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화 결전-2
해청연은 적들이 은신해 있는 숲속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기척을 숨겼다고 숨긴 모양이지만 화경의 끝자락에 도달한 그녀에게는 숨어 있는 이들의 대략적인 위치와 무위가 다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 중 누구에서도 사왕과 비슷한 급의 존재감은 느낄 수 없었다.
‘역시.’
어렴풋이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인물 중 자신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검제가 하필 이 시기에 은거를 깨고 등장했는데 심지어 그가 검신과 뇌신의 진전을 이었다니.
모든 게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꼭 나를 콕 집어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종류의 함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함정이 아닐 가능성 때문이라도 해청연은 사람들 몰래 그를 처리하기 위해 무림맹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실 이게 오히려 함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진짜 뇌신과 검신의 진전을 이은 자가 존재하는 것보단 자신을 잡기 위해 판 함정인 쪽이 훨씬 더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침내 이 모든 게 그저 함정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바랐던 그대로였다.
심지어 대충 파악하기에 매복한 적들의 전력도 자신이 준비한 전력보다 못한 것 같지 않은가.
‘대충 화경의 고수가 네 명인가? 그것도 사왕급의 고수도 없고? 화경에 오르지도 못한 나머지야 신경 쓸 필요도 없을 테니 이건 그냥 식은 죽 먹기로군.’
해청연은 이제야 환하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가짜 검제 역할을 하던 무극패도 표서극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네 명의 화경 고수 주변에 느껴지는 초절정 고수들의 기척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에서 화경에 미치지 못한 자들 따위는 그녀가 관심을 줄 가치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해청연은 이제 완전히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
해청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불행히도 그녀 한 명만이 아니었다.
매복하고 있던 해청연의 아버지 검성 해운백 또한 여섯 명으로 늘어버린 화경 고수의 숫자에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앞이 막막해진 기분이었다.
검성은 딸 해청연의 뒤에 선 자들 중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하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괴검 서일에 괴흉 가추학까지….’
오괴 중 두 명이 저쪽에 붙은 것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가뜩이나 최고수일 역천혈마가 상대방 쪽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승산이 있으려면 이쪽 화경 고수의 수라도 더 많아야만 했다.
그런데 최고수의 존재만으로 부족해서 숫자마저 저쪽이 더 우세해지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물론 선우진, 설풍, 용우신 등 천하삼십육성급 고수들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이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화경 고수들의 싸움에 그들이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전력이 대등하다면야 변수가 되어주겠지만 지금처럼 한쪽으로 쏠린 상황이라면 그저 무의미한 희생만 하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았으니까.
해운백은 자신의 딸 해청연이 이제껏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색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청연아….’
어려서부터 너무 뛰어난 재능과 미모 때문에 더 안쓰러워했던 셋째 딸이었다.
그는 그 소중한 딸이 세상의 해악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절대 막아야만 했다.
설사 딸을 자기 손으로 죽이게 되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단 말인가?’
어떤 위기 앞에서도 포기하거나 굴복한 적이 없던 검성은, 지금 이 상황 앞에서 깊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그의 귀에 문득 선우진의 전음이 들어왔다.
- 원래 계획대로 청연 소저는 저희 둘이 맡습니다. 신호하면 바로 그녀에게로 가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검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황이 달라졌는데 원래 계획대로 간다는 말이 너무나도 무모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딸 청연을 선우진과 둘이서 맡는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나머지 화경 고수들을 맡아줄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적들의 전력이 압도적이어서야 그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검성은 바로 선우진에게 전음을 보냈다.
- 자네! 그 계획은…!
하지만 그가 전음을 다 보내기도 전이었다.
다시 선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를 믿어 주십시오, 어르신. 괜찮을 겁니다.
그 순간 검성은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들려온 선우진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단호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저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검성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어쩐지 그 목소리에 잠시 잃었던 희망이 다시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자신감을 믿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검성은 결국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알겠네. 자넬 믿겠네.
그때였다.
해청연이 일행들이 은신해 있는 숲을 향해 말했다.
“나오지 않을 생각이야? 그럼 우리가 먼저 갈까?”
그렇게 말한 해청연은 괴검 서일과 괴흉 가추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분께서 먼저 가 주시겠어요?”
용병으로 데려온 두 명부터 앞세우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그녀를 힐끗 바라본 서일이 불퉁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또한 아까부터 멍한 표정으로 해청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괴흉 가추학 역시 그녀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은신해 있던 선우진이 바로 여령색마 손은상에게 전음을 보냈다.
- 선배님부텁니다!
그 말에 손은상이 환하게 웃으며 숲에서 뛰쳐나갔다.
“좋아!”
빛살처럼 쏘아진 그녀의 신형은 순식간에 괴검과 괴흉을 향해 쇄도했다.
그녀의 양손에선 빛을 발하는 구형의 강기가 붉은 유성처럼 긴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슈아아악!
그것은 실로 가공할 속도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상대할 이들 또한 화경의 고수였다.
서일과 가추학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벼락처럼 병장기를 뽑아 그녀를 베어갔다.
샤아아악!
다음 순간, 군청색과 회색의 강기가 붉은 수강과 충돌했다.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크윽!”
“윽!”
그 거센 압력에 세 사람은 각자 세 방향으로 튕겨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튕겨났던 서일은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자신들과 같이 뒤로 튕겨났던 손은상이 어느새 폭발 속에서 뛰쳐나와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일의 눈에 그녀의 신난 듯한 얼굴이 크게 확대되어 오고 있었다.
“이야하!”
“큭!”
서일은 황급히 가추학 쪽으로 몸을 날리며 검을 휘둘러 손은상의 일장을 방어했다.
콰아아아앙!
“크으윽!”
강력한 충격에 서일이 다시 뒤로 튕겨났다.
손이 저려올 정도의 강격이었다.
‘제길!’
서일은 역시 그녀가 자신보다 훨씬 윗줄의 고수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일은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다.
‘흥! 그래 봐야 한 명!’
그녀가 아무리 강해 봐야 같은 화경의 경지인 자신들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도 보라.
자신에게 일장을 날린 그녀의 측면으로 가추학이 덮쳐 가고 있지 않은가.
자신 한 명만 무리하게 공격한 이상 허점이 드러나는 건 필연적인 결과였다.
츄하아악!
가추학의 회색 도강이 손은상의 측면 공간을 찢었다.
예리하다기보다는 이리의 이빨같이 거친 도격.
그의 톱날 같은 도가 맹수처럼 손은상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꼴좋다!’
서일은 그 광경을 보고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그가 봤을 때 손은상은 도저히 저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서일 자신을 향해 날렸던 일장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손은상은 몸을 팽 회전시키며 호신강기를 방출했다.
화아아악!
“!”
손은상을 향해 도를 그었던 가추학은 그 순간 눈을 크게 치뜰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순간 방출된 호신강기에 회전이 더해지자 그녀의 호신강기가 자신의 도격을 옆으로 부드럽게 흘려냈기 때문이었다.
스으으윽!
“!”
가추학은 경악하고 말았다.
손도 아닌 호신강기로 도격을 흘려 버리다니, 말도 안 되는 운용이었다.
차라리 그냥 튕겨냈다면 모를까 이건 실로 엄청난 감각이 아닐 수 없었다.
‘손은상이 이렇게까지?!’
가추학은 자신의 도격을 흘려내고 생긴 빈틈으로 일장을 날리는 그녀의 표정에 순간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너무나도 즐겁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었던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크으으윽!”
황급히 호신강기를 방출해 간신히 막아낸 가추학이 뒤로 튕겨 나갔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직접 타격을 당한 것도 아니건만 내장까지 울리고 있었다.
게다가 상황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뒤로 튕겨 나가고 있는 자신을 손은상이 유령처럼 따라붙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진득한 공세도, 그녀의 환한 미소도 모두 끔찍했다.
“이야하!”
신이 난 듯한 기합과 함께 손은상이 다시 일장을 날려 왔다.
아직 가추학이 균형조차 잡지 못했을 때였다.
“으윽!”
그 순간이었다.
“멈춰라!”
황급히 날아온 서일이 손은상의 측면으로 돌진해왔다.
둘 중 한 명이 당하면 그다음이 자신이란 걸 알기에 서일 또한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공격은 급했으나 시기적절했다.
가추학을 구원하기에도 그랬고 손은상의 틈을 노리기에도 그랬다.
하지만 문제는 손은상의 대응이 그들의 예상 밖이라는 점에 있었다.
파박!
“?!”
가추학을 덮쳐가던 손은상의 신형이 관성을 무시한 것처럼 직각으로 꺾여버리자 서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 해도 저게 가능한가 싶은 몸놀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걸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자신의 정면으로 돌진해 온 그녀의 일장을 어떻게든 막아 내야만 했다.
서일은 비명 같은 기합을 지르며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으하아아압!”
콰아아아아앙!
***
해청연은 처음 손은상이 숲에서 튀어나올 때만 해도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를 이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중 가장 강한 것 같긴 했지만 그래 봐야 화경 고수 두 명을 한꺼번에 상대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충돌한 후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손은상이 말도 안 되는 감각과 몸놀림을 선보이며 서일과 가추학을 압도해 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직 해청연 자신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원래 느끼고 있었던 존재감과는 전혀 다른 무위임에 틀림없었다.
마치 무위가 한순간 증폭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저건 마치….’
해청연은 그 이상한 괴리감을 전에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를 떠올리는 건 잠시 미뤄야만 했다.
저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두 명의 화경 고수들을 어이없이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해청연은 바로 모용검을 돌아보며 말했다.
“가서 도와라.”
그러자 손은상의 활약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협왕 모용검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할 수 없다는 듯 몸을 날렸다.
“멈춰라, 색마!”
해청연은 모용검까지 합세하면 저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손은상의 무위가 생각보다 놀랍긴 해도 여전히 자신들 쪽이 훨씬 우위였고 모용검의 실력이 먼저 나선 두 명보단 좀 더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선우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음을 보냈다는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이번에는 청성괴선 청광진인을 향해서였다.
- 진인! 부탁드립니다!
- 맡겨 두시게!
모용검은 모용세가의 백룡검법으로 손은상의 등을 찔러 갔다.
“하아압!”
하지만 그의 검은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자신을 덮쳐온 청광진인의 검을 막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챠앙!
기습을 간신히 막아 낸 모용검이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으윽! 괴선?!”
그러자 청광진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신랄한 말을 내뱉었다.
“오랜만이오, 맹주. 아니, 이제 혈교의 마두라고 해야 하나?”
그 말에 모용검은 이를 갈았다.
으득!
모용검은 고작 괴선 따위가 자신을 비꼬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같은 십오 인의 절대자라 해도 자신은 이왕 중 한 명인 협왕이었고, 괴선은 가장 하수들인 오괴의 일인이었으니까.
“너 따위가 감히!”
모용검은 망설이지 않고 백룡검법의 절초 백룡난무를 펼쳐 청광진인을 몰아쳐 갔다.
“하아압!”
하지만 당장이라도 그를 난자해 버릴 듯 몰아쳐 갔던 백색 검강들은 한순간 그대로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청광진인의 검에서 붉고 푸른 두 가지 색의 찬란한 검광이 빛을 발하자 그대로 녹아 버리듯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스스스스슥!
그걸 본 모용검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청운적하검?”
그 말에 청광진인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인자한 웃음이었지만 모용검에겐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냐고 묻고 있는 듯 느껴지는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에 분노한 모용검은 이를 갈며 다시 덤벼들었다.
“이노옴! 어디 이것도 막아 보거라!”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다.
그러자 사방으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터터텅! 투퉁! 콰콰콰쾅!
한번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 냈다곤 하지만 모용검의 실력이 청광진인보다 약간 더 우위에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용검은 좀처럼 우세를 잡을 수가 없었다.
슈하악!
“크윽! 색마, 이년!”
중간중간 그의 측면에서 붉은 강환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괴검 서일과 괴흉 가추학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여유가 남은 손은상의 강환이었다.
이제 이들 간의 대결은 이 대 삼의 집단전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그럼에도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은 손은상과 청광진인 쪽이었다.
그러자 그걸 본 해청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세 명이서 두 명을 상대로도 밀리고 있는 이 상황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과는 좀 달라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이쪽엔 혈마인인 결허 사태와 마원웅 둘만 남는데 저들 쪽에도 역시 남은 화경 고수가 두 명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쪽의 둘에 비해 저쪽 둘의 존재감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상황.
결국 아무래도 자신까지 나서야만 할 것 같았다.
해청연은 자신의 예상이 틀렸다는 사실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매혹적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 주마. 그리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려던 해청연은 그 순간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숲에서 또 한 명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아니 해청연이 아주 잘 아는 사람, 바로 해청연의 아버지 검성 해운백이었다.
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해청연에게 말했다.
“청연아, 이 아비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