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가 떠나고 관리자들과 몇몇 간부들이 추가된 곳에서 조용하지만, 힘 있는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크로우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현아의 할아버지인 그가 관리자들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이미 제 뜻을 밝혔습니다.”
서창렬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답했다.
“힘을 보태자?”
“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서창렬의 말이 끝나자 대전 여기저기서 침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가? 상황이 많이 심각한가?”
“심각합니다.”
블랙마켓의 7인의 관리자가 아닌 크로우의 간부 중 하나가 그의 물음에 답하곤 이어서 설명을 시작했다.
“국내는 얼마 전 유명으로 인하여 한시름 돌렸습니다만, 타국에서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희 쪽 아이들이 계속해서 피해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네.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말조차 통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복종만을 원하고 있습니다.”
크로우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직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세력이 그들에게 손을 뻗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라곤 중국에 본진을 두고 있다는 것뿐.
“우리가 유명에 붙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가? 유명 역시 무력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가?”
“오만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큰 도움이 될 거란 것이 저희의 예상입니다.”
오만이란 호칭은 바로 현아의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블랙마켓의 관리자 7명의 호칭은 7대 죄악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인맥이라?”
“네. 들으셨겠지만, 중동의 어쎄신마스터도 유명의 인맥 중 하나입니다. 유명을 통해 그의 도움을 받는다면 중동 쪽에선 적어도 당하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다른 나라들 역시 그런 식으로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그들의 마수에서 벋어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관리자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는 관리자들의 의견을 묻는 듯했다.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관리자 중 유일한 여성이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말해보게.”
“조금 전 그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유명에 붙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분노의 말은 사실이더군요. 괴물 같은 호위와 그 무시무시한 괴물을 소환하는 걸 보니 생각이 변할 수밖에 없더군요. 저는 찬성입니다.”
“색욕은 찬성이라? 다른 자들은?”
“거! 그놈의 7대 죄악이니 뭐니 하는 것 좀 안 하면 안 되겠소? 식탐이 뭐야 식탐이! 내 들을 때마다 쪽팔려 죽겠소!”
통통한 체형의 관리자가 불만을 토로하며 광분하기 시작했다.
“그만 좀 하쇼. 그냥 부르기 편하라고 지어놓은 걸 가지고 언제까지 애처럼 굴 거요?”
“뭐라고? 그럼 나랑 바꿔! 내가 시기할 테니까 네가 식탐으로 바꾸라고!”
“그만!”
“크흠-”
오만은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는 회의장의 분위기에 둘의 입을 막아버렸다.
“저도 찬성입니다.”
“이유는?”
“저도 임프 한 마리 분양받고 싶어서요.”
“뭐라?”
입을 연 자는 탐욕이었다.
그의 눈은 오만의 앞에 앉아 과일을 맛나게 까먹는 임프에 꽂혀 있는 상태였는데.
“지금 장난하는 겐가?”
“누가 장난이랍니까? 그리고 보십시오. 여기 있는 자들 전부 저 임프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크, 크흠-”
오만이 관리자들과 간부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모두 뜨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서창렬은 누가 뺏어가기라도 할까 봐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있는 임프를 온몸을 사용해서 가리고 있었는데.
그 꼴사나운 모습에도 서창렬을 보는 모두의 눈은 오로지 부러움만을 담고 있었다.
“겨, 겨우 그런 이유로 찬성을 하겠다는 건가?”
“겨우라니요? 솔직히 말하면 그 아스트라라는 유물보다 임프가 더 탐이 납니다. 그걸 둘만 덥석 받고 우리는 뭐? 손가락만 쪽쪽 빨면서 구경하라는 겁니까?”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쉰 소리 그만하고 의견들이나 말하게!”
오만이 고함을 쳤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기 시작하는 관리자들.
“유명 쪽에 붙으면 임프를 받을 수 있는 건가?”
“그럴걸? 솔직히 임프 몇 마리로 크로우를 얻는 건데 안 주겠냐?”
“오만이 자리를 내준데?”
“자기가 어쩔 거야? 간부들이 다 찬성하면 내려와야지.”
“그래? 그럼 찬성!”
“나도 찬성!”
“찬성!”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다 찬성을 한다며 손을 번쩍 드는 모습에 오만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생겨났다.
“이, 이것들이! 크로우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야! 임프 몇 마리로 크로우를 넘기게!!”
오만도 알고 있었다.
유명에 붙는 것 말고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걸.
그래서 아스트라라는 유물을 이용해 유선우를 이 자리로 불러내 유명의 호위라는 자의 무위를 파악하기 위해 쇼를 한 거였으니까.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의 능력이 너무 대단했다.
몬스터를 소환해 복종시키는 그의 능력은 전설이나 신화 속에 나오던 마왕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크로우의 간부들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숨기고 그에게 굴복하지 않았다는 치기 어린 말장난과 다름없었고.
“으잉?”
오만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앉아서 복숭아를 까먹고 있던 임프가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일어난 임프는 씨만 남은 복숭아를 작은 손으로 꼭 쥐고 테이블에서 폴짝 뛰어내리곤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빈손을 들어 올렸다.
“어? 저거 지금 뭐 하는 거야?”
들어 올린 손으로부터 마력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자 석재로 이루어진 바닥에 작은 홈이 파였는데.
그곳에 들고 있던 복숭아씨를 살포시 내려놓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끼익?”
두리번거리던 임프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어항을 발견하곤 탁자를 기어 올라가 양손에 물을 듬뿍 담고는 복숭아씨를 내려놓은 장소로 이동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는데.
4번 정도 반복했을까?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지 쭈그려 앉은 임프가 두 손을 이용해 복숭아씨가 있는 구멍을 메꾸고는 팡! 팡! 두드린 후 밝게 웃음 지었다.
“끽끽!”
마치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일어나서 오만에게 다가오는 임프를 보며 관리자들이 감탄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오! 지금 씨앗을 심은 건가?”
“임프가 저렇게 귀여운 몬스터였나?”
관리자들의 대화 소리를 듣던 오만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임프를 들어 올려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는데.
“허허허.”
오만에게 양손을 뻗으며 무언의 제스처를 취하는 임프의 깜찍한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가서 과일 좀 가져오게.”
“내 임프에게 줄 것도 가져와!”
오만과 서창렬의 말에 대기하던 친위대가 급히 움직였다.
“그를 만나는 자리에는 제가 가겠습니다.”
“나도 갈래.”
“나도!”
관리자들은 앞으로 있을 유명과의 협상에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관리자들의 눈을 멀게 해버린 임프의 역할은 선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 * *
“이게 무슨?”
아버지의 부름에 서재에 도착한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라고요?”
“중국의 쓰촨성이라고 하더구나.”
“그 얼마 전에 지진 났던 곳이요?”
“그래.”
영상을 보고 내가 정말 놀란 이유는 한 가지였다.
주변의 높은 빌딩과 비슷한 크기를 가진 오크와 닮은 생명체를 비추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봐도 저건 악마종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지구에 악마종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미래가 바뀌었다는 말이었다.
회귀하기 전 그러니까 내가 죽기 전에도 지구에 악마종이 출현한 적은 단 두 번뿐이었고 그것조차도 중국이 아닌 일본과 영국에 나타났던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3일 전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더구나.”
“3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처리를 못 하고 있다고요?”
“그래. 중국 쪽에서 S급 각성자 14명이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실패했다고 하더구나.”
“14명이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급 최상위가 아니면 악마종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래.”
“그 단체는 나서지 않았나요?”
“아직은 나서지 않았다. 아니 아마 나설 생각이 없는 것 같더구나.”
“네? 나서지 않는다고요?”
“그래. 중국 쪽에서 타국에 도움을 요청하려 하는 것 같더구나. 세계랭커라 불리는 자들과 접촉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어.”
세계랭커라면 적은 수로도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왕눈이조차도 현지와 비슷한 수준의 각성자가 셋 만 되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했으니까.
물론 왕눈이가 게임으로 치자면 원거리 딜러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저들이 설마 세계랭커를 셋만 보내겠는가?
적어도 다섯은 섭외하겠지.
거기다 중국의 세계랭커들도 뛰어들 테니 충분히 제압은 가능할 거다.
“저곳 상황은요?”
“지옥이라더구나. 저놈 하나 때문에 균열을 막지 못하고 있어서 몬스터 천국이라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라고 하더구나.”
그런데 왜 미래가 바뀐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저놈들을 끌어내는 무언가를 했단 말이야?
내가 한 것이라고는 전생보다 균열을 많이 연 것밖에 없었다.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는데.
내가 연 균열이 어떤 작용을 해서 균열이 열리는 곳이 심연 깊은 곳과 연결되었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연 균열을 통해 나온 악마종이 벌써 두 마리였다.
전이었다면 생각도 못 했을 악마종의 소환.
다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악마종이 나온 곳이 중국이라는 거였다.
내 균열로 인해 저놈이 튀어나올 거였으면 한국에서 나왔어야 정상이 아닌가?
생각을 이어가던 도중 소름 끼치는 생각을 떠올렸다.
설마 국내에 악마종이 출현하는 건 아니겠지?
막아낼 순 있다.
이쪽엔 벌써 악마종이 두 마리나 있었으니까.
다만 균열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주변이 초토화되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그로 인해 발생할 인명피해는 아마 수천을 가볍게 넘어서겠지.
“아버지 저놈이 나올 때 반응이 어땠대요?”
“처음에는 일반적인 균열과 다를 게 없었다는구나. 저놈은 마치 그 균열을 찢어발기고 튀어나온 것처럼 갑자기 튀어나왔고.”
“등급은요?”
“B등급 균열이었다고 하더구나.”
아버지의 설명에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종이 나오는 전조를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만약 저런 놈이 아버지나 형, 수아의 주변에서 튀어나온다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버지 혹시 모르니 당분간은 그곳에서 생활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곳이라면 과천말이냐?”
“네. 그곳이 제일 안전해요. 만약 악마종이 나온다고 해도 왕눈이가 있으면 안전이 어느 정도는 보장될 테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만 괜찮다면 본사도 그쪽으로 이전할 생각인데 어떻냐?”
“본사를요?”
“그래. 그래야 네 형의 안전도 보장될 테니까.”
“네. 좋아요.”
아직도 사람들은 가디언 주거복합시설을 가지고 본사의 이전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들의 말대로 되었다.
“이러면 저희 쪽에서 발표한 본사 이전 계획이 없다는 말이 거짓이 되어버리겠네요.”
“상관없다. 핑곗거리야 차고 넘치니.”
땅값의 상승과 그로 인한 투기를 우려했다는 발표만으로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될 거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그곳으로 모든 것을 옮기냐였는데.
“지금 당장에라도 발표를 해야겠네요. 저 꼴이 나지 않으려면.”
중국 쓰촨성의 영상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영상 곳곳에 보이는 엄청난 수의 시체와 넘쳐나는 몬스터들.
정말 처참한 모습이었다.
똑똑똑-
“들어오게.”
“네. 회장님.”
“바로 발표하게.”
“알겠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친 모양인지 김 실장에게 이전 발표를 오늘 안으로 끝마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되게 북적거리네요.”
현지는 갑작스럽게 유명의 직원들이 들이닥치는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급하게 이전하는 거니까.”
본사의 이전을 발표한 후 모든 업무를 정지한 유명은 곧바로 이전을 시작했다.
아직 완공은 되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순식간에 유명그룹이라는 간판이 설치되었고, 수아의 이름으로 미리 구매해 두었던 주변 땅은 벌써 공사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유명의 본사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의 이전까지도 생각 중이었고, 거기다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기숙사까지도 만들고 있었는데, 말이 기숙사지 그냥 프리미엄 아파트였기에 대규모 공사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물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후에 알려질 진실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국의 사태가 알려지면 이 정도 반발은 아무것도 아닐 거다.
자신들만 살기 위해 모든 가디언을 유명그룹 주변에 포진해 놨다는 욕이 날아오기 시작할 테니까.
그전에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정말 괜찮을까요?”
지안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반발이 심하긴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야. 너희 이모님은 어떻게 하신데?”
“저랑 같이 사시기로 하셨어요.”
“다행이네. 그런데 전에는 왜 반대하신 거야?”
“저한테 짐이 되기 싫으시데요.”
짐이라? 오히려 지안이 이모에게 짐이 될 거 같은데?
설마 이모도 그걸 알고 지안이와 같이 살기 싫었던 건가?
지안의 방을 봤던 적이 있던 나는 왠지 이모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쓰레기통을 방에다 재현해 놓는 재능이 있는 지안이었으니까.
“정말 제 맘을 하나도 모르신다니까요. 저한테 엄마나 다름없는데.”
지안이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혼자가 되었을 때 결혼까지도 포기하고 지안을 키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지안의 방만 봐도 이모가 지안을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지 알 수 있었다.
현지와는 정반대.
현지의 방은 마치 결벽증이라도 있는지 모든 것이 각이 잡혀 있을 정도였는데.
성격을 보면 둘이 반대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말은 못 해주겠지만, 나는 이모님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정말요? 알려주세요.”
“안 돼. 너와 이모님의 사이가 멀어질지도 몰라.”
“네? 그게 무슨?”
“너 근데 아스트라 다루는 연습은 하고 있냐?”
지안의 물음에 뜨끔한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아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네? 네! 저 이제 좀 능숙해졌어요.”
“얼마나?”
“이제 100여 발까지는 분열이 가능해요.”
“진짜?”
지안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반 화살과 다르게 마력으로 만들어진 화살이었기 때문에 분열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안의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한 번에 100발을 쏟아낸다는 말은 검기 100개를 날린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도련님!”
“응?”
자안에게 놀라고 있을 때 현태가 급히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 그게…….”
“그게 뭐?”
“나타났습니다.”
“나타났다고? 뭐가?”
“중국과 일본에 나타난 놈과 비슷한 놈이 여의도에 출몰했다고 합니다.”
“뭐?!”
욕이 나올 뻔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나타날 줄이야.
중국에 출현했던 악마종.
그리고 며칠 전에 일본에서 출현한 악마종.
이번에는 한국이라고?
출현한 악마종 모두 동아시아에서만 출현하는 걸 보니 정말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