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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57)화 (57/204)

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57화

“그 어떤 무기로 겨뤄도 단목세가는 지지 않아!”

곁에서 조용히 서 있기만 하던 단목성이 돌연 버럭 외친 것이다.

단목성의 외침에 금종하는 거의 뺨이라도 맞은 듯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이내 그 역시 발끈했다.

“도법으로는 그래도 우리가 절강성 제일이거든!”

“아니! 단목세가는 그 어떤 무공으로도, 그 어떤 무기로도! 절대! 지지 않아!”

“아니, 아니, 아니! 우리가 제일이라고! 흐, 흥! 단목세가에 도법이 있긴 한가?”

“당연히 있지! 하 참. 가문에 도법밖에 없는 애들은 남들도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봐. 역사와 전통이 깊은 우리 단목세가에는 당연히 도법도 있거든?”

“있어? 그래? 좋아, 그럼 도법으로 겨뤄 보면 되겠네!”

“얘, 얘들아? 잠깐만…….”

“도련님, 도련님!”

당혹스러워하는 건 금가장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놀람을 수습할 새도 없이 단목성이 냅다 외쳤다.

“좋아! 겨루자!”

여기까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금종하가 손을 꼽으며 날짜를 헤아렸다.

“그럼 한 달 뒤에…… 지난번에는 단목세가에서 했으니까 이번엔 금가장에서 붙는 거다!”

“흥, 그래! 마음대로 해!”

금가장의 식솔들이 안절부절못하다가 등을 홱 돌려 사라지는 금종하를 서둘러 뒤따라갔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눈동자에서 푸른 불꽃이 펄펄 튀던 단목성이 슬그머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세가에…… 도법이 있는 거 맞지?”

* * *

“…….”

“…….”

“어…… 어떡해요, 도련님…….”

먼저 자리를 뜬 금가장 사람들은 모두 금종하를 쳐다보았다.

“아아아아…….”

하지만 금종하 역시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싸매는 중이었다.

“어머니한테 엉덩이 맞는 거 아니야?”

“서, 설마 마님께서 그러시지는 않지…… 않을까요?”

“으아아아! 단목련하고 비무 하고도 정신 못 차렸냐고 난리 나겠지?”

“아시면서 왜 그러셨어요…….”

“진짜 어떡하지? 어머니 아버지도 문제고 비무는 또 어쩌지? 단목련은 진짜 다 알고 있을 텐데…….”

아버지 금적걸은 단목련이 쓴 그 글을 필사하여 원본은 따로 보관하고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필사본을 다시 읽곤 했다.

그건 금종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했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자 스러지고, 단목련이 써 준 것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연습하다 보면 성취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들의 도법을 보통 날카롭게 꿰뚫어 본 게 아니었다.

어쩌면 단목련은 천재인 게 아닐까? 아니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런 단목련이 아마 그 여자애 옆에 딱 붙어서 교습해 줄 텐데…….

“아, 아니지. 아니야. 나도 진짜 많이 늘었어. 그렇지?”

벌떡 일어난 금종하가 하인을 붙잡고 물었다. 하인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도련님은 원래도 재능이 출중한 편이었고,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 달리 보일 만큼 실력이 늘어 금가장의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다.

“그럼요. 엄청 많이요!”

하지만 그 대답에도 금종하는 도리어 불안한 표정으로 손끝을 초조하게 문질렀다.

“그래도 그 녀석은 진짜 나보다 날 더 잘…….”

“다, 단목세가 아기씨들을 그렇게 부르시면 안 돼요.”

“넌 누구 편이야?”

“도련님 편이니까 그렇죠…….”

하인이 반쯤 울 것 같은 눈으로 말했다. 금종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사고는 이미 쳤고 돌이킬 수 없었다.

“아냐…… 아니야. 차라리 잘됐어.”

“이게 어떻게…… 요?”

이제 완전 단목세가와 척을 질지도 모르게 됐는데 어떻게 잘된 것일 수가 있단 말인가?

척만 지면 다행이지, 행여나 비무에서 지기라도 했다간? 이미 한 번 졌는데!

“어…… 어차피 그 비무에는 단목련…… 아, 알았어, 그렇게 보지 마! 련 소저! 련 소저도 올 테고.”

“그러시겠지요?”

“그럼 복기도 같이할 테니까.”

“그러…… 실까요?”

“그래. 지난번에도 한 명 더 끼워서 셋이서 했어…….”

금종하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그날의 비무가 떠오른 탓이었다.

그날은 금가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단목련이 손을 들어 올리거나 할 때마다 저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말하면 돼.”

금종하는 앞으로 있을 비무 날의 복기까지 가정하여 계산을 마쳤다.

단목련의 눈은 해답지다. 아버지는 단목련이 어디서 뭘 보고 암기해서 적어 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금종하는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게 한 두 번째 비무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또한 이제 단목련과 자신은 벗이 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단목련은 이번 비무에서도 지난번과 같이 또 ‘해답지’를 써 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만 얻을 수 있다면!

이번 비무의 승패와 상관없이 여기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자신일 것이다. 아마도……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렇겠지?’

금종하는 괜히 자신의 엉덩이를 한번 쓸어 본 다음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걸음을 옮겼다. 오늘 있었던 일을 집에 보고해야 한다.

* * *

외출을 나갔던 딸이 씩씩거리며 돌아왔으니 단목현요도 난리가 났다.

“성아야, 설마 련아랑 싸웠니……?”

“아뇨!”

단목성은 걱정스러운 어머니 앞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침착하게 말해 주었다.

련아에게 거리를 구경시켜 주다가 금가장의 금종하를 만났다.

그가 같잖게 시비를 걸기에 당당하게 부딪쳐 승부하기로 했다!

당장 열의로 불타 련과 함께 서고로 간다는 딸을 보내 준 단목현요는 이마를 짚고 옆에 선 남동생을 휙 쏘아보았다.

“금가장 놈들을 봤는데 넌 그걸 그냥 보냈어?”

사실 단목세가에서 금가장이라면 맷돌에 갈아버릴 사람이 바로 단목현요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게 금적걸의 의도라는 걸 죽어도 의심하지 않았다.

세상에 우연한 비극이 어디 있나.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다쳐야만 했던 동정혈사도, 단목련이 태어나던 날 있었던 침입 사건도 전부 혈라곡이 작정한 것이지 우연은 아니었다.

오라비를 죽이고 승승장구한 가문에 대한 단목현요의 적의를 정제하면 중원 무림의 절반쯤은 불태우고 남으리라.

“네가 제일 먼저 칼부터 뽑지 않고 뭐 했니!”

“어, 어린애였어요, 누이. 금종하라고, 금 장주의 아들이었다고요…….”

“그 집 아들내미로 태어나서 좋은 건 다 누려 놓고선, 제 아비 원한만 쏙 빼놓고 물려받겠다고?”

“그 애는 이미 련아한테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니까요. 지난번에 비무 하러 왔다가요. 두 번이나요…….”

금종하야 두 번째 비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지만 사실 어른들이 모르는 건 아니었다.

복기와 논검을 하러 간 애가 눈물콧물 다 빠진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어찌 모를까?

같이 있던 련이 몹시 미안해하면서 어떻게든 사과하려고 하니 별수 없이 물러났던 것이지.

“그…… 그건 련아가 잘했네. 우리 집안에서 그 애가 제일 낫구나. 성아 빼고.”

“아이고, 네, 네.”

“아니 근데 그 애는 그럼 뭐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말을 걸었니?”

“어릴 때는 뭐 싸우면서 크기도 한다니까.”

“그 애는 그렇다 치고, 너는 애들이 사고를 치는데 그걸 안 말리고 뭐 했어?”

단목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이 말대로 애들 사고인데 뭘 그래요?”

“련아랑 그 금씨네 어린애가 한 건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둔 거야?”

“우리야 나쁠 거 없잖아요.”

단목현우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이쪽에서 주력하는 건 검법이니 도법으로 맞붙어서 진다고 해도 큰 흠은 아니었다.

단목현요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쁠 거 없다니! 성이 말이 어디 틀린 게 있어? 우리가 절강성 제일의 세가인 건 그 어떤 무기를 상대로도 패배하지 않기 때문이야! 여기서 지면 단목세가도 어쩔 수 없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릴 거 아니니!”

단목현우는 절강성 제일의 세가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지는 제법 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련아는 뭐라 하더냐?”

“네?”

그때 자식들의 언쟁을 지켜보고만 있던 단목천기가 나직하게 물었다. 단목현요가 긴장된 듯 파드득 몸을 떨며 반문했다.

“그 자리에 련아도 있었을 거 아니냐. 련아가 뭐라 했느냐고.”

단목현요는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지만, 단목현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배워서 이기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문의 도법인 흑풍단천도 비급을 가지러 갔습니다.”

“흠.”

“누, 누가 그 도법을 배워서 상대해?”

“당연히…….”

‘당연히 성아가’, 라고 대답하려고 했던 단목현우는 잠깐 말을 멈추고 고민했다.

벌모세수를 받고 검술 조금 배운 것으로 곧장 금종하를 꺾은 단목련이었으니 그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애는 분명 도법도 금방 배울 것이다.

“음…… 련아가 배울 수도 있겠죠?”

“뭐?”

“련아는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 가문의 검을 본격적으로 익히지 않았을 테니, 이참에 도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단목현요가 눈썹을 날카롭게 치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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