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균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거대한 균열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가 적어도 40m는 될 정도로 거대한 균열.
게이트의 크기를 알고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천장의 높이가 100m 가까이 될 정도였으니까.
“나와요!”
순간 회색빛의 거대한 손이 균열을 통과하는 걸 확인한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시발! 하필 싸이클롭스야!”
싸이클롭스.
거인형 몬스터로서 악마종은 아니지만, S급을 넘어서 측정 불가 판정을 받은 몬스터 중 하나.
세계 랭커 셋은 모여야 상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괴물이었다.
“몸통이든 머리든 튀어나오는 순간 공격해. 지안이 먼저 쏘고 바로 뚱이가 나선다. 왕눈이는 저놈 못 움직이게 묶고!”
왕눈이의 공격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잘못했다가는 인명피해가 날지도 몰랐다.
이곳이 실외라면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이곳은 실내였다.
벽 몇 개만 뚫고 지나가도 바로 직원들이 있는.
“네!”
“그리고 상황실. 저번에 만들어뒀던 창 있지. 그거 빨리 가져와!”
히드라의 뼈로 창을 몇 개 만들어 두었는데, 그중 하나를 오늘 써야 할 것 같았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지안의 화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싸이클롭스의 머리통을 향해 쏘아져 나갔는데.
퍼엉-
명중하는 순간 화살이 폭발하며 싸이클롭스의 머리통이 튕겨 나가듯 젖혀졌다가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그때 주먹을 붉게 물들인 뚱이가 뛰어올랐다.
“다음 공격 준비해. 왕눈이는 바로 묶을 준비하고.”
“네!”
“도련님 여기 창 가져왔습니다.”
창을 받아드는 순간.
꽈앙!
싸이클롭스의 정수리에 뚱이의 공격이 작렬했는데, 순간 휘청거린 싸이클롭스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직이야!”
외침과 함께 조용히 마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쓰러지던 싸이클롭스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시 일어서려 했는데, 순간 뭔가에 잡히기라도 한 듯 그대로 멈춰버렸다.
왕눈이의 염력.
“계속 공격해.”
아! 수아도 없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마력의 성질을 천천히 변화시켜 아주 조금씩 조심스레 창에 주입하던 나는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창에 깃드는 이 마력이 내 몸을 파괴할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쾅- 퍼엉- 쿵-
멈춰 버린 싸이클롭스를 향해 뚱이와 지안의 공격이 연속해서 작렬했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상처를 많이 입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싸이클롭스를 처리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였으니까.
물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리 없이 처리하긴 할 테지만, 문제는 광폭화였다.
드물게 광폭화를 하는 몬스터들이 있는데, 저 싸이클롭스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공격력과 방어력뿐만 아니라 회복력까지 급상승하는 특이한 현상.
싸이클롭스가 측정 불가 판정을 받은 이유였다.
“우워~”
순간 싸이클롭스의 입에서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오며 왕눈이의 염력에 반항하듯 조금씩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싸이클롭스의 모습에 광폭화가 시작됐다는 걸 알아챈 나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싸이클롭스가 왕눈이의 염력에 저항하면서 발생하는 충격파와 뚱이와 지안의 공격에 의한 충격파로 인해 차단 방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놈이 점차 왕눈이의 염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아직 외벽이 완공되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본사 건물에까지 충격이 전달될지도 몰랐기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내 몸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됐다!
파괴의 마력을 받아들이던 창이 끄그극 소리와 함께 금이 가기 시작하는 걸 확인한 나는 싸이클롭스를 겨냥해 창을 냅다 집어 던졌다.
쉬익- 푸욱-
싸이클롭스의 가슴에 깊숙이 박힌 창.
마치 인간의 몸에 박혀 있는 작은 가시처럼 보일 뿐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를 거다.
파괴의 마력이 놈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내부에서부터 놈을 파괴하기 시작할 테니까.
전투 중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막겠지만, 전투 중에 극복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
“쿨럭!”
“상무님!”
순간 목구멍으로 치미는 기분 나쁜 감각에 허리를 숙이며 기침을 토하자 핏물이 바닥을 적셨는데, 이어서 코에서도 뭔가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전신에서 느껴지기 시작하는 커다란 고통에 지안에게 겨우 입을 열었다.
“포, 포션…….”
“여, 여기요!”
급히 품에서 포션을 꺼내 뚜껑을 열어 내 입에 부어주는 지안을 보며 제발 이 고통이 좀 사라지길 원했는데, 오히려 고통이 점점 심해질 뿐이었다.
아! 겁나 아프네!
“크아아악-”
순간 귓가로 들리는 싸이클롭스의 비명.
싸이클롭스의 마력이 파괴의 마력을 막아서기 위해 몰리기 시작했지만, 그 마력조차도 파괴해 버리는 모습에 안심할 수 있었다.
콰앙-
순간 굉음이 들리며 커다란 진동이 바닥을 타고 울리는 걸 느낀 나는 고통 때문에 숙였던 고개를 들어 놈을 보았는데.
싸이클롭스가 바닥에 엎어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왕눈이의 염력에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온 마력을 전부 끌어올린 뚱이의 모습이 보였다.
“쿠워어!”
내가 알던 뚱이의 마력보다 훨씬 거대한 마력을 전신에서 뿜어내며 분노의 함성을 지르는 뚱이는 이어서 마력을 오른 주먹에 모으기 시작하다 그대로 도약했는데.
“왕눈아 바닥! 바닥 보호해!”
싸이클롭스의 머리통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뚱이의 모습에 고통을 참아내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뚱이 때문에 건물이 무너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푸확- 꽈아앙-
싸이클롭스의 머리에 직격한 공격은 머리통을 그대로 터뜨리며 바닥과 충돌했는데,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며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 냈다.
왕눈이 덕분일까?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 냈음에도 충격을 제대로 차단했는지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철푸덕-
싸이클롭스를 처리한 뚱이가 내 앞에 다가와 머리통을 부수며 잔뜩 뒤집어쓴 체액을 튀기며 주저앉았는데, 큰 힘을 써서인지 헐떡거리며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힘이 있으면 처음부터 좀 쓰지…….
“괜찮아, 인마. 걱정할 거 없어.”
생각과는 다르게 뚱이를 안심시킨 후 한숨을 내쉬었다.
“취익- 취익- 쿠워어! 쿠워!”
지친 모습으로 콧바람은 내뱉은 뚱이는 걱정이 되는지 계속 떠들었는데,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그냥 대자로 뻗으며 누워버렸다.
‘왜 이렇게 아프지?’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전생의 육체와 지금의 육체는 많은 차이가 있을 테니까.
고통을 계속 이겨냈던 전생의 육체와 달리 고통이라곤 느껴본 적도 없는 육체가 같을 리 없었다.
정신력은 개뿔!
“지안아. 수아 조퇴 좀 시켜달라고 해줘.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못 참겠다.”
“네. 바로 연락할게요.”
“고마워. 아! 수아한테 내가 아프다는 말은 하지 말고.”
“네!”
* * *
“수아야 이제 안 해도 된다니까?”
“하지만…….”
싸이클롭스가 나타난 지도 벌써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수아는 지금도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하필 그때 기침이 나와서는.
수아가 도착했을 때 하필 기침이 나왔는데, 문제는 피가 섞여 나와버린 거였다.
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보고 울음을 터뜨린 수아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만 보면 버프를 걸어주기 바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버프를 걸어준다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솔직히 기분은 좋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좀 난감했다.
학교에 갈 시간임에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수아야 아빠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수아 앞에서 한껏 웃으며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수아를 안심시켜 봤지만, 수아는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 하나도 안 아파요?”
“그럼! 아빠가 얼마나 건강한데~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학교 다녀오렴.”
“그치만…… 수아가 학교에 있는데 아빠가 또 아프면 어떻게 해요?”
나를 걱정해 주는 수아를 보며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쓰리기도 했다.
수아에게 나란 존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다음부터는 죽지 않을 정도는 그냥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아를 달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아빠 건강해!”
그렇게 계속해서 수아를 달래야 했던 나는 수아가 학교에 가고 나서야 하려던 일을 할 수 있었다.
일이라고 해봤자 균열을 여는 것뿐이었지만.
“그나저나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일본에서 처리한 악마종의 마정석을 통째로 먹은 펜릴은 또다시 알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5일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의 마력을 흡수하려 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런가?”
여의도에 출몰했던 악마종의 마정석은 샤크가 이미 많이 흡수한 상태였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일본의 악마종에게서 나온 마정석의 크기가 수박만 한 걸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저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알 속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농도는 엄청나다고 해도 부족할 정도였는데, 조금씩 그 양이 줄어드는 걸 보면 펜릴이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했다.
처음 넘쳐나던 마력이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반 정도 줄어들었으니까, 아마 5일 정도가 더 소요될 거란 예상이 가능했다.
“그나저나 뚱이랑 고블린들은 어때?”
“팍팍 강해지고 있죠.”
요즘 뚱이는 고블린들과 대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전과 다르게 강해지는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뚱이 혼자와 고블린들과 샤벨이 편을 먹고 대련을 하는 것이었는데, 현지가 고블린들의 성장이 멈춘 것 같다며 뚱이를 이용하려 했는데, 오히려 뚱이의 강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거기에다 또 다른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 수아의 버프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내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며 울음을 터뜨린 수아의 몸에서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마력이 나뿐만이 아니라 몬스터들까지 감싸는 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확인을 해보았는데, 아주 놀라운 사실을 한가지 알 수 있었다.
수아의 버프는 인간뿐만 아니라 몬스터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었는데, 이것의 진짜 용도는 따로 있다는 거였다.
정령의 진화.
수아의 버프를 받은 정령의 등급이 올라가거나 성장하는 경우였는데,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정령이 진화해 등급이 올라가거나 성장하듯 크기가 커지는 모습을 본 모두가 깜짝 놀라버렸다.
“그나저나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설마 아가씨의 버프의 진짜 용도가 그런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현태하고 수찬이는 어때?”
“길드에 당분간 잡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수아의 버프를 매일같이 받은 현태는 이번 등급 테스트에서 당당히 S급에 올라섰다.
수찬이 역시 B급에서 완전한 A급으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A급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올라섰는데.
문제는 너무 단기간에 등급을 올렸다는 거였다.
A급에서 S급으로 넘어가는 기간은 아무리 빨라도 5년 이상이었는데, S급에 올라서지 못할 거란 평가를 받던 현태가 겨우 2년 남짓한 시간 만에 S급으로 올라서면서 길드 내에서 말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들에게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길드 내에서 도는 모양이었기에 당분간 현태와 수찬은 길드에 묶여 있어야 할 것 같았다.
S급이 필요한 균열에 투입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상무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지안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나를 불렀는데.
“왜?”
“그거 있잖아요! 오늘 도착한 데요!”
“그게 뭔데?”
“생체갑옷이요!”
“진짜? 몇 개? 내 것도 있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늘 오전 중으로 시제품 9개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으니까.
“9개! 너랑 나랑 고블린들이랑 뚱이랑 도련님 것까지 해서 총 9개!”
얼마 전 테스트용 생체갑옷을 보내온 적이 있었는데 뚱이와 고블린들에게 테스트해본 결과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마쳤는데, 현지와 지안이 마치 고가 브랜드의 신상을 보는 여자들의 눈으로 생체갑옷을 보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것이 아니라 현태 거.”
“응? 그럼 도련님은 필요 없으세요?”
“당연하지. 내가 앞장서서 싸울 것도 아닌데 그게 왜 필요해?”
“어? 그럼 지안이는 왜 필요해요? 뒤에서 활만 쏘는데?”
“뭐! 나도 필요하거든!”
“마력 증폭되잖아.”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지안에게 생체갑옷은 딱히 필요가 없었다.
지안의 마력양만큼은 이미 현지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내성이 전혀 쌓이지 않은 지안은 영약의 힘을 빌려 마력의 양을 순식간에 현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마력의 활용능력은 현지에 비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었다.
가진 마력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지안에게 마력 증폭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건 그렇고 해독 능력자는 찾았대?”
세계에서 가장 쓸모없는 특성 10개를 뽑으면 그중에 항상 들어가는 것이 해독 특성이었다.
기본적으로 각성자에게는 웬만한 독은 통하지 않았기에 일반인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이었는데, 어이없게도 특성 자체가 워낙 귀해서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아! 맞다. 찾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고 김 실장님이 전해달래요.”
“무슨 문제?”
“해독 능력자가 화랑 길드 소속이래요.”
“뭐?”
왜 하필 화랑 길드에 있냐?
“김 실장님이 상무님에게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봐 달라고 하시네요.”
“그 사람 말고 없데?”
“찾는 중이래요.”
“도련님 그런데 왜 찾는 거예요?”
“그건 찾으면 알려줄게.”
내가 해독 특성을 가진 각성자를 찾는 이유는 바로 만드라고라 때문이었다.
해독 특성을 가진 자만이 만드라고라의 굳은 마나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걸 어쩌지?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화랑에 요청해야 하나?
“어떻게 할까요?”
“잠깐만 생각 좀 해보고.”
만약 그쪽에 해독을 부탁했다가 그가 길드로 돌아가 이 사실을 폭로해 버리면 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었기에 고민이 되었다.
굳은 마력을 가진 만드라고라는 일반 만드라고라보다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지금 전 세계를 뒤지는 중인데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내 손에 들어와야 할 만드라고라를 놓치게 될 수도 있었다.
“일단 그쪽은 보류하고 더 찾아보라고 해. 국내에 없으면 해외까지도 뒤져보라고 해.”
“네!”
해독 특성을 가진 자가 아무리 적다고 해도 국내에 다섯 정도는 있을 거다.
다만 가디언이나 헌터의 길을 포기하고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찾기가 어려울 뿐이지.
“협회에 협조공문 보내서라도 찾으라고 해!”
“협회가 협조해 줄까요?”
“안 되면 협박이라도 해야지 별수 있나?”
협회가 유명을 바라보는 눈은 거의 원수를 보는 듯했다.
고위직이 거의 물갈이가 됐음에도 유명 때문에 협회의 힘이 많이 감소했으니까.
거기다 협회가 화랑 쪽으로 붙어버렸기 때문에 더욱 사이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괜히 저 때문에…….”
“걱정 마. 시간이 지나면 이쪽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매달릴 테니까.”
점점 예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게이트가 열리게 되면 그들은 그대로 사라질 거다.
그들을 대신할 새로운 기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비스 관리국이라는 새로운 기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