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이건 릴이 꺼야!”
“킥킥!”
이게 무슨 상황이지?
펜릴에게서 마정석을 뺏으려는 샤크와 왕눈이를 막는 수아와 어떻게든 마정석을 삼키려는 펜릴의 모습에 현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 마! 빨리 먹어 릴이야!”
수아가 왕눈이와 샤크를 막으며 펜릴에게 재촉을 해 봤지만 저걸 삼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삼키려 노력하는 펜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였는데.
“자꾸 이러면 나도 친구들 부를 거야!”
“저기 수아야?”
“응? 아빠! 재들이 릴이 꺼 뺏어 먹으려고 해요!”
정확히 말하면 펜릴이 뺏은 거나 다름없었다.
악마종을 처리한 건 왕눈이와 샤크였으니까.
이래서 샤크가 왕눈이를 피했던 거였구나?
샤크에게 악마종의 마정석이 있다는 사실을 왕눈이가 눈치채고 빼앗으려 할까 봐 왕눈이를 피해 다녔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쩌지?
마정석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녀석들은 보며 잠시 생각을 한 나는 펜릴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입을 열었다.
“펜릴! 일단 그거 줘봐!”
“낑낑.”
낑낑거리며 불쌍한 척하는 펜릴의 귀여운 모습을 애써 무시한 나는 마정석을 들고 일어나 왕눈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 이거 부실 수 있어?”
긍정.
“그럼 정확히 3조각으로 나눠봐.”
지잉-
마정석을 바닥에 내려놓자 잠시 고민하던 왕눈이가 레이저를 발사해 마정석을 정확하게 3등분으로 나누었다.
3등분이 된 마정석을 들고 일어나 왕눈이와 샤크, 펜릴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자 곧장 삼켜버리는 녀석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이었으니까.
왕눈이와 샤크가 뭔가에 이렇게 욕심내는 모습은.
펜릴이야 항상 이랬고.
쿵!
갑작스럽게 발생한 마력의 파동에 진원지로 시선을 이동하자.
마정석 조각을 꿀꺽한 펜릴이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한순간에 방출하는 모습이 보였다.
쿵!
쿵!
연이어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하는 펜릴을 보며 수아를 잡아끌며 입을 열었다.
“수아야 이리와!”
나는 수아를 내 뒤로 숨기며 펜릴을 주시했다.
펜릴이 뿜어냈던 마력들이 펜릴 주위에 반투명한 보라색 막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반투명했던 막은 색이 진해지며 펜릴의 모습을 완전히 보이지 않게 만들었는데.
뚱이와 고블린들 샤벨조차 놀라 이쪽을 보는 상황 속에서 왕눈이와 샤크만이 너무 태연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릴이가 이상해요. 아빠.”
“현지야 수아 좀 데리고 나가 있어. 수아야 언니 따라서 할아버지한테 가 있을래?”
“릴이는요?”
“릴이는 이제 멋진 모습이 되려고 준비하는 중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정말요?”
“그럼.”
현지의 손을 꼭 붙잡고 나가는 수아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막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막을 만져보았다.
분명 처음에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막으로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차 굳어가며 보라색의 커다란 알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왕눈아. 이게 뭔지 알아?”
긍정.
“성장하는 걸까?”
긍정.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펜릴이 성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는 모습에 솔직히 좀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얼마나 걸릴까? 일주일?”
부정.
“설마 한 달?”
부정.
“그럼 1년?”
부정.
1년도 넘게 걸린다고?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왕눈이에게 기간을 많이 단축해 물었는데.
“설마 하루?”
긍정.
다행이었다. 수아가 펜릴을 많이 걱정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오래 걸리지 않길 바랐으니까.
* * *
찌지지지직-
정확히 20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펜릴을 숨기고 있던 알에 금이 가는 걸 확인한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알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변했을지 정말 궁금했으니까.
점차 균열이 심해지던 그때 알을 뚫고 뭔가가 쏙 튀어나왔다.
“에게?”
순간 현지가 실망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버둥거리던 펜릴은 알에서 쏙 튀어나왔는데.
커다란 늑대의 모습이 되었을 거라 예상했던 내 생각과 다르게 평범한 고양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전과 비교하면 많이 성장한 거였지만, 전생의 내 기억에 있던 그 모습이 아니라 조금 실망했다.
“캉캉!”
울음소리도 그대로였고.
빠직- 빠지직-
그때였다.
순간 펜릴의 뿔에 금빛 뇌전이 어리기 시작했는데.
아! 뿔이 자라났구나?
새끼손가락만 한 뿔이 펜릴의 이마 정 중앙에 솟아 있는 모습을 보던 찰나.
금빛 뇌전이 쏘아져 나갔다.
“쿠오? 크와와왁-”
문제는 하필 쏘아져 나간 방향에 뚱이가 앉아 있었던 것일까?
짜릿한 고통에 깜짝 놀라 급히 몸을 일으킨 뚱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원흉을 찾으려 했지만.
“응? 어디 갔어?”
“문 열고 나갔는데요?”
“문을 어떻게 열고?”
“그냥 열리던데요?”
펜릴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뚱이.
“가서 다시 데려와. 확인할 거 있으니까.”
“네!”
현지가 나가고 잠시 후.
“아빠 나두 구경해도 되요?”
성장한 펜릴을 안고 나타난 수아가 구경하고 싶다며 안 하던 떼를 쓰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뚱아. 준비해.”
내 말에 마력을 잔뜩 끌어 올리는 뚱이를 보며 펜릴에게 입을 열었다.
“뚱이에게 쏘는 거야. 알았지.”
“캉!”
밝은 표정으로 짖는 펜릴은 이어서 뇌전을 뿜어내 곧바로 뚱이를 향해 발사했는데.
빠지직- 빠직-
쏘아져 나가는 금빛 뇌전을 보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 뚱이는 이어서.
“크와와와왁-”
전과 똑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뇌전에 직격당한 뚱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뇌전이 뚱이의 마력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뚱이도 당황스러운지 몸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어째서 방어를 하지 못한 거지?”
이어서 몇 번 더 확인해 봤지만, 뚱이의 마력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들어가는 뇌전에 어이가 없었다.
방어를 무시하는 공격?
이어서 왕눈이에게 막아보라 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왕눈이 역시도 펜릴의 뇌전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직격당했는데.
현지를 막아섰던 염력도 중력도 심지어 레이저까지 뚫고 들어가는 모습에 황당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놈 도대체 뭐야?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펜릴의 뇌전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샤크에게도 통할 정도였다.
물론 큰 피해를 주는 건 아니고, 움직임을 잠깐잠깐 멈추는 정도였지만, 그런데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릴이 더 성장한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테니까.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마력이란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공격의 의지나 방어의 의지를 품기에 소유자의 마력이 아닌 이상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잠깐만?
순간 소름 끼치는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는데.
펜릴과 비슷한 공격을 하는 악마종이 또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각성자가 강한 이유는 마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펜릴처럼 마력을 무시하는 공격을 가한다면?
탱커 계열이라고 해도 육체는 결국 인간이었다.
물론 일반인보다 육체가 뛰어난 건 사실이었지만, 결국 인간.
스치기라도 하는 순간 재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음-”
“도련님 지금 저거 마력을 무시한 거 맞죠?”
“그런 거 같아.”
“그게 가능한 거예요?”
현지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지 황당한 눈으로 펜릴을 보며 말했는데.
“봐서 알잖아?”
현지에게 대답을 해주며 걸음을 옮긴 나는 펜릴을 보며 마력을 끌어올린 채 입을 열었다.
“펜릴 그거 나한테도 쏴봐.”
“캉?”
“도련님 위험해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펜릴을 보며 서서히 끌어올린 마력의 성질을 바꾸며 변해버린 마력을 뿜어내자 검붉은 마력이 내 앞에 작은 막을 만들어 냈는데.
파괴의 마력.
공간을 파괴해 균열을 열어버리는 흉악한 기운이었다.
“빨리!”
“캉!”
빠지직!
펜릴의 금빛 뿔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은 뇌전이 발사되는 걸 본 나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뇌전이 내 마력을 뚫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와! 도련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별거 아니야. 균열 열 때 쓰는 마력을 사용한 거야.”
“균열을 열 때 쓰는 마력이라뇨.”
“그런 게 있어.”
내 특성은 좀 특이한 면이 있었다.
마치 특성이 두 개라도 되는 것처럼.
마력의 성질 변화와 균열을 통해 나오는 몬스터를 지배하는 능력.
균열을 여는 것은 성질이 변화된 파괴의 마력에서 파생된 하나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문제는 이 파괴의 마력을 다루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였는데.
모든 걸 파괴해 버리기 때문에 무기는커녕 내 몸에 적용했을 때 역시 몸을 파괴하기 때문에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거기다 몸 밖으로 배출해 마력을 변화시키면 균열이 열릴 뿐이었고.
자폭공격이라면 가능하긴 할 테지만 십중팔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거다.
모든 걸 파괴해 버리기 때문에 펜릴의 뇌전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조금의 사용만으로도 지금 내 몸은 말이 아니었다.
뽑아낸 후 마력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마력을 변화시켜 뿜어낸 것이기 때문에 균열은 열리지 않았지만, 그 덕에 온몸이 저리기 시작했다.
아주 적은 양의 마력을 사용했음에도.
“현지야, 포션 하나만 가져다줘.”
“네? 왜요? 설마 펜릴의 공격이 통한 거예요?”
“일단 가져와.”
한쪽에 구비 되어 있는 진열장에서 포션을 하나 꺼내든 현지가 나에게 다가와 포션을 건넸다.
바로 뚜껑을 열고 단번에 들이켰지만, 역시나 회복속도가 엄청나게 더뎠다.
“아빠 아파요?”
나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수아에게 애써 미소를 지어주었는데.
“아니야. 아무렇지 않단다.”
“정말요?”
“그럼.”
말과 다르게 온몸이 찌릿찌릿했는데.
이래서 내가 이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최상급 회복 포션을 마셔도 거의 회복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건 앞으로도 사용하면 안 되겠어. 응?
순간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운에 고개를 숙이자 수아가 내 몸에 양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게 무슨?
수아의 버프.
파괴의 마력을 몰아내기 시작하는 수아의 마력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력의 잔재 때문에 최상급 포션조차 회복을 시키지 못했는데, 수아의 마력이 그 잔재를 소멸시키자 회복 포션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어둠을 몰아내는 빛처럼 파괴의 마력을 몰아내는 수아의 마력.
파괴의 마력과 정 반대라는 건가?
수아 덕분에 편안해지는 느낌과 함께 몸이 순식간에 치유가 되었는데.
“아빠. 이제 괜찮아요?”
“하하하. 그럼 우리 수아 덕분에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수아의 너무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헤헤. 아빠가 또 아프면 수아가 다 치료해 줄게요!”
“우리 수아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이쁠까?”
“제가 장담하는데 도련님은 아니에요.”
“뭐라고?!”
“킥킥킥.”
“캉!캉!”
뭐가 그렇게 좋은지 주변을 빙빙 돌며 짓는 펜릴에게 고개를 돌리니 내 소환수들이 전부 나를 걱정스럽게 보는 모습이 보였다.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소환수들을 안심시킨 나는 현지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일본은 아직도 그놈 처리 못 했다고 했지?”
“네? 네. 일본 훗카이도? 홋카이도? 거기가 완전히 폐쇄되었데요.”
“전부?”
“네.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네요.”
현지의 말에 황당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일본은 홋카이도란 섬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폐쇄를 시켰다는 말은 사실상 섬 자체를 포기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아직 랭커들 섭외 못 했데?”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데요. 벌써 제한구역처럼 변해버렸다던데요?”
“벌써?”
“네. 지금까지 열린 균열 수만 해도 수백 개라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데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경우만 봐도 세계랭커 중 8명이 모였을 뿐 아니라 주변 정리를 위해 수천의 각성자들이 투입되었음에도 엄청난 피해를 보았으니까.
그중 무려 2할이 죽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음- 김 실장한테 일본 정부와 협상 좀 해보라고 전해.”
“무슨 협상이요?”
“받아낼 거 있으면 최대한 받아내라고.”
“그놈 처리해 주게요? 왜요?”
“펜릴 키우려면 악마종의 마정석이 필요하잖아. 거기 말고 어디서 그걸 구하겠어.”
마석을 먹어도 성장하긴 하겠지만, 악마종의 마정석에 비해 너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생에 펜릴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내 나이가 서른이었다.
뒤늦게 펜릴의 알을 발견해 부화시켰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성체로 성장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그때 처음으로 선보인 거겠지.
“그렇긴 한데 괜찮을까요? 들어보니까 S급 몬스터도 엄청 많다는 거 같은데?”
“왕눈이랑 샤크 있잖아. 얘들이 들어가면 아마 다 도망갈걸?”
“아! 그러네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몬스터의 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악마종의 존재를 기가 막히게 파악해 순식간에 도망가 버리는 몬스터들을 보며 황당해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 왕눈이를 소환했을 때 제한구역에 데려갔던 적이 있었는데.
테스트는커녕 몬스터조차 나타나지 않아 드론을 띄워 확인했을 때 정말 황당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왕눈이 주변 500M 안의 몬스터가 모조리 사라진 것이었다.
왕눈이가 움직인 거리만큼 도망가는 몬스터의 황당한 모습에 사냥을 포기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S급도 도망갈지는 모르겠네?”
“진짜 웃기겠네요. S급이 도망가면.”
“아빠 일본가요?”
“어? 어. 일본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네?”
“그럼 수아도 가면 안 돼요?”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어쩌지?”
“수아도 일본 가고 싶은데…….”
일본에 가고 싶다는 수아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현지가 수아에게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왜 일본에 가고 싶으세요?”
“아빠랑 여행 가보고 싶어요!”
“응?”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 보니 수아와 여행이란 걸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랑 여행 가고 싶었어?”
“네! 친구들은 다 가는데 수아만 못 가봤어요.”
나 나쁜 아빠였구나.
“그럼 수아도 데려갈까?”
“네! 할아버지랑 삼촌도 같이 가요. 수아 가족 여행 가보고 싶어요!”
“그, 그건 좀…….”
“안 돼요?”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네? 아버지는 몰라도 요즘 형은 정말 바쁜 것 같던데?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럼 수아가 할아버지랑 삼촌한테 가서 같이 여행 가자고 물어봐 줄래? 아빠는 할 게 좀 있어서 직접 물어볼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네! 지금 가서 물어볼게요!”
모두 같이 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수아가 같이 가자는데 설마 아버지와 형이 못 간다고 하진 않겠지.
“도련님 어쩌시게요?”
펜릴과 함께 다다다 뛰어가는 수아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어째?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좀 놀다 오면 되지.”
“그거 말고요. 회장님이야 좋다고 하시겠지만, 큰 도련님은 요즘 정말 바쁘다고요. 요즘 계열사 이전 문제 때문에 잠도 잘 못 주무시는 것 같은데.”
“그럼 못 간다고 하겠지.”
“큰 도련님이 아가씨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형 유능하잖아? 어떻게든 스케줄 비우겠지.”
이번 기회에 형도 좀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항상 일만 하는 형을 보면 요즘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거기다 형수님 되실 분도 요즘 잘 못 만나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같이 가서 진도를 좀 팍팍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조금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