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
“좋겠네? 거지새끼에서 순식간에 재벌이 돼서?”
살짝 들었던 손으로 뒤통수를 후려친 나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는 그를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뭐, 뭡니까?”
“그냥 축하 빵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곧 돈방석에 오를 건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수십의 카메라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유선우 아니야?”
“유명그룹 막내?”
“정신 차렸다더니 다 쇼였어?”
기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이러면 그 쪽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을 텐데요?”
“뭐가? 내가 뭐 했어?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방금 저를 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내가 너를 쳤다고?”
짝!
나는 말을 하다 갑자기 그의 싸대기를 후려쳤다.
“이 새끼가!”
그는 돌아갔던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고는 양손을 이용해 내 멱살을 잡았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본 내 경호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고.
생각보다 단순하네?
챙! 챙!
순식간에 현태를 비롯한 경호원들의 무기가 뽑히며 그의 목을 향하자 은밀히 숨어서 그를 보호하던 자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어떻게 이들을 끌어내야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
“지금!”
내가 소리치자.
퍽! 소리가 연달아 울리며 그와 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자들이 모두 쓰러졌다.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자들을 보며 기자들은 놀란 표정을 짓다 급히 카메라맨에게 장면을 찍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민우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벌벌 떨었고.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심호흡을 한 나는 기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음을 던졌다.
“기자분들 혹시 이상하다는 생각해 보신 적 없나요?”
내 목소리에 카메라가 나를 담기 시작했다.
“혹시 이 사건이 유선우 씨와 연관이 있는 겁니까?”
한 용기 있는 기자의 질문을 시작으로 기자들이 너도나도 질문하기 시작했다.
내 물음에는 답을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유명이 지금 미래 죽이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설마 이민우 씨를 이용한 건가요?”
“조용!”
내가 외치자 기자들이 입을 다물고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용해진 기자들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이 새끼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어떤 거죠?”
나에게 물어본 기자는 내가 심어놓은 기자였다.
그들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어떻게 이정근이 ‘그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을까?’였습니다. 제가 아는 이정근은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각성자도 아니고 일반인이죠. 그런데 그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수가 10명이 넘는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수면제를 사용했다는 정황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수면제. 그런데 이정근은 어떻게 경호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울 걸 알고 수면제를 사용한 걸까요? 거기다 집 안에 있는 모두에게 수면제를 먹인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분명 경호원 측은 갑작스럽게 주변에서 열린 균열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했습니다. 이정근이 그 균열을 연 것도 아닌데 어떻게 경호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기 직전 수면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걸까요?”
기자들은 그제야 조금 의문이 생겼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에 나올 내 말을 기다렸다.
“어째서 하필 그때 그 지역을 담당하는 탐지기가 고장이 난 걸까요? 그리고 왜 경호원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그쪽으로 향한 걸까요? 제가 알아보니 그 균열은 D급 균열이었다고 하더군요.”
“의심이 가긴 하지만 이미 명확한 증거가 나온 상황입니다. 유선우 씨는 혹시 경호원과 이정근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질문한 기자는 말문이 막힌 척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는 하나의 가정을 해 보았습니다. 만약 그 증거들이 모두 조작된 거라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조작한 걸까?”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너무 확실한 증거였으니까.
조작이란 생각도 못 하고 있던 그들이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한번 확인을 해 보려 합니다. 시작해.”
내 말에 쓰러져 있던 자들을 모두 치운 현태가 이민우에게 천천히 다가갔음에도 이민우는 희게 질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가 그에게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현태가 보이지도 않으리라.
퍽!
현태가 그의 옆에 도착해 목덜미를 새게 내려치자 그의 눈동자가 뒤집히며 마치 인형처럼 스르륵 무너져 내렸는데 그대로 쓰러지는 그를 받아든 현태는 그를 바닥에 똑바로 눕혀 놓았다.
“저의 가정이 정말인가 확인을 해보죠.”
기자들은 놀라면서도 누워있는 그를 주시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어?!”
“이, 이거?!”
바닥에 똑바로 누워 기절한 이민우의 모습이 아주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중년남성의 모습으로.
“마, 말도 안 돼!”
“벼, 변했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놀랐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켜보며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던 사람들까지도.
“제 예상이 맞았네요. 이런 특성을 가진 각성자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은 해 보았습니다만 정말일 줄이야.”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놀란 듯 입을 열며 연기를 해야 했는데.
기자들의 관심사에서 나는 진작에 멀어져 버린 후였다.
잠시 기다리던 나는 이제 다시 그들을 나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걸 보시죠.”
나는 머리카락을 잔뜩 쥔 손을 들어 올렸고, 기자들의 시선이 내 손에 고정되었다.
“이건 제가 아까 이민우였던 그의 뒤통수를 때리는 척하며 뽑아둔 머리카락입니다. 아마 촬영된 영상을 확인하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걸 하나씩 나눠드릴 테니 변해 버린 이 사람의 DNA와 일치하는지 확인을 한번 해 보세요. 만약 일치하지 않는다면 증거가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여기 쓰러져 있는 사람들 얼굴도 찍어가세요. 아마 이 사람들이 속해있는 단체가 이 흉악한 범죄를 일으킨 진범일 테니까요.”
내 말을 들은 기자들은 나에게 머리카락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받아든 자들은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어뜯으며 한마디씩 했는데.
“나쁜 놈!”
“천벌을 받을 새끼!”
모두가 그를 범인으로 여기는 듯했다.
아마 여기 있는 기자들이 모두 머리를 쥐어뜯으면 그는 대머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 * *
쾅!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정보가 새어나간 겁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 일을 알고 있는 자들은 모두 그쪽과 연결이 되어 있는 사람들뿐입니다.”
“그럼 저 망나니 새끼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움직였다는 겁니까? 설마 정말 추측만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겁니까?”
최강준은 눈앞에 있는 자를 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건…….”
길드 연합의 머리라 불리는 그 역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우의 뒤에 당연히 유명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변신이라는 특성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진 적이 없을 정도로 특이한 능력이었다.
아니, 지금 차가운 철창 속에 감금되어 있는 그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런 비슷한 능력조차 가진 자가 없었으니까.
“입이 있다면 대답을 좀 해 보세요! 당신의 같잖은 계획 하나 때문에 지금 연합 꼴이 어떻게 됐는데!”
“지금은 수습해야 할 때입니다. 그를 추궁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어요.”
침묵하는 그의 모습에 옆에 있던 여성이 최강준을 진정시켰다.
다만 최강준은 전혀 진정되지 않는 듯 말을 건 여성을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게 당신의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
“그렇게 저를 노려본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진 않아요.”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우리 길드를 제외한 연합의 길드들이 지금 어떤 꼴인데? 수습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길드를 제외한 연합의 길드들의 움직임을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잘도 하는군요.”
최강준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했다.
법원 앞에서 그를 보호하던 자들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진 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혼란이 가득했다.
지금껏 믿었던 가디언이라는 자들이 사실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들과 다를 바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가디언에 대한 믿음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다행히 최강준의 길드에 속해있는 가디언은 없었지만, 문제는 연합 측의 움직임이었다.
연합 측에 소속되어 있던 가디언들이 길드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연합이 해체될 거란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연합의 해체를 피할 수 없어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있나요?”
최강준은 그녀의 말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알고 있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가능성이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녀의 미소는 마치 독사의 모습처럼 섬뜩함이 느껴졌지만 최강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말해 보세요.”
“간단해요. 유명에 모두 뒤집어씌우면 돼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이 직접 나선다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요?”
“네.”
최강준은 그녀의 말을 이해했지만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요?”
“증거를 조작해야죠.”
“그러니까 무슨 증거를 어떻게 조작할 거냐고요.”
“언론에 노출된 가디언들이 사실은 유명 쪽에서 회유했다는 증거를 조작해서 언론에 내보내야죠.”
순간 조용히 있던 남성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그를 한번 바라본 최강준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어이가 없군요.”
“왜죠?”
“이런 사람을 믿는 내가 병신이네. 이러니 지금껏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지.”
“뭐라고요?”
“이봐요. 유명이 어디 구멍가게로 보여요? 이 나라, 아니 전 세계에서 똑똑하다는 놈들 대부분이 모여 있는 기업이 바로 유명이에요. 그런 곳이 겨우 그딴 것도 생각 못 하고 있을 거 같아요? 지금 그쪽과 관련된 증거조차도 모두 없애버린 게 유명이란 말입니다!”
그쪽과 관련된 증거라는 것은 아마 유 회장의 동생인 부회장과 관련된 일이리라.
“그러니까 제대로 준비해서 터뜨려야죠.”
“이런 멍청한 년이! 그러다가 안 되면? 나도 같이 죽으라고?”
최강준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그녀를 보던 남성이 입을 열었다.
“연합의 해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버릴 건 버려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건가?”
“우리가 그들과 관계를 끊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연합의 길드에서 떨어져 나오는 자들을 영입해야겠죠. 물론 이 일과 관련된 자들의 입을 막아야 할 테고요.”
“그게 가능할까?”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죠.”
고개를 끄덕이는 최강준을 보던 남성은 고개를 돌려 벙어리가 된 여성에게 입을 열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뭘 말이죠?”
“그들의 입을 막으려면 많은 게 필요할 겁니다.”
“위에 이야기는 해보죠.”
“감사합니다.”
* * *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놨던 정근의 사건으로 인해 나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이득은 연합의 해체였다.
정부는 이번 일로 분노한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연합의 중역들을 모두 소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마치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보여주기식일 뿐이었다.
이쪽에서 압력을 넣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참아야 했다.
최강준이 걸려들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쪽에서 압력을 넣어 그들을 제대로 조사한다면 그들은 죄를 피해갈 수 없다.
길드의 중역들은 대부분이 최소 A급 이상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높은 등급의 균열을 처리해야 할 자들이 사라지게 되면 남아 있는 A급 이상의 각성자들의 발언권이 강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의 해체만으로도 큰 이득을 보았으니까.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연합에 속해있던 길드에 환멸을 느끼고 이탈하는 가디언들에 대한 영입이었다.
최강준은 그들을 닥치는 대로 영입을 하는 중이었고 이쪽은 믿을 수 있는 자들을 선별해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그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내 머리는 깨질 듯 아파지고 있었다.
미래의 실력자들을 최대한 기억해내야 했기에 머리를 쥐어뜯는 게 요즘 일상이었다.
“이 사람하고 저 사람은 무조건 데려와!”
“알겠습니다.”
“다음!”
커다란 화면에 출력되는 가디언들의 외형과 기본정보들을 보며 내 기억 속에 있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영입 명령을 내렸다.
솔직히 믿을 수 있다, 없다는 다음 문제였다.
일단 영입을 한 후 천천히 검증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음 인물들입니다.”
화면이 넘어가고 다음 인물들을 살피던 순간 난 모든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길드를 나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