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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136)화 (136/204)

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136화

부친은 반쯤 졸도하고, 가문 사람들은 믿는 사람 반 못 믿는 사람 반, 그리고 폭발하는 청련수 문의…….

“진청련수 가격은 내가 임의로 조정해 올렸는데, 그 두 배 가격으로 매진이 되었다.”

“오…….”

“순청련수도 마찬가지고.”

“오…….”

액수가 너무 커지면, 놀람이나 얼떨떨한 단계도 지나가 덤덤해지기 마련이다.

련은 견위운의 손길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외로 백약청이…… 아주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백약청이요?”

“아버지가 직접 드셔 보시곤 가격을 좀 높게 책정하셨는데 어느새 그게 다 팔렸다. 그리고 항주 각지의 의원들에게서 문의가 꾸준히 들어와.”

“잘됐네요!”

“단목세가 약당의 이름이 드높아지고 있으니 좋은 일이지. 슬슬 의각으로 다시 확대할 생각은 없느냐?”

“때가 되면 복구하긴 해야 할 텐데…….”

련은 입술을 꾹 다물고 생각했다. 청련수로 약당 규모를 키우면서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좋은 의원은 사람을 살리고 나쁜 의원은 사람을 죽이다 보니 섣불리 들여놓기가 저어되었다.

“어른들이 정하지 않으시면, 일단 제가 좀 더 커서 정해 볼까 해요.”

“커서? 아…….”

견위운은 그제야 눈앞에 있는 작은 소녀의 체구를 상기했다.

“그, 그렇지. 그래, 그래.”

“그럼 우선 청련수하고 백약청이란 말이지요?”

“그래! 그리고…… 듣자 하니 네가 곧 북해로 또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할머니가 거기서 요양하고 계신데, 이번에 많이 나아지셨다고 하셔서요.”

련의 말에 견위운도 웃음 지었다. 자신은 살갑게 여기는 친인척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조모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스했다.

“올라가는 길에 위학을 한 번쯤 보면 좋겠구나. 너를 만나 보길 고대하고 있으니.”

위학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 ‘내가 장원 급제할 걸 그 애가 어떻게 알았는지 너무 궁금하다.’라고 쓰인 걸 보고서 견위운은 혀를 찼었다.

마치 견위학은 자신이 장원 급제할 것을 확신했다는 투지 않은가?

“사실 지금까지 위학 숙부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제가 알아볼 수 있을까요?”

“그놈이 아마 맨발로 달려나와서는 네 숙부라고 으스댈 것인데, 걱정하지 말아라.”

“생김새도 위운 고모하고 많이 닮으셨어요?”

순간 견위운의 표정이 떫은 감 먹은 듯한 색으로 변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구나……. 아마 내가 남장한 것처럼 생겼을 거야.”

견위운은 거기까지 말하곤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련아야, 네 표국은 어찌하겠느냐? 어떻게 할지…… 네 마음에 둔 바가 있느냐?”

련은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슬쩍 고민했다.

견위운은 지금 청련수 운반을 단목세가의 유성 표국으로 완전히 넘겨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표국이 껍데기만 남은 지 오래다 보니까…… 전반적인 표국 운용을 살펴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사람을 구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긴 하지.”

“다행히 집안에 그런 분이 계셔서요. 어떻게 도움을 받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련은 그렇게 대답하며 빙긋 웃었다.

* * *

단목한소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눈앞에 놓인 작은 함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단목천기 앞으로 내밀었다.

“저는 이제 앞물결입니다. 뒷물결에게 주시지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말이 있다. 앞선 세대가 허물어지고, 뒷세대가 일어설 테니 이런 귀한 영단을 차라리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라는 뜻이었다.

“그랬다가는 설언이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그 얘기를 할 텐데. 자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야.”

“하지만 태상가주님, 이건 너무 귀한 것입니다. 전 이런 걸 바란 적이…….”

“자네가 바라기 때문에 주는 것이 아니네. 우리가 주어야 하는 것을 제때 챙기지 못한 걸 설언이 호통을 치는 것이지.”

단목한소는 자신의 내공을 태우며 련에게 발모세수를 해 주었으나, 이 아이가 장성하여 무시무시한 재능으로 세가를 재건하고 자신의 내공을 돌려줄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 아이가 존경하고 충성을 바치는 단목천기의 손녀니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안에 아픈 아이가 있고 자신이 그 아이를 도울 수 있으니까 행했을 뿐이었다.

“언젠가 련 아가씨께서 내공을 다룰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날을 위해서라도…….”

“그건 내가 마련할 일이지 자네가 자네 몫을 양보할 일이 아니네. 한 번으로 이미 과했음이야.”

“그 한 번도 안 받으려고 하셨지 않습니까.”

벌모세수를 시전할 수 있을 정도로 깊고 고강한 내공을 가진 사람은 세가 안에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단목천기는 단전에 입은 부상을 회복하지 못한 처지였기에 벌모세수와 같이 세심한 대법을 시전할 수 없어 단목한소가 나섰던 것이었다.

단목천기는 끝까지 반대했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희생해 살아남는 사람이 아니라 아랫사람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자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단목한소는 밀어붙였다.

― 아이가 아프고, 여기에 어른이 있습니다.

“자네가 그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았음을 아네. 이런 걸 기대한 적도 없다는 것까지. 그러나 그래서야 나와 련아가 파렴치한이 될 뿐이지 않나.”

“…….”

“그리고 자넨 앞물결이 되기엔 너무 새파랗군.”

“태상가주님……. 우리가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요.”

“조용히 하고 이만 드시게.”

“지금 말입니까?”

단목천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밖을 향해 손짓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정한 차림새의 련이 들어섰다.

“아가씨, 오셨…… 아니, 아가씨!”

련이 단목한소를 향해 절을 올렸다. 단목한소가 거의 기절할 만큼 놀라서 연신 ‘실례, 실례합니다!’라고 바로 련을 일으켜 세운 바람에 반만 절한 꼴이 되었으나.

“아니, 이게 무슨…… 왜 이러십니까!”

“생각해 보니까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린 적이 없어서…….”

“감사 인사는 징하게 들었습니다. 아가씨에게만이 아니라 내당 당주님께도, 저 태상가주님께서도 물리게 말씀해 주셨지요. 이러지 마십시오. 저 이거 먹다가 체합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단목한소가 거의 속사포처럼 말을 뱉었다. 결국 련은 엉거주춤한 팔을 내리곤 멋쩍게 웃음 지었다.

“그럼 얼른 드세요.”

“어휴…….”

두 조손을 바라보던 단목한소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떨리는 손으로 영단을 쥐었다. 작고 단단한 알에서 청아한 향이 났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손을 한 번 떨었다가 한입에 영단을 탁 털어넣었다.

우물거리는 단목한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거 제법 쓴맛이 지독한데요…….”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지.”

“영단은 보통 혀끝에 닿기만 해도 녹아내린다거나 사르르 넘어간다거나 하지 않습니까?”

“대환단이 그렇단 소문이 돌긴 했었지. 듣기론 아니라 하더군. 그것도 먹다가 토할 정도로 쓰다는데.”

“정말입니까?”

단목한소는 몇 마디 더 툴툴대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영단의 힘을 소화하기 위한 운기조식이 시작된 것이다.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련은 심안으로 그를 살펴보며 정화와 조화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 이 자리에 굳이 찾아온 터였다.

단목한소의 이마에 맺혔던 땀은 이제 비 오듯 쏟아졌다. 련은 곁에서 그에게 부채질을 해 주었다.

살랑살랑, 그 부채 끝에 련의 힘이 맺혀 단목한소의 주위를 맴돌았다.

내단에 남았던 아주 미세한 불순물도 걸러내고, 모든 것이 한 방울도 낭비되지 않고 그에게 흡수되도록.

그리고 그런 련과 단목한소를 단목천기가 지키고 섰다. 마치 단목천기가 깨달음을 얻던 그때처럼 월영재가 조용히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그렇게 한나절이 꼬박 지났을 때, 련과 단목천기는 단목한소의 눈에 어린 광채를 보고 환히 미소 지었다.

* * *

“……아무래도 북해에 갈 때는 요 녀석도 데려가야겠는데…….”

남궁세가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얘 설마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닌가?’ 싶었던, 귀엽고 토실토실한 하얀 고양이 백련은 그사이 못 알아볼 만큼 작아졌다.

위지청의 말로는 련 일행이 떠난 뒤부터는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시무룩하게 누워만 있더라는 것이었다.

련이 돌아와서 걱정한다며 억지로 달래 먹였지만 이상하게 점점 더 마르고 작아지기만 했고.

-야옹!

백련은 돌아온 련에게만 딱 달라붙어서 옷 몇 벌을 못 쓰게 만들고, 련과 화륜이 아니고서는 누구의 손도 타려고 하지 않았다.

화륜이 백련을 들어 올렸다. 하얀 털의 고양이는 화륜의 뺨을 핥으려고 아등바등했지만 닿지 않았다.

“애가…… 마른 게 아니라, 좀 작아지지 않았어요?”

“아, 아니야. 말랐어. 걱정되네.”

련은 황급히 백련을 데려와 다시 품에 안았다.

-애오오옹.

백련이 화륜을 흘겨보며 서럽다는 듯이 울었다. 어떻게 자신을 의심할 수 있느냐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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