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력은 없지만 아카데미에서 꿀빱니다-149화 (150/226)

§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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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한세연 / 이해솔 58점】

【2등 슌 리 47점】

【3등 오덕성 42점】

【4등 김호인 3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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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마수 사냥 실습은 가든에서 쉬다가 지나갔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등수는 공동 1등이었다.

그러나 내 진짜 일과는 방과 후부터 시작이었다.

아카데미에 개학이 찾아온 것처럼, 마경의 주민들도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할 때였으니까.

족쇄와도 같던 오거스트가 죽었으니, 마경의 주민이 세상의 표면에 모습을 드러낼 때인 것이다.

***

마수 웨이브.

이는 필드에 서식하는 마수의 개체 수가 폭증해 밖으로 쏟아져나오는 현상을 의미했다.

통상은 웨이브가 일어나기 전에 협회에서 마수의 개체수를 조절하기에 마수 웨이브가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그렇기에 마수 웨이브는 현대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물론, 해마다 간간이 일어나곤 있었으나, 이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나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발생 빈도의 80% 이상은 모두 ‘마경’에서 벌어진다.

콰과과과광──!

수백 발의 마력탄이 퍼부어지고, 오크들이 쓸려나간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흙먼지가 세상을 가린다. 그 흙먼지를 뚫으며 오크들이 전진한다.

“취이이!”

동료의 살점으로 배를 채우고, 피로 목을 축이는 추잡한 괴물들.

“마력이 다 떨어졌어! 누가 포션 좀 가져와!”

“틀렸어! 숫자가 너무 많아!”

초인협회 2팀은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오크 떼에 기가 질려버렸다.

평소와 같은 오크웨이브를 예상하고 인원을 편성한 게 실수였다.

100여마리의 오크가 남하하는 일은 매년 있던 일이고, 협회의 한 팀 정도면 쉽사리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현재 그들이 잡은 오크의 숫자는 무려 200마리가 넘어갔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밀려드는 오크의 물결에는 끝이 보이질 않았다.

“팀장님! 포션이 바닥났습니다!”

초인협회 2팀장 이희진의 표정이 구겨졌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오크의 대군.

이러한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오크의 상위 개체가 출현했을 때나 벌어지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 급증이라면 적어도 워리어급은 떴다는 소리인데.”

오크워리어라면 5성급 마수다. 하물며 마경에서 나오는 마수는 그중에서도 강한 개체다.

반면 그들은 200여마리의 오크 떼를 잡으며 마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해도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일개 한 팀이 2개의 웨이브를 막은 격이었으니까.

그런 기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최근에 개발된 연금제약 ‘세울’의 마력포션 덕택이었다.

통상보다 1.5배의 효율을 보이는 놀라운 마력포션. 그런데 의지하고 있던 그 마력포션마저 바닥이 나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후퇴를 택하기도 어려웠다.

여기가 뚫리면 마경의 밖까지 오크 떼가 밀려드는 것은 순식간이었으니.

마경의 안에서라면 모를까, 바깥에 퍼진 오크를 잡기 위해서는 그 배에 해당하는 피해가 발생할 건 자명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후퇴를 하지 않으면 개죽음이었다.

“마력이 바닥난 놈들은 먼저 빠져! 나머지는 나와 최대한 시간을 벌다 나간다!”

말과 함께 그녀가 막 오크 하나의 머리를 베어낸 시점이었다.

“팀장님! 지원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5분 내로 도착한답니다!”

“···뭐? 협회가 오려면 아직 먼 거 아니었어?”

“협회는 아니고, 용병이라고 합니다. 지원 규모는······”

대답을 하던 초인은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순간 말을 멈췄다.

“뭔데, 빨리 말해!”

이희진이 재촉에 초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떠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게······ 2명이라고 합니다.”

“씨발! 장난쳐?!”

화가 폭발한 이희진이 버럭 소리쳤다.

“필요 없으니까 꺼지라 해!”

이터니티에서 ‘용병’이라는 것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나마나 선수금이나 먹어보자고 구경온 놈들일 게 뻔했다.

“이태진하고 신동욱만 남고, 나머진 다 후퇴해!”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이희진이 소리쳤다.

“둘은 남아서 나와 차단 결계를 치고 간다!”

쿠웅─! 쿠웅─!

말을 하던 도중, 땅이 흔들렸다. 전방을 바라본 이희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크의 물결 너머, 일반적인 오크보다 수배는 거대한 오크가 존재했다.

“취이이이익──!”

오우거를 연상케 하는 덩치에 살기로 번들거리는 샛노란 눈.

오크 워리어다.

“쯧, 벌써!”

예상보다 빠른 오크 워리어의 등장에 표정을 굳힌 이희진이 소리쳤다.

“틀렸어, 다 빠져!”

차단 결계고 뭐고, 지금은 도망치는 게 급선무였다. 오크 워리어가 나타난 이상 시간을 버는 건 무의미했으니.

하지만 오크워리어는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콰우우──!

검은 아우라가 수십(數十)의 파편이 되어 날아들었다.

“미친! 무슨 마수가······!”

공간을 가득 메우며 날아드는 마기의 파편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과과광──!

“······어?”

마기의 파편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날아들던 도중에 모두 격추되어버린 것이다.

2팀 대원들 모두가 멍한 시선으로 한 곳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못 보던 한 남자가 그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용병?”

***

“명중.”

한세연의 [천리안]에 아나스타샤의 빛포화를 사용해 날아드는 마기들을 전부 격추한 내가 중얼거렸다.

“그쪽은 누구십니까?”

“용병입니다.”

“···용병이라고요?”

“말했을 텐데요, 5분 후에 도착한다고.”

“아, 예.”

“이야기는 다 끝나고 하죠, 시작한 것 같으니.”

내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본 대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새 달려 나간 소피아가 오크워리어를 향해 대검을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하여간, 소피아의 행동력은 알아줘야 했다.

피식 웃은 내 발치로 기력이 둥글게 펼쳐졌다. 나는 그것에 이기어검을 사용해, 양탄자를 타듯 떠올랐다.

“더럽게도 많네.”

위에서 내려다본 오크떼는 마경의 숲에서부터 협곡까지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 숫자가 족히 300마리는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주술사도 있다는 거겠지.”

천리안을 가동한 나는 누군가를 찾듯 놈들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내가 찾는 것은 ‘오크 주술사’였다.

제아무리 오크워리어가 오크의 상위종이라곤 해도 녀석 혼자 이 수많은 대군을 이끌 수는 없었으니까.

“취이익! 취익!”

자신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나를 보며 오크들이 발광을 해댔다.

하지만, 암만 발광을 해대봤자, 비행이 불가능한 녀석이 내게 닿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느긋하게 앉아 오크주술사를 찾았다.

“얼씨구?”

아니나 다를까, 오크의 행렬 속에, 요상한 차림의 오크 하나가 섞여 있었다.

작은 해골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와 지팡이를 들고, 볏짚 옷을 입은 오크.

오크주술사였다.

그런데 이놈이 정신이 나갔는지 되려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협회의 대원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나는 기력을 타고 녀석의 앞으로 날아갔다.

순간, 나를 향해 날아드는 새빨간 불덩이.

“위험합니다!”

그 모습을 본 초인 하나가 기겁해 소리쳤다. 불길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나를 덮쳐든 것이다.

“···아!”

시뻘건 불길에 집어삼켜지는 나를 본 초인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의 눈은 부릅떠졌다.

화르르륵──!

푸른 불길이 일어나 불덩이를 잡아먹어 버린 것이다.

그 속에서 나타난 나는 옷가지 하나 타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당연했다. 마기로 이루어진 불길은 불사조의 불길과 완전한 상하관계에 놓여 있었으니.

“취이익!”

놀란 오크 주술사의 지팡이에 다시금 불길이 맺힌다. 어른의 머리통만한 파이어볼이었다. 사람 하나정도는 순식간에 통구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불덩이.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내 표정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그거 안 통한다니까.”

지팡이에 맺혔던 불길이 장대비에 젖듯 푸시식. 꺼져버렸다. 내가 항마력을 이용해 지워버린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미친, 저걸 지워낸다고?”

놀란 초인들이 경악한 눈으로 나와 오크주술사를 번갈아 본다.

그도 그럴 게 오크주술사란 단순한 일개 마수가 아니었다.

무려 수백의 오크 떼를 조종하는 고위 마수.

군세를 다룬다는 특수성 때문에 6성으로 분류하는 전문가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고위마수가 내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으니, 그들이 보기에는 기겁할 만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취이익!”

미친 듯이 나를 향해 불덩이를 쏘아내는 오크주술사.

하지만 내게 닿는 녀석의 불덩이는 푸른 불길에 잡아먹혀 허무히 사라져버릴 뿐이었다.

오크주술사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녀석은 명성대로의 마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문제는 상성이 나빴다.

조잡한 마기가 상대라면 나는 통상의 수배에 달하는 능력치를 가지니까.

화아아아······

이카루스의 반지에서 솟구친 항마력이 공간을 하얗게 물들였다.

“취이이! 취이이!”

오크주술사가 저항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새하얀 기운이 녀석의 전신을 감쌌다.

“오, 오크주술사가······”

“미친! 항마력이 얼마나 많은 거야?”

이윽고, 오크 주술사는 뇌리를 잠식했던 마기가 날아가며 기절해버렸다.

화르르륵──

푸른 불길이 일어나 녀석의 육신을 태워 먹었다.

크아아아아─!

그때 들려오는 고통에 찬 괴성. 시선을 돌리니 어느덧 소피아 쪽도 끝나가고 있었다.

***

“저게 말이 돼?”

“혼자서 오크 워리어를······”

협회의 초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오크워리어가 도륙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대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오크워리어의 몸에 커다란 상처가 새겨지고, 푸른 피가 솟구쳤다. 그러던 어느 순간.

쿠우웅─!

녀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주술사에 이어 오크워리어까지 죽어버리자, 오크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우르르 숲으로 되돌아갔다.

“······.”

초인들은 할 말을 잃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고생했어요. 소피아.”

내가 다가온 소피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불사조의 불길이 소피아의 몸에 묻어 있던 푸른 피를 말끔히 지워버렸다.

“마스터야말로 오크 주술사를 그리 간단히 해치우시다니, 정말 훌륭하셨습니다.”

“······어? 봤어요?”

“그야 물론이죠! 마스터가 싸우시는 모습, 빠짐없이 모두 지켜봤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화답하는 소피아.

오크워리어가 그리 만만한 녀석이 아닐 텐데, 싸우는 와중에도 나를 일일이 지켜봤다니.

소피아는 과보호인지, 방치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믿음으로 나를 사지로 내몰면서도 이렇듯, 나를 본인보다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헛웃음을 지은 내가 기력을 일으켰다.

기력이 소피아의 몸에 스며들자, 지쳐있던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혼마력의 근원이 되는 기운이 기력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기력을 나누어주면 내 휘하의 데몬들은 모두 회복을 하는 것이다.

“어때요?”

“예, 마스터가 기운을 주신 덕에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방긋 웃으며 대검을 들어 보이는 소피아. 겉으론 저래도 분명 완전한 회복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크워리어는 제법 강한 고위마수였으니까.

소피아를 일별한 내가 옆에 멍하니 굳어있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예, 옛! 말씀하십시오!”

2팀장, 이희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의뢰금은 어디서 받으면 될까요?”

“그, 그건 가까운 지부에서······ 이곳이라면 연천이 가장 가깝습니다.”

“소피아, 저녁은 연천에 가서 먹죠.”

“네, 마스터.”

이윽고 멀어져가는 나와 소피아를 보며, 이희진이 눈을 깜빡였다.

“저 사람, 설마······”

“예, ‘마경의 주인’입니다.”

“그거, 엄청 유명인이잖아.”

“예, 그렇죠.”

“······.”

2팀원들은 우리가 사라질때까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

······마수를 정리한 다음 날도 나는 평범하게 등교를 했다.

아침조례를 기다리자니, 오전 8시가 딱 되자 담임인 하진우가 들어섰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출석을 부르기 전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갑작스럽지만, 전학생이 왔다.”

‘전학생?’

이 시기에 전학생이 오는 일은 없을 텐데? 누구지? 내가 갸웃거리며 지켜볼 때였다.

“들어와라.”

드르륵─

교실의 앞문이 열리며 하진우가 말한 전학생이 들어섰다.

“와아아······”

순간, 교실의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전학생이 그만큼 눈길을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자색 머리에 검은 눈, 도톰한 입술. 올라간 입꼬리.

퇴폐미가 물씬 흐르는 게 남자를 홀리게 생긴 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은 전학생이 올 시기가 아니었으니까.

“위콤브에서 온 학생이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니 다들 잘 챙겨주도록.”

“이리나 밀러예요. 잘 부탁드려요.”

이리나 밀러. 저 이름 또한 내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즉, ‘변수’였다.

그런데.

“음, 자리는······”

교실을 쓸어보던 하진우가 내게서 시선을 멈추었다.

“이해솔.”

“예?”

“네가 수석이니 반장이랑 잘 챙겨줘라.”

“······.”

“한세연부터 자리를 한 칸씩 옆으로 옮겨주도록.”

나를 제외한 내 줄이 모두 책상을 옆으로 한 칸씩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한세연을 보았는데, 괜찮다는 듯 옅게 웃어준다.

이내 나와 한세연의 사이로 ‘이리나 밀러’가 착석했다.

“잘 부탁해.”

이리나가 내 쪽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눈웃음을 쳤다.

진한 복숭아 향이 코끝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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