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살려주세요!”
급히 달려오는 수찬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현지에게 수찬의 훈련을 부탁하고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우선 딱딱했던 말투가 사라졌다.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나? 많이 힘들 거라고 했잖아.”
“쉴 시간이 없다는 건 말하지 않았잖습니까!”
퍽-
순간 타격음이 들렸고, 그 결과로 수찬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내가 그 강압적인 말투 고치라고 했죠?”
수찬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현지가 그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 이건 학대야! 학대라고! 적어도 잠은 재워야 하는 거잖아요! 밥은 먹여야 하는 거잖아요!”
수찬의 절규를 듣던 나는 내가 좀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에게 딱 고블린들에게 하는 것만큼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현지는 그를 정말 고블린처럼 가르쳤다.
훈련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언제 어느 때든 그를 찾아가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수찬은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조차 긴장을 풀지 못했다.
거기다 말투부터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자기 입맛대로 교정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수찬은 마치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맞아. 현지야, 너 너무 심해!”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지안이 나서서 현지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될 텐데?
“넌 쟤랑 체스 안 둬? 쟤 심심해 죽겠다잖아.”
“어, 어? 두, 둘 거야!”
왕눈이는 체스에 재미를 붙였는지 요즘 계속 지안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계속 지기만 하는 게임을 하고 싶을까?
물론 가끔 왕눈이가 지안에게 져주긴 했지만, 지안도 이젠 져준다는 걸 알았는지 왕눈이와 체스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뒤나 돌아보고 거짓말을 해.”
“응? 와, 왕눈아 그게…….”
체스를 둔다는 말에 왕눈이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다가왔다.
왕눈이에게 지안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체스를 둘 수 있도록 온라인체스를 가르쳐 줬지만, 지안에 대한 왕눈이의 집착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지안의 실력이 정말 뛰어난 건지 온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왕눈이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은 실력자랑 붙는 것 같긴 했지만, 지안보다 뛰어난 사람이 극소수였던 게 문제였다.
물론 왕눈이와의 대결을 통해 지안의 실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지, 너!”
왕눈이에게 끌려가는 지안은 현지를 보며 원망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그걸 잠시 지켜보던 나는 수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실력은 빠르게 늘잖아.”
“하, 하지만 이러다가는 실력이 느는 것보다 죽는 게 빠르겠다고요!”
현지의 노력이 통했는지 겨우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수찬은 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특히 그의 검술은 정말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있었다.
B급에 정체되어 있던 등급이 A급으로 올라갔을 만큼.
물론 영약을 매일 복용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긴 했지만.
“현지야, 오늘은 수찬이 좀 쉬라고 해. 어차피 조금 있다가 갈 때 있으니까.”
“야호! 어? 뭐야?”
수찬은 기쁨의 함성을 내뱉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며 그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행동하는 고블린들을 보며 당황했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현지가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어디 가시는데요.”
“저, 저도 갈게요!”
지안은 왕눈이와 두던 체스판을 뒤집고 나에게 달려왔다.
“경매장.”
얼마 전 성장이 점차 더뎌진다는 걸 느낀 나는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수아의 버프라는 특효약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획기적으로 마력을 증가시킬 방법이 또 하나 있었으니까.
영약.
그것도 내성이 존재하지 않는 최고급의 영약.
만드라고라라 불리는 균열 속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식물형 몬스터가 그 정체였다.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켜 줄 정도로 많은 양의 마력을 품고 있는 천고의 영약.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계속해서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다.
비밀 경매장.
서창렬이 관리하는 블랙마켓의 경매장에 올라온다는 소식을 서창렬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에 갈 예정이었다.
운이 너무 좋은데? 설마 그걸 얻을 기회가 올 줄이야.
“오늘은 고블린들도 데려갈 거니까 준비시켜놔.”
“넵!”
“키에?”
현지의 밝은 대답과 함께 고블린들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상무님 저도 가도 되죠?”
“그래.”
현지는 고블린들과 은신 상태로 날 호위할 예정이었기에 어차피 지안이를 데리고 갈 예정이었다.
나 대신 물건을 수령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 * *
“오랜만에 뵙는군요.”
“감사합니다. 이런 부탁까지 들어주셔서요.”
눈앞에 있는 서창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나는 비밀 경매장에 도착한 상태였다.
“하하하. 이 정도는 당연히 해 드려야죠. 저희 큰손이신데. 오히려 바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그럴 수야 없죠. 이곳에도 엄연히 룰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도움을 준 부분은 바로 비밀 경매장의 관리자석이었다.
일반적인 VVIP석이 아닌 블랙마켓의 관리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룸을 나에게 내어주었기에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거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럼 안내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서창렬의 친절은 좀 부담스러웠다.
그냥 부하 몇 명 내세워서 나를 안내하면 될 텐데 직접 안내까지 담당하는 그는 내가 알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분이 그 소문의 궁성이신가요?”
“네? 궁성이라뇨?”
지안은 서창렬이 자신을 보며 궁성이라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며 되물었다.
“하하하. 당사자가 모른다고 하니 좀 난감하네요.”
“상무님, 제가 궁성이에요?”
“그래. 네가 궁성이다.”
웹서핑 좀 하라니까!
지안은 정말 요즘 사람답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연락의 용도로만 사용했고 내가 준 태블릿PC는 아예 건들지도 않을뿐더러 노트북으로는 문서작업만 할 뿐이었다.
그 흔한 게임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면 한번은 지안이 도서관을 다녀오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그녀가 전문 서적 같은 걸 보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안은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도서관까지 직접 가서 책을 빌려와 보고 있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걸 도서관까지 가서 찾아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이곳입니다. 경매의 진행 방식은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지안이 덕분에 대화가 끊겨 버려 도착하기 전까지 입을 꾹 닫고 있던 서창렬이 입을 열었다.
“원하시는 물품을 낙찰받으시길 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 네.”
지안의 ‘수고하세요.’란 말에 서창렬이 잠시 당황한 것 같았다.
“아! 오늘의 경매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그 물건을 노리는 자들이 많다는 말이죠.”
“상관없습니다. 돈 많이 들고 왔으니까요.”
“하하. 그럼 저는 이만.”
그가 나가고 나는 지안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인터넷도 좀 하라 그랬지.”
“그게요. 저도 하려고 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막 이상한 화면이 나타나기도 하고 뭐를 설치하라고도 하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한숨이 나왔다.
이러니 그 이상한 말을 믿고 재능이 없는 줄 알았겠지.
“너는 다 괜찮은데 그놈의 아날로그적 행동이 문제야. 그것만 고치면 정말 괜찮을 것 같은데.”
“저도 노력 중이에요.”
지안 덕분에 기계치라는 게 정말로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한참 지안을 다그치던 그때 드디어 기다리던 경매가 시작되었다.
은색의 정장을 입고 가면을 쓴 진행자가 나타나 인사를 하는 걸 시작으로 경매 물품이 하나씩 단상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 하나씩 사줄 테니까.”
“정말요?”
“으헉! 너!”
갑자기 내 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현지 때문에 깜짝 놀란 나는 급히 소리쳤다.
보이지 말아야 할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현지 때문에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현지 역시도 잘못을 깨닫고는 바로 모습을 감췄지만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이곳을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나와 그냥.”
최대한 태연한 모습을 가장해 서창렬이 흔한 호위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태연하게 행동해.”
나는 현지에게 속삭이듯 말하고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곤 경매에 집중했다.
-이번에 소개할 상품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진행한 후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정령석이라?
가끔 균열에서 튀어나오는 타락한 정령에게서 나오는 유일한 부산물이 정령석이었다.
만드라고라처럼 내성이 존재하지 않는 영약에 속해 있는 물건이었지만, 상승시켜주는 마력의 양이 너무 적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급 영약 정도의 마력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마력의 상승이 별로이긴 했지만,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비싼 물건이기도 했다.
지금은 말이다.
이어서 경매가 계속 진행됐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루하게 경매를 지켜보던 그때 진행자가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 경매장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물건입니다. 오늘 찾아주신 많은 분이 이것을 노리고 있으시겠죠.
진행자는 한 박자 뜸을 들이며 심호흡을 한 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 바로! 블루 마정석입니다!
블루 마정석이란 말이 나오자 경매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진행자의 입에서 나온 블루 마정석이란 말에 만드라고라가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을 거란 내 생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니 욕심이 났다.
블루 마정석.
귀하디귀한 마정석 중에서도 가장 귀하다는 물건.
보통의 마정석과는 전혀 다른 용도로 각광받는 이 시대 최고의 보석.
“도련님. 저 저거 사주세요.”
“넌 염치라는 게 좀 있어라. 저건 아버지 드릴 거야.”
“치!”
나도 효자 노릇 좀 해보자.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에게는 젊음과 건강을 각성자에게는 마력과 마력의 회복속도를 상승시켜 주는 물건이 바로 블루 마정석이었다.
거기다 몸속의 불순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질병에 걸릴 위험이 사라지고.
극독조차 순식간에 정화해 주기 때문에 적이 많은 자에겐 필수품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일까?
블루 마정석은 신의 보석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저런 귀한 물건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만드라고라뿐만 아니라 다른 오늘 나올 물건들에 대한 정보도 좀 달라고 할 걸 그랬다.
현물을 많이 가져오길 잘했네.
이곳에 온 자 중 나보다 많은 자금을 가지고 온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게 어디 보통 물건이어야지.’
아버지조차 구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녔음에도 구하지 못했던 물건.
-시작가는 가볍게 500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가 무려 500억이었음에도 경매가 시작되자 망설이지 않고 계속 가격을 올리는 사람들.
1분도 되지 않아 500억이라는 가격이 1천억까지 치솟을 정도로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우와! 현지야 천억이래?”
“저거 아마 3천억 넘게 올라갈걸?”
“정말? 저게 뭐에 쓰이는데 그렇게 비싸?”
현지는 지안의 물음에 블루 마정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현지 역시도 블루 마정석의 가격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블루 마정석이 겨우 3천억에서 끝날 리가 없었으니까.
전 세계의 부호들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구하길 원하는 물건 1위가 바로 저 블루 마정석이었다.
경매를 조용히 지켜보던 그때 나와 동일 선상에 있는 층에 불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관리자석.
2천억을 넘어서려는 경매가를 한순간에 3천억으로 올려 버리는 과감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내가 있던 방에 처음으로 불이 들어왔다.
-4, 4천억 나왔습니다! 이거 관리자분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겠는데요.
쭉쩡이들은 알아서 빠지라는 멘트를 날리는 진행자.
내가 서창렬에게 관리자 석을 부탁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귀찮은 소모전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일단 관리자 석에 불이 들어오면 같은 관리자가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4천 5백억 나왔습니다.
-5천억 나왔습니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가격에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1조에 낙찰을 받는다고 해도 이득이라 생각했으니까.
만약 저 물건이 비밀 경매장이 아닌 일반 고급 경매장에 나타났다면 지금 가격의 10배를 주고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왜 저 물건이 비밀 경매장을 통해 나온 거지?
순간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그때였다.
삑-
나와 경쟁하던 관리자 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의제기.
관리자만이 가진 특권.
진행자에게 누군가 다가가 귓속말을 건네고 사라지자 진행자가 입을 열었다.
-3번 관리자 석에 계신 분이 이의를 제기하셨습니다. 지금 경매 중인 블루 마정석의 경매가에 맞는 현물을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한지 확인을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저희 쪽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어쭈? 확인이라고?
설마 저기 있는 놈이 서창렬은 아니겠지?
“현지야 가방 이리 가져와.”
“네.”
현지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커다란 가방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은신한 홉일이가 메고 있던 가방이었다.
“현지야 일단 은신해서 기다려.”
“네.”
현지가 사라지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죄송합니다. 저희 쪽 사람이 의심이 많아서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서창렬이었다.
나는 그가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현지를 특정 짓겠다고?
현지가 자신이 생각하는 호위인지 확인하고 싶었겠지.
“현물을 보여드리면 되겠죠?”
손에 들린 커다란 가방을 열어 그에게 건넸다.
“오! 역시 유명이군요. 이렇게 많은 마정석을 한 자리에서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대단하시네요.”
서창렬은 가방 안쪽을 보고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그의 눈빛만 봐도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뻔히 보였으니까.
“이 정도면 못 해도 지금 경매가의 몇 배는 되겠군요.”
“물론이죠.”
혹시 몰라서 유명의 부산물 창고를 털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정석이란 마정석은 모조리 쑤셔 넣었기 때문에 못 해도 지금 경매가의 10배는 넘을 거다.
“확인 끝났으니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네.”
서창렬이 나가자 현지가 바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음성을 차단하는 벽을 치는 현지에게 작게 속삭였다.
“어때? 들킨 거 같아?”
“아니요. 안 들켰어요. 은신하자마자 부하 중 하나랑 자리를 바꿨거든요.”
“그런데 왜 그렇게 조심하는 거예요?”
“나는 비밀무기거든.”
“그럼 나는?”
“어? 너는 공식무기?”
둘의 대화를 듣던 나는 경매가 재개되는 걸 보며 둘의 입을 막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