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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339화 (339/359)

339화 적랑검협 반대하-2

잠시 후 너무 흥분한 채 채찍을 휘둘렀던 반대하가 숨을 헐떡거리며 손을 멈췄다.

호흡을 배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표서극이 다시 힘겹게 웃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클클클클! 고작 이 정도로 지치다니 역시 호랑이가 아닌 개새끼임에 틀림이 없구나.”

그의 도발에 반대하는 다시 채찍을 꽉 움켜쥐었다.

“이놈이…!”

그때였다.

표서극이 문득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근데 말이다. 경 소저는 살아 있느냐?”

그 물음에 반대하가 순간 움찔했다.

그러자 표서극이 그를 추궁하듯 다시 말했다.

“네놈이 이 짓거리를 하는 이유가 네놈의 열등감 때문이라는 건 충분히 알겠다. 그러니 여인들도 강제로 취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존심을 꺾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지. 이 뇌옥 어딘가 갇혀 있다는 태산소군처럼 말이지.”

태산소군이란 사파사대미녀 중 한 명인 왕여원의 별호를 말했다.

표서극은 지금 그녀 또한 이 뇌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짓으로 열등감을 달랜 네놈이 과연 그녀들을 진짜 풀어 줬을까? 혹시라도 외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면 네놈에게 치명타가 될지도 모르는데? 검제의 아들이 여인들을 가둬놓고 범했다고 말이다.”

그의 말을 듣는 반대하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무표정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그의 눈에선 진득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미를 눈치채지도 못했는지 표서극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 가뜩이나 열등감 덩어리인 네놈이 자신의 흠이 될 수 있는 자들을 절대 살려뒀을 리가 없지. 그렇지 않느냐? 아마 네놈은 그녀들과 잠자리를 같이 한 후 그녀들 모두를 다 죽였을 것이다. 아무도 풀어주지 않았겠지. 크으! 여인과 잠자리를 함께 한 후 모두 죽이다니, 그야말로 색마가 할 짓이 아니더냐? 그것도 한 시대를 풍미할만한 색마 말이다. 이거야, 이제껏 너 같은 놈을 개새끼라고 부르고 있었다니, 개에게 미안한 마음이드는구나, 클클클클!”

너무 재밌어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의 표서극을 보며 반대하는 차갑게 말했다.

“늙으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그러자 표서극이 ‘응?’ 하며 반대하를 쳐다보더니만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클클클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내가 언제는 네놈에게 살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더냐? 설마 그걸 지금 협박이라고 한 것이냐? 기가 막히구나, 클클클클클!”

반대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다 검을 뽑았다.

챵!

방금 전까지 좋아지고 있었던 기분이 이제 완전히 최악으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천하삼십육성인 그를 굴복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 대해 이렇게까지 잘 알고 있는 자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반대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표서극은 그런 그를 보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쩐지 더 시원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반대하가 마침내 기합을 지르며 검을 내리쳤다.

“죽어랏!”

파악!

표서극은 웃음을 그치고는 눈을 부릅뜬 채 머리 위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건 죽음의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끝내 주길 바랐던 검이 머리 위에서 내려오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에 어떤 남자의 손이 반대하의 손을 붙잡고 있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반대하는 어느새 나타나 자신의 손을 잡아버린 남자의 존재에 너무 깜짝 놀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가 황급히 소리쳤다.

“누, 누구냐?!”

그러자 그의 검을 막은 남자, 선우진이 무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말이 사실이냐?”

반대하는 허공에서 튀어나온 듯한 선우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대체 이자가 어떻게 여기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방금의 말을 듣고 있었다니….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순간을 모면해야만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반대하가 황급히 대답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저런 사파놈 따위의 말을 누가 믿는단 말이냐?! 저건 다 거짓이다!”

그 순간, 묵랑이 말했다.

- 저 말이 거짓이로군. 아까 저 노인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인 모양이네.

그 순간이었다.

격분한 선우진의 주먹이 반대하의 배를 강타했다.

퍼어억!

“끄어어어억!”

반대하는 엄청난 고통에 새우처럼 몸을 구부렸다.

내장이 다 터져나가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그 한 방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주먹은 다시 한번 반대하의 배를 무겁게 강타했다.

뻐어어억!

“크허어어억!”

그리고 또 한 번.

뻐어어억!

“끄웨에엑!”

반대하는 입에서 핏덩어리를 울컥 쏟아냈다.

음식과 피가 함께 섞여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내장도 섞여 있을 것만 같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귀공자로 떠받들어졌던 그로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가 그렇게 피와 오물을 한꺼번에 토해낸 사이, 잠시 선우진의 주먹이 멈추자 그가 눈물을 쏟으며 정신없이 말을 내뱉었다.

“내, 내 아버지가 검제, 너, 너, 너 감히 날 건드리면….”

그러자 코웃음 친 선우진이 다시 한번 그의 배를 후려쳤다.

뻐어어억!

“끄어어어억!”

반대하는 피와 침, 눈물과 콧물을 함께 쏟아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정신도 완전히 나가버린 것이었다.

선우진은 눈을 까뒤집은 그의 목덜미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그래, 네 아버지 검제에게 한번 따져 봐야겠다. 대체 네놈의 죄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그러고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표서극을 향해 물었다.

“무극패도 표서극 선배님 되십니까?”

그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린 표서극이 대답했다.

“그, 그래, 내가 표서극이네. 자네는…?”

그러자 선우진이 그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후배는 선우세가의 가주이자 해남파의 장문인인 선우진이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어떻게 이런 상태가 되신 건지 제게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대답에 표서극은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청년을 바라봤다.

선우세가의 가주? 해남파의 장문인?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개인가 싶었다.

표서극이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해남파의 장문인이라고? 내가 알기로 그건 해남마검 진태도….”

그러자 선우진이 그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그는 제게 죽었습니다.”

그 말에 표서극은 다시 멍하니 선우진을 바라봤다.

그는 아직 이십 대로 보이는 잘생긴 청년이었다.

저런 곱게 생긴 청년이 해남마검 진태도를 죽였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선우세가의 가주란 말도, 해남파의 장문인이란 말도 전혀 믿기지 않았다.

하나씩만 말해도 믿기지 않았을 텐데 몇 가지를 한꺼번에 말해 버리니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표서극은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한꺼번에 너무도 당당한 말투로 들으니 오히려 더 믿음이 가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그 말이 거짓이든 아니든 그에겐 별로 중요한 게 아니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일 년 만에 그의 앞에 반대하나 그의 부하가 아닌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이었으니까.

그것도 반대하 저 개자식을 때려죽일 듯 구타한 사람이 말이다.

표서극은 잠시 선우진을 바라보다 자신이 이곳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의 말은 두서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선우진이 상황을 짐작하기엔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이곳이었네. 왜 그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군. 사실 나도 궁금하다네. 저놈이 내게 그 이유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거든. 어쩌면 진짜 놈이 검제의 아들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클클클클!”

그러자 묵랑으로부터 그의 말이 진실임을 확인한 선우진이 문득 그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피슉!

다음 순간, 표서극은 경악한 표정으로 떨어져 나간 쇠사슬을 바라보았다.

굵은 쇠사슬의 단면이 동경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선우진이 손가락을 움직여 쏘아낸 강환 때문이었다.

그것도 정확히 쇠사슬만 자를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쏘아낸 미세한 강환.

꿀꺽!

표서극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물론 자신 또한 멀쩡한 상태로 하고자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저렇게 젊은 청년이, 그것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시전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저 젊은 청년이 정말로 진태도를 죽였을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그가 진태도를 죽였다면 해남파 장문인이라는 소개 또한 진실일 확률이 높을 것이었다.

표서극이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선우진이 그에게 말했다.

“표 선배님. 뇌옥의 무사들은 제가 나가며 처리하겠습니다. 그동안 여기 갇혀 있는 사람들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내가?”

그 말을 들은 표서극은 문득 자신의 몸을 한번 움직여봤다.

그러자 온몸의 뼈가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두두둑!

뻐근하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통증에 표서극은 희열에 가득 찬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일 년 만에 자유를 되찾은 몸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환희에 찬 얼굴로 선우진에게 대답했다.

“맡겨두시게! 아직 산공독 때문에 공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해도, 이 산장에 있는 조무래기들 따위는 내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네!”

그러고는 문득 선우진에게 물었다.

“근데 그럼 자네는…?”

그러자 선우진이 자신의 한 손에 들린 채 정신이 나가 버린 반대하를 사나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는 자식의 죄를 부모에게 좀 따져볼 생각입니다.”

선우진은 한 손으로 반대하를 들고는 다시 비동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까와 달리 몸을 숨기지 않은 채로였다.

그러자 뇌옥의 수문무사들부터 시작해 산장의 무사들이 깜짝 놀라며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누, 누구냐?!”

“이 공자!”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선우진의 앞에서 한마디 이상을 뱉을 수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모두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퍼퍼퍽!

“크어억!”

“끄억!”

선우진은 비동 쪽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무사들을 모두 거침없이 후려쳐 기절시켜 버렸다.

반대하 같은 놈 아래에서 일했다면 저들 또한 제대로 된 자들이 아닐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문득 묵랑이 물었다.

- 비동의 벽을 부술 셈인가?

‘예, 부수고 들어가 이자의 죄를 검제에게 따져 볼 생각입니다.’

그러자 묵랑이 알겠다는 듯 말했다.

- 흐음. 그렇군. 검제가 제대로 된 자라면 아들의 죄를 외면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겠군. 만약 그가 더 이상 협객이 아니라면 아들을 인질로 삼을 생각일 테고 말일세.

그 말에 선우진이 빙긋이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어르신께선 저를 너무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자 묵랑이 유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 우리가 얼마나 함께 했는데 그것도 모르겠나? 나도 내 시대엔 나름 천재라고 불렸던 남자라네, 하하하하!

잠시 후, 선우진은 마침내 비동을 막은 벽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다.

그곳을 지키던 무사들은 그가 비동 앞에 섰을 때 이미 여기저기 기절해 널브러진 상태였다.

그는 검을 뽑아 연보라색 검강을 뿜어내고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자, 그러면 당대의 천하제일인을 한번 만나러 가 볼까요?”

다음 순간, 빛살이 된 그의 검이 광채를 네 번 뿜어냈다.

검강이었다.

그러자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진 벽이 안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넘어가기 시작했다.

쿠쿵!

벽이 사라진 네모난 구멍 안으로 빛 한 점 없는 까만 공간이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검제가 있을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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