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214)

블랙마켓

“네, 회장님 전액 모두 유명백화점에서 구매하셨습니다.”

유명그룹 본사 회장실.

정갈하고 단출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회장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단조로운 모습이었다.

매년 영업이익이 100조를 훌쩍 넘기는 기업의 회장이 업무를 보는 곳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딱 필요한 것들만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보고를 하는 남성의 눈에는 이 공간이 꽉 찬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고 있었다.

유 회장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목록은?”

“포션, 영약, 알 형태의 부산물을 구매하셨습니다.”

“녀석의 능력은 아직 알아내지 못한 건가?”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희의 능력이 부족하여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사람 참. 자네들 능력이 부족하면 우리 회사직원들은 어쩌라고 그런 소리를 하나.”

“생각이 짧았습니다. 회장님.”

유 회장과 독대를 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그의 아들들과 동생을 제외하면 이 남자를 비롯한 몇몇뿐이리라.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인상을 한 이 남자는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하나인 유명길드의 길드 마스터이며 유 회장의 심복 중 하나인 이명철이었다.

“됐네. 그건 그렇고 참 미안하네. 자네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이나 시켜서.”

“회장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비하면 정말 작은 일입니다. 신경 쓰실 것 없으십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구만.”

“보고 드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해보게.”

“그것이··· 요즘 부회장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녀석이?”

“네. 길드 아이들에게 접촉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고 있습니다.”

회장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명철은 회장의 침묵에 잠시 멈칫하곤 다시 입을 열었다.

“단속은 제대로 하고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그놈이 욕심은 많아도 쉽게 일을 벌이진 않을 걸세. 확신이 들지 않으면 잘 움직이는 놈이 아니야.”

“회장님께서 동생분에게 너무 관대하신 게 아니신지 걱정이 됩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래도 동생이라고는 그놈 하나인데.”

그는 유 회장이 혈육에게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유 회장의 말에 결코 그가 관대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다 그놈을 쳐 내면 다른 놈들이 고개를 내밀 게 뻔해. 안 그래도 다른 놈들 때문에 골치 아픈데 괜히 그놈을 건드려서 좋을 것도 없고.”

“그 말씀은···”

“주제도 되지 않는 것들이 분탕질을 쳐대겠지. 뭐, 도를 넘어서면 쳐내기는 해야겠지만.”

“그럼···”

“일단 내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조금 보여주도록 하지.”

유 회장은 부회장에게 경고를 보내기로 했다.

부회장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허, 사람 참.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은가?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는 이명철을 바라보는 유 회장의 눈빛이 평소와는 달랐다.

아무에게나 보이는 눈빛이 아닌 자신이 믿는 수족에게만 보이는 믿음이 담긴 눈빛이었다.

**

아직 장사 전인가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길 양옆에는 유리로 된 작은 상점 비슷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모두 커튼이 쳐져 있어 그 안쪽을 볼 수 없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붉은 전등을 켜고 안쪽을 숨겨주는 커튼을 걷고 은밀한 차림을 한 아가씨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리라.

물론 그 시간대에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적 역시 뻔하지만.

찾았다.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다 내가 원하던 장소를 찾았다.

달래 이발소라 적힌 이발소였다.

뜬금없는 이발소.

정말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찾지 않을 그런 곳이었다.

그곳의 손님은 모두 저기를 통해 들어간다.

들어가는 사람은 있지만 나오는 사람은 없는 특이한 장소.

블랙마켓이었다.

암상들과 빌런들이 활동하는 이곳은 생각보다 그 세력이 거대해서 웬만한 길드나 정부도 함부로 건들길 꺼리는 곳이었다.

아니 그들의 말대로라면 어차피 치워도 금방 생겨날 놈들이기 때문에 큰 사고를 치지 못하게 감시 및 관리를 하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건들지 않고 내버려 두는 거라 했었다.

가볼까?

나는 그대로 달래 이발소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그냥 평범해 보이는 이발소의 모습이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손님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놀랐을 것이다.

이 특이하고 조그만 이발소 안에 5명이란 사람이 있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해 보였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는 탈의실이라 적힌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발소에 탈의실이 말이나 되나?

그 옆에 앉아 있던 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청년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들었는데.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등 뒤로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저 새끼가 왜 여깄지?

서창렬.

이곳 블랙마켓을 관리하는 7인의 개새끼 중 한 명.

관리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곳의 주인 중 하나였다.

그중 무력을 대표하는 놈.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이놈을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놈은 다섯 손가락을 넘지 못하리라.

나는 전혀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검은빛이 감도는 마석을 꺼내 놈에게 던졌다.

들어갈 때 하나. 나갈 때 하나. 하급이상의 농도를 가진 검은색 마석만이 이곳의 출입을 결정한다.

하급 마석만 되도 그 가격이 수십만 원은 하므로 입장료가 비싼 편이라 말할 수 있었다.

마석을 받아든 녀석은 내 얼굴을 한 번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시발! 왜 이 새끼가 여기까지 나와 있어!

탈의실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는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저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기에.

전생의 나는 이곳에서 장사를 했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는데.

마석이나 부산물을 팔 때 내는 세금이 너무 아까워서 이곳에서 허락을 받아 장사를 했었다.

그때 저놈을 알게 됐다.

내가 자릿세를 내고 장사하던 점포를 지나던 녀석이 뚱이에게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나와 뚱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그 방법이···

잠깐?

지금 내가 저놈에게 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지금 녀석에게 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내 옆에 뚱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 확실히 막아 줄 거다.

나를 은밀히 따라다니는 감시자를.

저놈이 도움이 될 때도 있네?

긴장이 풀린 나는 지하로 이어지는 통로를 통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내 눈에 블랙마켓이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모습은 지하철로였다.

예전 이곳은 균열이 열렸던 장소인데 대처가 늦은 탓에 많은 몬스터를 놓쳐 잠시 폐쇄된 적이 있었다.

그게 모두 저 서창렬을 비롯한 이곳의 관리자 놈들이 장난을 쳐서였다.

‘안티디텍터’로 균열을 숨겨버려 가디언 들이 균열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수천 마리가 이곳을 점거한 뒤였다.

그로 인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나와 이곳을 잠시 폐쇄하고 몬스터의 토벌을 진행했는데 마켓을 세울 계획이 있었던 놈들이 그 일을 방해하기 시작해 결국 완전히 폐쇄되고 말았다.

그 후 상황을 지켜보다 직접 이곳을 정리하고 블랙마켓을 세운 것이었다.

정부나 다른 길드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그 세력이 너무 거대해져 함부로 건들 수 없게 된 것이고.

아마 로비도 좀 했을 거다.

잠시 서 있던 나는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이어서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어두웠다.

불빛이라고는 각 점포에서 켜놓은 촛불 정도?

아주 작은 점포들이 수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촛불 몇 개 켜놓고 장사를 하는 자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전생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떠오르며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사기꾼 놈들.

이곳에서 장사하는 놈들은 대부분이 사기꾼이다.

어둠을 이용해 사람을 속이고 기만하는 자들.

이곳에서는 사기를 당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사면 끝. 그것이 이곳의 법칙이었다.

그렇기에 당한 사람이 다시 사기를 치는 기현상이 계속 이어지며 발목을 잡는 시스템.

이것이 마켓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였다.

얼마나 그렇게 이동했을까?

내가 찾던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촛불 몇 개 켜놓고 장사하는 점포들과 다르게 혼자 환하게 빛나는 곳.

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는 작은 실루엣.

이제 15살이나 됐을까 싶은 꼬마가 호객행위를 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나는 저 아이를 알고 있다.

이현아.

아마 지금 나이가 16살이지?

그때의 저 아이의 나이가 스물넷이었으니까 지금은 열여섯일 게 틀림없을 거다.

10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게 사실이었어?

좀 놀랐다. 14살 때부터 할아버지 대신 장사를 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그 말이 사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많은 것을 도와주었던 아이.

꼬마였을 때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미소를 지은 채 걸어가 아이에게 입을 열었다.

“이봐.”

“네? 네. 손님 어떤 것이 필요하세요.”

내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려 빠른 속도로 나를 위아래로 살피고 대답하는 아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좀 둘러보지.”

“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으니까 한번 둘러보세요.”

“큭!”

당연한 소리를 마치 대단하다는 양 하는 현아를 보니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기분이 좋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 반응에 아무 말 없이 나를 뚫어지라 보는 꼬맹이의 시선을 느끼고 분위기를 반전해 물건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갖가지 물건들이 내 눈에 들어왔는데.

마석, 포션, 영약, 각종 무구들까지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던 중 내 눈에 하나의 반지가 보였는데.

찾았다.

액세서리 형태로 제작된 ‘안티디텍터’였다.

“일단 이걸로 하나 주고.”

말을 마치고 다시 상품들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이곳에서 구하려던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방금 고른 액세서리로 제작된 ‘안티디텍터’

또 하나는 유물이라 불리는 역사나 신화 속에 존재하는 영웅들이 사용했던 물건들.

내가 찾는 건 신화 속에 나오는 유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유물이라 불릴 만한 힘을 가진 반지였다.

일명 인피니티 링.

돌아오기 전 대한민국에는 10명의 영웅이 있었다.

그중 무한의 검제가 사용하던 반지였다.

말 그대로 무한의 반지였는데.

이 반지는 말 그대로 무한한 마력을 저장할 수 있었다.

그에게 무한의 검제란 이명을 선사할 정도로 엄청난 유물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 반지를 보고 내가 쓰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나에게 이 반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망상을 자주 했었다.

그 반지를 이곳에서 샀다는 말을 현아에게 직접 들었는데.

땅을 치며 후회하던 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물을 사용했던 주인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상급 유물 중 하나였다.

그 유물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기에 결국 현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꼬맹아. 여기 있는 것이 전부냐?”

꼬맹이란 말에 눈을 치켜뜬 현지는 잔뜩 성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요. 근데 이걸 살 돈이 있긴 해요?”

나를 위아래로 살펴보며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현아의 모습에 나는 주머니에서 푸른빛을 띠는 마석을 꺼냈다.

“마정석이다. 이 정도면 어떻냐?”

“마, 마정석이라구요?”

깜짝 놀라는 현아의 반응에 그녀뿐 아니라 주변 점포의 상인들과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봤다.

마정석.

일명 네임드라 불리는 몬스터들에게 나오는 마석의 한 종류로 일반적인 마석과는 그 안에 집약되어 있는 마력의 농도가 차원이 다를 뿐 아니라 마력이 모두 소모되면 사라지는 마석과 다르게 스스로 소모된 마력을 충전하는 엄청난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 가격은 최하급이 10억부터 거래가 될 정도였다.

그뿐 아니라 마정석은 아무나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거래량이 적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그 거래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꺼낸 마정석은 13억 원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나는 13억, 10억, 17억, 총 40억에 해당하는 마정석을 구입해 논 상태였다.

“확인해봐라.”

현아에게 마정석을 건네며 말하자 그녀는 감정할 생각은 않고 손에 들어온 마정석을 구경하기 바빴다.

“우와! 나 마정석 처음 봐요. 이거 진짜 마정석이에요?”

“확인해보면 알 것 아니냐.”

아직 어렸을 때라 그런지 때가 별로 타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멈춰 서서 이곳을 주시하는 자들을 노려봤다.

놈들의 눈빛이 탐욕에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노려보자 제각기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현아는 서둘러 움직여 마석감정기에 마정석을 넣었고 감정기에 곧바로 2607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이, 이천육백···”

“확인했으면 내 물음에 답을 좀 해주면 좋겠는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현아는 내 말을 듣고는 곧바로 표정을 변화시키며 입을 열었다.

“네. 고객님 이곳에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외의 물건들은 대부분 평범한 것들입니다. 그래도 보시겠어요?”

살랑살랑 웃으며 마치 백화점 명품관의 직원을 떠올리게 만드는 현아였다.

“그것도 좀 보고 싶다만?”

“네. 이쪽으로 모실게요.”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아내며 현아의 뒤를 따랐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밖의 화려한 것과 반대되는 어두운 공간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것들은 평범한 물건들이에요. 한번 살펴보세요.”

잠시 둘러보던 나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런 장식도 무늬도 없는 금반지.

왼쪽 새끼손가락에 겨우 들어갈 정도로 반지는 작았는데.

반지를 끼고 현아 몰래 마력을 움직여 반지에 흘려보았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인피니티 링이 틀림없었다.

“이것으로 하지.”

“네? 그건 그냥 금반지인데요?”

“계산이나 해주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현아를 재촉했다.

가슴이 떨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일단 고객님께서 선택하신 두 개의 반지중 하나가 안티디텍터란건 아시죠?”

“그래.”

“안티디텍터의 가격은 표준이 없어서 저희 가게 기준대로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상관없다.”

“그럼 안티디텍터가 12억 그리고 지금 끼고 계신 반지의 가격은 음~”

내가 끼고 있는 인피니티 링을 보며 생각에 잠긴 현아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냥 서비스로 드릴게요.”

“받아라.”

나는 이미 건넨 마정석이 아닌 또 다른 마정석을 현아에게 쥐여주었다.

“이건?”

17억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마정석이었다.

“이 반지값이다.”

“네?! 이, 이것도 마정석 아닌가요?”

깜짝 놀라는 현아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받아야 나중에 땅을 치진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인심을 쓰기로 했다.

의심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마정석을 건네며 계산을 마쳤기에 상관없었다.

“어··· 그, 그게···”

“또 들르지.”

어쩔 줄 몰라하는 현아의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등을 돌렸다.

“저, 저기-”

뒤에서 현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미소를 한동안 지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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