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력은 없지만 아카데미에서 꿀빱니다-0화 (1/226)

§ Prologue

입학식.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설렘이 넘치는 단어.

그게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입학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괴물들을 추리고 추려 모아놓은 초인양성아카데미, 이터니티.

그런 이터니티에 입학했다는 것부터가 엘리트코스에 탑승했다는 증거이자 출세의 보장이었다.

그런 만큼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입학은 무척이나 어렵고, 또 거기서 수석을 차지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마력을 제 몸처럼 다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과 온갖 비전 따위를 죄다 때려 박아야 한다.

또 그렇게 똑같이 때려 박은 300명이 넘어가는 괴물들을 제치고 교수의 까다로운 인정을 받아야지만 비로소 수석이라는 영예를 안을 수가 있다.

이능력 배틀 시뮬레이션 게임 [이터니티검성전기]의 입학식 설정이다.

그리고, 나는 이 게임의 설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왜냐하면······

“이터니티 아카데미 37기 입학식 선서가 있겠습니다. 신입생 대표 이해솔 앞으로.”

“······.”

“이해솔군?”

“아, 예.”

······내가 바로 그 [이터니티 아카데미] 37기 수석 입학생 이해솔이었으니까.

나는 단상 아래를 바라보았다.

너른 강당을 메운 신입생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었다.

복장이 불량하다거나 정신이 맛이 갔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콧김으로 불을 뿜는가 하면, 손에서는 전기가 파직거리고, 사람이 아닌 것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물론 이건 내 기준에서나 정상이 아닌 거고, 온갖 괴이가 난무하는 [이터니티 검성전기]에서는 저게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 정상(?)인 괴물딱지들이 단상에 오른 나를 보며 수군거렸다.

“······와, 쟤가 그 이해솔이야? 마력지배자?”

“응, 마력감지결계를 통과했다던데?”

“헐, 진짜 괴물이네. 근데 생긴 건 의외로 평범하게 생겼다.”

반짝이며 선망의 눈길을 보내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저 새끼도 금수저겠지?”

“어느 가문이래? 이해솔? 도성가문인가?”

“후후, 이터니티에 오길 잘했네요.”

대놓고 시기나 호승심어린 눈길을 보내오는 놈들도 있다.

그 관심들은 퍽이나 달갑지 않았다.

마력지배자고 나발이고 하는  웃기지도 않는 별명은 더욱이.

“그런데 쟤 표정이 왜 저래? 화난 거 같은데?”

“마력이 넘쳐 나서 들끓는 거야.”

마력이 들끓긴 염병.

[마력]이란 이터니티 검성전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공기 같은 것이다.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지니고 태어나는 것. 심지어 지나가던 똥개조차 가지고 있다.

문제는 내가 그 지나가던 똥개조차 가지고 있는 마력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 그걸 인지했을 때는 답도 안 보이는 상황에 몇 날 며칠 잠만 퍼질러 잤다.

아, 다시 떠올리니 좆같네.

하지만 그 좆같음과는 별개로 내 마음은 차분하기만 했다. 이유야 별 거 없다.

여전히 끔찍하긴 하지만 그때하곤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한 마디로···

해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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