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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61)화 (61/204)

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61화

단목한소는 련에게 벌모세수를 해 준 두 사람 중 하나였다. 무림인이 쌓아 올린 무공은 그의 목숨과도 같은 것인데, 그는 련을 일으키기 위해 내공을 유실하고도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않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이 내공까지 태워 가며 일으켜 세운 가문의 적손이 이리 비실거리는 모습인 걸 보고 저 정도 반응인 거라면 정말 대단한 성인군자 아닌가.

“좋다. 숨을 좀 돌렸으니…… 이제 너희가 배울 흑풍단천도를 보여 주마.”

마침내 단목한소가 두 소녀를 멈춰 세우곤 자신의 두툼한 도를 집어 들었다.

련은 침을 꼴깍 삼키고서 그녀의 심안을 끌어올렸다. 련의 눈동자 위에 떠오른 별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단목한소

특성 : 힘줄수집가 /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 자존심 강한 / 쾌속

흑풍단천도 : 10성(11성)

무한보 : 7성

유성진결 : 11성

자질과 오성 : 상-하(上-下)

고민 : 사천성에 고기요리 맛있는 집이 어딜까?

도움말 : 많은 내공을 잃은 상태입니다. 기력을 보하세요.

그리고 그녀의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

* 심안 6성 성취 (1▲)! *

장점을 볼 수 있습니다.

조화 : 7성 -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안 : 6성 - 장점을 볼 수 있습니다.

정화 : 3성 - 사기를 정화할 수 있습니다.

‘우와…….’

련은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깜박였다.

검의 명가에서 혼자 도를 쥐겠다고 했을 때는 분명 말리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지금 련과 단목성을 보며 다들 걱정하는 것처럼─ 과연 다른 무기를 쥐고도 유성십팔숙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 주는 몸놀림이었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단목한소의 도는 자유롭고 거침없이 움직였다.

궤적을 그리는 별이라기보다는 타오르는 장작불의 불티처럼 어디로 향할지 알기 어렵고 자유분방한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확실히 서책만 봐선 정확히 알 수가 없구나.’

막연하게 이해만 되었던 것들이 선명하게 물밀듯 들어왔다. 어째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의아했던 것들이 모두 이해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단목한소가 그걸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냥 검보다는 도가 좋았던 자유롭고 순수했던 청년이 단목천기를 만났고, 세가에서 점점 중요한 일원이 되어 가면서 스스로의 힘을 증명해야 했던 그의 나날들이 칼의 궤적에서 읽혔다.

“이게 너희가 익힐 도법이다. 흠. 이게 한 달간 수련한다고 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뒷말은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

“그럼 이제 해 봐.”

“네?”

“네?”

두 소녀가 나란히 반문했다. 단목한소는 미간을 찌푸렸다.

“봤으니 알 거 아니냐. 해 보라고.”

‘할아버지 사람이라더니 둘이 똑같잖아.’

단목천기도 검술을 한번 보여 주더니 그대로 해보라고 했었다.

“구…… 구결은요?”

당황한 단목성이 묻는 말에 단목한소는 대답 없이 팔짱을 끼고서 턱짓만 했다. 두 소녀가 쥔 연습용 목도를 가리키며.

스승이 하라는데 별수 없다. 두 소녀는 나란히 목검을 쥐었다.

련은 머릿속으로 그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손에 쥔 목도를 천천히 휘둘렀는데, 마침내 모든 초식 운용이 끝났을 때 왜인지 단목한소의 얼굴은 처음보다 훨씬 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처음 본 동작을 무작정 따라 하느라 숨을 헉헉대던 단목성은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곤 눈동자를 굴렸다.

거기다 숨이 차기로는 단목성보다 련이 더했다.

‘허억, 흡, 허억, 아니, 왜 노려보고 그래!’

단목천기가 련을 제법 굴렸는데도 아직 부족했다. 그래도 이젠 한 번 보고 따라 했다고 뒤로 넘어가진 않으니 다행이긴 했다.

단목한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두 사람이 목검을 내릴 수 있게 허락해 주고는 말했다.

“……흠. 둘 다 체력 단련이 좀 더 시급하겠구나.”

뭘 잘했다, 못했다 하는 얘기도 없었다. 그리고 단목한소는 그대로 수업을 이어 나갔다.

“그럼 첫 번째 초식부터 다시!”

* * *

단목성은 무공을 배우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검과 도는 비슷해 보였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고, 성은 자신이 검을 휘두를 때보다 도를 휘두를 때 훨씬 더 분명하게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따악!

“악!”

“또, 또! 상대를 바라봐야지 자기 자신의 도만 쳐다보면 안 된다 하지 않았느냐!”

“자, 잘못했습니다!”

“재능이 있어도 집중하지 못하면 말짱 헛거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집중하겠습니다!”

단목성이 빽 소리치고 훈련용 도를 고쳐 쥐자, 앞에 선 단목한소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유해졌다.

하지만 그 얼굴이 련 쪽으로 향했을 때는 다시 딱딱하게 변했다.

원체 표정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련의 눈에는 보였다.

‘사람이 체력 좀 부족하다고 그렇게 노려볼 일인가? 그래도 할아버진 나름 잘한다고 해 줬는데.’

괜히 투덜거린 련이 목검을 쥐고 단목한소 앞에 섰다.

방금 단목성이 했던 것과 같은 대련─이라고 쓰고 그에게 두들겨 맞는 일이라고 읽는다─ 을 할 차례였기 때문이다.

내공 운용을 거의 못하는 또래들끼리의 비무는 체력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었지만, 닳고 닳은 고수인 단목한소 앞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단목성이 당한 것처럼 련 역시 한참이나 단목한소에게 여기저기 두들겨 맞던 와중.

돌연 휙 다가오던 단목한소의 연습용 목도가 우뚝 멈췄다.

“……?”

아무래도 힘이 부족해서 이번 건 제대로 막지 못하고 나뒹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단목한소가 멈춰 선 바람에 련까지 놀라서 눈을 둥글게 떴다.

“왜……?”

“왜 그렇게 목도를 움직였느냐?”

“네?”

단목한소의 목소리가 조금 빠르게 느껴졌다. 련은 비스듬하게 들고 있던 자신의 목도를 흘끗 바라보곤 좀 더 이전의 자세로 되돌렸다.

자신이 단목한소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 펼친 건 흑풍단천도의 열한 번째 초식이었다.

다만 도입부가 반 호흡 빠르고, 중반부터는 반 호흡 느려지게 움직였지만.

“음, 그러니까 지금은 제 왼쪽 어깨로 공격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건 왜 그렇게 생각했지?”

련은 여기서 솔직하게 말할지 말지 조금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솔직히 얘기하기로 했다.

“그…… 그 직전에 제가 오른쪽 방어는 자신 있게 막아 냈으니까 이젠 왼쪽의 취약점을 알려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

단목한소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가 겨우 풀곤 말을 이었다.

“좋다. 그건 그렇다고 하고 열한 번째 초식은 내가 알려 준 것과는 좀 달랐는데.”

“아니에요! 흑풍단천도의 흑풍은 별을 떨어뜨릴 정도로 거센 바람인데, 바람은 불규칙해 보이지만 인간은 알기 어려운 규칙으로 움직인다고 하셨잖아요.”

“흠.”

“그러니까 그 규칙을 좀 응용해서…… 불규칙해 보이는 움직임으로 만든 것뿐이에요. 완전히 똑같은 동작이었잖아요.”

단목한소는 침묵했다. 련의 말대로 빠른 정도가 조금씩 달랐을 뿐, 확실히 똑같긴 했다.

“그 규칙은 어떻게 응용했느냐? 아니, 왜 응용했느냐?”

어떻게 했는지야 단목한소 정도 되는 인물이 꿰뚫어 보지 못할 리가 없다.

정말로 중요한 건 거기서 그렇게 움직이기로 생각한 까닭이다. 련은 단목한소에게서 열기를 느끼며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음, 저보다 힘이 강한 사람을 상대하는 거니까. 먼저 빠르게 무기를 움직인 다음에 자세를 정확하고 단단히 잡고 대응할까 하고요.”

련은 머쓱해져서 손끝을 꼼지락거리다가 얼른 덧붙였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변칙적인 움직임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만든 도법이니까 그냥 한번 해 봤어요.”

하지만 단목한소의 날카로운 눈빛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옆에서 련의 말을 귀담아듣던 단목성도 더욱 깊어진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 * *

련은 등 뒤에 꽂히는 단목현요의 시선에 복잡한 마음이 섞인 것을 알아챘다.

단목성은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열의에 차서 자신의 도를 연마하는 데 열중했다. 사실 중간부터는 금가장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 딸이 검으로 대성하길 바라는 단목현요의 마음과 좋아하는 것에 들떠 몰두하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 함께 뒤섞이고 만다.

단목한소에게 도를 배운 단목성은 본디 부지런한 학생이라면 스승이 없을 때에도 배운 걸 복습해야 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이유로 함께 공부하자고 련을 끌고 왔다.

그것이 바로 이 오후의 간식 시간 겸 이론 자습 시간, 단목현요의 심사를 복잡하게 만드는 한때의 정체였다.

단목현요는 두 소녀 곁에 다과를 내주라고 하곤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단목성은 어머니가 떠나는 걸 흘끗 보곤 팔짱을 끼고서 련을 바라보았다.

“서로 한 번씩 주고받기로 했지. 그러니까 네가 먼저 물어봐.”

아무래도 연약한 사촌에게 먼저 도움을 주지 않으면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럼 성아야, 흑풍단천도 말이야. 다섯 번째 초식에서 뒤로 반 바퀴 돌아가는 건 무얼 위해서 그러는 걸까?”

단목성은 잠깐 딱딱하게 굳었다가 어깨를 조금 모으곤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련이 묻기 전까진 동작의 이유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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