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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없지만 아카데미에서 꿀빱니다-168화 (169/226)

§ 168화

“···교수님, 빨리 도와요, 이러다 쟤네가 다 잡겠어요.”

금갑어와 대치한 이해솔과 아멜리아를 본 채유나가 윤선아를 재촉했다.

하지만 윤선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금갑어가······”

이해솔의 검이 휘둘릴 때마다, 물처럼 베여나가는 금갑어의 비늘을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저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를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비늘을 공략하는 것은 그만두고, 초고열로 녀석을 태워버릴 생각에 마도구까지 준비해온 터였다.

물론 태운다면 살코기는 버려야 하는 데다 내단까지 살짝 손상이 가겠지만, 그 외에는 사냥할 방도가 없기에 아깝지만, 탄 부분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서, 그것도 1학년 생도의 검에 금갑어의 외피가 물처럼 베여나가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검에 무슨 특별한 기운이 있다거나, 기프트를 쓰는 거라면 이해라도 하겠으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하물며 이해솔이 검을 사용하는 자세는 상당히 어색해 보였다.

‘검술 특기가 아니야.’

검을 쥐는 파지법부터 이상한 게 누가 봐도 초심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초심자의 검에 닿는 족족 잘려나가는 금갑어라니······?

“이게 어떻게······“

“교수님!”

“···어, 응!”

채유나의 외침에 윤선아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내버려 두면 눈앞에서 금갑어를 이해솔에게 완전히 빼앗기게 생겼으니까.

‘원래라면 끼어들지 않겠지만······’

영물을 조우할 수 있는 기회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다음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파지지직──!

그녀가 앞으로 뻗은 양손에 푸른 뇌전이 스파크를 튀겼다.

츠츠츠······

이윽고 그녀의 앞에 뭉쳐든 뇌전은 작달만한 다람쥐의 형상을 취했다.

그녀와 계약한 뇌전계 상급 정령, 플러쉬였다.

이윽고 윤선아의 의지를 읽은 플러쉬가 푸른 뇌전을 튀기며 금갑어를 향해 달려 나갔다.

***

사람에게 급소가 있듯 금갑어에게는 ‘마력의 선’이라는 급소가 존재한다.

물론 이는 있다 뿐이지, 이 마력의 선을 볼 수 있는 이는 이터니티에서도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아멜리아는 그 소수에 속했다.

“잠깐 눈 좀 빌리자.”

“예? 엇···!”

나는 아멜리아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맞닿은 손을 통해 내 기력이 그녀의 영혼에 이어졌다. 일종의 ‘가계약’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아멜리아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공유받았다.

오직 반쪽짜리 정령체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가계약’을 맺게 되면 매개가 되는 기력의 일부는 묶여버리지만, 아멜리아와의 거리만 멀어지지 않는다면 감각을 공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융합력의 상위호환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스아아아악──!

그람이 떨어져 내리는 금갑어의 옆구리에 난 마력의 선을 길게 베고 지나갔다.

첨벙─!

붉은 피가 섞인 물을 튀기며 금갑어가 늪의 아래로 사라졌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금갑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나는 녀석이 튀어 오르기 전에 비치는 마력을 훤히 볼 수 있었다.

츄아아악─!

솟구치는 녀석을 피해 몸을 이동하며, <신체가속>을 킨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릿하게 솟구치는 금갑어를 향해 그람을 휘두른다.

스아아아악──!

마력의 선에 그람이 걸리며 금갑어의 비늘이 길쭉하게 잘려 나갔다.

‘쉽네.’

내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마력의 선이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노리는 게 쉬울 리 없었으나, <신체 가속>을 통해 시간을 늦추니,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던 것이다.

금갑어의 내구도가 워낙 좋기에 이 짓을 얼마나 반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뭐, 하다 보면 끝나겠지.’

그렇게 내가 재차 솟구치는 금갑어의 외피를 향해 그람을 휘두를 때였다.

파지지지지직──!

푸른 뇌전이 옆을 스치더니, 금갑어에게 직격했다.

콰아아앙─!

눈 부신 스파크를 발하며 늪지대로 추락하는 녀석.

“됐다─!”

뒤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채유나였다.

지금의 뇌전은 윤선아의 정령이 저지른 짓이었던 것이다.

한편, 뇌전이 작렬한 금갑어는 수면 위에서 미친 듯이 몸을 퍼득이고 있었다.

누가봐도 심대한 타격을 입은 듯한 모습에 채유나와 윤선아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이를 보는 내 얼굴은 짙은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금갑어는 외부에서의 타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지닌 녀석이었으니까.

하물며 그게 정령체의 공격이라면 금갑어에게는 좋은 에너지 공급원이나 다름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퍼덕이던 녀석의 몸 곳곳에 난 상흔들이 급속도로 아물어갔다.

심지어 뇌격이 강했던 탓인지, 이를 흡수한 금갑어의 덩치가 살짝 비대해졌다.

“쯧.”

혀를 찬 내가 잔뜩 당황한 윤선아에게 소리쳤다.

“정령 치워요! 그거 역효괍니다!”

“···아, 알았어!”

황급히 정령을 거두어들인 윤선아가 채유나를 데리고 멀찍이 물러났다.

콰가가가가가──!

시커먼 아가리를 쫙 벌린 금갑어가 늪지대를 가르며 나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 들고 있었다.

녀석의 앞면에 마력의 선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금갑어의 덩치가 큰데다 입까지 벌린 탓에 단번에 가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람.’

[알았다.]

화아아아아······

그람의 검날 위로 푸른 마력이 물결치며 맺혀 든다.

마력의 검날이 뚜렷한 형상을 이루며 그람의 검신이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콰가가가가가──!

어느새 내 앞까지 들이닥친 금갑어가 나를 단번에 집어삼키려는 듯 시꺼먼 아가리를 들이민다.

그런 녀석을 향해 내가 들어 올린 그람을 내리그었다.

푸른 마력의 선이 허공에 그어지며 금갑어가 머리에서부터 반으로 잘려 나갔다.

콰아아앙─!

좌우로 갈린 금갑어가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침몰했다.

***

“······.”

윤선아는 반으로 갈린 금갑어의 사체에서 푸르게 빛나는 내단을 꺼내는 이해솔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솔직히 그녀는 금갑어가 이해솔에게 달려들 때까지만 해도 위기상황이라 여겼다.

그래서 언제든 도와주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던 것이다.

굳이 정령술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순수 마법 실력은 교수답게 뛰어난 편에 속했으니까.

하지만 잔뜩 긴장한 채 상황을 주시하던 그녀는 이해솔이 검을 들어 올린 순간, 마력을 그대로 거둬버려야 했다.

그건 이해솔의 검에 마력이 맺히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조용히 눈을 반개한 채 검을 들어 올리는 자세가 너무도 완벽했기에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버린 것이다.

조금 전까지 엉성한 검술을 남발하던 녀석과 동일인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해솔이 금갑어를 사냥하는 방식은 소름끼치게 효율적이었다.

직접 달려들어서 힘을 빼는 게 아니라, 다가서는 금갑어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녀석을 사냥한 것이다.

이는 평범학 생도가 떠올릴 수 있는 사냥방식이 아니었다.

금갑어가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면 보통은 늪지대를 벗어나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바로 금갑어가 노리는 것이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늪지대에서 격하게 움직였다간, 제아무리 초인이라도 금방 지쳐버릴 테니까.

하지만 이해솔은 움직이기는커녕, 무척이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금갑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늪지대와 금갑어의 습성을 잘 알아는 이만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게 1학년이라고?’

마수 사냥에 이골이 난 베테랑 초인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에 윤선아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때문에 그녀는 이해솔이 금갑어의 뱃속에서 은내단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염치가 있기에 저것이 자신의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

“이거지.”

은은하게 빛나는 황색의 내단을 본 내가 씨익 웃었다.

[금갑어의 내단]

─섭취 시, 신체스텟을 제외한 플레이어의 능력 일부가 상승합니다.

===

-기력 30%

-동화율 10%

-신체가속 Lv1

.

.

===

내 예상보다 더욱 놀라운 보상이었다.

특히 기력의 30% 증가는 내게 있어 어마머아마한 메리트였다.

기력은 그 무엇보다 활용도가 뛰어난 만능의 기운이지만, 그만큼 양이 현저히 적었기에 최대한 아껴서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30%씩이나 증가한다면 더 이상 아껴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활용도도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은 자명했다.

“우욱- 뭐예요 그게?”

내 옆에서 구경을 하던 아멜리아가 코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금갑어의 내단에서는 차마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정도의 구린내가 진동을 했던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삭힌 홍어 냄새를 10배쯤 지독하게 만든 수준.

‘좀 구역질 나긴 하네.’

하지만 그 값어치를 알기 때문인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자.”

나는 내단의 귀퉁이를 뚝 떼어서 아멜리아에게 내밀었다.

“욱, 뭐, 뭐예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는 아멜리아.

얘는 자기 코는 잘만 만지면서 유난히 청결을 고집한다.

“제 코는 깨끗하거든요?”

“그런 거냐.”

“네. 그리고 만진 적 없어요.”

어떻게 된 애가 내 생각에 맨날 반박을 해댄다. 이거 진짜 독심술이라도 익혔나?

아무튼.

“이거 내단인데 안 받아?”

“···내단이요?”

“어. 금갑어 내단.”

“그, 금갑어요?!”

내단이란 말에 눈을 말똥그랗게 뜨던 아멜리아는 금갑어란 소리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내 손에서 그토록 혐오스러워하던 내단을 덥썩 집어간다.

그 태도의 전환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가 되물었다.

“언제는 더럽다고 치우라며.”

“···금갑어의 내단이잖아요. 당연히 받아야죠.”

제 태도전환이 부끄러운 줄은 아는지, 아멜리아가 얼굴을 슬쩍 붉히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리고 저 때문에 잡은 거잖아요.”

“어, 덕분에 잡았네. 고맙다.”

아멜리아의 말도 사실이었기에 나는 바로 감사를 표했다.

아멜리아가 없었다면 금갑어를 잡는데 무진장 애를 먹었을 테니까.

‘어쩌면 잡기도 전에 선수를 뺏겼을 수도 있겠네.’

내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윤선아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사냥이 하루라도 늦었다면 윤선아에게 금갑어를 빼앗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대체 어떻게 잡은 거니?”

윤선아가 반듯하게 잘린 금갑어의 비늘을 들어 보이며 물어왔다.

“그걸 알려줘야 합니까?”

“···뭐?”

“교수님 탓에 위험해질 뻔했는데 사냥법까지 알려줄 도리는 없다는 말입니다.”

“······.”

내가 이리 쎄게 말할 줄은 몰랐는지 윤선아는 멍하니 입만 벌렸다.

물론 내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 거야 당연했다. 윤선아가 뇌격을 먹이지만 않았어도 금갑어의 사냥은 이보다 훨씬 수월했을 테니까.

“설마 그런 짓을 해놓고도 내단을 달라는 말은 안 하시겠죠?”

“···설마. 그건 네 거야.”

윤선아는 순순히 내단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인정했다. 물론, 그 옆의 채유나는 심통이 난 얼굴인 게 인정하기 싫은 눈치였지만···

지가 싫어서 어쩔 거야?

“알았으면 가보세요. 옆에서 쳐다본다고 나눠 줄 생각 없으니까.”

***

······8월의 선선한 가을.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주말.

김주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슬라임의 늪지대로 향했다.

금갑어를 잡을 생각에 김주혁은 벌써부터 마음이 잔뜩 들떠있었다.

그는 오늘을 위해 회를 뜰 명인을 초빙하고, 금갑어를 신선하게 운반하기 위한 냉동마도구와 아공간 주머니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다. 자그마치 5년이나 기다려온 순간이었으니, 실수란 있을 수 없었다.

“후후후.”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늪지대로 향한 김주혁은 문득 어딘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슬라임이 생각보다 많군.”

슬라임은 금갑어의 주식이었기에 개체수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오늘따라 슬라임이 유독 많다고 느껴진 것이다.

이상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늪지대에 도착했건만, 금갑어가 내뿜는 기포가 보이지를 않았다.

“음? 어디 갔지?”

의아해진 김주혁은 늪지대에 슬라임을 계속 던져가며 금갑어를 찾았다.

해가 창창한 점심나절부터 붉은 노을이 져오는 저녁 때까지. 무려 8시간 동안.

그리고 그렇게 8시간 동안 늪지대를 샅샅이 뒤진 끝에 김주혁은 잘려나간 금갑어의 비늘 조각들을 발견했다.

“어떤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노을이 져오는 늪지대. 김주혁의 외침이 필드에 아련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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