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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없지만 아카데미에서 꿀빱니다-63화 (64/226)

§ 63화

띠링!

[축하합니다! 영핵을 발견했습니다!]

[영핵을 파괴할수록 선각자의 눈은 보다 선명해 집니다.]

뒤이어 오는 스켈레톤을 무너트리자 느닷없이 떠오른 상태창 메시지.

“이건···”

메시지의 내용을 읽은 내 눈이 살짝 커졌다.

“···역시 그거였나.”

내 머릿속으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영핵을 건들면 사람을 쓰러트리는 건 무척이나 간단하지. 이렇게.

남자가 가볍게 손을 휘두른다. 그를 둘러쌌던 인의 장벽이, 초인들이 무너져내린다.

이를 행한 자는 나도 아니고, 다른 플레이어의 영상도 아닌, 이터니티의 악마라 불리던 마인, ‘영멸의 밤’이었다.

녀석은 그 능력을 이용해 자신에게 대적하던 초인들을 너무도 간단히 제압했다.

나 또한 끝내 그 원리를 파악하지 못한 공포스러운 능력.

지금 스켈레톤들을 상대로 내가 사용한 기술이 바로 그 ‘영멸의 밤’이 사용했던 능력이었던 것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영혼의 선각자’를 얻었을 때부터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다. 이게 녀석이 사용하던 능력의 비밀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지금의 메시지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영멸의 밤. 녀석은 나와 같은 ‘선각자의 눈’을 지닌 능력자였다.

“···끝내주네.”

차오르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나는 어깨를 떨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나를 은가예와 아멜리아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이내 웃음을 그친 나는 상태창 메시지를 다시금 읽었다. 내가 주목한 것은 뒤에 나온 문구였다.

[영핵을 파괴할수록 선각자의 눈은 보다 선명해 집니다.]

이 말은 영핵을 파괴하다 보면 스켈레톤에게서만 보이는 영핵을 인간에게서도 볼 수 있게 되리란 것이었다.

생명체를 지닌 존재라면 누구든 영핵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야, 너 뭐해!”

“들어가도 되는 거에요?”

내가 던전의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놀란 은가예와 아멜리아가 소리쳤다.

대기하던 던전의 가이드도 놀라서 달려왔다.

“거긴 들어가시면 위험······!”

하지만 이어진 광경에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앞을 배회하던 스켈레톤 세 구가 와르르 무너져내린 것이다.

녀석들의 영핵을 부순 그람의 단검들이 내게로 돌아왔다.

달그락달그락!

그때 영핵을 빗겨맞은 스켈레톤 한 구가 내게 달려들었다.

“어렵네.”

나는 볼을 긁적였다.

영핵은 스켈레톤의 사념 속을 빙빙 돌고 있었기에 움직이는 스켈레톤에게서 영핵을 단숨에 맞추려면 연습이 필요할 듯싶었다.

퍼억!

달려드는 녀석의 영핵을 부순 내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안 올 거야?”

“······.”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은가예와 아멜리아가 뒤따라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가이드도.

***

검은 던전의 가이드 오동준은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멜리아의 마법에 일어난 돌무더기가 스켈레톤들의 다리를 묶고.

퍼버버벅!

날아간 그람의 비도에 맞은 녀석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그러고도 형상을 유지한 녀석은 은가예가 달려나가 부숴놓는다.

그런 식으로 세 사람이 처리한 스켈레톤이 벌써 20구를 넘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저게 단순한 스켈레톤이 아니라는 것이다.

던전의 초입에 나오는 하얀 백골과 지금 세 사람이 사냥하는 검은 해골은 등급부터가 달랐다.

하얀 해골은 2성급이고, 검은 해골은 3성급. 당연히 그 사냥의 난이도는 천지차이였다.

몇 번을 쓰러져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불사’의 존재가 바로 검은 해골이었던 것이다.

오동준이 따라온 것도 세 사람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는 스켈레톤들이 싫어하는 초음파를 내뿜는 음향 장비가 들려있었다.

하지만, 오동준은 그 장비를 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세 사람의 사냥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해골이 저렇게 잘 죽는 놈들이었던가?’

부숴지더라도 뼛조각만 남아 있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난다는 불사의 해골들이 한 번 쓰러지면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에 오동준은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알기로 검은 해골을 저렇게 일격에 죽이려면 어마어마한 타격을 가해야 했으니까.

적어도 3서클 이상의.

그렇다면 저 비도 하나하나에 3서클 이상의 위력이 담겨있다는 말인가?

‘무슨 이런 괴물이······’

그가 경악한 얼굴로 비도를 휙휙 날려대는 이해솔을 쳐다보았다.

한편 비도를 날리는 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음, 어렵네.”

아멜리아의 마법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고도, 영핵을 맞추는 난이도가 제법 높았던 것이다.

10번을 날리면 2번이 빗맞았고, 그때마다 영핵이 제대로 부숴지지 않아, 발버둥 치는 녀석들을 은가예가 처리해야 했다.

스켈레톤 하나 잡는데 이 정도라면, 사람에게서 영핵을 보게 되더라도 이를 맞추는 건 더 어려울지도 몰랐다.

‘날먹도 쉬운 건 아니라 이거네.’

혀를 차고 있자니, 아멜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어온다.

“그 비도, 성물(聖物)이었어요?”

“뭐야, 진짜 성물이라고?”

성물이란 보구 중에서도 오직 마인, 마수, 언데드 등, 부정한 존재를 사냥하는데 특화된 기프트를 지닌 보구를 말한다.

“어, 비슷해.”

“어쩐지, 좀 말도 안 되더라니······”

내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수긍하자 아멜리아와 은가예가 그럼 그렇지라며 이해한다.

그도 그럴 게, 두 사람은 마인에게 위기에 처했을 때, 내게 구해진 경험이 한 번씩 있었으니까.

은가예는 던전 실습 때 박유천에게. 아멜리아는 아카데미를 테러한 마인 구준명에게.

그때마다 나는 평소보다 강한 능력을 보여주었었다.

거기에 항마력 외에 성물의 힘까지 있었다니, 되려 의문이 풀린다는 얼굴들이었다.

“성물이 있다면 우리끼리 던전을 깰 수 있겠는데?”

“응, 그러자고. 포션도 넉넉히 챙겨왔으니까.”

은가예의 기대어린 말에 픽 웃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최대한 많은 영핵을 파괴해서 선각자의 눈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불사조가 언데드를 원합니다.]

[불사조가 언데드를 원합니다.]

[불사조가 언데드를 원합니다.]

[불사조가 언데드를 원합니다.]

[불사조가 언데드를 원합니다.]

[불사조가 공복을 호소합니다.]

‘조금만 참아라.’

나는 파랑이가 부리를 벌린 어깨에 기력을 넣어 주었다.

[까악!]

[불사조가 맛없다며 기력을 토해냅니다.]

[불사조가 양질의 기운을 원합니다.]

“······.”

배가 덜 고파봤는지 반찬 투정을 해대는 불사조. 혀를 찬 나는 그대로 녀석의 알림을 차단해버렸다. 이참에 저 까다로운 입맛부터 어떻게 고쳐야겠다. 그렇게 불사조의 처우를 정한 나는 언데드사냥을 이어갔다.

‘역시 업혀 가는 게 최고네.’

혼자 왔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 같은데, 아멜리아와 은가예가 도와주니 사냥의 난이도가 배는 쉬워졌다.

영핵을 노리기 쉽게끔 스켈레톤의 움직임을 막아주는 아멜리아에, 실수로 빗맞쳐도 알아서 뒤처리를 해주는 은가예.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영핵을 노릴 수가 있었다.

이리저리 날뛰는 은가예를 피해서 비도를 날려야 하기에 신경을 써야 하긴 했지만, 애초에 은가예가 워낙에 잘 피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검은 해골을 사냥하며 던전의 안으로 들어가길 30분.

몸을 웅크려 누워있는 시뻘건 마수형 스켈레톤이 보여왔다.

가고일의 뼈로 이루어진 녀석.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전의 녀석들과 달리 범상치가 않아 보였다.

“······저거, 보통이 아닌 거 같은데.”

“본 가고일이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요.”

은가예와 아멜리아도 녀석을 보곤 표정을 굳혔다. 아니나 다를까 뒤따라오던 가이드 오동준이 숨죽여 말했다.

“블러드 본 가고일입니다. 4성급 마수이지만, 언데드의 특성상 5성급 마수만큼이나 사냥이 까다로운 녀석입니다. 전신을 조각내도 재생해버리니까요.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

휘이이이익!

오동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6자루의 비도가 날아갔다.

콰직!

2자루의 비도가 빗나가고, 4자루의 비도가 녀석의 가슴에서 맴도는 영핵을 강타했다. 그러나 영핵은 부서지지 않고, 균열만이 일어났다.

────────!

소리 없는 거대한 사념의 비명이 던전을 울린다. 웅크려있던 녀석에게서 시뻘건 안광이 번뜩였다.

“역시 한 번으로는 안 되네.”

예상보다 훨씬 단단한 영핵에 내 미간이 좁혀졌다.

쿠웅.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뼛조각이 와르르 떨어져 내린다. 영핵에 간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다.

“아멜리아.”

“알아요!”

화르르륵!

거대한 불덩이들이 날아가 본 가고일의 부서진 날개를 폭격했다. 반쯤 부서졌던 날개가 폭격에 맞아 사라지고, 등 뼈의 일부도 터져나갔다. 그러나 녀석은 이에 아랑곳없이 기어 왔다. 그때, 기어 오던 녀석이 돌연 땅에 처박혔다. 은가예의 기프트, 중력이 녀석의 몸을 내리누른 것이다.

가고일의 진격이 막히자 아멜리아가 차분히 다음 마법을 조합했다.

커다란 마법진이 떠오르고, 빛의 무리가 모여든다.

제법 큰 마법인지 술식의 조합은 녀석이 중력에서 벗어나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쯧.”

그 사이, 나는 몇 번 비도를 날려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나를 의식한 녀석이 하나 남은 날개와 머리를 이용해 제 몸을 가려서 영핵을 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본 가고일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아멜리아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별의 심판』

찬란한 빛의 광선이 녀석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 찬란함에 던전의 전체가 일순간 하얗게 물들 정도였다.

콰아아앙!

귀가 멀 것만 같은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던전이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리고,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아멜리아는 보았다. 눈조차 뜨기 힘든 빛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 가고일의 거대한 아가리를.

“!”

“비켜!”

당황으로 굳어진 아멜리아를 밀치며 은가예가 앞으로 나섰다.

본 가고일의 붉은 안광이 은가예의 바로 앞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날카로운 수백개의 이가 번뜩이는 아가리가 쩌억 벌어져 그녀를 삼켜왔다.

은가예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들어 올린 검으로 중력의 마력이 맺혀 들었다.

하지만, 벌어지던 가고일의 고개는 더 이상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고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

은가예의 눈에 의문이 떠오른 순간, 부들부들 떨던 본 가고일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내렸다.

콰과과과과광!

[검은 던전의 마수, 블러드 본 가고일을 퇴치했습니다.]

수백 조각의 뼈가 던전의 지면을 때리는 가운데, 내 눈앞에 상태창 알림이 떠올랐다.

이어서, 수많은 경험치 상승 문구들이 시야를 가득 메어왔다.

아멜리아와 은가예가 블러드 본 가고일의 시야를 끌어주는 사이, 그람의 비도가 녀석의 영핵을 파괴한 것이었다.

“됐다.”

두 사람의 등에서 흐릿하게 비쳐오는 잿빛의 영핵을 확인한 내 입가가 씩 올라갔다.

***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블러드 본 가고일을 잡다니요!”

던전의 가이드가 펄쩍 뛰며 난리를 치는 가운데, 긴장이 풀린 아멜리아와 은가예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와, 죽는 줄 알았네.”

“······설마 4서클 조합 마법을 견딜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가고일의 아가리를 바로 정면에서 대적한 은가예는 전신이 식은땀으로 배어있었다. 그만큼 긴장을 했던 것이다. 아멜리아 또한 고개를 내저으며,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긴장을 푸는 사이, 나는 한 가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블러드 본 가고일을 사냥함으로써, 내 선각자의 눈은 사람의 영핵을 흐릿하게나마 보는 단계에 올라섰다.

아니. 아멜리아와 은가예의 영핵은 잘 안보이는 반면, 던전 가이드인 오동준의 영핵은 그나마 잘 보이는 것이, 상대의 경지에 따라 내가 볼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 이걸 누구한테 시험해보냐 하는 건데······’

스켈레톤은 영핵을 파괴했을 때, 바로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건 의식을 유지할 수 없는 ‘사념체’의 경우다.

온전한 의지를 가진 영혼의 경우는 영핵을 부수더라도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한 번 부숴진 영핵은 기간이 지나면 다시 복구된다. 그건 일전의 김도준의 영혼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기절은 시킬 수 있겠지.’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가정일 뿐이지 실제로 어떻게 될 지를 알려면 직접 해보는 게 가장 정확했다.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을 데려다가 영핵을 부술 수도 없고.’

어찌할까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음?”

던전 벽에 기대어 쉬던 은가예의 시선이 바깥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아멜리아까지. 두 사람을 따라 내가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다수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일련의 용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속을 알 수 없게끔 철저하게 마크를 지운 무장을 착용한 이들이었다. 용건이야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놈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우리의 무장과, 가고일의 사체에 가 있었으니까.

‘날파리들이네.’

밴딧(Bandit).

던전공략이나, 마수사냥을 끝내 지친 이들을 뒤통수 쳐 재물을 약탈하는 쓰레기들.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내 눈에 비친 녀석들의 영혼은 시꺼먼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밴딧이 꼬이는 경우는 좀처럼 없기에, 운이 아주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마침 영핵을 실험할 실험체가 필요하던 시점이었으니까.

‘실험체가 제 발로 굴러 들어오네.’

내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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