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8/214)

아버지는 내가 부정하자 의문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게 아니라고? 딱히 그것 말고 내게 물어볼 게 있느냐?”

“혹시 최근 미래에 대해 아는 게 있으세요?”

“미래 말이냐? 그거라면 나보다 신우가 잘 알고 있을 게다.”

아버지는 형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씀하셨다.

형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는 물어왔다.

“미래는 무슨 일로?”

“혹시 요즘 미래가 연합 쪽이랑 사이가 안 좋아졌어?”

“그래. 그쪽 부회장이 연합과 끝낼 테니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쁜 선택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래서 형은 어떻게 했어?”

“뭐 그쪽이랑 끝내면 자동차와 전자 쪽은 건들지 않겠다고 했지. 물론 그쪽도 잘못한 게 있으니 나머지는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쪽의 대답은?”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근데 이게 왜 궁금한 것이냐? 혹 살려주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냐?”

나는 형과 아버지에게 정근에게 전화가 왔던 일부터 서창렬에게 한 부탁까지 모두 설명을 하고 의견을 물었다.

“그놈이 정말 네 부탁을 들어주었단 말이냐?”

아버지는 서창렬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는 말에 놀라신 표정을 지으셨다.

“지금 아쉬운 건 그쪽이잖아요.”

“허허허 사람 부리는 게 아주 제대로구나. 언제 이렇게 변했을꼬?”

“그것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연합 측이 그랬을까요?”

아버지는 고심하는 표정으로 잠시 침묵하시곤 입을 열었다.

“그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합의 짓이 틀림없을 게다.”

“확신하세요?”

“그래.”

아버지의 확고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세력이 움직였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변신능력자가 최강준 쪽의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으니까.

“아버지는 그들이 왜 이런 짓을 벌였다고 생각하세요?”

내 물음에 아버지는 이상하게도 형을 한번 바라보셨는데.

정말 황당한 생각이지만 아버지가 형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아마 미래를 차지하려는 수작이겠지.”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방법은요?”

“연합 측에서 미래의 버려진 황태자를 찾더구나.”

“버려진 황태자라면 설마?”

“그래. 지금 회장의 동생이지.”

들은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미래에서 형제의 난이 발생했다는 걸.

지금 회장의 아버지인 전 회장이 후계자로 동생을 지목했고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발생했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분명 그 동생이 죽으면서 전쟁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그는 분명 죽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죽었지. 하지만 그에겐 아주 어린 자식이 있었단다. 그 아이를 찾고 있는 거겠지.”

“그럼?”

“뻔하지. 그 아이를 내세워 미래를 먹어 치우겠다는 속셈이겠지.”

소름이 끼쳤다.

이건 전생에 유명을 먹어치울 때랑 그 방법이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응?

이해가 안 가는 게 하나 있었다.

왜 전생에는 나를 내세우지 않았지? 작은아버지보단 내가 더욱 다루기 쉬웠을 텐데?

분명 그들이 수아에 대해 안건 내가 풀려나기 직전이었다.

수아가 나타남으로 인해 작은아버지가 자리에서 끌어내려……?

잠깐만?

수아가 내 딸이란 걸 어떻게 증명한 거지?

나와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주장해 봤자 인정이 되지 않았을 텐데?

법원이 지정하는 곳에서 둘의 유전자를 채취해 검사해야 비로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나는 분명 갇혀 있었는데?

설마 그 변신능력자 단순히 외모만 변하는 게 아니었어?

만약 이 예상이 정말이라면 이정근의 무죄를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CCTV 같은 영상뿐 아니라 그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모든 증거가 그를 가리킬 거다.

그의 지문과 머리카락, 그리고 DNA가 그걸 증명할 테니까…….

그들이 미래를 먹어치우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소리였다.

미래를 먹어치운 그들의 몸집은 더욱 커질 거다.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로 힘을 키워갈 그들을 생각하니 너무 답답했다.

왜 나는 먼저 그들을 칠 생각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했을까?

“아버지는 왜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시는 거예요? 아버지의 힘이라면 그들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으시잖아요.”

“응?”

나는 화살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멍청한 나는 그렇다 쳐도 아버지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니 모두 변명이었다.

그냥 너무 답답해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을 뿐이었다.

“네 말이 맞다.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저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건 일주일이면 충분하지.”

“정말이세요?”

아버지의 말을 들은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신우야 너는 너무 선우를 과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 아이도 알 건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순간 아버지를 막아서는 형을 보며 내가 모르는 뭔가가 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우야 너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힘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

아버지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이 정도면 강대국 아닌가요?”

“국민 대다수가 너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네? 아니라고요? 우리 유명이 있는데도요?”

세계 기업 순위 1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유명이었다.

시가 총액을 볼 필요도 없다.

유명의 매출만 봐도 충분했다.

2위와의 차이가 3배를 가볍게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유명이 똬리를 틀고 있는 대한민국이 약소국이라니?

“돈은 많지. 하지만 모든 게 돈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란다. 새 시대에 돌입한 지금 돈의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단다.”

설마? 이미 돈의 힘이 무력에 먹혀 버렸다는 거야?

“선우야. 너는 저 왜놈들이 왜 우리를 욕하는지 아느냐?”

“그냥 싫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란다. 이 나라가 무너지면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더 분발하라고 약해지지 말라고 우리를 채찍질하는 거란다.”

설마 중국 때문에?

“설마 그들 뒤에 중국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바로 그거란다. 이 아비는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조용히 숨을 죽이며 힘을 키워오고 있었단다. 언젠가 저들이 이빨을 들이밀 때 조금이라도 타격을 입혀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생각도 못 했다.

지금껏 국민들을 선동해 유명을 깎아내리는 자들은 일본 쪽 세력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게 중국이었다니…….

“설마 중동에…….”

“그래. 중동이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도록 돕는 거지.”

중동에 말도 안 되는 자금을 투입하는 유명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지금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특히 중동에 대한 중국의 욕심은 정말 거대했다.

마석이라는 대체 에너지가 생겨나면서 중동의 가치는 많이 하락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기름을 사용하는 곳은 많았기에 만약 중동이 중국에 넘어간다면 큰일이었다.

세계 최강국이란 타이틀은 이미 그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였는데 너무 커지는 중국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 그들을 간신히 막아서고 있을 정도로 그 힘이 너무 거대해져 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왜 중국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단순했다.

미래의 중국은 이 나라를 함부로 건들지 못했다.

장벽이 되어주는 제한구역과 최강준이라는 존재 때문에.

거기다 인도라는 존재가 급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진격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비교해도 인구수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나라.

현시대의 무력을 대표하는 건 바로 각성자였기에 인구수는 그만큼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최강준의 뒤에 중국이 있다고?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생각해 볼 가능성은 딱 하나였다.

유명을 먹은 최강준이 힘을 키워 중국을 배신했다.

이것밖에 없었다.

그때의 최강준과 중국의 사이를 생각하면 이게 가장 신빙성이 있었다.

원수.

중국과 최강준은 마치 원수를 대하듯 했다.

실제로 칼부림이 날 정도였는데.

어비스에서 중국의 각성자 군대와 만난 최강준은 그들을 모두 쓸어버렸다.

천여 명에 달하는 각성자를 죽여 버렸을 정도로 둘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이러면 미래가 또 바뀌는 거야?

최강준이 중국을 배신하지 않게 되면 결국, 이쪽에서 나서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중국을 막을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결정을 내렸다.

X발! 내가 최강준보다 못한 게 뭐야?

내가 그 새끼보다 돈도 많고 또…… 뭐가 있지?

그래! 내 능력. 내 능력은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최강이 될 만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거기다 지안이도 있고 현지도…….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현지를 생각하자 기분이 이상했다.

현지는 뺄까?

* * *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래의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해 그 일가가 전부 살해당했다는 것이었다.

부회장의 차남인 이정근에 의해서.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이정근이 CCTV를 한 번 응시하곤 유유히 집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고, 살해 도구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지문과 DNA가 이정근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나라 전체가 이정근을 찾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범인은 이정근이었다.

누구도 증거가 조작됐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서창렬조차 이정근을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었다.

나는 이정근을 모처에서 몰래 만나 하나의 약속을 받았다.

죄가 없다는 걸 밝혀주고 미래를 차지하게 해줄 테니 앞으로 충성을 바치라는 서약이었다.

후에 정근이 배신할지도 몰랐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앞으로 그를 경호할 자들은 모두 이쪽에서 담당할 테니까.

“자! 이제 시작이다. 준비들 끝났지?”

“네!”

내 말에 대답하는 자들은 현지와 경호팀이었다.

정근은 이미 자수를 한 후였다.

오늘은 재판을 보러 온 것처럼 꾸며 확인할 것이 있었다.

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오늘 그놈은 틀림없이 나타날 테니까.

“들어가자.”

내 말을 시작으로 변호인단이 내 옆에 바짝 붙어 이동을 시작했고 현지는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수많은 취재진이 법원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중에는 나를 알아보는 자들 역시 많았지만 모두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정근의 재판이 진행될 재판장에 도착한 나는 자리에 앉아 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던 내 눈에 한 청년이 들어왔다.

찾았다.

버려진 황태자의 하나뿐인 아들 이민우.

분명 이곳에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위해서는 이 자리에 꼭 참석해야 했을 거다.

그래야 후에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 수월해질 테니까.

“어때?”

옆 사람이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답이 들려왔다.

“도련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주변에 은신해 있는 놈들이 있네요.”

“수준은?”

“A급 정도는 돼 보여요. 제 부하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돼요.”

“안 들킬 자신 있지?”

“물론이죠.”

“시작해.”

“네.”

나는 현지의 대답을 들은 후 곁눈질로 그를 주시했다.

잠시 후 그가 깜짝 놀란 것처럼 어깨를 들썩이는 게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각성자예요.”

귓가로 들리는 현지의 목소리에 내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방금 현지는 그에게 몰래 다가가 그만 느낄 수 있도록 마력을 살짝 흘려보냈는데 일반인이라면 그걸 절대 느낄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아버지 역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보를 확인한 나는 그가 일반인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확인해 본 그는 틀림없는 각성자였다.

일반인은 마력을 느낄 수 없다.

아니 느낄 수 있다고 해도 현지가 은밀하게 흘린 마력을 느낄 수는 없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딱 걸렸어.

변신능력자!

어떤 가능성이라도 차단하기 위해 변신능력자를 내세울 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정확했다.

아마 진짜는 이미 가루가 되어 어딘가에 뿌려졌겠지.

“밖에 애들한테 준비하라고 해.”

“네.”

오늘은 준비한 게 좀 많다.

이 재판이 끝나고 저놈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때가 바로 내가 기다려 왔던 순간이니까.

조용히 재판을 관람하던 나는 이제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증거가 명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근에 대한 판결은 순식간에 결론이 났다.

물론 재심을 청구할 거다.

그의 정체를 밝혀낸 후에.

순식간에 썰물 빠져나가듯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돌려 끌려나가는 정근을 한번 바라보았다.

끌려나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정근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안심을 시킨 나는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조용히 속삭였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명심해. 놈들을 꼭 끌어내야 한다는 걸. 그래야 같이 묶을 수 있어.”

“걱정하지 마세요. 위치 파악 이미 끝났으니까.”

현지와 대화를 나누며 밖으로 나서자 역시 기자들이 그에게 몰려 있었다.

미래라는 거대 기업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그에게 기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나는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가 그의 뒤에 서서 조용히 팔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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