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나는 아멜리아와 내 민간인 구출 목표치를 모두 채운 시점부터 땅토끼를 10마리나 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했다.
아멜리아가 조급해했지만 그저 모닥불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나 홀짝였다.
수업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는 시점까지.
물론 내가 이렇게 쉬기만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진우는 단순히 표면상의 목표치를 채워오는 것으로 만족하는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민간인 8명 구출.
땅토끼 30마리 사냥.
왜 목표를 2개로 나눴는지를 생각하면 하진우가 원하는 답을 찾기란 쉬웠다.
‘특기 수업으로 마수 사냥을 듣는 생도는 30명.’
30명이 민간인을 8명씩 구출하기 위해 필요한 머릿수는 총 240명이다.
하지만, 민간인으로 동원된 조교는 고작 40명 뿐.
목표치를 채운 생도가 아무리 많아 봐야 최대 5명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 턱 없이 부족한 숫자에 마음이 닳은 생도들은 조교를 찾는다고 급하게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땅토끼는?
‘급하면 급할수록 잡기가 어려워지지.’
녀석을 잡기 위해서는 최대한 기척을 죽여가며 조심히 접근해야 했다.
조교를 찾느라 급하게 움직이는 생도는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느긋하게 쉬었다.
땅토끼는 예민하고 도망만 다니는 마수였지만, 반대로 이놈들은 안전하다 판단 되면 ‘무리’를 짓는 특성을 지녔으니까.
그리고 땅토끼가 안전하다 판단하는 시간은 생도들이 모두 숲 밖으로 나갔을 때다.
즉, 수업이 끝나기 직전의 시간대.
그때야말로, 사냥의 시간이었다.
만약 이 시간대를 노리지 않고, 민간인 구출과 땅토끼 사냥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둘 다 실패하는 거지.’
조교들은 사전에 위장 진지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찾으려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녀야 한다.
땅토끼에 정신을 분산시키면서까지 찾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주의하게 움직이면 땅토끼는 숨어버린다.
하진우가 요구한 것은 저러한 조건들을 분별할 줄 아는 눈이었다.
물론, 인간 마력탐지기인 아멜리아와 기척을 차단할 줄 아는 나라면 저러한 조건 없이도 순식간에 목표치를 채울 수 있었다.
실제로도 아멜리아는 조교랑 약속 시간이라도 잡은 것마냥 걷는 족족 찾아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사기적인 능력으로 할당량만 채워갔다간 무슨 태클이 걸릴지 몰랐기에 나는 수업의 내용대로 움직였다.
무리 지은 땅토끼를 싸그리 다 잡아 온 건 덤이었고.
짝짝짝!
하진우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땅토끼 무리를 잡아 왔군. 민간인도 제대로 구출했고.”
땅토끼가 무더기로 뭉친 그물망을 보며 하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뭐, 세 볼 필요도 없겠군. 이해솔, 아멜리아. 공동 1등이다.”
이윽고, 나머지 생도들의 순위가 차츰 매겨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땅토끼를 얼마 잡지 못한 걸 본 아멜리아가 놀란 눈초리로 내게 작게 물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 처음부터 알아서 그렇게 여유 부린 거였어요?”
“응. 뻔하잖아.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간 둘 다 놓치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멜리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데 왜 저한테는 안 알려줬어요? 괜히 저만 마음 졸였잖아요.”
“그야···”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아멜리아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야 뭔데요?”
“너라면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머리 좋은 아멜리아가 이런 것도 모를 리가 없지. ···아니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아멜리아가 흠칫거렸다.
“···다, 당연히 알 수야 있죠. 하지만 그래도 알려주면 저도 좋잖아요.”
소심하게 항의하면서도 머리가 좋다는 말에 표정이 풀어지는 아멜리아. 참 알기 쉬운 성격에 내가 픽 웃었다.
‘사실 이유는 다르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땅토끼는 잡을 생각도 없이 커피나 홀짝이는 내 모습에 안절부절 못하던 아멜리아.
그러면서도 내게 뭔가 있다 여기는지 입만 우물거릴 뿐 차마 떨어지지 못하는 모습이 보고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이러다 악취미 생기겠는데.’
벌써 생긴 것 같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그때 아멜리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뭐.”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아멜리아가 어딘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제 어깨를 가리켰다.
“······이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예요?”
“아.”
나는 그제야 아멜리아에게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근육통 탓에 땅 토끼가 담긴 그물을 끌고 올 때부터는 아예 아멜리아에게 기대다시피 하면서 온 것이다.
얘가 몸은 가늘어 보여도 명색이 초인이라 체력 수치는 나보다 높았으니까.
불사조의 재생력이나, 포션같은 이능(異能)으로 근육통을 치유할까도 싶었지만, 그랬다간 자가치유력을 자극해버리기에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한계를 뛰어넘어 지친 근육은 그냥 쉬게 내버려 두는 편이 좋았다.
“후우.”
내게서 해방된 아멜리아가 살았다는 듯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덕분에 또 1등 했네요.”
“그러게.”
‘덕분에’ 1등을 한 건 나였지만, 아멜리아는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컸다.
자신이 없더라도 나 혼자 알아서 1등을 하리라는 근거 없는 착각 속에 ‘줄’ 하나는 잘 잡았다는 표정을 짓는데, 이게 오히려 정반대였기에 말하기도 애매했다. 그냥 계속 착각하게 내버려 둬야지.
그렇게 우리가 서로 엇나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수업이 끝나고 생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아멜리아, 블랙마켓 가자.”
“블랙마켓에는 왜요?”
내 말에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억 안 나? 포션 지분 올려주기로 한 거.”
“아, 바로 해주시게요?”
“어, 마침 할 것도 있으니까.”
나도 한세울에게 어떤 새로운 단약을 만들게 할지 정한 차였기에 연금상에 들려야 할 때였다.
아멜리아의 포션 지분이야, 애초에 내 소유의 포션이었기에 올리는 건 어렵지도 않았고.
그렇게 기숙사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우리는 곧장 블랙마켓 1층으로 이동했다.
***
이터니티의 일회성 단약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감정을 조절하는 단약, 행운을 올리는 단약, 시력을 강화하는 단약 등.
솔직히 잡다하기만 할 뿐, 내게는 딱히 쓸모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택한 것은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쓸모가 없는 단약이었다.
===
▶신체 회복의 단약.
─복용자는 10분 간, 신체에 가해진 피해량을 일정량 회복합니다.
[재료 : 벼락 맞은 나무의 묘목, 부유초, 마력 결정]
[비용 : 1000SP]
===
벼락맞은 나무의 묘목은 니콜라이로부터 받아놓은 게 하나 남아 있었고, 마력 결정은 한세울의 연금상에서 구할 수 있었다.
▶신체 회복의 단약
[보유SP가 충분하여, 투영이 가능합니다. 투영하시겠습니까?]
“예.”
[신체 회복의 단약을 투영합니다.]
화아앗!
빛이 번쩍이더니, 내 손 위로 하얀 단약이 나타났다.
“음.”
솔직히 이건 내게는 쓸모없는 단약이었다. 애초에 내가 쓸 목적으로 투영한 것도 아니었고.
투영을 위해 들어갔던 화장실에서 나오자, 쇼파에는 한세울과 아멜리아가 마주 앉아있었다. 그중 아멜리아는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마수사냥이 끝나자마자 쉬지 않고 바로 온 데다가, 한세울하고 계약서까지 주고받았으니 확실히 초인이라도 지칠만 했다.
나는 하얀 단약의 일부를 뚝 떼어 아멜리아에게 건넸다.
“피곤하지? 먹어봐.”
“이게 뭔데요?”
“피로 확 달아나는 약.”
“?”
아멜리아는 정체불명의 하얀 고체에 의아해 하면서도 내가 주는 거니, 냉큼 받아먹었다.
모르는 거면 한 번 의심해볼 법도 한데······ 이걸 조교가 잘되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흐아, 이, 이거 뭐예요?”
몸을 부르르 떨던 아멜리아가 상기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떤데?”
“엄청나요. 막 자고 일어난 기분인데요? 포션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나요. 이게 대체 뭐예요?”
“포션.”
“아니, 진짜··· 애예요?”
아멜리아의 어이없다는 반응을 대충 흘러넘기며 그녀의 머리 위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아멜리아 로마노
[신체 회복 단약을 복용했습니다.]
[지속 시간 : 02:56]
[체력 : 7/13 → 13/13]
‘흐음, 좋은데?’
마력도 회복된 건 아니지만, 자연회복 속도는 올려준 것처럼 보였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준 것이다.
거기다 기존에는 볼 수 없던 타인의 상태창을 일시적이나마 볼 수 있게 된다는 이점까지 있었다.
아무튼, 내가 이 신체 회복 단약을 만든 이유는 내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좀 더 안전하게 움직여주기를 바래서였다.
성장이 보장된 주연들인데 어디 가서 다치고 오기라도 하면 내가 곤란했으니까.
그밖에 지능, 시력강화 단약도 차례차례 만들어서 시험해볼 생각이다.
‘그러자면 한세울의 레벨부터 본격적으로 올려야겠지.’
나는 한세울의 정보를 보았다.
▶한세울
[Lv.3]
[단약복제 시간 : 68 ~ 120시간]
[동시복제가능 단약 종류 : 1 개]
역시, 한세울은 효율이 너무 안 좋았다.
저건 최하급 단약 한 종류를 복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68시간이라는 소리였으니까.
예전보다 4시간이나 줄어든 시간이었으나 68시간도 길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였다.
“세울씨, 이것 좀 만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건넨 신체회복 단약을 들여다본 한세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능할 것 같군요.”
“아멜리아.”
“왜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삐졌어?”
“안 삐졌거든요. 제가 삐질 일이 뭐가 있다고요.”
여전히 볼멘소리에 내가 피식 웃곤 물었다.
“우리 포션이 왜 유명세를 안 타는 걸까?”
한세울의 연금상은 빠르게 커가는 중이긴 했으나 그 속도가 포션의 질에 비해 훨씬 뒤쳐졌다. 이런 내 의문에 아멜리아는 바로 대답했다.
“생산량이 비교가 안 되니까요. 10점짜리 포션을 만들어도 다른 데서 8점짜리 포션을 공장에서 찍어내면 밀릴 수밖에요.”
확실히 현재 한세울의 포션은 오로지 한세울이 홀로 만들고 있기에 수량이 현저히 적었다. 길드에서 단체로 주문하는 양조차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라면 어떻게든 고급화해서 극복할 수 있어요. 문제는 기존 제약회사들의 방해죠.”
“방해?”
“네, 며칠 전부터 거리에 들어오지 못하게 길을 막고 있다 하더라고요.”
아멜리아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썹을 구부렸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면서 길 막는 건 못 봤는데?”
“저희는 노블레스니까 안 막는 거죠.”
아멜리아와 나는 한세울의 가게에 올 때마다 차량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딱히 바깥의 광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내가 설마 하는 생각에 한세울을 돌아보았다.
“오면서 검문하는데 하나 있던데 거기에서 막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한세울이 머리를 긁적이며 쓰게 웃었다.
“검문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곳은 몇 가지 제한이 걸리는데 저희 연금상이 이름을 올린 모양이더군요.”
“뭔 그딴······”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검문하는 데가 어딘데요?”
“샤오밍 길드입니다. 중국 56위권 길드에서 떨어져 나온 자가 만들었다 합니다.”
“쩌리라는 거네요.”
비록 1층이라곤 하나 블랙마켓은 돈이 된다. 그렇기에 돈을 긁어모으려는 놈들이 종종 있었다. 샤오밍 길드도 그중 하나였다.
“소문으로는 마인이 포함되어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인이요?”
“다운타운이니 말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아멜리아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관여하기가 어려워요.”
“그렇겠지.”
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별의 성좌같은 메이저길드가 이런 구린내 나는 뒷골목에 관여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게 되면 별의 성좌의 적대 길드들로부터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었으니까. 한숨을 포옥 내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멜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접 가려고요?”
“상황 봐서.”
중국의 56위권에서 떨어져 나온 놈이 만든 곳이다.
내 손에서 정리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최선이었다.
아멜리아는 잠시 고민하는듯 미간을 좁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못말리겠네요.”
“따라오게?”
“그럼 그런 곳에 간다는 사람을 혼자 보네요?”
“못 도와준다며?”
“저 하나 쯤이야 얼굴 가리면 되죠.”
말을 하며 아멜리아가 마스크를 꺼내 눈 아래까지 올려썼다.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마스크 하나에 얼굴이 다 들어간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한세울에게 주고 남은 신체 회복 단약을 모두 넘겨주었다.
“그거 먹고 뒤에만 있어. 얼굴 알아서 잘 가리고.”
“다치면 어쩌려고 이걸 다 절 줘요?”
“안 다쳐. 다쳐도 회복해.”
“···지가 무슨 불사조야? 회복을 하게.”
딱!
“꺅! 아, 왜 때려요.”
“사람이 기껏 말해줬으면 좀 믿어라.”
혀를 찬 나는 집무실을 나섰다.
그동안은 한세울이 혼자 알아서 하게끔 내버려 뒀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역시, 한세울을 빠르게 레벨업 시키려면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덤으로 쓰레기 청소도.
***
블랙마켓에는 사람이 모인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
그건 블랙마켓에서 외면당한 1층, 다운타운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길드에서 제명당한 초인 장위는 다운타운에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 시작은 다운타운을 장악하고, 돈을 거두어들이는 것부터였다.
다운타운의 북부 시가지로 향하는 커다란 길목을 그와 그가 중국에서 데리고 나온 길드원 30명이 막아 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방해하는 공권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규범이 없는 다운타운에선 힘이 곧 법이었으니까.
장위는 이 다운타운의 법칙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너희들은 앞으로 샤오밍 길드에 세금을 내면 된다.”
확성기를 든 장위가 소리치자, 곳곳에서 반발 어린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게 무슨 억지야!”
“멀쩡한 길 막고선 뭐 하는 짓거리냐!”
장위는 코웃음치며 반응도 안 했다.
멀리서 개처럼 짖어대기만 할 뿐, 직접 나서려는 놈은 한 놈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본보기는 보여야겠지.”
장위는 몸소 겪어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은 뇌 속에 공포가 각인되어야지만 말을 들어 먹는 동물이라는 것을.
“야이 거지······”
퍼억─!
열성적으로 짖어대던 남성이 장위의 발에 채였다.
“으어어······”
노면에 쓰러져 피를 꾸역꾸역 게워내는 남성.
우웅···
남성의 머리 위에 들어 올려진 장위의 발에 샛노란 마력이 선명하게 맺혀간다.
“사, 살려······!”
공포에 질린 남성의 두 눈을 본 장위의 입가에 잔악한 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장위는 돌연 주위가 웅성이자 고개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모두가 자신이 아닌 그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을 받은 장위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벅저벅─.
다운 타운의 북부 시가지. 웬 어린 놈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문제는 녀석의 상태였다.
“······비도?”
녀석을 중심으로 일곱 자루의 비도가 전개되어 있었다.
“뭐냐, 저 미친놈은?”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역사책에서나 보이는 비도를 끌고 등장하는 놈을 보며 길드원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때였다.
휘이익!
비도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코웃음을 친 길드원이 검을 들고 비도를 막아섰다.
그리고.
퍼억─!
“······어?”
허연 뇌수와 시뻘건 피가, 공중에 물감처럼 번졌다.
쿵.
머리가 수박처럼 터진 길드원이 뒤로 넘어갔다.
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