우진을 따라온다면 굳이 형산파에 전력을 남겨 둘 필요가 없었기에 육합검수 파천조 또한 데리고 갈 예정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검성과 여령색마, 당금 천하의 두 절대자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이 오게 된다면 십오 인의 절대자들 중 무려 세 명이 한 곳에 모이게 되는 것이었다.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더 많은 전력을 동원해 압도적으로 쏟아부어 주지. 놈들에게 단 일 할의 승산도 남지 않도록!’
선우진이 내일 바로 절강성으로 출발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번에 들어가지 못했던 검신의 유진이 있는 비동에 어떻게든 들어갈 생각이었다.
‘어르신의 망아공을 얻고 검제를 설득한다.’
바로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다.
이 둘 중 선우진이 좀 더 기대를 갖고 있는 쪽은 사실 검신의 망아공보다는 혈랑검제 반중양 쪽이었다.
망아공은 검신이 결국 후계자를 찾지 못해 백 년을 기다려야만 했던 절기였다.
그러니 그걸 얻게 됐다고 해서 바로 익힐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혈랑검제 반중양은 달랐다.
사왕 괴갈현 이상의 고수이면서 동시에 유명한 협객인 그를 공격대에 합류시킬 수만 있다면, 승률이 구 할은 몰라도 팔 할까지는 올라갈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를 반드시 설득해야만 했다.
선우진이 눈을 빛내며 그런 다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설풍이 문득 그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검성 어르신과 여령색마 손 선배님, 두 분께서 이곳으로 오신다면 당 소저도 함께 오는 건가?”
그 물음에 선우진은 살짝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녀는 증칠 형님께 부탁해 광검릉으로 가도록 부탁했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선우진은 이제 당여은이 위험에 처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역천혈마가 이미 장소를 알고 있는 이곳으로 그녀를 부르는 대신 광검릉으로 가도록 서신을 보냈었다.
그곳에 있을 친구들에게 상황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며 말이다.
그녀가 너무도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움보단 그녀의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