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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197)화 (197/204)

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197화

“정확히는 네 딸과 조카를 찾는 게 아니니라!”

“그래! 그 어린 것들을 해하려는 게 아니다!”

그때 천둥소리처럼 우렁찬 소리가 연이어 꽈과광 울려 퍼졌다.

어디선가 돌덩이가 우르르 무너져 내려 산사태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서 있던 모든 이들의 안색이 변했다.

“이 미친놈이 휘둘렀던 게 산사태를 불렀구나!”

“아니, 너는 저놈을 빨리빨리 죽이지 않고 뭘 했느냐!”

흑담과 백담이 단목현요를 마구 비난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 쫓아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보잔…… 보잔을 보자!”

“아!”

노인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좋은 생각을 해냈다고 껄껄 웃다가 얼른 품속에서 잔을 하나 꺼냈다.

때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쏴아아아 쏟아지더니 보잔에도 곧 빗물이 찼다.

그리고 마치 수정에 빛이 반사된 듯 무언가가 잠깐 반짝이는 순간, 흑담과 백담은 그대로 몸을 띄우더니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서 있던 단목현요와 무사들은 따라갈 수도 없는 속도였다.

그러나 저들이 무슨 까닭으로 저러는 것인지 알지 못하니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단목현요는 맑은 피를 한 번 토해 내고는 허리를 폈다.

적이든 적이 아니든 목적지는 같으니 할 일은 하나였다.

“추격하라!”

* * *

“…….”

“…….”

“…….”

작은 언덕만 한 돌이 굴러떨어지는 걸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인지라, 련도 단목성도 우화륜도 잠깐 침묵을 지켰다.

산의 옆면에 박힌 나무에 간신히 끼어 있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간신히 숨을 고른 련은 두 아이와 고양이 한 마리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셋 모두 약간의 찰과상 정도만 있을 뿐이었다.

“고모 진짜 세다…….”

“어머니가…… 이기신 걸까?”

그 때였다.

우지끈!

“어?”

그들을 감싸고 있던 나무뿌리가 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닥이 흔들리고 위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화륜이 주위를 살피곤 말했다.

“낙석에 맞아서 나무도 뿌리째 넘어갈 것 같은데요…….”

지금 그들이 뿌리 안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무가 넘어가면?

“어…… 어떡하지?”

바로 발끝은 절벽이고 위는 나무뿌리, 어디론가 가려면 양옆으로 뛰어야 했다.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해도 마른침이 넘어갔다. 나무와 풀이 우거져 있어서 떨어진다고 곧장 죽을 것 같진 않았지만 크게 다칠 것도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더는 고민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더 크게 우지끈하는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나무가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지며, 그들이 걸터앉아있던 뿌리도 한쪽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성아! 저 나무! 저 나무로 뛰어!”

절벽 옆에 아이 하나가 매달릴 수 있는 굵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쩌어억!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가 크게 나는 것과 동시에 련은 단목성을 돌아보고 빠르게 말했다.

“성아야! 준비!”

“주, 준비?!”

“셋! 둘! 하나!”

‘하나’라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단목성을 떠밀었다.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수치 : 13/240 (2▼)

단목성이 반사적으로 뛰어올라 굵은 나뭇가지에 매달렸다가 땀을 흘리며 그 위에 겨우 안착했다.

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뿌리가 박혀 있던 돌과 흙이 쩌적쩌적 갈라지며 바닥이 한번 휘청거렸다.

련의 눈이 팽팽 돌아갔다. 단목성이 올라간 나무에 남은 두 사람이 다 올라가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

“아! 저기! 조금 멀지만!”

그쪽은 나무뿌리 쪽이었다. 좀 더 아래쪽이라 더 멀었지만 달리 갈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누이부터 빨……!”

“륜아도 백련이도 준비! 셋, 둘, 하나!”

“아니 미쳤냐고요!”

련은 화륜이 하려던 말은 듣지도 않고, 행운 수치와 그의 재능을 믿고서 화륜을 먼저 떠밀었다.

화륜은 떠밀렸다곤 믿을 수 없이 유려한 동작으로 뛰어, 한 팔로는 나무뿌리를 붙잡고 벽에 튀어나온 돌에 다리를 지지한 채 다른 한 팔로는 백련을 가지 위로 올린 뒤 양팔로 매달렸다.

- 야오옹!

백련이 다급하게 우는 소리 뒤로 화륜이 기막히단 표정으로 련을 돌아보았다.

“누이!”

“나, 나도 갈게!”

땅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우지끈 쓰러지고, 그와 동시에 련이 뛰어올랐다.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수치 : 12/240 (1▼)

등 뒤로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 절벽 밑으로 처박히자, 련의 등줄기를 타고 땀이 쭉 흘러내렸다.

쿠당탕, 우지끈, 데굴데굴, 콰아아앙!

세 사람이 잠시나마 안착해 있던 나무가 바닥에 처박혀 뿌연 먼지구름이 일었다.

“어어……?”

그 먼지구름이 가라앉기도 전이었다. 거대한 나무의 추락에 온 산이 웅웅 울린다 싶더라니.

쩌저적!

“어어…….”

그리고 화륜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련은 자신과 화륜이 매달려 있는 나무뿌리의 드러난 부분에서 흙덩이가 투둑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이가 둘이나 매달려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듯했다.

“려…… 련아야!”

간신히 안전한 곳으로 올라간 단목성이 비명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성아는 거기 있어! 오지 마! 륜아야! 너부터 빨리 올라가! 올라가서…….”

그 순간이었다.

“■■■…….”

화륜이 낮은 목소리로 뭔가 험한 말을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고는 짜증이 잔뜩 어린 표정으로 련을 돌아보았다.

그 동작이 왜인지 느리게 보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화륜은 가뿐하게 손을 놓았다.

처음부터 미련 한 점 두지 않았던 것처럼.

찰나의 시간 동안 련은 자신이 본 게 뭔지 생각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

화륜이 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어떡하려고?

그리고 눈을 한 번 깜빡하기도 전에, 련 역시 손을 놓고 뛰어내렸다.

“누이 미쳤, 윽!”

련은 떨어지는 와중에도 냅다 화륜을 끌어당겨 감쌌다.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수치 : 8/240 (4▼)

“으아아! 가만있어 봐!”

“진짜 미쳤냐고요!”

“그건 너지!”

“■■■, 난 내가 생각해도 미친 거 같았고요!”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수치 : 4/240 (4▼)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수치 : 0/240 (4▼)

행운 수치를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바닥났다……! 비가 오는 건 정말 다행이지만 진짜 그때 행운 수치를 다 썼어야 했니!’

그래도 여기까지라도, 이만큼이라도 무사히 떨어진 것도 다행이라고 련이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는 순간이었다.

행운 대신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영기 : 70 / 120 (20▼)

영기의 출입 폭이 커지면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증가합니다. 주의하세요.

‘천지신명이시여! 부담할게요! 부담할게요!’

행운 대신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영기 : 45 / 120 (25▼)

행운 대신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영기 : 20 / 120 (25▼)

체감하기로는 눈 깜짝할 새인 것도 같았고 영원인 것도 같은 시간 동안 영기가 불타는 종이처럼 활활 탔다.

행운과는 달리 본래 실체가 없는 힘을 쥐어짜 간신히 큰 부상만 막아 내는 형식인지 대폭으로 퍽퍽 깎여 나갔다.

마침내 영기가 10이 되었을 때부터는 련의 머리에 매달려 있던—이 난리 통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장신구 하나가 파삭 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행운 대신 저장된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그 순간 날카로운 돌부리를 간신히 피해 굴렀다.

“으아아앗!”

그대로 절벽을 굴러가면서 련은 필사적으로 화륜을 감싸 안으려 애썼다.

련이 직접 영기를 빼내어 쓸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급하게 많은 양의 영기를 사용할 때는 옥과 보석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마는 것이다.

아마 련의 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으리라.

행운 대신 저장된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대신 저장된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대신 저장된 영기가 소모되었습니다!

‘남 장인! 고마워! 고마워! 내가 살아 돌아가기만 하면 업고 장원 한 바퀴 돌게!’

“으윽!”

그러나 남 장인 덕분에 쌓은 영기도 끝이 났다.

행운과 영기가 소진되었습니다.

행운과 영기가 소진되었습니다.

행운과 영기가 소진되었습니다.

여태 울지 않았던 련이었으나 지금이야말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선경이 주사로 쓴 것처럼 붉은빛으로 다급하게 연이어 외쳤지만 없는 행운과 영기가 어떻게 다시 생기겠는가?

흙과 돌, 나무뿌리와 온갖 가시들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련이 어쩌지 못하는 순간마다 화륜이 필사적으로 각도를 바꾸고 방향을 틀고 있었다.

‘륜아라도 어떻게든……!’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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