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결전-5
해청연은 핏발 선 눈으로 자신의 가슴에 박힌 홍연검의 검날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따위 것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더냐?!”
그러자 어느새 다가온 선우진이 홍연검의 검파(손잡이)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아니, 이미 말했지만 난 널 죽일 생각이 없다.”
“…뭐?”
“봉인할 생각이지.”
“?!”
그 순간, 홍연검의 검날에 새겨진 봉마진이 붉은빛을 발했다.
동시에 거센 흡입력이 역천혈마의 영혼을 덮쳤다.
화아아악!
“까아아아아악!”
역천혈마는 경악했다.
미증유의 거대한 힘이 자신의 영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화경의 끝자락에 달한 그녀의 영혼으로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이었기 때문이었다.
“안 돼! 안 돼! 가아아아악!”
역천혈마는 거센 물살에 휩쓸리기 싫어 바위를 붙잡은 어린아이처럼 해청연의 몸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점점 부스러지며 홍연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제 온 힘을 다해 가슴에서 홍연검을 잡아 뽑으려 해 봤다.
“으아아압!”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손잡이를 선우진이 붙잡고 있는 데다 검을 잡아 빼려 하자 자신의 영혼까지 같이 뽑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녀의 영혼이 홍연검에 단단히 결속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절규했다.
“아, 안 돼!”
선우진은 홍연검의 검파를 꽉 쥔 채 사납게 웃으며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공이로군요, 어르신!’
- 그래! 해냈군!
그러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이제 싸움을 멈춘 채 그런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상당한 검성 또한 다시 선우진의 옆으로 돌아와 눈을 크게 뜬 채 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해청연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모두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해청연의 몸에서 역천혈마의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행 모두는 이제 환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주먹을 불끈 쥘 수 있었다.
‘됐어!’
‘조금만 더!’
그 순간이었다.
먼 쪽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해청연과 선우진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와 질량을 지닌 무언가였다.
쿠콰콰콰콰콰콰!
그것의 존재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심안을 사용하는 설풍과 선우진이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하늘을 향해 번쩍 고개를 쳐들고는 소리쳤다.
“진!”
“뭔가 옵니다!”
그것은 짙은 혈광을 뿜어내는 커다란 구체였다.
집채만 한 바위 크기의 붉은 광구가 유성처럼 쏘아져 오고 있었다.
그 순간 선우진은 여전히 괴로워 몸부림치는 해청연을 쳐다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 광구를 피하려면 물러서야 하는데 지금 해청연을 데리고 피하는 것도, 그렇다고 검을 놓고 혼자 피하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검성 해운백이 이를 악물고는 그들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며 외쳤다.
“그대로 있게! 내가 막아 주겠네!”
“어르신!”
선우진은 깜짝 놀라 그를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검성은 이미 검을 뽑아서는 떨어져 내리는 광구를 향해 힘껏 휘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압!”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선우진의 눈에 검성이 피를 뿜어내며 무력하게 튕겨 나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검날은 충돌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고, 그 역시 정신을 잃은 듯 실 끊어진 인형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걸 본 다른 일행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해 대협!”
그 순간 멀찍이 피해 있었던 비사영이 빛살로 화해 날아왔다.
그러고는 공중에서 해운백의 몸을 받아 내더니 무사히 땅으로 착지했다.
“이크!”
타닥!
‘사영!’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지금 그의 안위를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자 눈앞에 그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전보다 더 커진 것처럼 보이는 당대의 혈마 전무광이….
그간 종적을 찾을 수 없었던 전무광이 드디어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해청연을 바라보다가는 슬쩍 시선을 돌려 선우진 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선우진은 등골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묵랑이 소리쳤다.
- 피하게!
선우진은 홍연검의 검파를 놓고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묵랑이 소리친 것과 동시였다.
파박!
선우진은 이형환위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오장 밖으로 물러섰다.
검신의 점멸보였다.
그러자 그가 방금 있었던 곳을 움켜잡았던 전무광은 제법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호오!”
아주 간발의 차이였다.
위험하단 감각을 느낀 순간 전력으로 몸을 날렸기에 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죽음의 위험을 간신히 벗어난 선우진의 몸은 아직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의 이유는 꼭 죽음의 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느껴지는 혈마의 존재감이 너무도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은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묵랑에게 말했다.
‘어르신, 저건….’
그러자 묵랑 또한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 …괴물이로군.
전무광은 지금 자신의 기세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상태였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느낀 선우진은 단언할 수 있었다.
저건 괴물이라고.역천혈마도, 사왕도 저것에 비하면 그래도 사람이었다고 말이다.
그 끔찍한 존재감에 선우진의 일행 모두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선우진이 문득 물었다.
‘어르신, 저게 신화경입니까?’
그러자 묵랑이 대답했다.
-아니, 저건 절대 신화경은 아닐세. 하지만… 신화경의 무인과도 싸울 수 있을 것 같긴 하군.
선우진은 왜 전무광이 저런 괴물이 된 것인지 바로 추측할 수 있었다.
‘혈마인이 된 거로군요.’
- 그래, 그런 것 같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역천혈마를 간신히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괴물 같은 자가 나타나 버리다니.
그리고 나타남과 동시에 검성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말이다.
너무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지금 전무광의 관심이 선우진 일행보단 해청연에게 쏠려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가 나타나자마자 일행들은 공격했다면 순식간에 학살당하고 말았을 테니까.
그리고 선우진은 그 이유 또한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럴 가치도 없다는 거로군요. 우리가 신경도 쓰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 …….
전무광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해청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도 홍연검의 검날을 움켜쥔 채 어쩌지도 못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아아악!”
그러자 전무광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그걸 부숴 주지.”
이제는 전처럼 존대도 하지 않는 말투였다.
하지만 역천혈마는 그 태도에 기분 나빠할 정신도 없었다.
그녀의 영혼이 계속해서 부스러지며 홍연검에 빨려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 안 돼! 이걸 부수면 나도! 아아아악!”
역천혈마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영혼이 홍연검에 완벽하게 결속된 상태이기에 만약 지금 이 검을 부숴버린다면 자신의 영혼 또한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러자 전무광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역천혈마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기억을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이대로 검속에 봉인될 수는….’
그때였다.
문득 그녀의 기억 속에 어떤 술법 하나가 떠올랐다.
‘흑암의 진?!’
그건 미완성의 술법이었다.
공간을 찢어 드러난 틈으로 대상을 집어넣어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추방해 버리는 수법.
백 년 전, 역천혈마는 뇌신과 검신을 처리하기 위해 그 진법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날려버릴 수 있는 대상이 생명이 없는 무생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결국 폐기해 버리고 말았었는데….
‘가능해! 무생물만 날려버릴 수 있는 그 술법으로 이 검을 날려 버린다면!’
역천혈마는 이제 사력을 다해 수결을 맺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이 검을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진법을 그리자 붉은 강기가 그 선을 실체로 구현하며 입체적인 붉은 도형이 떠올랐다.
그러자 전무광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선우진 일행 또한 그걸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전무광을 향해 달려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령색마 손은상과 남해성녀 시서우가 선우진에게 전음으로 물어왔다.
- 동생, 이제 어떻게 해야 돼?!
- 선우 공자,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선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라고 지금 상황에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상황은 아직도 더 악화될 구석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먼 쪽 하늘에서 또다시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낀 선우진과 설풍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전무광보단 작지만 역시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누군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지조오오온!”
그의 체격과 목소리.
선우진은 그가 누구인지를 바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척강?!”
그는 혈교오마 중 하나인 철신광마 척강이었다.
천하삼십육성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무인이었던 그가 이제는 검성 못지않은 존재감을 뿜어내며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뻔했다.
‘저자도 혈마인이 됐구나!’
상황은 그야말로 바닥도 없이 악화되어 가고만 있었다.
저들은 원래의 전력에 화경을 넘어선 괴물 전무광과 화경급의 무인 척강이 추가됐는데, 선우진 쪽은 오히려 검성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뭘 해 볼 수조차 없게 될 것만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선우진은 이를 악물고 급히 전음을 날렸다.
- 기습하세요! 적의 전력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자 그의 전음을 들은 손은상이 먼저 괴흉 가추학을 기습했다.
그가 가장 넋을 놓은 채 해청연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푸욱!
“커헉!”
손은상의 붉은 수강이 가추학의 등에서부터 심장을 꿰뚫었다.
잠시 넋을 잃고 해청연 쪽만 바라보고 있었던 가추학이 어이없이 당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남해성녀 시서우의 검이 혈마인 마원웅의 목을 베어 버린 것 또한 그와 거의 동시였다.
샤아악!
“!”적 두 명의 화경 고수가 죽어버린 건 순식간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기습이기도 했고 손은상과 시서우 두 사람이 이제껏 일부러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힘을 조절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빨라진 두 사람의 기습을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그들로서는 도저히 방어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모용검을 비롯한 상대방 쪽 화경 고수들은 깜짝 놀라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고는 바로 몸을 날려 황급히 전무광의 뒤쪽으로 피신했다.
파박!
파박!
손은상과 시서우는 차마 전무광의 뒤쪽까지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 엄청난 존재감에 다가갈 엄두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심한 틈을 타 두 명을 죽였지만 거기까지가 끝인 모양이었다.
“칫!”
“아쉽군요.”
그리고 그 순간, 철신광마 척강이 전무광의 옆으로 유성처럼 착지했다.
콰아아앙!
착지한 충격에 한쪽 무릎을 굽혔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강철 같은 육신이 옷 위로 터질 듯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에도 거대한 근육질의 짐승 같았던 그는 이제 완전한 괴수가 되어있었다.
그것도 과거의 혈마 전무광 정도의 무위를 지닌 괴수였다.
그는 전무광을 향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존! 속하가 늦었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그는 괴물이 되어버린 지금도 전무광에게 만큼은 여전히 충직한 수하의 표본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무광은 계속 해청연에게만 시선을 집중한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충 대답했다.
“괜찮다. 아직 네 실력으론 나를 따라올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
그는 해청연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척강의 도착도, 두 명의 화경 고수가 죽은 것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사이 선우진은 냉정히 지금 저들과 자신들 쪽의 전력을 비교해 봤다.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의 전무광에 화경급 고수만 전무광, 모용검, 서일, 결허사태의 네 명. 그에 비해 우리는 싸울 수 있는 화경 고수가 셋, 나머지 전력이 될 수 있는 건 나와 풍 형님, 그리고 용 가주님 정도인가?’
말도 안 되는 전력 차이였다.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을 게 뻔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더 사태가 나빠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까부터 붉은 강기로 어떤 진을 그리던 해청연은 드디어 진식을 완성한 상태였다.
이제 홍연검의 주변에는 붉은빛을 뿜어내는 거미줄 같은 진이 입체적으로 빽빽하게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가 창백해진 낯빛으로 기합을 내질렀다.
“하아아아압!”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그린 진법이 허공에서 환한 적광을 뿜어내더니만, 홍연검이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듯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슈하아아악!
“!”
“!”
선우진과 일행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해청연의 몸에서 역천혈마를 뽑아내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썼건만, 그 유일한 희망이었던 홍연검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것마저도 실패란 얘기였다.
‘역천혈마까지…?!’
선우진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해청연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랬지만 이제 적들의 전력에 역천혈마까지 추가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다만 다행히도 역천혈마가 당장 저들의 전력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해청연이 녹초가 된 듯 땅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전무광이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살아난 건가, 과염?”
그 말에 해청연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전무광을 올려다보며 씹어뱉듯 말했다.
“과염? 네놈이 감히 본좌에게….”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한순간 그녀의 옆으로 이형환위처럼 이동한 전무광이 그녀의 머리채를 확 움켜잡더니 자신의 얼굴 앞까지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제야 네년을 가질 수 있겠구나.”
그렇게 말하는 전무광의 눈은 탐욕으로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으윽!”
해청연은 녹초가 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기세에 압도당했기 때문인지 그 손길에 반항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를 보는 그녀의 눈에는 은은한 두려움의 빛마저 어려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전무광은 더 참지 못하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 겁먹은 듯한 모습마저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그녀를 범하고 싶었다.
“으흐흐흐! 드디어….”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상한 일이로군. 스스로 짐승이 된 자의 짓거리가 왜 짐승만도 못한 거지?”
전무광은 문득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러자 아까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손을 빠져나갔던 애송이가 검은 늑대가 새겨진 검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선우진이었다.
그를 본 전무광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귀찮은 듯 말했다.
“성가시구나. 척광, 네가….”
그 순간이었다.
해청연이 경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검신?!”
그녀의 말에 선우진은, 아니 현신한 검신의 의지 묵랑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이제 자신의 마지막을 불태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