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창문을 통해 세계랭커들의 반응을 살피던 나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감탄사가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들리고 있었으니까.
정원을 돌아다니는 여러 종류의 소환수들을 보며 주변을 얼쩡거리거나 다가가 슬쩍 터치를 해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동물원에 온 어린아이들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소환수들을 무시한 채 본채로 들어서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랭커들이 소환수 주변에 멈춰 서서 소환수들을 구경하기 바빴는데, 소환수가 안전하다는 판단이 든 것인지 점차 행동이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오우거의 어깨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걸어 다니는 트롤의 머리 위에 앉아 경치를 구경하는 듯한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무님의 생각이 통한 모양인데요?”
“관심이 가겠지. 저 소환수들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치겠어.”
이곳에 옮겨 둔 200개체의 소환수를 전부 정원에 풀어놓은 이유.
모임이 끝난 후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 내 소환수가 안전하다는 소문을 퍼트려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전 세계로 퍼져 있는 이상 당연히 그 소문은 국내로 돌아올 테고, 당연히 내 소환수를 밖에 꺼내 놓기가 편해질 거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결과였다.
지금 소환수를 꺼내 놓는다면 분명 반발하는 자들이 많을 거다.
이상한 단체부터 화랑이나 그쪽에 붙어 있는 몇몇 정치인들을 비롯한 길드들이 나서며 제재를 가하려고 할 게 뻔히 보였기 때문에, 세계랭커라는 자들의 입에서 안전하다는 소리가 나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그들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테니까.
“그나저나 어쩌죠?”
“왜?”
“파티 시간이 벌써 30분이나 지났어요. 저 사람들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아! 그렇네? 이걸 어쩌지?”
시간을 확인한 나는 30분이나 지났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세계랭커라는 자들의 행동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이미 입장을 한 자들에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배치한 길드원들에게 소환수들을 훈련장에 넣어 두라고 하면 저들도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거 좋은 방법이네. 그렇게 하도록 해. 저들에게는 나중에 따로 시간을 마련한다고 전하고.”
“네.”
지안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슬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이와 샤크, 마지막으로 고블린들이 오늘 파티에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그 말고도 아버지와 함께 입장할 샤벨이 있었다.
“얘들아 준비해라. 오늘 주인공은 너희들이니까.”
“키엑!”
“크아!”
고블린들과 뚱이 마지막으로 내 그림자 속에서 고개를 내미는 샤크.
근데 샤크를 꺼내놔도 되는 건가?
샤크의 존재감에 겁에 질리는 자가 나타날지도 몰라 살짝 걱정되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설마 세계랭커란 자들이 샤크 때문에 꼼짝도 못 하진 않겠지? 그럼 실망인데…….
“음- 이제 출발해도 되겠다.”
나는 창문을 통해 소환수를 구경하던 자들이 본채로 이동하는 모습을 살피며 출발해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가자 얘들아!”
* * *
“오오~”
“와우!”
내가 입장하자 파티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렸는데, 그들 대부분이 뚱이나 고블린들을 보며 놀라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곁에 있는 뚱이와 고블린들의 특별함을 보이기 위해 마력을 뿜어내라 지시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유선우입니다.”
“쿠오!”
“킥!”
내 인사에 연습했던 대로 뚱이와 고블린들도 고개를 숙였는데, 그 모습에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통역기를 영어로 설정해 놨기에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
근데 생각보다 많이 온 것 같네?
보통 모임 참석인원이 20~30명 정도라고 들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60~70명 정도가 모여 있는 걸 보며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세계랭커란 자들이 한 번에 자리를 비워도 괜찮은 건가?
“반갑습니다. 영국의 에드워드 호프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제일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에드워드 호프.
영국을 대표하는 영웅 중 하나로 원탁의 기사의 일인.
화면을 통해서는 자주 보았지만, 실물은 처음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인사를 건네는 랭커들을 보던 나는 의외로 내가 아는 세계랭커의 수가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게이트가 열린 후 대부분이 교체되어 버리기 때문이겠지.
“실례가 안 된다면 궁금한 걸 물어봐도 될까요?”
“네? 네. 말씀하세요.”
조금 전 인사를 나눈 메리 톰슨.
세계랭커 중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탱커형 가디언으로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탱커들을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여성이었다.
참고로 이 메리 톰슨이 주로 착용하는 방어구가 바로 현지와 지안이 가지고 있는 히드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과 동일한 재질이었다.
“그럼 여의도에 출몰한 측정 불가의 몬스터를 처리했다는 소환수를 볼 수 있을까요?”
“아! 잠시만요. 음- 죄송한데 좀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샤크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들이 나와 거리를 벌린 걸 확인한 후 샤크를 불렀다.
“샤크!”
“헉!”
“윽!”
샤크가 존재감을 한껏 내뿜으며 고개를 내밀자 여기저기서 신음성이 들려왔는데,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있는 세계랭커의 반수가 넘는 인원이 샤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내가 모르는 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알 수 있었으니까.
인맥 혹은 뇌물로 세계랭커가 된 자들이 의외로 많을지도 모른다고.
“음- 굉장하군요.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이 정도면 그놈하고 비슷한데?”
“그렇지?”
영국의 에드워드 호프, 미국의 메리 톰슨, 독일의 아르민 뮐러.
모두 중국에 나타난 악마종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인 랭커들이었다.
“호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쌔신마스터.
그가 어쌔신마스터란 건 그의 뒤에 현지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내가 어쌔신이요! 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도 했고.
“샤크 다시 들어가.”
“크헉!”
“허억!”
여기저기서 막힌 숨을 뱉어내는 자들이 속출했는데.
“세계랭커란 자들이 겨우 이런 것도 못 버텨내다니. 한심하기 그지없군.”
“그러니까. 저것들은 어떻게 세계랭커가 된 거야?”
“너무 그러지 말아요. 저들도 충분히 깨달았을 거예요.”
대충 둘러봐도 일본의 키리마루보다 못해 보이는 자들이 넘쳐났다.
“죄송한데 다시 꺼내 줄 순 없겠습니까?”
“네? 그건 좀…….”
어쌔신마스터가 아쉬운 모양인지 내게 샤크를 다시 꺼내달란 물음을 던졌는데.
다시 꺼내기에는 멀리 떨어져 이쪽을 주시하는 말만 세계랭커인 자들의 시선이 좀 부담스러웠다.
마치 저 괴물은 도대체 뭐냐는 듯 자기들끼리 쑥덕대는 모양새에 다시 한번 꺼냈다가는 모두 이곳에서 도망쳐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끝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죠.”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그나저나 뭐라고 불러야 하지? 이름을 모르니까 부르기가 참 난감하네.
어쌔신마스터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자신의 소개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좀 난감했다.
그렇다고 어쌔신마스터라고 부르기는 좀…….
“혹시 성함이?”
“아! 제 이름이요? 저는 필립입니다.”
“네? 필립이요?”
중동사람 아니야? 가명인가?
“하하하. 가명입니다. 가명.”
“아, 네.”
샤크가 모습을 보인 후 이곳에 있는 자들은 3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멀리 떨어져서는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장소를 제공해 주신 유명그룹 회장님 입장하십니다.”
순간 커다란 목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리자 아버지가 샤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오!”
“샤벨 타이거?”
“엄청 큰데?”
순간 여기저기서 놀람이 터져 나오며 시선이 샤벨에게 집중되었다.
멋짐을 폭발시키며 등장하는 샤벨은 주위를 한번 쭉 둘러보곤 이어서 입을 크게 벌리며 울음을 내뱉었다.
“크아앙-”
“와우!”
“오!”
마치 이 자리의 주인공은 자신이라고 선언이라도 하듯 울부짖은 샤벨은 천천히 나를 향해 발을 떼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준비한 것은 이게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샤벨의 등에서 머리를 쏙 내민 임프들이 양손을 번쩍 치켜들자.
아! 저게 저런 용도였어?
이상하다 했다.
연회장에 커다란 바위들을 왜 가져다 놨나 했더니 이걸 위해서였나 보다.
바위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게임 속에서나 나올법한 골렘의 형상을 취하곤 이어서 골렘이 쿵! 쿵! 거리며 이동해 중앙에 멈춰 서고는 멋진 포즈를 취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모습에 만족한 듯 허허허 웃음을 흘리시는 아버지.
“저도 영상을 보긴 했는데, 역시 임프가 귀엽긴 하네요.”
“솔직히 생긴 것만 봐서는 몬스터라고 하긴 좀 그렇죠. 요정이면 또 몰라도.”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는 랭커들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도련님.”
“응?”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 사이 메이드복을 입은 현지가 나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모여 있던 자들과 거리를 벌린 나는 현지에게 입을 열었다.
“왜? 끝나고…… 설마 들켰어?”
“네. 확실하진 않은데 들킨 것 같아요.”
“확실해?”
“저를 의식하는 거로 봐서는…… 어?”
말하다 말고 갑자기 사라지는 현지를 보며 당황했을 때였다.
“역시 이 여성분이었군요.”
“아!”
순간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어쌔신마스터를 보며 아차 했다.
설마 그사이 은신을 하고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을 줄이야.
현지는 아마 그가 은신한 채 다가오는 걸 느끼고 은신을 해 버린 거겠지만, 이미 들킨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매너가 좋네?
보통의 랭커였으면 자신을 테스트했다는 것에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그는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설마 저와 비슷한 수준의 어쌔신이 존재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런 존재를 수하로 부리는 사람이 있었네요?”
“하. 하. 하. 그런가요?”
당황한 나는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웃음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솔직히 비슷하다곤 했지만, 이 정도면 저보다 뛰어난 수준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네? 설마요?”
그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지의 수준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말처럼 대단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생의 살성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어쌔신마스터에 비하면 한 수 뒤지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기에 그를 넘어설 거라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현지는 이미 전생의 자신을 뛰어넘어 버린 모양이었다.
하긴 수아의 버프가 좀 사기긴 하지?
“사실입니다. 제가 위치를 특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은신한 존재가 있다는 걸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현지야.”
순간 내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현지.
“궁금한 게 있는데 답을 해주시겠습니까?”
“그게……. 네.”
내 눈치를 살피는 현지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자 대답하는 현지.
“혹시 조금 전까지 제 뒤를 잡고 있으셨나요?”
“네.”
“이것 참. 예상은 했지만, 사실일 줄이야…… 저도 아직 멀었네요.”
조용히 대답하는 현지에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현지가 뒤를 잡았다는 걸 느끼지 못한 채 예상만 하고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같은 암살자에게 뒤를 잡힌다는 건 졌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저도 그랬는걸요.”
“거짓말. 제가 다가가자 바로 눈치채고 자리를 피하셨잖습니까?”
“그건…….”
현지가 어쌔신마스터를 뛰어넘었다고?
전생의 내가 죽기 전까지 어쌔신마스터가 벌인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건 가볍게 생각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비스에서 중국과 홀로 전쟁을 벌인 존재가 바로 어쌔신마스터였으니까.
중국 쪽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쫓았지만, 피해만 보는 상황을 연출한 존재.
암살한 중국의 고위 각성자 수가 천을 가볍게 넘어감에도 꼬리를 잡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전설적인 존재가 바로 그였다.
“마음가짐도 정말 훌륭하십니다. 메이드를 자청해서라도 임무를 성공시키려는 그 자세. 이거 잘못했다간 반해 버릴지도 모르겠는데요?”
“네? 저는 메이드가 맞는데요?”
“네?”
아! 왜 잘 나가다가…….
“저는 도련님의 메이드예요.”
그렇게 여러 번 확인 안 시켜줘도 될 텐데…….
어째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냐?
“직업이 메……이드라고요?”
“네.”
“큭! 아! 죄송합니다. 풉!”
웃음을 참는 필립을 보자 왠지 모르게 미안하단 감정이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멀리서 다가오던 랭커 중 메리 톰슨이 웃음을 참는 그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죄송한데 비밀을 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동맹인데 당연히 비밀을 지켜 드려야죠.”
“뭐가 그렇게 재밌길래 그 필립 씨가 웃고 있는 걸까요?”
“그냥 유쾌한 대화를 좀 나눴습니다.”
우리를 수상한 눈으로 번갈아 보던 메리 톰슨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야한 이야기라도 하셨나 봐요?”
“아, 아닙니다.”
“크흠-”
말을 더듬으면서까지 부정하는 필립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 좀 이상해 보였다.
보통 저렇게까지 당황하나?
“두 분 서로 많이 친하신가 봐요?”
“조금?”
“아주 친합니다.”
동시에 대답하는 둘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메리 톰슨을 좋아하기라도 하나?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이제 겨우 세 번째 만남인데요?”
“킥킥!”
아르민 뮐러가 둘을 번갈아 보며 웃음을 흘렸다.
뭔가를 아는 것 같은 모습.
설마 정말 좋아하는 거야?
하긴 메리 톰슨 정도면 반할 만한가?
그녀는 말이 탱커지 전혀 탱커와 어울리지 않는 날씬한 몸매에 차분한 인상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겨우 라뇨? 세 번이나 만난 거죠!”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메리 톰슨은 살짝 백치미가 있었는데, 이후부터는 가벼운 대화를 나눴기에 별로 영양가는 없었다.
* * *
“그의 말이 사실이야?”
모임이 끝나고 돌아온 나는 현지를 불러 사실확인을 위해 물을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어요. 그가 일부러 저에게 기척을 들킨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비슷하긴 하다는 얘기네?”
“네. 딱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저와 수준이 비슷하다는 걸요.”
“음- 그럼 10강의 수준이라는 건데?”
자신을 메이드라 주장하는 현지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10강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건 솔직히 좀 믿기 싫었다.
“그런 거 같아요. 그곳에 있던 세계랭커라는 자들 모두가 제 아래로 보였거든요. 어쌔신마스터 빼고요.”
“확실해?”
“네. 보통 제 수준 정도 되면 저보다 약한 자들이나 비슷한 수준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딱 보니까 다들 저보다 약해 보이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뭐라더라? 벽을 넘은 자들끼리는 서로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던가?
이건 전생에 최강준이 TV에 나와 했던 말이었다.
대부분의 세계랭커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고.
어? 그러고 보니 최강준은 참석을 안 했네? 왜지?
“현지야. 이번에 중국 쪽 랭커들은 아무도 참석 안 했다고 했지?”
“네. 이유는 모르겠는데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어요.”
이유가 뭘까? 설마 뭔가를 준비 중인 건가?
아니면 그냥 참석하기 싫어서?
이건 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현지야, 김 실장하고 명철 아저씨한테 화랑 길드에 대한 감시 수준을 올리라고 전해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들 요즘 엄청 조용하던데?”
“그래서 그러는 거야. 너무 조용해서.”
“그런가? 알았어요. 바로 전할게요.”
제발 그냥 조용히 있어라.
안 그래도 어비스가 열리기까지 이제 한 달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제발 그들이 숨을 죽이고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