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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없지만 아카데미에서 꿀빱니다-144화 (145/226)

§ 144화

마법, 기프트, 총, 흑요······ 다채색의 공세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크아아아!”

그 중심에 선 오거스트가 포효를 터트렸다. 그에게서 터져나온 마기가 폭풍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들이치던 공세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공간이 마기에 잠식된다.

젊은 청년이었던 오거스트의 외양은 어느새 3년쯤의 세월이 지나가 있었다.

생명의 사그라듦을 질병에 빗대며, 추하다 여기는 오거스트는 제 육체의 시간을 어린 시절에 고정시켜 놓는데, 대량의 마기를 할애했다.

그것은 오거스트에게 있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절대적인 원칙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절대 원칙이 깨졌다.

녀석이 그렇게나 끔찍하게 아끼던, 생명을 잡아놓던 마기를 방출한 것이다.

그것은 오거스트가 더 이상 뒤가 없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꺼져라!”

콰아앙─!

달려들던 크루트들이 오거스트의 손짓 한 방에 순식간에 쓸려나간다.

마기가 쓸고 지나간 곳에는 무엇하나 남지 않았다. 닿기 무섭게 부서져 잿가루만이 날렸다.

[용서받지 못한 자].

수명을 바침에 따라 살아난 그 저주받은 기운이 크루트들을 휩쓸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오거스트의 외양은 또다시 달라졌다. 10대 후반의 외양을 했던 녀석은 이제 20대 중반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스아아아아······

그때, 오거스트의 저주받은 검은 안개가 공간을 넘어 내게로 날아들었다.

생명의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그 괴멸적인 안개는 분명 소름이 끼치고 두려운 것이었다. 닿으면 생명이 사그라들고, 잿가루로 화하는 기운이었으니. 그러나······

“놀고 있네.”

내게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했다.

화르르륵──!

내게 다가들던 안개의 무리가 푸른 화염에 일제히 말소되었다.

“끼아아!”

내 어깨의 파랑이가 부리를 벌리고 울음을 토한다.

오거스트의 기운과 정반대에 놓이는 불사조의 불길은 모든 부정한 것들을 지워내는 성화(聖火)였다. 그러니 내가 녀석의 기운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물론, 녀석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닿는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으나, 그건 바꿔말하면 닿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카아앙─!

소피아의 대검을 오거스트가 하나 남은 팔을 들어 막는다. 그렇게 비어진 옆구리를 향해 무릎이 박혀 들었다.

우드드득─

“크악!”

갈비뼈 서너 대가 부러지는 섬뜩한 울림.

철퇴에 후려 맞은 고통에 오거스트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소피아에게는 [용서받지 못한 자]가 통하지 않았다.

화르르륵─

불사조의 성화를 두르고, [분쇄자]로 기운을 물리적으로 부숴버리는 소피아는 말 그대로 죽음의 기운에 ‘면역’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렇게 일방적으로 퍼부어지는 폭력.

육탄전에 능하지 않은 데다, 팔까지 하나 잘려 나간 오거스트가 이에 대항하기란 무리였다.

“크아아악!”

턱이 돌아가고, 허리가 반으로 접힌다.

얼굴이 뭉개지며 하얀 이빨이 옥수수 강냉이처럼 우수수 튀었다.

두들겨 맞는 오거스트의 몸이 바람인형처럼 춤을 췄다.

암만 파랑이의 불길을 둘렀다지만, 죽음의 기운에 휩싸인 오거스트를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팰 수 있다니······ 분쇄자는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능력이었다.

오거스트의 몸에 접촉하면 닿은 부위가 잿가루가 되어버리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그때, 두들겨 맞는 와중에 오거스트의 외양이 변화를 일으켰다. 그와 함께 융성해지는 마기.

낌새를 느낀 소피아는 지체없이 마련된 기력의 발판을 차고 내 옆으로 되돌아왔다.

졸지에 목표를 잃은 오거스트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렇듯, 기운을 폭발시키는 전조가 확실하니 그때만 조심하면 그만인 것이다.

오거스트도 그걸 알았는지 표정이 잔뜩 굳었으나 알아차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전이마법이에요! 저쪽 바닥을 부숴요!”

은밀히 마기를 움직여 몰래 도주마법을 전개하려던 오거스트는 시작도 못해보고 아멜리아에게 발각당했다.

아멜리아가 변수가 되는 마법들을 미리미리 간파해버리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기운을 방출하면 적들은 귀신처럼 물러나고 그 자리를 크루트가 메워버린다.

콰아아앙─!

오거스트의 기운에 달려들던 크루트들이 갈려 나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연이어 퍼부어지는 폭격의 세례. 기운의 방출이 다시금 폭격을 지워낸다.

오거스트는 쉬지 않고 기운을 방출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오거스트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화해갔다.

건장한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인으로······

까맣던 머리는 하얗게 바랬고, 어떠한 공격에도 회복되던 피부에는 주름만이 가득해졌다.

“그만! 그만해라!”

서서히 폭격을 막지 못하기 시작한 오거스트의 몸이 허물어져 갔다.

서리에 어깨가 부서지고, 홍염이 가슴을 불태운다. 성난 크루트의 이빨이 다리를 물어뜯었다.

만신창이가 된 채, 피웅덩이에 쓰러진 녀석을, 불사조의 푸른 불길이 잡아먹었다.

화르르륵──!

하체부터 서서히 불에 타 사라져가는 오거스트.

“너희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죽는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분노한 오거스트의 피맺힌 절규가 사방에 메아리쳤다.

“너희는 모를 거다! 내가 죽으면-”

“알아.”

“!”

이제는 상체만이 남은 녀석이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다고?”

“어.”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은 둑이라는 것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균형의 추’라는 것을.

오마중에서도 그나마 말이 통하는 이 녀석은 암암리에 초인협회와도 커넥션을 가지고 있었다.

부회장 같은 과격파가 아닌 이상, 서로 상생을 해오던 관계. ‘최악’을 대신하던 ‘차악’이 바로 오거스트였다.

“내가 죽으면 마인들의 활동이 가속화될 거다.”

“안다.”

“오마가 준동할 거다.”

“그러겠지.”

내 인정에 오거스트의 눈이 흔들렸다.

“그걸 알고도 나를 죽이겠다는 것이냐?”

“어.”

“너는······”

“우리가 대신하면 그만이야.”

어느새 내 곁에는 소피아, 이본느를 비롯한 마경의 일행들이 모여있었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물론.”

나는 오거스트의 공백이 가져올 파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 공백이 불러온 파란을 나는 이터니티 검성전기를 통해 직접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게 두렵다고 이런 쓰레기를 마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네가 없어서 생길 혼란은 우리가 전부 대신할 거다.”

오마도, 마인들도 전부 감당하면 그만이었다. 그러기 위한 ‘마경’이었으니.

“그러니까, 그냥 죽어.”

화르르르─

불길에 머리마저 삼켜진 오거스트는,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데빌메이커 오거스트가 사망했습니다.]

시스템이 녀석의 완전한 죽음을 알려왔다.

그렇게, 오마의 일각이 무너졌다.

“······.”

한 세기를 군림해온 오거스트의 죽음이 쉬이 믿기지 않는지 모두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을 깨며 내가 입을 열었다.

“이제 마무리를 하죠.”

“···마무리요?”

시선이 마주친 소진의 되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전마법진을 가동해야죠.”

“아!”

소진은 뒤늦게 자신이 ‘반전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부탁하겠습니다.”

“예.”

마법진의 발동은 간단했다. 마법진의 중추는 그녀 자신이었으니.

스아아아아······

소진에게서 서리의 아우라가 일어나자, 섬에 새겨진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섬의 지면으로부터 새하얀 입자들이 눈송이처럼 뿜어져 나왔다.

“······와.”

“아름답네요.”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하늘의 눈이 거꾸로 쏟아지듯, 감정의 입자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웠다.

그러한 입자들이 섬 전체를 둘러싸고 솟아오르고 있었다.

“감정이 돌아오고 있어요.”

손에 닿으면 그대로 피부로 스며들어버리는 입자들을 매만지며 아멜리아가 미소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반나절을 화국에 체류하며 일행은 감정의 반절 이상을 섬에 빼앗긴 상태였다. 그런 빼앗겼던 감정이 되돌아오고 있던 것이다.

“뭔 느낌인지 나도 좀 알고 싶네.”

괜스레 소외되는 기분에 내가 중얼거렸다. 부동의 각인으로 인해 나는 감정을 빼앗기지 않았으니까.

“·········기분 나쁜 느낌. ·········안 느끼는 게 좋아.”

“알았다.”

나를 올려다보며 충고하듯 말하는 아나스타샤.

정령체로 살며 감정을 자각하기 전까지 무감인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지내왔던 아나스타샤는 감정이 없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얘는 내 가슴이 무슨 캥거루 아기 주머니도 아니고, 항상 고개만 내밀고 있다.

“·········해솔 인장 속이 아늑해서 좋아.”

“그래?”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우와아아아아!

돌연, 멀리서 기쁨의 함성이 들려왔다.

“가보죠.”

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더 이상 우리가 보았던 죽은 자들의 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돌아왔어! 돌아왔다고!”

“감정이 느껴진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에 겨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걔중에는 데몬스폰이었던 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이야.”

눈시울이 시큰했는지, 이본느가 붉어진 눈가를 닦았다.

“···예, 다행입니다.”

소피아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거스트가 죽으면서 기존에 데몬스폰이었던 이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나와의 계약으로 상위 진화를 이루어버린 마경의 인원들은 그것과는 무관했다.

그게 내심 신경 쓰였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섬의 사람들이 감정을 되찾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구──

돌연 느닷없이 땅이 흔들렸다.

“뭐, 뭐야? 지진?”

당황해 소리치는 은가예에게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섬이 가라앉고 있는 거야.”

“섬이 왜 가라앉아!?”

“섬을 유지시켜 주던 오거스트가 사라졌으니 당연한 결과지.”

화국이 부유할 수 있던 것은 사람들의 희생과 오거스트의 마기로 인해서였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원동력이 사라져버렸으니 섬이 가라앉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나저나 오거스트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섬을 부유시키던 마기를 끝끝내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만약 놈이 부유에 사용되던 방대한 마기를 거두어들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음에도. 하여간,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놈이었다.

쿠구구구구구───!

섬이 마구 요동치며 균형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넘어진다.

이대로라면 섬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순간,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한다. 낙하의 충격으로 모두가 죽고 말 것이다.

“이본느님.”

“예?”

“모두를 공간이동시키겠습니다.”

“!”

내 말에 이본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의문어린 눈으로 물었다.

“그게 가능할까요?”

“혼마력을 하나로 모으면 가능합니다.”

이본느, 소피아, 아렌, 리디아, 니엘. 이 다섯 사람이 지닌 혼마력의 양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마법진 없이도 섬에 퍼진 사람 모두를 공간이동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그리고 그만큼 방대한 혼마력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그릇은 오직 나밖에 없었다.

정신체가 되어가는 내 그릇이라면 제법 방대한 기운을 수용할 수 있었으니.

“제가 기운을 모으겠습니다. 그러니, 이본느님은 공간마법만 사용해주시면 됩니다.”

나 자신을 일종의 ‘마력석’처럼 다뤄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다섯 사람이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마스터, 괜찮겠습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멈추겠다.”

소피아를 비롯한 다섯 사람이 저마다 걱정을 내보였다.

“괜찮으니까 시작해.”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이윽고, 소피아, 이본느, 아렌, 리디아, 니엘. 다섯 사람의 혼마력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다.

콰과과과과과······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온 기운의 격류가 전신을 내달린다.

꽈앙─!

부딪히며 섞이는 다섯 개의 기운에 내 몸이 수차례 진동했다. 하지만 대해에 삼켜진 듯 금방 잠잠해졌다.

‘정신체’에 가까운 내 육체는 다섯 사람의 혼마력을 모두 수용해냈다.

“······.”

잿빛의 아우라에 휩싸인 내가 슬며시 눈을 떴다. 어마어마한 충만감이 전신에서 요동쳤다.

“준비됐습니다.”

내 말에 이본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겠습니다.”

내 등에 올라가는 이본느의 손.

나는 영혼을 개방한 채 그녀의 의지에 내 몸을 온전히 내맡겼다.

그리고.

───────!

기둥처럼 솟구친 회색의 기류가 섬 전체를 휘감는 것을 끝으로 의식이 날아갔다.

***

내가 의식을 차렸을 때는 어깨가 무언가에 꽉 붙들려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마스터! 일어나십시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은색 눈동자.

내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소피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괜찮으십니까?”

“소피아.”

“네, 마스터.”

“어깨 좀 놔줘요. 이러다 떨어지겠어요.”

“앗! 죄, 죄송합니다.”

내 어깨를 그러쥐고 있던 소피아가 황급히 손을 놓았다.

“싸운 지 얼마 안 돼 힘 조절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소피아를 보며 픽 웃던 내 몸이 순간 앞으로 기울었다. 놀란 소피아가 황급히 나를 받아 안았다.

나는 그대로 그냥 몸을 기대버렸다.

눈을 동그랗게 뜬 소피아의 입에서 내 본명이 튀어나왔다.

“해, 해솔님?”

“잠깐만 쉴게요.”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이라면 찻잔 하나도 못 들 자신이 있었다.

혼마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일시적인 탈진 증세가 온 듯했다.

소피아의 품에 기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정원 부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내 의식이 날아간 건 아주 잠깐이었던 모양이다.

“최아린의 저택이네요?”

“···예.”

소피아의 대답이 한 박자 느리게 나왔다. 그때 내 앞으로 다가오는 단아한 얼굴.

“괜찮아?”

“응. 잠깐 힘이 빠졌을 뿐이야.”

한세연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소피아가 아쉬움에 찬 숨을 내쉰다. 그 숨결의 의미를 해석하기도 전에 분에 가득 찬 소리가 들려왔다.

“아, 왜 남의 저택으로 오냐고! 여기가 무슨 난민캠프야?!”

“그치만, 부지가 여기밖에 안떠올랐는 걸.”

저택의 현관.

활짝 열린 문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은 최아린이 콧김을 쉬익쉬익- 내뿜고 있었다.

그 앞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을 하는 이본느를 보고 있자니, 아멜리아가 뛰어왔다.

“이거 보세요!”

그녀가 태블릿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액정에 비치는 건 웬 외국의 라이브 생방송 뉴스였다.

그리고 보이는 건 바다의 한 가운데에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섬.

─콰아아아아아······

“가라앉네.”

“···네.”

우리는 다 함께 앉아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섬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때, 내 앞에 떠오르는 상태창 메시지.

[시나리오 쾌스트 완료 : 오거스트]

[보상 : 융합력(S)]

[플레이어 이해솔의 신체가 정신체에 가까워집니다.]

‘이제 바빠지겠네.’

지금쯤 섬이 떨어진 것을 전세계의 권력자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오거스트가 죽은 걸 안 이상, 숨죽이고 있던 놈들이 날뛰겠지.

이놈은 개판으로 활동하던 마인들에게 ‘품위’와 ‘규칙’을 강요하던 녀석이었으니. 그렇다면 이쪽도 그에 따른 준비는 해야겠지.

나는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대며 이본느와 대화를 나누는 최아린에게 다가갔다.

현관 앞에 서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

다가오는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최아린.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맨날 안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놀리는 거라면 그만 둬.”

최아린의 표정이 착 가라앉았다.

그녀는 이 저택 밖으로 나가면 탐식의 저주에 시달리게 되니까. 그러니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그런 최아린의 입장에서 내 말은 비아냥처럼 들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비아냥이나 데자고 이런 말을 꺼낸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탐식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고 저택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오거스트가 사라진 빈자리도 메꿔야 되니까.’

가라앉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최아린에게 내가 바깥을 가리켰다.

“나가게 해줄게. 밖으로.”

커다랗게 떠진 최아린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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