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214)

“열게요!”

수아가 밝게 미소지으며 힘차게 말하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연다는 걸까?

그건 바로 수아의 친구들을 부른다는 말이었다.

수아는 자신이 소환하는 정령들을 친구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수아에게서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훈련장의 허공에 푸른 구멍이 생성되었다.

주먹만 했던 구멍은 점차 크기를 불려 나가 농구공만 한 크기가 되어서야 성장을 멈췄다.

성장이 멈춘 푸른 균열 속에서 정령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저게 정령이구나.”

지안은 정령의 실물을 처음 보는지 신기한 눈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히히히.”

수아는 정령들이 나오자 함께 훈련장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고.

“캉캉!”

펜릴은 정령이 신기한지 정령을 잡으려는 듯 펄쩍펄쩍 뛰며 앙증맞은 앞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 같이.

“그러면 안 대!”

수아는 그런 펜릴의 모습을 보곤 펜릴에게 다가가 혼을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난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펜릴은 왜 크지 않는 걸까?

펜릴은 알에서 깨어났을 때랑 똑같은 모습이었다.

전혀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세히 물어볼 걸 그랬어.

펜릴에 대해 자랑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 펜릴에 대한 정보를 알아서 뱉어내는 그를 무시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자 후회가 되었다.

“도련님 시작할까요?”

혼자 생각에 잠겨 툴툴거리고 있을 때 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시작해.”

오늘 수아가 정령의 문을 연 이유는 내가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수아의 능력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

마력의 소모나 유지 시간 정령의 등급을 확인해 놔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아의 마력이 늘어남에 따라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지도.

세상일이라는 게 생각하는 것처럼 평탄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확인은 해 놔야 할 것 같았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수아가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안심을 하고 싶었으니까.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아버지는 요즘 수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고 계셨는데.

수아가 학교에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시는 건지 경호 인력을 점점 늘리고 계셨다.

물론 유명의 적이 그만큼 많기도 했기에 아버지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는 도를 넘고 계시고 있었다.

학교에 후원한다며 직접 찾아가셔서 천억이라는 거금을 건네실 정도로.

거기다 수아를 경호하는 인력을 한 둘씩 늘리시기 시작하셨는데, 지금에 와서는 수아를 경호하는 인원이 스물을 넘은 상태였다.

스물이 넘는 인원이 수아가 학교에 도착하면 넓게 퍼져서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이러다가 수아에게 친구가 하나도 생기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아버지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으시는지 지금도 믿을 만한 가디언을 찾고 계셨다.

결국, 방법을 생각하던 나는 이렇게라도 아버지를 안심시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물론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법이 소용이 있을까?”

“어느 정도는 안심시켜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줘.”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련님의 고블린들을 빼앗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랬다.

김 실장의 말대로 지금 아버지는 내 고블린들을 탐내고 계셨다.

물론 수아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고블린들을 내놓을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이놈들에게는 선이라는 게 없다는 거였다.

만약 수아가 또래의 아이와 싸운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아마 그 아이는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나겠지.

아버지도 그걸 알기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시고 있었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련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말이야?”

내가 한숨 쉬는 걸 조용히 지켜보던 김 실장은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회장님께서는 전에도 이러신 적이 있으십니다.”

“정말?”

“네. 두 분 도련님이 태어나셨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셨으니까요.”

“형하고 내가 태어났을 때도 이러셨다고? 그럼 곧 잠잠해지겠네?”

김 실장의 말에 마음이 살짝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확신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때보다는 좀 많이 심해 보이시긴 하거든요.”

생각에 잠겨 있던 김 실장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꺼낸 말을 정정했다.

“도련님, 끝났어요.”

현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현지와 수아의 경호팀장이 나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결과는?”

“좀 애매하긴 한데 A급 중위 정도의 전력이라 판단됩니다.”

“근거는?”

“문을 통해 나온 정령의 수는 총 25개체입니다. 그중 최하급이 18개체이고 하급이 6개체 중급이 1개체로 확인되었습니다.”

경호팀장의 보고를 듣던 나는 A급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중급정령부터 A급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A급 중에서도 최하위이긴 하지만 나머지는 하급과 최하급의 수가 결정했을 거다.

“다만 확인이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뭔데?”

“정령이 힘을 발휘했을 때 아가씨의 마력이 소모되는지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래? 잠깐만.”

나는 걸음을 옮겨 수아에게 다가갔다.

“수아야 혹시 정령에게 멋있는 걸 보여달라고 부탁을 해줄 수 있니?”

“네! 파랑이야 나 분수 보여줘!”

분수?

내가 의아한 모습으로 수아를 바라볼 때였다.

갑자기 허공에서 물줄기들이 뿜어져 나오면서 멋진 분수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뻐! 이뻐!”

“캉캉!”

정령이 힘을 사용해도 수아의 마력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확인됐지?”

“네!”

“도련님. 아가씨 능력 너무 사기 아니에요? 만약에 저기서 최상급 정령이 저 수만큼 튀어나오면 대형 길드도 상대가 안 되겠는데요?”

현지의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사실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정령 소환사 중에 최상급 정령을 다룰 수 있는 자는 단 3명뿐이었다.

그 3명은 모두 세계랭커라 불리는 100인에 속해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 속성이나 마력에 따라 순위 차이가 나긴 했지만, 최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말은 세계랭커가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김 실장 현지 말 들었지. 잘 말씀드려.”

“알겠습니다.”

이제 좀 안심을 하시려나?

* * *

똑똑-

“도련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김 실장은 내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로열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래?”

“한성균을 보내겠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재벌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것들은 자신의 핏줄조차 이익을 위해 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언제 보낸 데?”

“이쪽에서 날짜를 정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 그럼 일주일 후에 데려간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뭐냐? 3D? 4D? 체험관인가? 길드원들 훈련시설 중에 그런 거 만든다고 했었지?”

“네. 이번에 개발된 가디언 전용훈련시설인 가상훈련관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거 어때? 진짜 같아?”

이번에 유명에서 개발한 증강현실 시스템의 테스트를 위해 길드 숙소에 그것을 설치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저도 체험을 해 봤는데.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구분을 못 할 정도입니다.”

“그 정도야?”

“네. 하지만 촉감이 느껴지는 건 아니라서 구분이 어렵진 않습니다.”

“그거 얼마나 더 있어야 설치 끝나는데?”

“설치는 끝났습니다. 지금은 테스트 중이고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완공되는 데 오래 걸리면 어쩌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준비 좀 해줘 사용 좀 해보게.”

“어디에 쓰시려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거 아니야. 영화나 한 편 찍으려고. 물론 내가 주인공은 아니야.”

“알겠습니다.”

김 실장이 나가려는 걸 본 나는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에 급히 입을 열었다.

“아! 그 뭐냐? 김수찬? 그 사람 영입 성공했다고 했지?”

“네.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 사람 정보 좀 가져다줘. 확인해 볼 거 있으니까.”

“바로 준비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 * *

-헉헉! 헉!

화면 속에는 한성균이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취익! 취익!”

초록색 피부를 가진 돼지를 닮은 생명체.

오크였다.

침을 질질 흘리며 시뻘게진 눈으로 뒤를 쫓는 오크를 보는 한성균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요?”

“조금 있으면 잡히겠지. 저기 그렇게 안 넓잖아?”

화면 속에 보이는 장소는 보기엔 수풀이 우거진 정글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냥 훈련장이었다.

가디언들의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훈련장.

증강현실 시스템 덕분에 실제처럼 보일 뿐이지 정말로 실체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한성균의 눈에는 모두가 실체처럼 보일 거다.

두려움 때문에 제정신이 아닐 테니까.

거기다 지금 그를 쫓고 있는 오크 역시도 진짜 오크였고.

내 소환수가 아닌 균열을 통해 나온 오크 중 하나였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벌써요?”

나는 현지의 말을 무시하고 한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며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왕눈아, 잠깐 멈춰봐.”

내 말이 떨어지자 한성균을 쫓고 있던 오크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저 훈련장에는 한성균과 오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크를 제어하기 위해 왕눈이도 함께 들어가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 이 개X끼야!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를 들은 한성균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내 마음인데? 너도 마음대로 했잖아. 그래서 나도 내 맘대로 하는 건데 뭐 잘못됐냐?”

-사, 살려줘!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살려줘!

불과 몇 초 전에 나에게 욕을 했던 한성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싫은데? 너도 살려달라는 사람 살려준 적 없잖아?”

-그, 그건…….

변명할 말을 찾기 위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녀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거봐 너도 할 말 없잖아. 그냥 받아들여.”

-자, 잘못했어. 자수도 하고 죄도 다 받을 테니까. 제발 용서해줘!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눈물로 애원하는 한성균의 목소리는 정말 반성하는 것처럼 절실함이 들어가 있었지만, 난 믿지 않았다.

아니 반성을 한다고 해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게 정답이었다.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지?”

-거, 거래하자. 살려주기만 하면 뭐든지 할게. 그, 그래 로열그룹을 너에게 줄게!

“이걸 어쩌나? 나는 로열그룹이 필요가 없는데?”

-그럼 원하는 걸 말해. 그게 뭐가 됐든 모두 들어줄 테니까!

한성균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곤 입을 열었다.

“정말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줄 거야?”

-무, 물론이지.

희망이 생겼는지 한성균의 얼굴에서 절망이 살짝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널 살려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데? ”

-뭐……라고?

“그러니까 그만 포기하고 받아들여. 왕눈아 시작해!”

-제발…… 잘못…… 했다고…….

눈물로 잘못을 비는 한성균을 보며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눈이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화면에서 등을 돌리며 현지에게 말했다.

“난 간다.”

“왜요? 다 보고 가시지.”

“넌 안 징그럽냐? 지금부터는 진짜야.”

진짜라는 뜻은 앞으로 저 오크가 한성균을 먹어 치울 거란 말을 의미했다.

아주 잔인한 장면이 연출된다는 말이었다.

균열에서 나온 오크를 이용해 그가 저질렀던 짓을 똑같이 되돌려 주는 것이 내 목적이었으니까.

“저도 징그럽긴 한데요. 제가 악인이 심판을 받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상관없다?”

“네. 어차피 뒤처리도 해야 하잖아요.”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대신 저 오크 잘 처리해.”

“네!”

지안이와 현태,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도저히 못 보겠다며 진작에 나간 상태였다.

오직 현지만이 끝까지 남아 있을 뿐.

“그리고 다 끝나면 현태 불러서 영상 저장해놓으라고 해. 그거 피해자 가족들에게 줄 거니까.”

“알았어요.”

한성균에게 말을 건 이유는 그의 영상을 찍어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죗값을 치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특히 그 형사.

너무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폐인이 되어버린 그에게 이 영상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해자의 가족들을 불러 직접 해결하게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그들이 망가져 버릴지도 몰랐기에 대신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세상은 선한 이가 힘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였고 제대로 된 처벌이란 것도 너무 낮은 수준이었기에 이런 놈들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같은 악인이 필요하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로 나 같은 놈들이…….

* * *

“안녕하십니까!”

김수찬.

내가 있던 미래에 무한의 검제라 불리던 최강준의 유일한 라이벌.

그랬던 그가 지금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반가워요, 김수찬 씨. 혹시 제가 왜 수찬 씨를 보자고 했는지 들었나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절도있게 마치 군인처럼 대답하는 수찬을 보며 얼마 전 기억을 떠올렸다.

검제라고까지 불렸던 그의 검술을 확인하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던 그의 검술이 아니었으니까.

분명 검술이 뛰어난 편인 건 맞았다.

다만 그 뛰어남이 내 생각보다 별로라는 게 문제였다.

다른 가디언에 비해 아주 조금 더 뛰어날 뿐 특출 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듣기로는 수찬 씨의 특성이 검술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

분명 맞는데? 왜 이렇게 다르지?

“실례가 안 된다면 특성개발에 어느 정도 시간을 쏟는지 알 수 있을까요?”

“특성개발은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그 좋은 특성을 도대체 왜?

특성이란 것은 말 그대로 재능이었다.

아무리 좋은 특성을 얻는다고 해도 갈고닦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었는데.

“왜죠?”

“제가 마나친화력이 낮아서 지금은 마력훈련 위주로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친화력이 얼마인데요?”

“5.3입니다!”

그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둘이 동시에 병행해도 상관없지 않나?

“낮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요?”

“그, 그게…… 집이 좀 어려운 편이라 다른 각성자들처럼 영약을 사 먹을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B급이 된 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형편이 아직도 안 좋은가요?”

B급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연 수입은 억 단위였다.

보통 2억에서 3억 정도일 텐데 형편이 안 좋다고?

“혹시 집에 빚이 있나요?”

“네. 그, 그렇긴 한데…….”

“그렇군요. 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 빚 내가 갚아드리죠.”

“네? 도련님께서 왜 제 빚을?”

“대신 수찬 씨는 내 사람이 되어 주세요.”

“도련님의 사람이라면?”

“별거 아닙니다. 그냥 내 옆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일단 이렇게라도 그를 내 옆에 붙여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안이도 이런 식으로 내 사람이 되었으니까.

“제가 빚이 좀 많은데요?”

“하하하. 수찬 씨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게…… 알긴 아는데요…….”

도대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빚이 얼마나 많길래? 한 30억 되나?

하긴 B급 가디언에게 투자하기에 30억은 좀 많긴 한가?

“나 유명그룹 자제에요.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알겠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도련님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군인 출신인가? 왜 이렇게 딱딱해?

“그래서 빚이 얼마인데요?”

“60억 정도 됩니다!”

“네? 얼마라고요?”

“60억 정도 됩니다!”

좀 많긴 하네.

그런데 어쩌다 저런 빚이 생긴 거지?

“60억이라…… 알겠습니다. 처리해 드리죠.”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아, 그런데 앞으로 좀 힘들 거예요. 앞으로 수찬 씨를 담당할 훈련 교관이 정말 인정사정이 없거든요.”

“상관없습니다!”

수찬을 보던 나는 그에게 현지를 붙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지야, 딱 고블린들에게 하는 것 정도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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