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198)화 (198/204)

몰락 세가의 시한부 영약 198화

엽운의 배움 5

행운 수치 : 5 / 24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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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수치 : 0 / 240 (5▼)

“……!”

태허진인의 깨달음 7

행운 수치 : 7 / 240 (7▲)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수치 : 0 / 240 (7▼)

금종하의 배움

행운 수치 : 3 / 240 (3▲)

행운이 소모되었습니다!

행운 수치 : 0 / 240 (3▼)

행운 수치는 빠르게 찼다가 빠르게 사라지길 연거푸 반복했다. 그 뒤로도 련이 익히 알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이 보였다. 단목완, 단목규, 서극림, 매신유, 모용설호…….

그렇게 차오른 행운을 다시 모두 끌어다 쓴 련은, 화륜을 끌어안은 채 바닥에 닿는 것과 동시에 혼절했다.

* * *

련은 퍼뜩 눈을 떴다.

온몸이 두드려맞은 것처럼 아프고 욱신거렸다. 풍경은 낯설고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륜아! 륜아야!”

벌떡 일어나 옆을 보자 련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듯한 화륜이 앉아 있었다. 련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느 커다란 나무 아래였다. 나무 밖으로 거센 빗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오고 있었다.

“륜아야, 너 괜찮아? 안 다쳤어? 아파 죽겠지! 아!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너는 제정신이야? 거기서 뛰어내리면 어떡해!”

“…….”

“성아랑 백련이는 괜찮으려나? 그 애들도 엄청 놀랐을 텐데! 내가 진짜 너…… 악!”

“가만있어요!”

당장 일어나려고 했던 련이었으나 곧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다리를 내려다보자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다.

부러진 것 같진 않았고, 심하게 찢어지며 접질린 것 같았다. 화륜이 옷을 찢어 처치한 듯 피가 배어난 천이 둘둘 감겨 있었다.

화륜이 발목의 상처를 황급히 다시 살피고 동여맸다. 련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나왔지만 화륜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 얼마나 기절했어?”

“한 식경 정도요.”

련은 한숨을 참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싶으면서도, 그동안 화륜이 혼자서 당황하고 걱정하며 이런저런 처치를 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지끈거렸다.

“그러게 왜 우화륜이 거기서 손을 놓고 뛰어내려서.”

“저도 그럴 생각 아녔다니까요.”

화륜의 뺨과 팔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화륜은 그런 자잘한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어떻게든 쓸어 넘기며 말했다.

“발목은…… 응급처치는 했어요. 모용세가로 곧장 갈 거니까 후유증도 안 남을 것 같고요. 누이야말로 이러지 좀 말아요. 남이 기껏 먼저 뛰어내려 줬는데 같이 떨어져요? 말이 되나 이게.”

“내가 같이 떨어졌으니까 그나마 이만큼만 다친 거야! 안 그랬으면 네가 무사했겠어?”

련은 화륜을 괜히 흘겨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상처를 쓸어보며 한탄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누이도 비슷한데.”

“넌 무공도 배우기 싫다고, 싫다고 한 애가 어쩌자고 거기서 뛰어내려서…….”

련의 말에 화륜도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하아……. 저도 진짜 그럴 생각 아니었는데 진짜 어쩌다가.”

“그럴 생각이 아니었으면 정신 딱 붙잡고 나뭇가지도 계속 붙잡고 있었어야지!”

“이제는 그럴 거예요.”

“응?”

이제는 그럴 거라는 그 말이 기묘하게 들렸다.

련은 눈을 깜박이며 화륜을 바라보았다.

“이제 빚은 다 갚은 것 같기도 하니까. 마지막에 또 거꾸로 신세를 진 것도 이제…….”

화륜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은 련이 아닌 다른 곳, 폭우 속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정산해 두고, 전 이만 갈게요.”

“너……?”

그 순간이었다. 련은 속을 울컥 뒤집어 놓을 것 같은 비린 살기를 감지했다.

화륜이 그런 련을 가리듯 섰을 때.

콰아아앙!

하늘에서부터 한 사람이 마치 포탄처럼 떨어졌다가 느릿느릿 몸을 세웠다.

빗물에 젖어 들어가는 푸른빛 장포를 걸친 남자였다.

기이한 빛을 띤 눈동자를 한번 깜박거린 남자가 손안의 원판을 내려다보았다. 살기 어린 등장에 어울리지 않는 여유로운 행태로.

그 원판 위의 바늘이 맹렬하고 꼿꼿하게 그의 정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정면에 있는 련을, 정확히는 련을 가리고 선 화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순간 련의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에게서 적의와 증오, 기쁨과 반가움이 한데 섞여 엉망진창으로 휘몰아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련을 더 놀라게 한 건 그다음이었다.

이름 :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특성 : 악(惡) / 일부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무공 :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자질과 오성 :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고민 :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흙바닥 위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선경(仙鏡)을 펼쳤는데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특성에 ‘악(惡)’ 한 줄뿐이었다.

선경이 여태 동기화에 실패했다는 문구를 보여 준 건 딱 한 사람이다.

우화륜.

련은 저도 모르게 자신을 가리고 서 있는 화륜의 등을 바라보았다.

화륜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저 남자로부터 그녀를 지켜 주려는 것 같다고 하면, 련의 착각일까?

남자는 화륜을 뜯어보듯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와 동시에 역한 내음이 확 풍겼다. 실제로 어디선가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련이 저 남자에게서 느끼는 기운이었다.

피와 증오, 생생한 증오의 악취.

그러자 그가 누구인지 알 것도 같았다.

처음 그들을 덮쳤던 혈라곡의 혈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의 소유자는 단 하나뿐일 터였다.

‘혈라곡…… 곡주……!’

하지만 정말 곡주라면 왜 여기에 나타났나? 무엇을 노리고?

그렇게 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온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두 노인이 나타나 그의 앞을 막아섰다.

묵직한 무게감에 빗물마저 튕겨 나갔다. 흑담과 백담이었다.

백담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잡귀의 우두머리가 죽지도 않는군.”

수십 년 전, 곡주의 시체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다들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했었다.

그 의심은 시간이 흐르며 희석되었다.

그도 이 드넓은 강호의 어딘가에 묻힌 것이겠지요.

천지신명께서도 뜻이 있지 않으셨겠습니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하지 않습니까. 물은 아래로 흐르고 악은 타올라 죽는 법.

그러나 그 모든 게 단지 희망찬 근거 없는 낙관에 불과했던 것이다.

심지어…….

‘왜지? 오히려 더 젊어지지 않았나?’

그와 마주했던 것이 수십 년 전이라 얼굴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해도 놀랄 일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젊어졌다니!

그러나 백담은 사실을 받아들일 뿐 더는 동요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사악한 술법과 비약이 집결된 혈라곡이니 더한 게 나왔다 해도 놀랍지 않았다.

신경 쓰이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곡주는 전성기의 힘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한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강해 보였고, 거기에 더해 젊어 보인다는 것.

‘환골탈태……!’

만약 저 작자가 남의 피를 빨아 젊음을 얻는 비약을 쓴 게 아니라, 환골탈태를 통해 신체가 젊어지는 반로환동(返老還童)한 거라면?

그렇다면 수십 년 전 그때만큼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설명이 된다.

지극한 강함은 오히려 평범해 보인다는 반박귀진(返璞歸眞)의 경지에 일부 다다랐다는 얘기였다.

‘차라리 저자가 사이한 술법을 쓴 것이길 바라야 한다니!’

그사이 흑담이 이죽거렸다.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던데. 이리 실컷 했으니 어쩌려나. 그마저도 하늘이 돕지 않았으니 서운하겠어.”

폭우가 끝없이 쏟아져, 거센 불길도 빗물에 숨을 죽이는 중이었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마천교 장로들 아니냐? 입놀림이 천박하구나. 네놈들의 구천현녀가 울 것이다.”

“저 ■■■가…….”

혈라곡 곡주가 입꼬리를 쭉 끌어당기며 웃었다.

“그런데 너희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것이냐? 설마 무림맹 놀이를 아직까지 하고 있는 건가?”

마천교와 백도맹, 흑천련이 힘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을 때 그걸 가장 비웃었던 것도 혈라곡이었다.

백담이 칼을 빼 들며 말했다.

“교의 행사는 네가 관여할 바 아니다. 잡귀 너야말로 여기서 무얼 하느냐? 오늘 물러선다면 영광된 날을 맞이한 기념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마.”

“교주의 개들이 시끄럽게 구는구나.”

“넌 비루먹은 거머리나 떼거지로 키우면서 감히 교주님을 입에 담느냐?”

그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곡주가 불현듯 움직였다.

하늘을 찢는 듯이 빠른 신법이었다. 순식간에 두 장로 앞에 나타난 곡주가 바람처럼 거대한 도를 꺼내 내리찍었으나 두 장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를 튕겨 냈다.

차차창!

불꽃이 튀었다가 비를 맞고 사그라들었다.

“너희야말로 거기서 비켜서서 천산으로 돌아간다면, 내 오늘 교주의 얼굴을 봐 개들을 얌전히 보내 주마!”

“네 거머리들이 몽땅 죽어 맘이 헛헛하느냐? 헛소리를 다 하고.”

“오늘 네 목을 베어가 교주께 진상하리다!”

그와 동시에 흑담과 백담이 동시에 곡주에게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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