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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346화 (346/359)

346화 인과응보

사왕련의 새로운 련주가 된 설풍이 무인들 앞에서 제일 먼저 천명한 건 바로 전대 사왕인 괴갈현의 죽음에 대한 복수였다.

그는 광폭한 기세로 일갈했다.

“그 대결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표영도군 맹휘염의 증언에 따르면 그분께선 절대 일대일 대결에서 패하신 게 아니었다! 무림맹주 모용검과 천의성녀 해청연이 연달아 그분께 패하자 비겁하게도 네 명이 합공해 그분을 공격했던 것이었다! 그래놓고 가증스럽게도 마치 일대일 대결에서 이긴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며 그분의 명예를 더럽히다니! 본좌는 놈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우리 사왕련은 모든 힘을 다해 놈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설풍의 이 선언은 모든 사왕련 무인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가뜩이나 지도자인 사왕을 잃어 분루를 흘리던 사왕련의 무인들에게, 일대일 대결이 아닌 합공에 의해 그가 살해됐다는 사실은 모두를 하나로 뭉쳐 광분케 하는 촉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왕련의 무사들은 이제 한마음으로 떨쳐 일어났다.

“그럼 그렇지! 우리의 사왕께서 고작 이십 대의 여인에게 패하셨을 리가 없지!”

“이 비겁한 놈들! 합공을 한 것도 모자라 진실을 숨기고 마치 대결의 승리자인 척하고 있었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사왕님의 복수를!”

“그분의 복수를!”

사왕련의 무인들은 바람을 탄 들불처럼 일어났다.

설풍이 공격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모두가 함께 무림맹으로 쳐들어갈 기세였다.

제갈지강이 해청연에게 정사대전에 대해 언급한 것도 바로 이때쯤이었다.

그리고 정사대전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림맹의 무사들 또한 그런 설풍의 선언에 코웃음을 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왕이 협공을 당해 죽었다고?! 웃기는 소리! 그 말을 누가 믿어 준단 말이냐?! 그렇게까지 자기 위안을 하고 싶다니 안쓰럽기 그지없구나! 어디 한번 쳐들어와 보던가!”

“그래! 올 테면 와 보라지! 이제 사왕도 없는 오합지졸들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무림맹과 사왕련의 관계는 이제 일촉즉발의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누구도 정사대전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사대전은 결코 설풍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혈교가 빠진 무림맹과 사왕련의 싸움이 절대 유익한 것이 아니라는 건 설풍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상황을 만들어 낸 묘아란에게 물었다.

“묘 소저,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정사대전이 일어나고 말 것 같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정말 곤란한 일이 아니겠소?”

그러자 묘아란이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염려 마세요. 선우 공자가 형산파로 돌아왔다니, 그분이 다 알아서 해 주실 테니까요.”

“…아우가 말이오?”

“네, 제가 생각한 걸 선우 공자가 생각 못 할 리 없거든요.”

설풍은 그녀의 대답에 멍하니 눈만 껌뻑거렸다.

하지만 그 말이 맞았음을 깨닫기까지는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왕련으로 한 명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설풍은 놀란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어르신!”

그러자 검성 해운백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에게 포권했다.

“무림 말학 해운백이 사파 무인들의 지존 사왕을 뵙습니다.”

그의 장난에 설풍은 쓴웃음을 지으며 사정했다.

“어르신,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자꾸 그러시면 저는 민망해서 죽은 최초의 사왕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검성은 놀랍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오오! 그래도 많이 성장했구먼! 더 이상 예전의 쑥맥이 아니야.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건가?”

그 말에 설풍은 다시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스승님으로부터 성장했다고 인정받았는데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군요.”

예전 설풍은 비룡십삼대에 있을 때 검성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설풍에게 있어 검성은 비록 무공을 전수해 주지는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스승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설풍은 이제 다시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검성에게 물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런데 혹시 아우가 제게 전하는 말은 없었습니까?”

그 물음에 검성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왜 없었겠나? 나보고 자네를 도와주라고 하더군.”

그 말에 설풍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저를 도와주러…. 혹시 정사대전을 말입니까?”

설풍은 그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성은 정파인들의 우상과도 같은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가 정파인들과의 싸움에 사파인 사왕련을 도와준다는 건 대단히 이상한 일일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자 검성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정사대전을 막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더군.”

그 말을 들은 설풍의 눈이 기쁨과 놀라움으로 크게 확대됐다.

***

천하 무림인들의 시선은 현재 모두 무림맹과 사왕련에 쏠려 있는 상태였다.

만약 천하삼대세력에 속한 이 두 곳이 정사대전을 벌이게 된다면 그 규모는 과거 정혈대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전쟁일 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무림 역사를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거대한 규모의 싸움이 될지도 몰랐다.

게다가 현재로선 정사대전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왕련의 무인들은 모두 복수를 부르짖고 있었고, 무림맹의 무사들 역시 맹주 모용검과 천의성녀 해청연을 중심으로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람이 등장하고 말았다.

바로 해청연의 아버지인 천의검성 해운백이었다.

그는 사왕련의 편에 서서는 이렇게 선언했다.

- 내 딸 청연이는 지금 혈교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 모용검 또한 마찬가지, 본인은 과거 혈교에 의해 조종당하는 모용검과 제갈지강에 의해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지금 정사대전을 획책하고 있는 자들은 사실 그들의 뒤에 숨은 혈교의 마두들인 것이다!

그렇게 진실을 폭로한 검성은 뒤이어 무림맹 무사들에게 절절하게 호소했다.

- 무림맹의 무사들이여! 바로 얼마 전까지의 사왕련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비록 사파이기는 하나 과거 뇌신과 검신의 시대에서부터 우리의 둘도 없는 우방이었다! 사파인임에도 약자를 괴롭히지도, 불의한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던 협객들이었단 말이다! 덕분에 우리와도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지 않았던가! 우리와 다르다고는 하나 동반자로서 지내왔던 사람들과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말을 듣지 말라! 역사상 동반자들 간의 혐오와 대립을 조장했던 자들이 순수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대들은 그들의 음모에 절대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해청연을 향한 무림맹 무인들의 믿음은 거의 종교적인 신앙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렇기에 어느 누가 그녀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한다 해도 한낮 음해라 여길 뿐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로 검성 해운백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모든 정파인들의 우상이자 해청연의 친부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말마저 음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무림맹의 무사들은 이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해 소저가… 혈교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녀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검성님께서 하신 말씀이잖아. 생각해보면 그분께서 괴검 서일 따위에게 패해 돌아가셨다는 것부터가 충분히 이상한 일이었지. 당시 무림맹의 대응도 무척 이상했고 말이야. 게다가 그분은 해 소저의 친부이시잖아? 친부인 해 대협께서 딸에 대해 하는 말이 과연 거짓일까?”

“그, 그야 그렇지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십 대인 해 소저가 사왕을 일대일로 이겼다는 게 좀 찝찝하긴 했었거든. 만약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으음.”

그렇다고 해서 무림맹 무사들이 아직 완전히 검성의 말을 믿게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정사대전을 준비하던 분위기만큼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 의심이 생긴 상태로 거대한 전쟁을 치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해청연은 극도로 분노했다.

지난번 운남성에서 검성과 만날 뻔했을 때, 해청연의 영혼을 자극할 것을 염려해 그를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녀는 이를 갈며 제갈지강에게 명령했다.

“당장 사태를 수습해라!”

“예! 알겠습니다, 지존!”

제갈지강은 서둘러 검성에 대응한 성명을 발표했다.

- 마두들의 조종을 받고 있는 건 우리 쪽이 아니다! 무림맹의 무인들이여, 사악한 선동에 흔들리지 마라! 애초에 그때 죽음을 확인했던 검성이 어떻게 다시 나타난단 말인가?! 그는 가짜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정파인 중의 정파인인 그가 왜 사파의 마두들 쪽에 가 있단 말인가?! 고인이신 검성마저 이용해 우리를 속이려는 저들을 절대 용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검성의 말을 반박하기 보다는 검성의 존재 자체를 걸고넘어지는 말이었다.

장수를 잡으려거든 그가 아닌 말을 쏘라는 고언에 충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자 그 효과는 지대했다.

그 성명에 무림맹 무사들의 여론이 다시 한번 넘어갔던 것이었다.

“그래, 맞아! 검성께서 왜 사파 놈들 쪽에 붙어 계신단 말인가?! 저건 가짜임에 분명해!”

“글쎄, 그럴까?”

“틀림없다니까! 사파놈들 하는 짓이 뻔하지!”

“감히 그분을 흉내 내 우리를 속이려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분의 명예를 더럽힌 놈들에게 복수를!”

하지만 그때 검성 또한 다시 한번 성명을 발표했다.

- 지금 내 딸 청연이 옆에 붙어있는 두 명의 무인들은 과거 정혈대전 당시 죽었다고 알려졌던 아미파 장문인인 결허사태와 점창파 장문인인 마원웅이다! 참담하게도 혈교의 마두들이 그들을 마인으로 만들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전선에선 이미 수많은 정파 무인들이 마인이 되어 나타났었고, 모용검과 제갈지강은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들의 만행을 묵인해 왔었다! 그러니 너희가 떳떳하다면 그들의 신원부터 먼저 밝혀야만 할 것이다!

그 성명에 천하인들의 시선은 다시 무림맹 쪽으로 쏠렸다.

그 사실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해청연은 코웃음을 쳤다.

두 사람의 외모를 변형시키는 것 정도야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신원을 밝히라고? 흥! 그래, 밝혀주지.”

무림맹 쪽에서는 두 사람의 외모를 변형시켜 사람들 앞에 내보내려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거짓이라고 몰아 나머지 역시 다 거짓으로 매도해 버릴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선우진의 진정한 노림수는 그 두 사람 쪽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무림맹 쪽에서 막 두 사람의 얼굴을 세상에 공개하려고 했을 때였다.

검성과 무림맹의 설전에 갑자기 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었다.

바로 검성만큼이나 협객들의 우상으로 추앙받는 남해성녀 시서우와 협의의 대명사라 불리고 있는 복건용가의 가주 용우신이었다.

두 사람은 합동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 우리는 천의검성 해운백 대협의 성명을 지지한다! 우리가 과거 무림맹과 협조해 전선에서 활동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곳에서 무림맹의 주도로 수많은 악행이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해 대협이 말한 그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전선에선 수많은 정파의 협객들이 혈교의 마인이 되어 정파의 동량들을 죽이고 또 죽어갔다! 그리고 무림맹은 참담하게도 그 모든 정보를 통제해 왔었다!

그것은 무림맹 측에게 치명타가 되는 선언일 수밖에 없었다.

집중되어 있던 천하의 이목이 이제 전선으로 쏠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천하의 무림인들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그러고 보니 무림맹에선 우리 문파에도 그런 지시를 내렸었어. 절대 전선에 관한 정보를 발설하지 말라고. 거기에 관해 발설하면 멸문의 화를 당하게 된다는 협박과 함께 말이야.”

“자, 자네 문파에도 그랬나? 우리도 그랬었는데?”

“그럼 저 모든 얘기가 사실이라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간 묻혀 있던 얘기들도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거 알고 있나? 전선을 지원해서 다녀왔던 낭인이나 사파인들 중 살아남은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을?”

“뭐라고?! 아니, 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 하지만 전선에서 분명히 멀쩡히 전역했던 이들이 감쪽같이 행방불명되곤 했었다는군?”

“뭐, 뭐라고?! 그, 그런!”

“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때는 오직 검성 어르신께서 전선에 오셨을 때뿐이었지.”

“그, 그럼 검성 어르신께서 그때 갑자기 서일과의 대결에서 어이없이 패하고 돌아가셨다고 알려진 것도….”

“허어, 세상에!”

제갈지강은 이 상황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그간 워낙 이곳저곳에 쌓여 있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들이 한꺼번에 음지에서 양지로 튀어나오자 이젠 정보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뭣들 하는 거냐?! 당장 정보의 출처를 막아!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모두 처리하란 말이다!”

“그, 그게 너무 한꺼번에 많은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도저히 처리할 수가…!”

“이 멍청한 놈들!”

그때였다.

선우진은 준비했던 결정타를 터트려줬다.

바로 음영대 조장 출신이자 검성의 무기명 제자인 삭무흔을 통해서였다.

광검릉에서 수련 중이던 삭무흔은 선우진의 요청에 따라 바깥으로 나와 음영대의 존재에 대해 터트렸다.

- 나는 무림맹의 비밀 무력대인 음영대의 조장이었다. 무림맹은 출신이 한미한 무사들에게 음영대에서 십 년간 활동해야 정식 무사가 될 수 있다는 미끼로 그들을 비밀조직인 음영대에 배속시켰다. 그리고 음영대의 주 임무가 바로 전선에서 전역한 낭인이나 사파 출신 무사들의 암살이었다!

그의 폭로는 하오문을 통해 순식간에 전 무림으로 퍼져나갔고, 제갈지강으로선 도저히 그 파급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를 따라 곳곳에서 음영대 출신 무사들이 양심선언을 하기 시작한 데다, 선우진이 준비한 다음 폭탄이 또 바로 터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청성파였다.

- 우리 청성파는 지난 정혈대전에 참가한 후 장문인이 되었던 청명진인이, 정혈대전 당시 맹주 모용검과 결탁해 아미파를 몰락시키는 음모에 일조했음을 밝혀냈다! 이에 우리는 청명진인의 사지근맥을 끊고 파문시켰으며, 그의 남은 인생을 모두 뇌옥에서 보내도록 할 것이다! 청성의 모든 문도들은 이 사태의 내막을 그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할 것이고, 앞으로 무림 전체에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없도록 사력을 다해 헌신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선우진의 의형인 적하신검 화영빈이 스승인 괴선 청광진인에게 선우진이 알아냈던 모든 일들을 전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정혈대전의 진실을 알게 된 청광진인이 격분해 들고일어났던 것이었다.

천하오괴의 한 명인 괴선 청광진인의 분노를, 가뜩이나 문도들에게 지지받지 못하고 있던 청명진인이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사천당문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천당문의 현 가주인 당정후는 정혈대전의 참가자이자 아미파의 멸문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였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뒤늦게 알게 됐다는 듯 들고 일어나 무림맹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 정혈대전 때 그런 끔찍한 음모가 있었다니 우리 당문은 결코 이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모용검은 당장 모든 죄를 밝히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자 분위기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제갈지강은 이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눈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무림맹의 무사들은 맹의 수뇌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여론전에서의 완벽한 승리였다.

***

상황을 지켜보던 남해성녀 시서우는 감탄하며 선우진에게 말했다.

“실로 대단합니다! 공자가 말한 대로 이제 그들은 무림맹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되었군요! 정사대전은커녕 무림맹 무사들을 빨리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들에 의해 모든 게 무너질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공자!”

그녀의 말에 선우진은 겸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한 일이라곤 그간 묻혀 있던 일들을 끄집어낸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아닌 그들의 악행이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고 만 것이지요.”

그러자 용가주 용우신이 탄식하며 말했다.

“과연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구려. 하늘의 그물이 성기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소!”

그때였다.

여령색마 손은상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동생, 무림맹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만든 것까진 알겠는데, 그때 역천혈마를 밖으로 끌어낸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어떻게 할 거야?”

그녀의 질문에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역천혈마는 곧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 그녀가 가장 꺼려하는 사람이 등장할 거거든요.”

“그녀가 가장 꺼려하는 사람?”

손은상이 의아한 눈빛으로 묻자, 선우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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