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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없지만 아카데미에서 꿀빱니다-169화 (170/226)

§ 169화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거예요?”

“먹기 싫으면 줘. 나 먹게.”

“아니, 누, 누가 먹기 싫데요? 해솔이 잡은 거니까 예의상 물어보는 거잖아요.”

아멜리아는 내단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잽싸게 제 품으로 가져갔다.

그러곤 금갑어의 내단 조각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구린내가 진동을 하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설마 그거 그냥 먹으려는 거 아니지?”

“예?”

내 말에 아멜리아가 커다란 눈을 순진하게 깜빡인다.

“그거 그냥 먹으려는 거냐고.”

“······당연히 그냥 먹을 생각은 없었어요. 냄새가 이리 나는데 이런 걸 어떻게 그냥 먹어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변명을 하는 아멜리아.

‘그냥 먹으려 했네.’

순진함이 가득 들어찬 노란 금안을 보며 내가 내심 혀를 찼다.

먹는 거라 했더니만, 그걸 곧이 곧대로 믿은 아멜리아가 정말 구역질을 참아가며 눈을 꼭 감고 내단을 삼키려 했던 것이다.

‘어휴, 큰일 날 뻔했네.’

금갑어의 내단은 독성을 띄기에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약은커녕, 사람을 죽이는 ‘맹독’이었다.

아멜리아는 이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내단’이란 아시아권에서나 유명하지, 서양인들은 이 내단이란 것에 대해 무지했다.

그들은 영물의 몸에서 나오는 내단을 섭취하기보다는, 가공을 해서 마력석과 같은 용도로 사용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니 아멜리아가 내단의 섭취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도 당연한데, 나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저리 냄새가 나는데 일말의 의심도 안하다니······

“너 모르는 사람이 전화하면 받지 마라.”

“안 받거든요?”

“그래?”

보이스피싱을하면 순진하게 넘어갈 것 같은데 말이지.

얘는 머리는 총명한데, 사람 말을 너무 잘 믿는 게 탈이었다.

뭐, 제가 신뢰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그러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런데 아까 그건 어떻게 된 거예요?”

“뭐가?”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 같은 감각이요.”

“···뭐?”

아멜리아의 말에 내 눈이 살짝 커졌다.

“시간이 느려져?”

“예. 해솔이 제 손을 잡은 뒤로-”

“자세히 말해봐.”

내가 말을 끊자 입술을 살짝 삐죽인 아멜리아가 자신이 느낀 감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금갑어가 튀어 오를 때마다 순간적으로 붕 뜨는 감각이 느껴지면서 체감시간이 느려졌어요.”

“······.”

내게서 말이 없자 아멜리아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안 좋은 거예요?”

“아니, 그거 내 능력이야.”

“···예?”

아멜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소환사와 정령은 가계약을 통해 서로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그 가계약의 매커니즘을 통해 아멜리아의 ‘시야’를 공유받음으로써 금갑어를 사냥했다.

이는 융합력을 이용한 능력의 공유보다 훨씬 직접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나만 아멜리아의 감각을 공유받은 것이 아니라 역으로 아멜리아에게까지 내 감각이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녀가 느낀 시간이 느려지는 감각은 내 ‘신체 가속’의 능력이었으니까.

‘완벽하게 공유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슬로우모션과 같이 느려진 감각을 느낀다면 아멜리아는 그보다는 훨씬 약소한 수준의 느려짐을 체험했다.

가계약이기 때문이거나, 상성의 문제라 봐야 할 듯싶었다.

기력으로 이루어지는 내 감각은 아멜리아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었을 테니······.

아무튼 그나저나.

“효과 죽이네.”

나는 한세울에게 부탁해 금갑어의 내단을 정제한 엑기스를 복용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당장 ‘마경’의 가파른 돌산을 뛰어다니고 있는데도 숨 하나 차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금갑어의 내단에는 내 신체스텟을 늘려놓는 효능은 없었다.

다만, 기력의 30%증가란 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늘어난 기력이 내 부족한 신체능력을 메꿔주고 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본적인 신체능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은 무리였지만.

삐익──

“10분 36초입니다.”

돌산을 뛰어 내려오자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소피아가 타이머를 멈췄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소피아가 건네주는 수건과 물병을 받아 땀을 닦고 물을 마시고 있자니 그녀가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2분 12초가 단축되셨습니다.”

“오, 많이 줄었네요.”

“예, 슬슬 무게를 늘려도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입고 있던 얇은 겉옷을 벗어 내려놓았다.

쿠웅─.

얇은 소재의 원단이 바닥에 뚝 떨어지더니, 땅이 울렸다.

마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무게를 늘린 옷이었다. 무려 20kg씩이나. 물론 이는 내 자의로 입은 옷이 아니었다.

분쇄자의 훈련과 더불어 내 체력단련의 커리큘럼은 항상 소피아가 짜주고 있었으니까.

최근에는 내 몸에 무게를 달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가 아멜리아를 통해 만화를 접한 시기와 묘하게 일치했다······. 아무래도 그쪽에서 영감을 얻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가 건네준 물을 받아마시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피아씨.”

“예?”

“물맛이 오늘따라 조금 다른데요?”

뭔가 묘하게 청량하다고 해야 되나, 기운이 난다고 해야 되나. 탄산수같이 톡 쏘는 느낌도 있는 것이 보통 물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이건 뭐랄까.

“혼마력?”

“역시 해솔님이십니다.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예? 정말 혼마력을 넣었어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소피아가 싱긋 웃어보였다.

“예, 요즘 마경에서 음식에 혼마력을 넣는 것이 유행이라 넣어봤습니다.”

그리 말한 소피아가 은근히 기대가 어린 얼굴로 감상을 물어왔다.

“어떻습니까?”

“음, 괜찮은데요?”

“정말인가요?”

“예, 괜찮네요.”

내게서 좋은 평을 듣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인지, 놀라 되묻는 소피아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닌 게 아니라, 혼마력의 뿌리가 기력이라 그런지, 물을 마시자마자 훈련으로 소모되었던 기력도 어느 정도 돌아왔던 것이다.

‘이 톡 쏘는 맛이 묘하게 중독되는 것 같기도 하고···’

소피아의 물에 혀를 가져다 대자 탄산수처럼 톡 쏘는 감각이 들었다.

이는 소피아의 혼마력에 ‘마기’가 섞여 있기 때문이었다.

파랑이와 아나스타샤로 인해 ‘성 속성’을 띄는 내게 마기란 상극이다.

자연 소피아의 마기 또한 내게 반발하기에 입안에서 치이익- 타오르는데, 이게 꼭 탄산수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좋은데?’

혼마력의 마기는 극히 미미하고 변질이 된 것이기에 내게 해를 입힐 수준은 아니었다.

되려 약간의 자극을 주는 게 짜릿하다. 그러나 나는 이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저리 눈을 별처럼 반짝여대는 소피아는 위험했으니까.

실수로 좋다의 ‘좋’자라도 꺼냈다간, 오늘부로 모든 요리를 혼마력과 함께하는 수가 있었다. 그런 건 죽어도 사양이었다.

***

······이터니티 아카데미의 기숙사.

채유나는 손톱을 깨물며 방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내 금갑어···”

정령수업에서의 굴욕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금갑어마저 눈앞에서 빼앗긴 그녀는 이해솔에게 엄청난 복수심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뒤틀리기만 하는 뱃속에 그녀는 이해솔의 주위를 낱낱이 파헤쳤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알게 된 것은 이해솔이 최근 제약쪽으로 떠오르는 연금제약 한울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위이이잉─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하자 채유나가 액정을 확인했다.

[벨]

눈을 번뜩인 그녀가 재빨리 통화를 연결했다.

“벨씨. 통화 기다리고 있었어요.”

─예,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죠?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리 서론을 꺼낸 채유나는 자신의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적당히 각색하고, 돈과 사람만을 잠깐 빌려달라는 식으로······.

***

······최근 한세연이 벌이기 시작한 ‘마인 통합’ 계획으로 인해 이리나에게는 한 가지 원대한 꿈이 생겼다.

‘흑막.’

말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살이 떨리는 단어다.

그녀는 초인사회에 강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흑막’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밑으로 계속해서 ‘신입’들이 들어오고 있는 이상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었다.

“뭘 또 혼자 실실 쪼개고 있어?”

“닥치고 다른 놈들 찾기나 해. 일 안 하고 논다고 말하기 전에.”

“넌 나중에 내 손에 죽을 거야.”

“죽여보던가.”

“쯧.”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구긴 청년이 물러난다. 이리나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꽃이 피었다.

“후후.”

지금 물러간 청년이 누군지 잘 알기에 그가 자신의 말을 듣는 이 상황이 너무도 즐거웠던 것이다.

─교만의 마인, 웨인.

청년은 칠악 중에서도 그 무력이 수위에 속하는 대마인이었다.

같은 마인조차 아무렇지 않게 죽여버리는 녀석이었기에 솔직히 대화를 나눌 때마다 이리나는 살이 떨렸다.

그녀가 아무리 칠악이라지만 웨인에게는 끝발이 한참이나 딸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쫄 필요는 없었다. 여기는 들어온 순서가 깡패였으니까.

“아, 늦겠다.”

커피를 우리던 그녀가 쟁반을 들고 얼른 거실로 뛰어갔다.

장작이 타오르고, 벽 하나가 거대한 통유리로 이루어진 저택의 홀.

새하얀 대리석 식탁에 한 여인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렸지? 여기 커피.”

이리나가 얼른 그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

한세연에게서 말이 없자, 이리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설마 자신이 커피를 조금 늦게 가져온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건가?

‘헙!’

가슴이 철렁인 이리나가 얼른 변명의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위이이잉──

때아닌 진동음이 조용한 적막을 깼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한세연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있었다. 이리나는 눈을 굴려 액정을 힐끗 바라보았다.

[해솔이♡♥]

이름의 옆으로 작고 큰 붉은 하트 두 개가 붙여져 있었다.

순간, 무표정했던 한세연의 얼굴에 방긋 웃음꽃이 피었다.

“응, 해솔아.”

─도서관은 끝났어?

“응, 방금.”

─그래? 지금 마경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가봐야 하는데, 같이 갈래?

“당연히 같이 가야지.”

─아무래도 마인들 짓인 것 같은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고맙다, 그럼 가서 보자.

“알았어, 금방 갈게.”

연신 미소를 띤 채 통화를 끝내는 한세연은 조금 전까지 무표정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었다.

“식었네. 이건 내가 마실게.”

통화를 하느라 식어버린 커피를 이리나가 얼른 들어 올렸다.

“가볼게.”

“응. 잘 다녀와.”

한세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리나가 얼른 앞장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한세연이 저택을 나서자, 이리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 어떤 운 안 좋은 놈이.”

그녀도 통화를 들었기에 이해솔에게 마인들이 엮여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필이면 한세연을 상대해야 하는 불운한 마인들에게 이리나는 조용히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멍청한 년도 잘라버릴까.”

마인들이 일을 벌이고 있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자연스레 자신의 ‘사업’이 연관되어 떠올랐다.

이리나는 초인사회의 ‘흑막’이 되기 위한 야망의 첫발로 한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적당히 멍청하고 주무르기 쉬운 녀석들을 골라 키워내는 것. 그렇게 머리가 큰 그들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놈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이리나는 요즘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최근에는 한 멍청한 여자에게 투자를 한 것을 살짝 후회까지 하고 있었다.

“애들 싸움에 사람을 빌려 달라니.”

대충 흘려들었기에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정말 별 것 아닌 일에 복수를 한다며 사람을 빌려달라는 것이었기에 이리나는 기가 찰 지경이었다.

“얼마나 애를 막나가게 키웠으면.”

뭐, 이런 여자니까 자신이 후원을 하는 것이지만.

위이이잉──

마침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온 것을 확인한 이리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며 통화를 연결했다.

“아, 예. 유나씨.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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